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14:40 이스타 항공 후쿠오카공항 도착 하카타 플로럴 인 나카스 호텔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 가와바타 상점가 나카스 강변 2층 주점 신랑은 공항을 참 좋아한다. 꼭 떠나지 않더라도 여행의 설렘으로 가득한 공항이라는 공간이 주는 에너지를 좋아하는 것 같다. 지난 번에는 일없이 공항에 들러 커피 한잔 하고 오기도 했는데 여행의 즐거움을 알고 설레는 마음으로 고대할 줄 아는 그 아이 같은 마음이 좋다. 그런 신랑을 위해 일찍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수속을 끝내고 면세점 구경까지 했는데도 시간이 여유로워서 활주로의 비행기를 바라보며 맥주 한잔까지 마실 수 있었다. 메뉴 중에 작고 귀여운 소주와 생맥주가 함께하는 소맥세트가 있었는데 처음 보는 앙증맞은 메뉴에 둘 다 신기해하며 여행 시작도 전에 기분이 한껏 업되었다. 잠깐 졸았는데 벌써 후쿠오카공항에 도착했다. 제주도만큼 가까운 곳이 맞구나 싶었다. 게다가 공항에서 중심가까지도 전철로 몇 정거장이 안 되어서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숙소가 있는 나카스가와바타역까지 5정거장 전철을 타고 전철역에서 가까운 숙소까지 도착하니 4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간이다. 후훗.. 후쿠오카에 잠깐 다녀올게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근접성면에서 최고가 아닌가 싶다. 현지인들이 주로 묵는다는 나카스 강변에 위치한 호텔은 이동이 편리해서 좋았다. 객실이 좁다는 것 빼고는 깨끗하고 아침조식으로 일본 가정식까지 맛볼 수 있고 직원들도 친절해서 가격대비 대만족이었다. 우리의 첫 목적지는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이다. 얼마 전 과천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근대 아시아 미술전 ‘세상에 눈뜨다’를 재밌게 본 우리가 꼭 가고 싶은 곳으로 일찌감치 찍어둔 곳이다. 이곳은 아시아 지역 22개국의 근 현대미술작품 약 2700점을 소장 및 전시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미술관이기도 하다. 현대미술관에서는 사회참여적인 미술작품이 주를 이뤘다면 이곳은 각 나라의 다양한 문화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아서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8시까지 관람을 할 수 있어서 여행 첫날 저녁시간에 여유롭게 보기 좋았다. 미술관 초입부터 우리나라 작가를 만날 수 있었는데 이윤엽 작가로 판화를 통해 소소한 일상과 세상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동화책도 출판하신 분이었다. 여러 작품 중에 인도네시아 작가의 ‘3달된 아기를 위한 의식’이라는 작품이 좋았다. 우리나라의 백일잔치처럼 발리에서 3달된 아기에게 조상의 축복을 내리는 중요한 의식이 행해진다는데 젖먹이 아이에게 꽃잎을 드리우며 행복을 빌어주는 모습이 이색적이면서도 정겹게 느껴졌다. 관람을 끝내고 나니 창문 너머로 해가 기울어져가고 있었다. 8층 창가 의자에 앉아 해질녘 도시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비슷하지만 다른 공간에 와있는 우리의 모습까지 여유롭게 만끽했다. 미술관 너머에는 400m정도 아케이드 상점가가 늘어서 있는데 이곳이 하카타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가와바타 상점가이다. 상점가를 따라 이곳저곳 구경하며 걸어가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허름한 라멘집을 발견했다. 