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을 위한 글읽기 [ 집중토론 ] 오빠부대, 무엇이 문제인가 청소년은 대중음악으로 스스로를 해방시킨다 (시사저널/1995.3.16) 이 자료는 하이텔 ‘주제토론학습(go KTDISCU)에서 퍼왔습니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아직도 봉건적 남녀유별의 가치관이 상당 부분 남아있는 교육체제 속에서 성장하고 있으며 성적 표현은 어떤 형태로 든 지극히 억압받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청소년들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대중 스타를 이성적 대상으로 삼는 상상적 유희를 통해 억압된 성적 열망을 부분적이나마 표현하고 해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이는 서울소재 까여고 2학년 학생들로부터 수집한 [자신의 대중음악 수용과 취향에관한 자기 보고서] 중의 하나이다. 한국사회 언론 연구회가 두번 발간하는 <한국 사회와 언론 > 최근호<5호>에서 김창남씨<광운대 신문 방송학 강사>는 서울 소재 인문계고등학교인 까여고와 따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자기보고와 집단 토론을 토대로하여 "청소년 집단의 하위 문화적 성격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내가 못하는 것 스타들이 대신해 준다"
김씨는 이 연구에서 주로 대중음악을 통해 청소년들의 하위 문화에 대해 유형별로 정리했지만, 얼마 전에 끝난 농구 대잔치에 몰려온 여학생들의 폭발적인 영광을 텔레비전 화면에서 보면서 느낀 어른들의 생각, 이를테면 저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기서 저러고 있는가 라는 의문 따위에 대한 적절한 해답이 될수도 있다. 아울러 청소년들의 그러한 특성들을 살펴보는 일은 가정과 학교에서 어떤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타당성 있는 지표를 제공해준다.
에렌라이히는 92년에 나온 그의 책<비틀스 마니아:소녀들은 즐겁기를 원한다>에서 비틀스 펜들이 열광하는 것을 억압된 성적 에너지의 표출이라고 분석했다. 에렌라이히에 따르면, 소녀들에게 대중스타가 지닌 매력의 하나는 그들이 그 스타와 결코 결혼하거나 잠자리를 같이 할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녀들은 사회적으로 자신들에게 강요되는 성적인 규범으로부터 자유롭게 벗어나 스타를 성적인 대상으로 상상할 수 있으며, 남자스타를 추종하는 것으로 억압된 성적 열망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여학생은 자기 보고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얘들하고 가수얘기하다 보면 이상형 · 남편감 · 오빠감 · 친구감이 다 나와요. 애인감으로는 김민종이다, 오빠감은 신승훈이다, 이승환이다, 남편감은 또 별 사람이 다나와요. 어떤 애들은 그것을 일부러 퍼트리고 다녀요. 야, 유덕화는 내 남편이야. 손대지마.그러면서요.
위의 두 진술에서 알 수 있듯 에렌라이히의 분석은 한국의 청소년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아직도 봉건적 남녀유별의 가치관이 상당 부분 남아있는 교육체제 속에서 성장하고 있으며 성적 표현은 어떤 형태로 든 지극히 억압받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청소년들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대중 스타를 이성적 대상으로 삼는 상상적 유희를 통해 억압된 성적 열망을 부분적이나마 표현하고 해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김창남씨는 하위 문화 유형을 *육체적 참여를 통한 욕구해소 *나만의 상상적 공간으로의 도피 *스타일의 추구-동일시와 대리만족 *또래 집단의 정체성으로 나누고 있다.
