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글이 아닌 글을 처음으로 써봅니다.
우연히 알게 된 지금의 카페에서 많은 분들의 경험의 글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저의 얘기도 혹시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될 까 싶어 적어봅니다.
1998년 12월 , 2년 6개월의 연애를 마치고 결혼을 했습니다.
저는 평범한 집안의 1남 3녀 중 차녀, 남편은 3녀 1남의 장손.
친정 어머니께서 처음엔 조금 반대를 하셨었지만,저의 뜻을 존중해주셔서 큰 어려움은 없었네요.
그 때 당시 저는 대기업 대리였고 , 남편은 금융계 기업의 대리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참 넉넉해 보이는
커플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남편은 대학교때 시아버님께서 암으로 돌아가시고, 시어머니께서 전업 주부이셨던 관계로
실질적인 가장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결혼 당시 결혼 자금이 많이 부족했었지요.
2년 6개월의 연애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 전 남편의 상황을 잘 알지 못했어요.
30이 다 되어 가는 나이가 되자, 양가에서 결혼 이야기가 나왔고, 결혼을 준비하게 되면서 그제서야
현실적으로 저희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지요.
결혼을 앞두고, 잠깐 동안 맘이 흔들린 적도 있었어요.
연애와 결혼은 정말 다른 건지, 고민을 하게 되더군요.
저는 교육자 부모님을 둔 평범한 집안에서
큰 어려움 없이 자랐고, 경제적인 면에서 시댁과 친정은 차이가 컸었습니다.
게다가 , 저는 개혼이었던지라, 저희 부모님께선 더 바램이 크셨던 거 같아요.
하지만, 현실은 울 신랑 32살의 적지 않은 나이에 모은 돈은 겨우 1500만원....
일주일 정도 고민했었던 거 같아요.
(결혼을 앞두고 미래의 시댁을 방문하고 나서 더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조그마한 연립주택 3층에 살고
계셨는데 거실과 주방과 화장실이 너무 가깝게 느껴졌었거든요. 저도 제가 속물인 거 그 때 첨 알았습니다..ㅜㅜ;;)
하지만, 그 때 생각한 것이 저희 둘 다 건강하고, 튼튼한 직장있고, 무엇보다도 서로를 너무 사랑하니까
모두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신랑자금1500 + 시누께 빌린 돈 500 + 제가 모은 자금 2500 + 기타 자금500 =총 5000만원의
돈으로 전세를 얻고, 예쁘게 시작했어요.
현금예단도 줄이고, 필요없는 혼수는 생략하고,신혼여행은 배낭여행으로, 결혼식장도 저렴한 장소를 골라서...
물론 아쉬움은 많이 남았지만,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한 번 더 하자는 생각으로 기분좋게 제맘대로 결정해서
일을 진행시켰어요.
(덕분에 양가에서 모두 욕 많이 먹었습니다.다행히 신랑은 제 뜻대로 따라와 주었구요.양가에서 생각하는 바가
너무 달라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신혼 집도 양가 허락도 안받고 제 직장 가까운 곳에 가서 제가 그냥
계약했을 정도니까요...)
그 때 까지만해도 알콩달콩 잘 살 줄만 알았습니다.
결혼하고 4개월만에 예상치 못했던, 아기가 생겼습니다.
입덧도 심하고, 먹기만 하면 토하고, 많이 힘들었지만, 악착같이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았습니다.
자가용도 안샀고, 휴가때 휴가도 안가고, 집 앞 공원에 김밥을 싸가는 집요함(?)을 보이면서 아끼고 살았었는데...
아기가 태어나고, 산후조리도 아직 못끝난 상태에서 엄청난 이야기를 남편에게 듣게 되었네요.
크게 벌어보려고,선물/옵션을 거래했는데, 빚이 2억 3천만원 이라는.....
전 설마설마, 했었거든요. 전세금 5000만원에 사는 우리에게 2억 3천만원이라는 빚이 있다니 믿을 수 가 없었어요.
한 번 만져보지도, 써보지도, 아니 구경 한 번 해본 적도없는데, 2억 3천만원의 빚이라니...
아마 갓 태어난 울 아가만 아니었다면 이혼을 했었을 상황이었습니다.
1달여를 매일같이 울었습니다. 앞 날도 보이지 않고,죽고만 싶고 살기가 싫어지대요.
하지만,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로 맘 먹고 , 그 동안 따로 관리했었던 남편의 급여를 제가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저희 남편은 사람이 성격이 너무 좋아 저처럼 악착같고, 대차고, 때론 미련하지 못하거든요.ㅎㅎㅎ
60일 된 아가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회사를 다녔습니다.
