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소상공인 모르나본데, 우린 다 목숨 걸고 해!"
관객 1600만명을 불러모은 한국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에서 나온 대사다. 이 영화 배경에는 장기 저금리·저성장·저수익 시대로 접어든 요즘 한국 사회 모습이 반영됐다.
이런 때 예술계에서는 ‘김환기 화백의 점묘화, 역대 최고액 85억원에 낙찰’과 같은 고가 미술품 구매·투자 소식이 들린다. 이 기사를 본 대중은 으레 ‘미술품 구매·투자 영역은 부유층 전유물이다’ 혹은 ‘미술품 가격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사실, 지금까지 보도된 미술품 구매·투자 기사는 대부분 비판적 논조로 쓰였다. 삼성·CJ그룹 등 재벌의 미술품 비자금 세탁 논란, 효성 아트펀드 운용 비리, 일반 투자자에 큰 손실을 입힌 한국 아트펀드 등이 그 예다.
이는 일정 부분 미술품 시장이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비판적이거나 잘못을 꾸짖는 기사가 나오면 해명하고 고치고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서둘러 봉합하기에 급급했다. 잘못을 고치고 죄를 걷어낸 후에는 본연의 가치를 지키며 깨끗하게 닦인 판을 새롭게 짤 일이다.
한국의 미술품 구매·투자 시장은 좁고 얕다. 참여하는 이의 숫자도, 투입되는 자본의 양도 적다. 가격은 불투명한데다 유동성도 낮아 투자 효율이 떨어진다. 투자 정보도 적어 이를 확보한 소수가 시장을 주도하기도 한다.
한국 미술품 구매·투자 시장도 나름대로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논의 대부분이 ‘참여자 숫자를 늘려 유동성을 공급하자’는 단순한 단계에 머물러 있다. 미술품의 심미적 가치, 정성적인 측면이 간과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
한국과 달리 해외 미술품 구매·투자 시장은 투자자들 관심을 한 몸에 모은다. 뉴 노멀(New Normal, 불황기에 어울리는 새로운 경제 특성) 시대에 접어들며 미술품 구매·투자는 새로운 대체 투자 자산으로 각광 받는다. 기대 수익률이 기존 투자에 비해 높고, 주식·채권·부동산 등 기존 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아 분산 효과도 누릴 수 있어서다.
비판적인 시각 및 여론이 다수일 지언정, 한국에도 서서히 아트펀드, 미술품 크라우드펀딩과 담보대출 등 '아트 파이낸스' 시장이 생기고 있다. 자연스레 미술품 구매·투자 시장 참여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는 아트 파이낸스 정의를 "자금을 원하는 미술 시장 참여자에게 자금 공급자가 화폐 및 금융자산을 제공하는 모든 행위"로 정의한다.
이어 ▲ 왜 미술품에 투자해야 하는지 ▲ 한국에서 만들어진 아트펀드의 사례 및 결과, 시사점 ▲ 미술품 반복매매 모형 소개 ▲ 미술품 크라우드펀딩 등 아트 파이낸스 관련 제반 지식을 IT조선 칼럼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 :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 박지혜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 석사는 미술품 구매·투자론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