육체적 참여를 통해 욕구를 해소한다는 사실은 청소년들의 스트레스가 다분히 육체적인 움직임이나 그와 유사한 느낌을 동반하면서 풀리는 것임을 알려준다. 이와 관련해 학생들은 댄스곡 같은 격렬한 음악이 좋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그들이 음악으로 대신해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육체적인 참여를 통한 발산이 두드러지는 것은 생활의 거의 전부를 학업에 바쳐야 하는 청소년들의 육체적 억압감이 어느 집단보다 심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육체의 동적인 움직임은 그 자체가 학업으로부터 탈출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되는데 대중음악이 바로 육체적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는 공간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이경우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육체적 억압으로부터의 일탈이 가져오는 저항적 즐거움이다. 바흐친의 카니발이론은 중세 이후 카니발의 특성을 웃음과 육체적 기능의 극단성, 천한 취향, 공격성, 탈락. 퇴화성으로 보면서 이런 카니발은 일종의 무질서와 위반 의식의 발로이며 지배자의 통제를 손상시키고 전복할 수 있는 잠재력 즉 저항적 즐거움을 낳는다고 설명한다. 롤랑바르트 또한 즐거움을 통해 육체가 문화적 결정에 대한 마지막 저항의 장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즐거움이 육체적 성격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대중음악을 통해 남에게 침해 받지 않는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 한다. 대학입시의 굴레를 피해 어디로든 가고 싶은데 갈 데도 없고 가출이나 자살할 용기도 없는 애들은 음악에 의존한다. 내 꿈 중의 하나가 누구든 와서 노래하고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 세상의 자기 자리를 잠시 도피하고 싶은 사람들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조용하고 맑고 아름다운 공간을 , 특히 청소년들을 위해서...라는 진술은 학업에 매달려야 하는 좌절의 일상에서 도피할 그들만의 공간이 필요하고 그것은 곧 음악을 매개로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청소년들은 특정 노래를 선택하기보다 특정가수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그들의 취향이 노래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용모, 머리모양, 옷차림, 율동, 액세서리 등가수가 체현하고 있는 이미지와 스타일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학교에 가면 쉬는 시간에 대부분 텔레비젼 프로나 가수들 애기를 해요. 서태지가 입은 옷이나 양현석이 멘 가방은 어디 가서 살 수 있다는 정보를 주고받고 함께 몰려가서 사오고 그래요. 단발머리를 해야 되니까 다른 건 할 수 없고 머리핀이나 액세서리에 신경을 써요. 한동안 하수빈 머리핀이 유행했어요. 요즘은 한물 갔지만’ 등과 같은 진술에서도 잘 드러난다.
결국 스타일을 추구 한다는 것은 규제에 대한 위반의 의미를 일정 부분 지니고 규제에 의한 한계내에서 사소한 부분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난다. 청소년들의 스타일은 강요된 한계와 그것을 벗어나고자 하는 타협의 결과인 셈이다. 청소년들은 자기를 대중 스타들과 동일시함으로써 얻는 대리 충족을 통해 그 한계를 벗어난다. 92년에 나온 루이스의 저서 <누가 그들을 사랑하는가 ;음악적 취향의 층위에서>에서 그가 한 표현을 빌리면 청소년들은 자기가 좋아하고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좋아한다. 이는 ‘대중 가요를 한달 정도 안 들으면 아이들하고 대화가 안된다. 클레식을 좋아하는데 다른 아이들이 대중 가요나 팝을 좋아해서 나만 바보 같은 생각이들 때가 있다’ 라는 여학생들의 말들에서도 확인된다. 결국 청소년들의 음악 취향이 높은 집중도를 보이는 것은 이런 또래 집단의 공동체 의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창남씨는 이 연구에서 한국 청소년들의 하위 문화는 부모세대와 학교로 대표되는 일상의 억압적 장치들과 문화적 가치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그 저항적 실천은 일상으로부터 구체적으로 일탈하거나 대안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징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결론내린다. ♣
자유인을 위한 글읽기 [집중토론] 오빠부대, 무엇이 문제인가 자연스런 욕구 발산, 병이 아니다. (건강/1995.3.) “오빠부대를 비롯한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탈출구가 필요하다. 감성적이고 공격적인 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건전하게 발산할 다양한 창구가 우리 사회에는 열려 있지 않다.” |
농구나 배구등 인기 종목의 관중석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오빠부대. 기성세대들의 걱정과 함께 확산되는 이들 오빠부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오빠부대들의 특징은 구성원들이 중.고 여학생들로 팀 성적과 관계없이 특정선수를 좋아하며 경기가 끝나면 즉시 관중석을 떠나 오빠들에게 선물을 주고자 선수들이 타는 버스를 겹겹이 둘러싼다는 것. 이들에게 사랑받는 선수가 되기 위해선 호감을 주는 외모가 필 수 요건, 이같은 현상에 대해 삼성의료원 정신과 김승태 과장은 -사춘기 소녀들이 이상화된 이성에 대한 억압된 오이디프스 컴플렉스를 허용된 범주에서 승화시키는 행태 라고 진단했다.