우는 아가를 뒤로하고 회사를 다닐때는 정말 힘들었습니다.아이가 아픈데도 어린이집에
맡길 수 밖에 없을때는 더 힘들었구요( 양가 부모님께서는 너무 연로하셔서 아이를 맡길 수 없었어요. 베이비 시터나 입주 도우미는 너무 비싸구요.;;)
양가 부모님께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시어머님께 드리는 적은 용돈만을 제외하고, 5000원 짜리 아기 내복도
사지않고 주위에서 얻어다 입히며, 지출을 최소한으로 하고 빚을 갚기 시작했습니다.(첫 아기라 너무 예쁘고 소중했는데,
남자아이한테 분홍색 여자아이가 입던 내복을 입혔었던 것이 아직도 생각하면 맘이 아파 오네요)
전세에서 월세로 바꿔 빚을 일부 갚고, 티셔츠 한 장 안사고, 회사에서 나오는 점심식사용 쿠폰으로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샀습니다.아무리 추워도 가스비가 아까워 전기담요 위에서 울 아기를 키웠네요.
분유도 제일 저렴한 거, 기저기도 1장을 반으로 잘라 덧대가면서 궁상아닌 궁상을 떨면서 그렇게 지냈습니다.
점점 빚이 줄어들긴 했지만, 너무 힘든 시간이였던 같습니다.
회사 동료들이나 친지들 모두, 너희는 둘이 좋은 직장에서 잘 벌면서 왜 그렇게 궁상맞게 사냐는 핀잔도 많이 들었었구요.
둘이 열심히 저축해서 1억 정도의 빚을 2년에 걸쳐 갚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운이 좋게도 제가 다니던 회사가 상장을 하면서 제가 받았던 우리사주가 아주 많이 올랐습니다.
제가 받은 가격보다 많이 올라가서 팔고 싶었지만,퇴사를 안하면 팔 수없는 상황이었는데
동종업계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와서 주식도 좋은 가격에 처분할 수 있었고, 제 연봉도 많이 오르고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또,남편도 열심히 일해서 승진이 되어 연봉도 많이 오르게 되었구요.
그리고 2003년, 빚을 다 갚고 7500만원이라는 자산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빚이 없으니까 정말 맘이 편했습니다. 배불리 안먹어도 배가 불렀던 거 같습니다.더 이상 가슴이 답답하지도 않았고,
비록 실수로 큰 빚을 져 너무도 미운 남편이었지만, 컴컴한 터널을 함께 지나오다 보니,
사랑이라는 맘에 플러스 ,동지애(?)까지 생겨 부부사이도 많이 좋아졌구요.
그 해 , 울 부부는 큰 사고를 치기로 맘 먹었습니다.
겨우 자본금은 7500만원 밖에 없었으면서 무슨 용기로 그랬는지 융자를 끼고 2억 3000만원에 33평 아파트를
구입했습니다.(눈에 뭐가 씌였었나 봅니다)
둘째 아이를 임신해서 힘들었지만, 우리 집이 생긴다니 너무 신이 나서, 아이 낳는 날 전 날까지 회사를 나갔습니다.
입덧으로 회사변기에 오바이트를 하는 것도 요령이 생기더라구요..
여전히 자가용도 사지 않았고, 열심히 저축하고, 펀드에도 투자하고 아끼며 살았습니다.
2007년 가을, 2003년도에 구입했던 아파트를 4억 5천만원에 팔고,투자했던 펀드에서도 수익을 많이 올렸습니다.
울 부부는 그 돈에 융자를 내어, 강남에 30평대 아파트를 샀습니다.(왜 강남에 샀냐구 물으신다면, 글쎄요 그냥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어서 였을 겁니다.)
2009년 가을에는 그 집을 사면서 생긴 빚도 다 갚았구요.
여전히 자가용도 없고, 백화점에서 쇼핑한 적도 없고, 명품가방하나 없고, 골프도 칠 줄 모르지만,
그렇다고 예전처럼 궁상을 떨며(?) 사는 것 같진 않습니다.
월급날이면 삼겹살 파티도 하고, 가끔은 '다한우'에서 한우고기도 사서 구워 먹습니다.ㅋㅋ
가까운 근교에 울 두아들 데리고 소풍도 자주 가고(되도록 기차여행을 갑니다), 홀로 계신 울 시어머님 여행도 자주 보내드립니다. 친정 부모님 용돈도 자주 드리고요...
2003년도에 우리 집을 사고 나서야 울 친정 엄마께 그간의 사정을 이만저만 했다고 말씀드렸더니
제 손을 붙잡고 하염없이 우시더군요. 왜 그런 사정을 말하지 , 그렇게 힘들면서 왜 얘기 안했나구요.....
