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도 가고 여름도 간다니
그저 떠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문득 생각나 갔었습니다
여자 하나...희소성의 파워는 막강한 것이어서
예전같으면
[매일 지는 해 그리고 내일 또 뜰해 봐서 뭣하누?]
하며 김을 뺄 법도 하지만
[그럼 나 혼자 간다 심심함 앤하나 구해 가도 되지?]
이미 간이 배밖에 있는 줄 아는 식구들 차렷하고 줄줄이 따라 나섭니다
그렇게 권태롭게 시퍼렇기만 허냐는 어느 시인의 구박을 들었을까요?
잔잔한 분홍꽃을 매달고 있는 싸리나무 군락의 퍼런 빛은 이미 막바지 였습니다
빛은
캄캄할때 물론 가장 큰 힘을 발하지만
시나브로 떠오를 때
까무락거리며 스러질 때
빛의 명멸에 핑계를 대며 시름 얹어 넋두리하기도 좋지요
해가 지기 시작하면 어찌나 빠른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오늘에도 말이죠
집을 떠나 해가 지는 곳으로 西西西西進한 곳은 제부도
제부도로 가는 모세뱃길이 열리는 시간은 오후 여덟시 반쯤
궁평리에서 낙조를 보며 시간을 보내려 하는데
따라온 남자들은 바닷물에 낚시대 먼저 넣습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하던가요?
빛이 스러지고 귀여운 애완견이 무서운 늑대처럼 보이는
땅거미가 지는 시간
사물들의 형체가 사라져 모두가 귀신처럼 느껴지는 시간
문득 모래놀이하느라 정신없는 녀석까지 새삼스레 둘레 둘레 챙기게 되는
하지만 안개 자욱한 바다를 향해 가는 여름해는
동그마 하니 한참 빨아도 줄지않는 빨간 눈깔사탕같습니다
[오늘까지는 여름해고 내일부터 뜨는 해는 가을해야]
[왜?]
[엄마가 그렇다면 그런거야]
[그래 가을이구나 이제
아직 몇개의 태풍이 더 지나갈지도 모르고
오늘처럼 늦더위에 땀을 흘리게 될지라도 말이지]
여름해는 바다로 빠지기 전 안개속으로 먼저 숨어버렸고
해가 숨어 버린 사위은 금새 어두워 지더군요
몇명의 군인아저씨 다가와 보안상 이제 바닷가 문을 닫아야 할 시간이라더군요
그렇게 이천사년의 여름해는 다른날과 별다른 것 없이 져버렸습니다
저혼자 괜히 수선이었을 뿐~!
바닷길이 열리고
캄캄한 제부도 입니다.
불타는 조개구이와 바지락 칼국수 한 항아리 먹고
바닷가를 산책하기 시작했습니다
물을 쓰기 시작한 바다는 넓고 평평한 갯벌을 드러냈겠지만
안개와 어둠에 가려 그저 저멀리서 들리는 파도소리로만 그걸 알수 있었죠
아 그런데 따라라라라 따라라라라...
어디선가 한몸되어 빙글 빙글 춤을 추며 도는 한쌍의 끈끈한 허밍.....
방해 될까봐 셔터를 누르지 못했지만
흐릿한 달빛아래 바닷가에서 춤이라....
이렇게 한곳에서 분위기를 잡는 가 하면
우리의 악동들은 플래시를 켜고 게를 잡고 있습니다
게들이 어찌나 빠른지 게를 잡은 건지 게가 옷을 잡는 건지
결국 갯벌에 엉덩방아를 찧은 막내 때문에
서둘러 돌아 왔죠
안개 자욱한 밤바다에게
네가 반가워 안해도 또 오마고 인사를 건네면서 말이죠
가을의 노래/김대규-김미숙 낭송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떠나지는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떠보낸다
주여!하고 하지 않아도
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
한마리의 벌레 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자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사자들의 말은 모두 시가 되고
멀리 있는 것들도
시간속에 다시 제자리를 잡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란 말 속에 있다
가을은 가을이라는 말속에 있다. 는 김미숙의 낭송멘트
가을은 여름이 자리를 내줘서 가을이다...는 치고이너의 멘트
.........................................2004/08/31.... 치고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