인기스타에 대한 오빠부대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는 것도 최근의 추세. 이는 사춘기 나이가 빨라지고 ,풍족한 용돈, 사회적 자극이 점점 심해지기 때문으로 풀이 된다. 정서적으로 민감한 학생들에게 감성적인 면을 도외시한 채 지적인 면을 강조하면 정서발달에 도움이 안되는 것은 물론 마음의 병을 만든다는 것.
서울대의대 정신과 홍강의 교수는 [사회적 억압이 심한 사춘기 소녀들은 성적 호기심의 대상을 추상적이거나 환상속에서만 이루어 질 수 있는 상대로 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것이 현실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오빠부대를 비롯한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탈출구가 필요하다. 감성적이고 공격적인 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건전하게 발산할 다양한 창구가 우리 사회에는 열려 있지 않다.
‘공부’에 지장있다는 부모들의 일방적이고도 그릇된 판단아래 아이들은 신체적 활동마저 제한받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텔레비젼, 오락, 스타에 대해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것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청소년 자신의 선택에 의한 취미, 봉사 활동을 장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빠부대원들의 행동은 결코 병든 상태가 아니다. 다만 어른들의 몰이해와 불균형적 억압속에서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차단 당한 채 어디엔가 몰두하고 싶은 욕구를 여기저기 발산하고 싶을 뿐이다. ♣
자유인을 위한 글읽기 [집중토론] 오빠부대, 무엇인가 ‘오빠부대’ 관련 신문기사 모음 |
(동아일보/1995.2.10)
송파 경찰서는 지난해말 농구대찬치가 시작된 이래 오빠부대를 경비하는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빠부대 개개인은 연약한 중고생 소녀들이지만 스타선수가 등장하면 어디서 괴력이 솟아나오는지 순식간에 스크럼을 짜 경찰의 경비를 뚫고 육탄으로 스타들에게 돌진한다. 특히 농구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할 때나 경기가 끝난 후 버스에 올라타기전까지 수백-수천명의 오빠부대가 스타선수들에게 선물을 주거나 사인을 받기 위해 달러들때는 경비경찰이 식은 땀을 흘릴 정도다 [코리안 시리즈 같은 야구경기에서는 잠시 질서가 무너졌다가도 안내 방송을 하면 곧 회복되는데 오빠부대가 몰려드는 농구장에서는 도대체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경찰은 스타선수가 몰려있는 팀의 경우 오빠부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아예 장벽을 쳐 경기장안까지 경호한다. 이 때문에 경찰관들이 가끔 오빠부대가 주는 선물을 스타에게 받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때 선물전달에 성공하거나 사인을 받은 소녀들과 그렇지못한 소녀들간에는 희비가 엇갈린다. 이들 오빠부대의 수는 대략 3천명-5천명 특히 지난 1일 고려대와 연세대의 경기에서는 입장객 1만 5천명의 절반을 넘는 8천명이 오빠부대였다. 이날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긴장을 하면서 경비를 섰다는게 경찰관들의 고백이다. 경찰관들은 그러나 이런 오빠부대를 보며 요즘 아이들을 이해하기도 한다. 송파경찰서 조규성경관은 처음에는 나 스스로 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요즘은 친구들에게 자식들과 대화를 시작하려면 함께 농구장을 찾으라고 권유한다. 라고 말했다. ♣
오빠! 사랑해요.
