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자료> 존 내쉬*( 산문->시: 수정)
허 종 구
한 천재 수학자가 택시 교통사고로 숨졌다
삶도 죽음도 극적이라고 하는 아나운서의 톤이 높아지고 맥박도 빨라져 보였다
프린스턴 시절** 난 교정 곳곳을 배회하는 한 노인과 종종 마주쳤고
그가 2년 전의 개봉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주인공인 것을 이내 알았다.
창조성과 독창성을 지킨다면서 거의 수업을 듣지 않고 책도 읽지 않고
어떤 학파에도 합류하지 않고 누구의 제자도 되지 않으면서
홀로 자기만의 길을 간 사람****
다른 사람들은 어딘가에 있는 산길을 찾아 하나의 산봉우리에 오르려 하나
다른 산에 올라가 그 산봉우리를 단숨에 서치라이트로 비춰 보려 한 사람*****
망상, 환각, 사고와 감각 교란, 의지력 상실이 자라 정신병원 입.퇴원을 반복하며
밤낮없이 홀과 교정을 서성거린 '파인홀******의 유령'
어느 날 30년 동토를 뚫고 솟아난 한 줄기 꽃처럼 광기의 포로에서 뛰쳐 나와
뒤늦게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걸어 다니는 기적
그도 오늘 운명의 신 부름은 거역하지 못하고
심연의 바다로 빠져 내려가는 그의 영혼을 끊임없이 흔들어 깨워
세상 속으로 이끈 엘리샤의 손 잡고 먼 길을 떠나는구나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슬픔의 묘목 하나를 몸에 심고 사는 것
존 내쉬라는 나무 한 그루가 내 안에 무너지고 있었네
* John Forbes Nash, jr. 1928~2015.
22세에 '비협력 게임 (Non-Cooperative Games)' 논문으로 프린스턴대 수학박사 학위를 받고 7년간 MIT 교단에 서다가 정신분열증으로 사직함.
프린스턴으로 돌아와 모교를 배회하다 1994년 44년 전 박사 논문으로 노벨 경제학상, 2015년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벨상을 노르웨이 국왕에게서 받고 뉴어크 공항에서 내려 귀가하던 2015.5.23. 오후 4시 반 택시 교통사고로 부인과 함께 사망함
** 2003~2004년 컬럼비아대 방문연구원(Visiting Schlor)으로 프린스턴에 거주하면서, 집 인근의 프린스턴대에서도 유사한 대우를 받아 청강, 연구실, 식당 등을 이용함.
*** 실비아 네이샤의 전기를 바탕으로 2001년에 개봉된 유명 영화
****Sylvia Nssar, A Beautiful Mind (신현용 외 역, 뷰티플 마인드, 2015, 승산) p.17.변용
*****동료 수학자 Donald Newman의 평가 (전게서 P.17) 변용
******프린스턴대 수학과 빌딩
첫댓글 전반적으로 정리가 잘 되었습니다. 1연과 마지막 연만 더 살펴보겠습니다.
1연 :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사실이 각주에도 있고, 또 첫 행부터 너무 많은 정보를 주는 게 시를 이완시킬 수도 있으므로 생략하는 게 좋겠구요, 아나운서의 톤이 높아지는 건 보이지만 맥박이 빨라지는 건 단지 예상인지라 가정법으로 써주어야 합니다.
-> 한 천재수학자가 숨졌다/ 삶도 죽음도 극적이라고 비보를 전하는 아나운서의 톤이 높아졌다/ 맥박도 빨라졌을 것이다
마지막 연 2행 : '나무가 무너진다'는 비유가 적절치 않습니다.
-> 존 내쉬라는 나무 한 그루/ 우거진 이파리들이 핼쑥해지고 있었다
특별히 시간 내어 다듬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산문->시 전환을 통해 시가 되기 위해서는 형식 뿐만 아니라 내용도
이렇게 달라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