배가 슬슬 고파올 때가 되어서 그곳에 들어갈까 하다가 주변에 고독한 미식가에 나온 요리집을 찾아 가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효자 구글맵이 딱 한번 우리를 실망시킨 적이 있는데 바로 그 요리집을 찾지 못한 거다. 알려주는 곳으로 가보니 다른 음식점이어서 황당했다. 그래서 다시 그 라멘집으로 되돌아가 삿포로 한병과 라멘, 군만두를 시켜서 먹었는데 일본인들로 가득한 그곳에서 맛있는 라멘을 먹으니 우리가 그들만의 맛집을 찾은 것 같아 즐거웠다. 여행 후에 찾아보니 그곳은 하카타야라는 24시간 운영되는 30년 전통의 라멘 전문점으로 저렴하고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었다. 우리의 촉으로 찾은 진짜 맛집.. 여행이 점점 즐거워진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나카스 강변을 따라 산책로를 거닐었는데 주말 저녁답게 이곳저곳에서 버스킹도 하고 나카스의 명물인 야타이 거리도 있었다. 야타이는 일본식 포장마차로 나카스 강변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데 현지인에게는 퇴근 후에 한잔하며 피곤함을 털어내는 곳으로 관광객에게는 이색적인 즐거움을 주는 곳으로 인기가 있다고 한다. 우리도 야타이에서 한잔 할까하다가 예쁜 2층 건물 큰 창너머로 사람들의 소소한 즐거움이 배어나오는 주점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또 한번 촉을 믿어보기로.. 문을 열고 들어선 그곳은 정말 딱 일본스럽고 일본인들만 있는 그런 아기자기한 술집이었다. 우선 분위기는 대만족, 그럼 한번 메뉴를 골라볼까? 그런데 메뉴판은 사진 한 장 없이 일본어로 빼곡했다. 일본어뿐 아니라 한자 무식자인 나는 까막눈이나 다름없고 나름 생계형 일본어를 구사하는 신랑이 주문을 했는데 우선 술은 다행히 메뉴 옆에 귀여운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도꼬마리와 하이볼을 시키고 안주는 두 가지 손가락으로 가리켜서 시켰는데 주문 뒤 무엇을 시켰냐고 물었더니 신랑이 대답을 못한다는ㅋㅋㅋ 일본음식은 뭐든 맛있어서 괜찮다고 키득거리며 따뜻한 도꼬마리와 시원한 하이볼을 마시다 보니 안주가 짠하고 나오는데 고등어구이와 곱창야채볶음이다. 우와 맛도 훌륭하고.. 진짜로 일본음식은 뭐든 맛있나보다.^^ 조용한 일본인들도 주점에서는 조금 더 유쾌하고 수다스러워지는데 그런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한잔하니 이곳이 단골집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여행 첫날이 즐겁게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오호리 공원 후쿠오카 미술관 후쿠오카현 미술관 완간시장 텐진 중심가 야타이 부스럭 소리에 눈을 떠보니 신랑이 아침 일찍부터 조깅을 나간다고 옷을 입고 있다. 오! 놀라운 에너자이저.. 여행지에서의 아침조깅을 즐기는 신랑의 체력에 감탄하며 나는 조금 더 침대에서 뒹굴다 씻고 꽃단장을 하고 나니 땀에 흠뻑 젖은 신랑이 상쾌한 표정으로 들어온다. 맛있는 아침으로 속도 든든하게 채우고 여행의 둘째 날을 즐길 모든 준비 끝! 오늘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오호리 공원 안에 위치한 후쿠오카 미술관에 가는 날이다. 오호리 공원은 1929년 습지를 매립하여 만든 곳으로 공원면적의 60%를 차지하는 큰 호수가 있는 후쿠오카의 대표적인 휴식처이다. 그 안에 위치한 후쿠오카 미술관은 1979년에 개관하고 16,000점에 달하는 세계적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큰 미술관인데 무엇보다 지난 3년간 리모델링으로 관람을 제한했다가 올해 3월 20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 리뉴얼 오픈을 기념하며 개관이래 최대 규모의 전시인 ‘이것이 우리의 컬렉션’이라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일본 미술 100년사와 마르크 샤갈, 살다도르 달리, 앤드워홀, 호안미로 등 다양한 명작도 만날 수 있다니 여행 전부터 기대가 너무 되는 곳이었다. 