(경향신문/1995. 5. 1)
"혹 많이 힘들어도 좌절된는 순간이 있더라도 무릎을 꿇어선 안돼요
[사랑하고 싶은 남자, 결혼하고 싶은 남자, 산소 같은 남자, 나의 사랑....], [장미향처럼 황홀한, 곰인형만큼 포근한, 시계만큼 정확하고 잡지처럼 무궁무진한, 쥬스처럼 달콤하고, 봄처럼 따뜻하고 사진처럼 변함없는 그런 오빠가 되어 주세요]
시원스런 키, 신세대 스타다운 개성, 수백 일의 땀과 바꾼 훌륭한 기술, 소녀의 마음 한편에 자리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새 우상. 스포츠 스타들을 향한 소년팬들에게 [오빠부대]라는 달갑잖은 별칭이 붙여진지는 오래다.
오빠 사랑해요--라는 문패를 달고 최근 서점 진열대에 자리 잡은 팬레터의 모음집에는 10대 소녀들이 밤새워 쓴 진솔한 마음씨가 배어있다.
[내가 오빠를 보는 순간 그래! 저 오빠야, 하고 온몸속의 내장이 뜨거워 왔어요.] [앞서가지 말아요, 뒤따라 오지도 말아요 내곁에서 함께 걸어요. 그리고 친구가 되어요] [아직 어려서 안된다구요, 괜찮아요, 3년만 지나면 저도 대학생이니까요]
늦은 밤 방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쓴 애틋한 글들, 친구에게도 아빠 엄마 에게도, 학교 선생님에게도 말 할 수 없는 고민들을 좋아하는 우상들에게 그 아픔과 즐거움을 털어 놓으면서 더욱 성숙해 지는 요즘 10대들이다. ♣
대학 돌풍뒤엔 오빠부대가 있다.
(스포츠조선/1995.1.24)
과시욕 강한 대학생들에 동기유발
연세대와 고려대 농구팀이 잇달아 실업형님들을 거꾸러 뜨리고 연승행진을 질주하고 있는가 하면 배구장에선 경기대와 한양대 성균관대가 강호 럭키 화재와 고려증권 한국전력을 연달아 격파, 실업선수들의 체면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다. 심지어 핸드볼장까지 경희대가 실업팀 경월과 상무의 기세를 꺾고 승리의 찬가를 부르고 있다. 이들 대학팀들의 승리는 대학생 특유의 팀워크와 파이팅이 바탕이 되고 있지만 여학생들로 구성된 소위 '오빠부대'란 막강한 응원이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어 흥미를 끈다.
스포츠 심리학자들이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오빠부대들의 절대적인 성원이 대학 선수들의 각성 수준을 적정한 수준으로 끌어 올려 최고의 기량을 뽑아내게 한다는 것이다. 학자들의 주장인 즉 과시욕구가 왕성한 젊은 대학생들에게 오빠부대의 존재는 엄청난 동기를 유발시킨다는 얘기다.
'사람은 누가 자신의 행위를 보고 지지를 보낼 때 가장 신바람나게 일한다.'는 인간의 근원적 경향을 한껏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자기 표현이 솔찍한 신세대들이 등장하면서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신동성 박사(체육과학대학)는 동계스포츠에서 대학 기세는 여학생들의 욕구분출 스타플레이어에 대한 동경과 대학선수들의 자기 과시 욕구가 어우러진 합성 작품이라고 풀이했다. ♣
오빠부대--이규태 코너
(조선일보/1995.2.25)
석가모니가 지원정사에서 설법하고 있을 때일이다. 한 미모의 젊은 아내가 시어머니 구박을 견딜 수 없어 자살할 양으로 높은 나무에 올라가 있었다. 그 나무아래에는 깊은 샘못이 있어 그녀의 얼굴을 맑게 비춰 주고 있었다.
