동천문학 제12집 원고
-동천문학 제12집 성공과 무궁한 발전을 빕니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조대환(曺大煥)
.전남 강진 출생
.2016년 “시에”로 등단
.한국방송통신대학(초) 농학과 졸업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 수학
.동천문학. 시에문학. 강진문학회 회원
.한일의료기 금송유통 온열매트 판매사업
.주소: 61982
광주광역시 서구 화운로 94
유니버시아드 힐스테이트 105동 203호
.전자주소: mailto:gumsongmart@daum. net
.전화번호: 010- 3646- 9868
*사진
1) 시적인 대답
보험 영업하는
그녀에게 카톡으로 문자를 보냈다.
문: 햇살이 12월 1일의 아침을 녹여줍니다.
2018년도 달력 있으면 부탁할게요.
답: 드려야지요. 지난주에
그 앞을 지나며 찾아봬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찻길에 병아리 같은 은행잎이 하도 예뻐 한눈팔다
지나쳐버렸어요. 라는 문장의 답이 왔다.
책상달력을 선물 받고 싶단 내 마음에
잔잔한 감동이 물결처럼 밀려온다.
도움을 주면서도 고마운 생각이 들도록 한다.
이런 마음이 유행하면 좋겠다.
2) 붉은 발바닥
무성영화처럼 숟가락질하는 손만
분주히 오르내리는 식당 방
두 다리를 한곳으로 모은 채
비스듬히 앉아 밥 먹는 여인이 눈에 띈다.
그녀의 가느다란 등허릴 본 순간
운주사 석불이 생각난다.
앞에 앉은 노부부가 연속 말을 붙여보지만
대답할 기미는 없어 보인다.
추운 겨울인데 양말을 신지 않은 발바닥
홍시같이 붉다.
어느 나라 어떤 땅을 밟고 살다 왔을까,
발바닥에 지난 삶의 흔적이 뚜렷하다.
올챙이 같은 발가락으로부터 뻗은 깊은 족문
거친 삶의 내력을 새기고 있다.
밥 먹는 내내 걱정하던 노인을 위로하는지
볶은 보리가 붉게 녹아든 물병
따스운 물을 유리컵에 따라 드린다.
이 땅에 써갈 역사가 궁금하다.
3) 끈기
붉은 사과 크기의
스텐 공기 속에 담긴 밥을 먹는다.
빨간 사과 같은 밥은 뜨거운 열길 내뿜고
한 술씩 떠먹으며 허기진 배를 채운다.
한 그릇의 밥이 지닌 영양을 맘껏 즐긴다.
언제부턴가 그 크기는 점점 작아졌지만
밥맛은 잘 익은 부사의 맛과 견줄 만하다.
스텐 밥그릇 바닥에 한 개의 티로
덩그러니 남은 밥알을 수저로 떼어낸다.
식은 바닥에 찰싹 달라붙어버린 밥 티
오랜 세월 동안 나를 키워주고
이 나라의 모든 사람을 지켜준 처절한 끈길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쌀 한 알의 찰기가 명언처럼 보인다.
온전히 저 끈기를 배우고 살았다.
4) 굳게 다문 입
널따란 호수가
하나의 암반을 이루고 있다.
그 위에 깔린 눈을 바탕으로
아주 평평한 바둑판이 되었다.
하얗게 깔린 눈은
굳게 다문 입 밖에 써놓은 한 줄의 문장
새떼가 곤두박질치는 것을 막아준다.
단번에 말문이 막히지는 않았으리라
서서히 닫다보니 완전히 막혔으리라
입 다물던 날 얼마나 통곡 하였을까
밤송이 크기의 돌멩이를 던져본다.
짱 하는 소리가 저 끝까지 울려 퍼진다.
수면이 언제 가창오리같이 출렁거릴 수 있을까
가슴 터지도록 날갯짓할 수 있을까
굳게 다문 입 속엔
꿈이 수초처럼 자란다.
5) 겨울비는 말을 한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길
웅덩이가 생겼다.
오랫동안 쌓여있던 흙먼지들
졸졸졸 흐르는 빗물을 따라 모여든다.
검은 아스팔트보다 더 까만 색상의 웅덩이에도
겨울비가 내린다.
이 비 그치고 나면
겨울은 잊고 있던 제 모습을 찾을 것이다.
그렇게 빗방울은 끊임없이 말 하나보다.
빗물이 떨어진 곳마다 둥근 파문이 인다.
내일 아침 사람들은 발길을 끊고
웅덩이는 화석같이 얼어있을 것이다.
말하지 못한 언어가 나이테처럼 박혀있을 것이다.
마음에 앞서 저절로 몸이 웅크려진다.
장수풍뎅이 굼벵이가 되었다.
6) 꽃샘추위 속에 봄이 있다
냉기가 귓불을 엘 듯 쏟아진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지푸라기들
뒤란의 후미진 곳으로 날아든다.
양동이 속에서 튀어나온 바가지
우당탕 소리를 내며 굴러다닌다.
세찬 바람이 눈발을 몰고 벌판을
들개 떼같이 휩쓸고 다닌다.
사람들은 발을 멈추고 옷깃을 여미고
매화나무는 꽃잎이 오므라들었다.
점점 좋아진 몸이 다시 황폐해지는가,
푸푸 코를 골며 주무시던 할머니의 숨소리
갑자기 거칠어지신다.
호흡이 극에 다다르고 돌아가셨다.
할머니 학처럼 훨훨 날아가시고
장독 밑에 새싹이 움튼다.
첫댓글 모범을 보이시네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무더위에 건강 유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