전철을 타고 오호리코엔역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니 오호리 공원이 보였다. 일요일 오전답게 여기저기서 나름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호수를 따라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 놀이터에서 신나게 노는 아이들, 오리 배를 타고 즐거워하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한쪽에서는 현장학습을 나온 고등학생들이 큰 자리를 깔고 뭔가를 열심히 기록하는 모습도 보였다. 햇살도 좋고 바람도 시원해서 미술관 가는 길이 더없이 즐거웠다. 미술관은 입구부터 외관 그리고 내부까지 너무 잘 설계된 곳이었다. 리모델링을 해서 그런지 건물을 설계한 사람에 대한 책자까지 있는 것으로 봐서 처음부터 공을 많이 들인 곳인 것 같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높은 천장과 어디서든 공원의 푸르름과 햇살을 가득 느낄 수 있는 큰 창과 휴식공간을 곳곳에 만들어놔서 작품과 함께 자연도 함께 느끼고 쉴 수 있는 개방적 공간이라는 점이다. 미술관에서는 ‘이것이 우리의 컬렉션’과 함께 잉카 쇼니바레의 ‘Flower Power’라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가 잉카 쇼니바레의 선명한 색과 기발한 무늬, 그리고 꽃과 힘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너무 인상적이고 마음에 들었다. 특히 이번 리뉴얼 오픈을 기념해서 만들었다는 신작은 벚꽃을 테마로 드라마틱하면서 화려함이 돋보이는 멋진 작품이었다. 여행 후에 찾아보니 잉카 쇼니바레는 유럽과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영국 흑인아티스트로 청년기까지 나이지리아에서 보낸 경험으로 아프리카적이면서 유럽적인 느낌의 작품들과 ‘~다움’이라는 고정관념에 의문을 던지고 작품을 통해 배경에 시선을 돌리는 새로운 시도를 해나가는 작가라고 한다. 일본에서 뜻밖에 멋진 작가를 한명 더 알게 되다니 너무 좋다. 즐거운 관람을 마치고 1층 야외 카페에서 향긋한 커피와 맛있는 샌드위치, 녹차푸딩을 먹으며 다리쉼도 하고 미술관 전시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며 에너지를 재충전했다. 특히 녹차푸딩의 부드럽고 달콤한 맛은 지금도 생각이 날 정도로 맛있었다. 오후에는 후쿠오카항에 위치한 수산물 시장인 완간시장으로 먹방투어를 계획해 놓았다. 시장에서 97엔 스시와 다양한 먹거리를 골라서 먹을 수 있는 완간시장은 저렴한 가격에 질좋은 수산물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시장 맞은편 하카타 타워에서 전망대에서 무료로 야경과 뷰를 감상할 수 있고 하카타항 기업이 기부했다는 대형 수족관을 구경할 수 있고 모든 빵을 100엔에 판매하는 100엔 빵집등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버스로도 갈 수 있고 나카스 강변을 따라 20-30분정도 걸어갈 수도 있는 곳이어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다. 걷다보면 만나는 뜻밖에 장소와 인연이 있다. 이 길이 그랬다. 강변을 따라 걷다보니 큰 건물이 나와서 잠깐 들렸는데 그곳은 공연장도 있고 후쿠오카현 미술관도 있어서 잠시 둘러보기로 했다. 이쯤 되면 이번 여행은 미술관 투어라고 해도 될 듯하다. 1층에는 미술동호회에서 하는 작은 전시가 있었는데 일본 어르신들이 그린 작은 수묵채색화들이었다. 비록 멋진 수작은 아니었지만 일상의 소소함을 담은 소박한 작품에는 그 나름의 감동이 있다. 