인근 마을의 사춘기 소녀 하나가 물을 길으러 못가에 왔다. 수면에 비친 아름다운 얼굴을 본 소녀는 자신의 얼굴로 착각하고 황홀해졌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이런 미인이면서 물이나 길으러다니다니 말도 안돼]하고 물동이를 박살내고 집으로 돌아갔다. 또 다른 소녀도 물길러 왔다가 물에 비친 미모를 제 얼굴로 동일시하고 물동이를 깨고 돌아갔다. 이렇게 온마을의 소녀들이 미인을 자처하고서 작당을 하고 쏘다녔다. -대장엄론경-에 나온 이야기로 불경판 오빠부대랄 수 있다.
요즈음 연예계나 스포츠계의스타를 선망하고 추종하는 광적인 소녀들의 오빠부대가 언론과 방송에 자주 거론되고 있다. 오빠부대의 대중을 이루고 있는 10대후반 곧 사춘기의 정서적 위상의 설명이 선행되어야 할것 같다.
잘하건 못하건 무한 포용하는 부모의 슬하에서 갓 벗어나 의존할 만한 아무 것도 없는 광야에 내던져진 무력한, 그래서 불안한 연배다. 그 불안을 유명하고 유력한 어떤 스타에게 자신을 동일화시킴으로써 구제하려든다. 못물위에 비친 미녀의 용모에 자신들의 용모릉 동일화시키듯 말이다. 공부 잘해서 일류학교에 들어가야만 한다는 단일 가치체제에서 소외당하고 여타의 다른 가치체제를 잡지 못해 방황하는 10대일수록 동일화욕구가 강해진다.
이와같은 심리작용으로 프로이트는 자아의 방위기능으로서의 투영이란 말로 개념화하고 있다. 곧 자신의 실상과 이상상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목이 메도록 오빠를 부르고 광적인 열광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도 스타나 영웅에의 동일화 현상은 있어왔다. 독일의 히틀러 유게트며 일본의 특공대도 그것이요, 김일성 광장에서 눈물을 흘려대는 북한 소녀들의 열광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할 수도 있다.
옛 활자시대의 10대들은 소설 주인공인 라스콜리니코프나 히스클리프에 동일화하고 영화 주인공인 클라크 게이블이나 제임스 딘에 동일화하여 심취하곤 했던 것이다. 다만 요즘음 10대는 연대력이 강한 영상매체에 감각적으로 직접 자극받고 또 광기를 억제당할 도덕적 제재가 전에 비해 약해졌다는 복합 이유로 오빠부대같은 열광이 가능해 진 것일 게다. 하지만 홍도에게는 오빠가 있지만 오빠는 없는 오빠임을 알아야겠다. ♣
자유인을 위한 글읽기 [집중토론] 오빠부대, 무엇이 문제인가 오빠부대는 대중문화의 반란 임 진 모 (문학평론가, 1995.3.2.뉴스메이커) |
오빠부대 존재의 기본조건은 현장성과 함께 스타 메카니즘이 된다. 스타들을 향한 10대 소녀들의 집단 히스테리가 일정한 현장에서 틀잡고 있는 것이 오빠부대인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다름아닌 스타.
