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물량 바닥...업계 '공황'
부품.협력업체까지 도미노 우려, '한전 책임론' 부각
한전이 공기업 경영합리화의 일환으로 대대적인 예산절감을 펼치면서 발주물량이 급감, 관련 중소제조업체는 물론이고 공사업체들의 경영상태가 고사 직전까지 내몰리는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의 이 같은 행보는 경기 부양과 중소업체들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공공부문의 예산 조기 집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 정책과 극명한 노선 차이를 보이는 부문이다.
전기요금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아 한전은 지난해 2조9000억원, 올 1분기에 1조7638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사정이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전기계 최대 발주기관인 한전이 발주물량을 현저하게 줄이면서 관련업계는 물론 부품 및 협력업체까지도 경영 악화에 대한 도미노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 변압기업계는 사실상 패닉 상태다.
한전이 4월말까지 구매한 일반형 주상변압기는 약 4만대.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만대 가량이 줄어든 수치다.
더욱이 한전은 지난 5월 일반형 주상변압기 발주를 아예 한 대도 하지 않았다. 한전이 월 단위로 주상변압기 구매를 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2월 한전이 예산 조기 집행으로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내자 단가계약 업체들이 물량을 반납하고 총가입찰로 전환했던 것과는 상황이 180도로 바뀐 것이다.
6월 들어서는 일반형 주상변압기 발주가 365대에 그쳤고 일부 품목의 경우는 아직까지 단 한 대도 구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연간 단가입찰에서 물량을 수주한 변압기 업체들은 일손을 놓은 채 넋을 잃고 있다.
개폐기업계도 심각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연간단가계약을 체결한 지상개폐기의 경우 4회로 수동의 발주물량은 계획물량의 30%, 3회로 수동은 60%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계약 만료기간이 3개월여 남은 것을 감안하면 이는 계획물량에 근접하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6월 들어서는 발주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개폐기업계는 연간단가계약은 추정물량이기 때문에 변동치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에 맞춰 원부자재를 구매하고 인력을 배치했던 중소기업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공사업체의 경우도 올해 한전의 수선유지비가 지난해에 비해 20~30% 감소한데다 실적도 절반 수준밖에는 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 1분기 한전의 수선유지비 예산은 1억8666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30% 정도 감소했는데 이에 대한 집행실적은 전체의 51.2%인 9555만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비용절감 등으로 불요불급한 공사만 이뤄지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발주물량이 급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개폐기의 경우 지금까지는 신품을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수리품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개폐기 3회로 수동은 9월 계약만료기간까지 발주물량을 거의 달성할 수 있지만 4회로 수동은 5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진시현 기자, 송세준 기자
첫댓글 한전관련 기사를 정리해 주시는 요즘 정말 잘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