그림만큼 맑고 밝은 표정의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엽서를 나눠주고 계셔서 방명록을 쓰고 엽서를 받아들으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3층에는 미술 도서관이 있었는데 그곳에 앉아서 종이접기도 하고 쉬다가 일본 동화작가들의 책들과 전시 팜플렛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첫날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에서 스쳐 지나친 아와자키 치히로 탄생 100주년 특별전이 눈에 들어왔는데 맑은 수채화로 그린 그림동화들은 <창가의 토토>등 아이들 어렸을 때 몇 권 읽어주었던 기억이 나는 책들이어서 반가웠다. 마침 신랑도 작가에 대해 알고 있어서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작가가 반전 평화운동을 펼쳤다는 것과 무엇보다 그림스타일이 너무 예뻐서 내일 시간을 내어서 특별전을 보자는 의기투합까지 만들어냈다. 미술관 투어 맞네.^^ 드디어 완강시장에 도착! 늦은 오후시간이라 배도 고프고 무엇보다 두툼한 생선의 스시는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꼴깍 넘어갔다. 시장에서 이것저것 골라 담아 시장내 식당에서 먹을 수도 있고 바다를 보며 야외 파라솔에서 먹을 수도 있었는데 우리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먹기로 했다. 가게마다 사시미, 튀김, 어묵, 도시락, 덮밥 등 다양한 음식들로 가득했고 그 옆 큰 마트에서 술과 음료수까지 구입할 수 있으니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한상을 차릴 수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음식은 스시와 고등어 사시미, 어묵, 매실주와 아사이 맥주, 후식으로 모둠과일까지 모두 꿀맛이었다. 재밌고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하카타 타워에서 야경은 아니지만 후쿠오카 바다와 도시풍경을 한눈에 담고 가오리와 거북이, 상어까지 있는 수족관도 구경하니 저녁시간이 다 되어갔다. 이제 되돌아 갈 시간. 버스를 타고 숙소 부근 텐진 중심가에 내려서 화려한 거리와 엄청난 규모의 지하상가를 잠깐 구경하고 다시 나카스 강변으로 향했다. 오늘은 어제 지나쳐간 야타이 포장마차에서 한잔하며 하루를 마감하기로 했다. 그런데 야타이들이 어제에 비해 많이 없어서 생각해보니 일요일 저녁이었다. 야타이는 일본 현지인들이 퇴근길에 들려 한잔 하는 곳이니 일요일 저녁에는 평일에 비해서 그 수가 많이 없는 것이 당연했다. 그 중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과연 오른쪽도 왼쪽도 한국인 관광객이다. 일본 야타이인지 우리나라 포장마차인지 조금 헷갈리는 그곳에서 꼬치안주에 생맥주를 마셨는데 안주가격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놀랬지만 그래도 맥주맛이 좋아서 위안이 되었다. 하루 종일 놀러 다니니 기분좋은 노곤함이 밀려들어왔다. 이제 숙소로 돌어갈 시간.. 오늘 하루도 즐거웠다. -이와자키 치히로 특별전 구시다신사 사찰(도초지,쇼우쿠지,조텐지) 미야케 우동 후쿠오카공항 16:50 오늘은 여행의 마지막 날.. 어제처럼 아침조깅을 하고 들어온 신랑이 거리의 사람들에게서 Monday Blue가 느껴진다고 했다. 월요병ㅋ 어디든 사람 사는 모습이 비슷하구나 하지만 우리는 월요일에 놀러 다닐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여행자들이니 마음껏 즐겨보기로 했다. 아침을 맛있게 먹고 짐을 모두 싸서 체크아웃을 한 후 호텔 프론트에 캐리어를 맡기고 출발! 새롭게 가기로 결정된 이와자키 치히로 특별전에 가보니 월요일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뜻하지 않게 외국인 할인까지 받아서 기분좋게 입장했다. 전시는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성장 과정에 따라 걸어온 길, 작품 활동 등을 세세히 보여주었다. 