90년대는 스포츠, 연예의 대중문화에 있어서 흔히 이미지가 메시지를 압도하거나 포괄하는 시대로 규정된다. 말하자면 정상급 기량의 가수나 선수의 의미에서 오빠부대의 등장이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측면의 스타로서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같은 양상은 이상의 시대라 하는 60년대나 긴장과 갈등의 70년대에는 목격할 수 없었으며 탐욕의 80년대에도 보편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90년대는 탈 이념. 포스트 모던, 멀티 미디어 등의 새 조류에 의해 기존의 가치들이 무너진 이른바 '해체의 시대'로 일컬어진다. 이는 곧 메시지 제공의 사회로부터 구심점이 개인으로 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사회에 따랐던 시대에서 개성을 쫓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이는 또한 적극적, 능동적 개념의 개인을 말한다. 주변환경에 수동적으로 끌려갔던 베이비붐 세대나 포스트베이비붐 세대와 달리 신세대는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거리낌 없이 개성표출에 치중한다. 과거처럼 겸손하게 가수의 음반을 구매해 감상하지 않고 노래방이나 나도 가수라며 직접 노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빠부대를 이러한 시대성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은 90년대에 대중문화가 갖는 위상으로도 증명된다. 대중문화는 이전 시대에 비해 훨씬 덩치도 커졌으며 오락 아닌 삶의 질을 결정하는 부문으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대중 문화의 위상의 상향조정과 적극적 자기 표현을 상징하는 오빠부대는 그러한 시대적 특성과 맞물려 앞으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오빠부대의 존재가 그러나 대중문화의 바람직한 정립에 기여한다고 볼 수는 없다. 도리어 그 반대일 가능성이 높다. 경기력과 연예의 질적 향상이 아닌 거품인기로서 왜곡된 이미지를 초래해 오빠부대 외 나머지 팬들을 내몰 소지가 다분하다. 일례로 연대와 기아의 농구경기에는 오빠부대와 기아직원들간에 응원전이 벌어지고 연대생들은 가만히 있어도 된다. 스포츠의 기능인 일체감이 자리 할 곳이 없다. 농구를 좋아하는 기성세대들도 코트에 가서 구경할 기분이 줄어든다. 가요계 역시 오빠부대에 의존하면 구매자가 제한 되기 쉽고 급기야 구매층마저 제한되는 비극을 맞을 수 있다.
오빠부대는 지금까지 정치. 사회 등의 부문에 짓눌린 대중문화의 반란이 낳은 부산물이며 나아가 성장의 고함이지만 결코 바람작한 양상은 아니라 본다. 사회 제반 부문간의 균형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돌출에 따른 소외를 낳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빠부대는 실로 갓 우대받기 시작한 대중문화가 다시 하위로 떨어질지 모르는 위기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
자유인을 위한 글읽기 [집중토론] 오빠부대, 무엇이 문제인가 '오빠부대'의 실체를 밝힌다. (뉴스메이커/1995.3.) “제 방은 지원이 오빠의 사진으로 가득찼어요. 엄마는 늘 나무라지만 이제는 지쳤는지 아무 말 안해요. 저는 지원이 오빠만 생각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어요. 학교에 가지 않고 여러번 친구들과 함께 지원이 오빠를 만나러 연세대에 갔지만 못만났어요. 이담에 크면 지원이 오빠랑 결혼하는게 꿈이에요” |
오빠부대가 열병처럼 확산되고 있다. 이들 오빠부대는 연예계,스포츠 등의 대중스타에 마약처럼 중독되고 있다. 농구장.공연장 등 대중스타가 있는 곳에는 어디나 오빠부대의 괴성과 광란에 가까운 몸짓이 있다. 이제 오빠부대는 대중문화의 한 부분이 아니라 선도자로 자리잡고 있다. 어른들의 문화는 이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질식할 지경이다. 오빠부대 -그들은 정상인가. 그들은 또 누구인가 .요즘 농구장은 연일 만원이다. 특히 남자 경기의 열기는 폭발적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광적인 행동과 감정폭발을 자연스럽게 하는 오빠부대의 10대소녀들은 어디서 온 누구인가. 언론에서는 대중스타에 광적으로 반응하는 10대 소녀들을 오빠부대라고 부른다. 남자 청춘스타를 보고 '오빠, 오빠 '괴성을 지르며 자극적인 몸짓을 한다 해서 붙인 것이다. 여기에는 은근히 비꼬는 시각이 깔려있다. 여자의 얌전함을 미덕으로 삼는 나라에서 10대 소녀들이 아무데서나 오빠를 외치는 게 바람직스럽지는 못하다는 뜻에서이다. 오빠부대의 연령층은 대략 중1부터 고3까지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연령층이 낮아져 국민학교 5학년 때부터 오빠부대에 합류하는 학생도 있다. 10대 소녀들 중 누구를 오빠부대로 분류할 것인지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우선 스포츠,연예,등 대중스타의 팬클럽에 가입한 10대 소녀들을 오빠부대의 일원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팬클럽은 수천개가 넘는다. 이중에는 가수, 매니저, 등이 조직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있다. 반면, 해당 스타와는 무관하게 만들어진 것도 있다.