엄마, 아빠는 네가 이서방이랑 잘 사는 줄로만 알았다구, 그 집이 월세인 줄 몰랐다구....
(제가 투자를 하기 위해서 이사를 간다고 거짓말을 드렸었습니다.어린이집도 아주 비싸고 좋은데라고 뻥도 쳤습니다.ㅜㅜ)
양가 모두 말씀 드리기 싫었습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칠 않았습니다.
어쩌면 쓸데 없는 오기였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다른 사람의 도움이 우리에게 주어졌다면, 그것이 친정의 도움일지라도 아마 많이 울 신랑을 원망하면서 살았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신랑의 자존심도 많이 상했을 거구요.
내년에는 중형차를 한대 사려고 합니다.
회사에서 제법 인정받고 적지않은 연봉을 받는 (?) 저희가 중형차를 결혼 12년만에 사보려고 합니다.
지금도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크고 좋은 B.M.W(버스.전철,걷기)로도 충분하기는 하지만, 이제 40이 훌쩍 넘어버린신랑이
매번 무거운 짐을 갖고 다니는 걸 보면, 30대의 아직 젊은(?) 제가 과거의 잘못을 용서(?)해주고 마이카를 장만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ㅋㅋㅋ
저는 이제 맞벌이를 포기하려 합니다.
그동안, 저희 가정이 경제적으로 힘들때 많은 도움을 주시고, 부족함이 많았던 저에게 기회를 주셨던 회사에 미안하기는 하지만
이제는 울 남편에게 내조를 더 열심히 하고, 엄마 손이 늘 그리웠던 울 두 아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내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11년의 결혼 생활을 이렇게 정리해보니, 정말 롤러코스터 처럼 달려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얼마동안은 집안일 열심히 배우고, 문화센터에 가서 배우고 싶었던 취미생활도 즐겨 보려고 합니다.
아마도 얼마 후 아이들이 제 손을 덜 필요로 할때 쯤에는 또 다른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하겠지만요.
두서없는 글이었지만,
지금도 많이 힘들게 사시는 맞벌이 부부들께 힘내시라고
큰 어려움이 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고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시면 언젠간 저희 부부처럼 어두운 터널에서 빛을
찾으실 수 있으실 거라는 말씀으로 끝을 맺습니다.
10in10의 모든 가족들이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라며........
멋있어요.. 소름돋았음;;
정말 최고인데요...정말 본받을 만한 글이고, 그동안의 세월이였던 것 같아요...님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바래욧 *^^*
정말 멋지고 존경스럽네요.. 저도 악착같이산다고 생각했는데 님같은분보면 정말 대단하신것같아요.. 지금은 너무 행복하시겠네요^^
덧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결혼10년이 넘어간 부부인지라 솔직히 잘 다투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티격태격부부싸움도 하는 일반적인 부부랍니다.^^;;
그냥 힘들면 힘든대로, 좋은 일이 생기면 좋은 일이 생기는 대로 즐기면서 넘어가려고 많이 애써보지요.
작은 일에 감사할 줄 알고 기쁨을 찾을 수 있다면 꼭 10 IN 10 이 안되더라도 행복할 수 있어요.
모두들 계속 화이팅 하자구요.!!!
대단하시네요. 앞으로는 좋은 일만 생기길 바랄께요. ㅎ
배울점이 많아요~ 결혼 앞두고 있는데 마음에 잘 새기겠습니다.^^
스크랩 해갑니다. 여자분 대단하시네요^^
우와~정말 대단하시네요...정말 남편분은 결혼잘하신듯 싶어요....또 한번 자극받고 가네요...09년 10월 적금을 끝내고 어찌어찌해서 조금더 모아볼려고 했는데 나태해져서 세달을 못모으고 넘어왔는데..진짜 반성하고 살아야겠어요...3년안에 빚청산을 목표로 열심히 짜져야겠어요...님~행복한 가정되시길 바래요..항상 건강하시고요,,
대단하신분을 여기에서 보내요. 앞으로는 편안하고 품위있는 삶이 될거라고 확신합니다.
정말 지혜롭고 용감하고 바른 분 이십니다.
감동입니다,,,,,,,,
정말.대단하십니다...온몸이 전율및 소름이 돋네요~!
감동받았습니다.....
완전 감동..이밤에 다시한번 각오합니다. 정말 배우고 싶어요..대단하신 분 저두 몇년후에 이런 글 남길 수 있음 좋겠어요.
이글 읽고 감동받았습니다. 너무 지혜로우 시네요 멋지십니다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