특히 후반부에 가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화 속 수채화 그림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맑고 아름다운 작품들이었다. 밑그림도 없이 툭 던지듯 퍼져나간 색깔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하나의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그림이 주는 소재나 메시지가 따뜻해서 마음에 더 와닿았다. 좋은 전시에 감동받은 우리는 기념품점에서 판매하는 이와자키 치히로의 그림 <꽃 손수레>까지 구입했는데 액자의 유리가 깨질까 고이고이 잘 모셔와 지금은 거실 한켠을 밝혀주고 있다. 미술관 카페에서 따뜻한 라떼 한잔으로 에너지를 재충전한 후 가까이 위치한 구시다신사와 사찰 3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네 곳이 모두 가까이 있어서 산책하듯 걸어서 한 번에 둘러볼 수 있어서 좋다. 구시다신사는 후쿠오카 수호신을 모신 곳인데 명성왕후를 시해한 칼이 보관된 곳이기도 해서 마냥 즐겁게 둘러볼 수는 없었다. 도초지 사찰 2층에는 일본 최대의 목조 대불좌상이 모셔져 있는데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그 크기와 분위기에 압도되는 기분이었다. 또 부처님 뒤편으로 짧은 지옥극락순례터널을 만들어 놨는데 으스스한 지옥그림들이 있는 터널을 지나면 새까만 어둠을 통과하게 되는데 ‘이건 너무 무서운데’라고 후회가 밀려올 쯤 짠하고 밝고 환한 극락세계가 펼쳐지면서 터널을 빠져나오게 된다. 입장료 50엔에 짧지만 강렬한 경험을 원한다면 한번 해볼 만하다.^^ 일본식 정원이 잘 꾸며져 있는 조텐지와 도심 속 작은 공원이라 불리는 쇼우쿠지는 한적하게 거닐며 산책하기 딱인 곳이었다. 그리고 월요일 오전이라 북적이는 사람들이 없어 더욱 한가로이 자연과 어우러진 사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여유로운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마침 우동 맛집인 미야케 우동집이 가까이에 있어서 들렸다. 이곳은 고독한 미식가 팬인 신랑이 가보고 싶어하던 곳이기도 한다. 우동집은 아주 작고 오래된 곳이었는데 메뉴는 우동과 온모밀 딱 두가지였다. 토핑으로 튀김과 유부를 선택할 수 있고 사이드 메뉴로 유부초밥을 시킬 수 있다. 주방 안쪽으로는 커다란 가마솥에 육수가 끓고 있는데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모습의 주방만 봐도 고수의 집이라는 느낌이 왔다. 몇 개 안되는 테이블 한쪽에서는 일본인 아주머니 두분이 식사를 하시면서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 다른 한켠엔 회사원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혼자 우동을 먹고 있었는데 우리도 이방인이지만 그들의 일상에 들어와 있는 듯해서 즐거웠다. 우동은 통통한 면만큼 국물맛도 시원하고 튀김과 어우러져 고소하기까지.. 너무 맛있었다. 나올 때 주인 할아버지께 맛있다며 감사인사를 했는데 기분이 좋으셨는지 벽에 걸린 고로상의 사인까지 알려주셔서 신랑이 고로상 좋아한다고 사진까지 찍어왔다.^^ 맛있는 점심을 잘 먹고 이제 공항으로 향할 시간.. 여행의 마지막은 항상 아쉬움이 있지만 3일 꽉 채워서 잘 놀다 가니 뿌듯하고 마음도 좋은 기운으로 채워진 느낌이다. 무엇보다 20년만에 신랑과 단둘이만 하는 여행의 출발점이 좋았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20년 동안 한팀이 되어서 잘 달려온 우리.. 흐르는 강물처럼 지나온 시간은 그만큼의 소중함으로 마음에 간직하고 현재의 우리 모습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의미로 새로운 즐거움으로 하루 하루를 소중하게 감사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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