'제 방은 지원이 오빠의 사진으로 가득찼어요. 엄마는 늘 나무라지만 이제는 지쳤는지 아무 말 안해요. 저는 지원이 오빠만 생각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어요. 학교에 가지 않고 여러번 친구들과 함께 지원이 오빠를 만나러 연세대에 갔지만 못만났어요. 이담에 크면 지원이 오빠랑 결혼하는게 꿈이에요'
박모양은 우지원이란 말만 나와도 저절로 눈물을 흘린다. 왜 그런지 자기도 모른다는 것이다. 팬클럽 등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이처럼 개별적이면서도 비정상적일 정도의 과도한 몰입을 보이는 여학생이 많다. 이들이 보이는 행태가 바로 오빠부대의 성격을 규정한다. 학생들에 따르면 중1에서 고3까지 거의 모든 여학생이 특정 스타를 우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스스로 만든 영웅을 속내로 삭이고 만다. 5분의 1정도만이 적극적으로 영웅에 적극적으로 영웅에 쇄도한다는게 일선학교 교사들의 지적이다. 교사들에 따르면 이들 5분의 1은 다른 학생에 비해 성적이 떨어진다는 것.
오빠부대를 과연 어떻게 볼 것인가. 해석은 엇갈린다. 오빠부대의 당사자들은 자신들을 오빠부대라고 부르는 것조차 역겨워한다. 또 일부 대중문화 연구가들도 관용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박모양은 농구장에서 광적인 행동으로 고대를 응원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좋은 대학에 입학했어요. 우리는 신세대잖아요. 즐기면서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자꾸 신문에 오빠부대 오빠부대 하는데 우리가 뭘 잘못한 것도 없잖아요. 김창남[문화평론가]는 오빠부대는 청소년들의 삶과 관련해 이해되어야한다는 입장이다. 요즘 10대들이 입시지옥, 학교, 가정등의 억압적 생활에서 탈출할 수 있는 곳은 대중스타들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씨는 요즘'오빠부대라고 하는 일부 10대 소녀들이 대중문화에 수동적으로 마취돼 광란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적극적 자기표현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학생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중스타를 우상화하는 것에 대해 ‘일본의 10대 소녀들이 우리와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 이는 여성이라는 위치에서 생기는 억압적 요소가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 풀이했다.
지난해 8월 서울대에서 연예인 팬클럽과 관련해 석사학위 논문을 발표한 양재영씨도 김씨와 비슷한 견해를 보인다. 양씨는 먼저 '누구를 오빠부대로 보아야 하는지 개념을 정리하긴 어렵다 요즘 10대들은 자신감이 넘치고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기성세대가 보기에 못마땅하다고 해서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 학교 가정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우상에 광적으로 몰입하는 것을 균형있게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10대 딸을 둔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내딸도 밖에 나가면 저러나'라며 오빠부대를 경계한다. 또 30대 후반 이
후부터는 오빠부대를 이해하기보다는 우리 아이들이 왜 이 지경이 되었나, 라며 한탄하는 사람이 더 많다. 김기수[42세]씨는 농구를 좋아해 농구장을 자주 찾는데 ‘괴성을 질러대고 울부짖는 여학생들을 보면 역겹다. 사춘기의 열정으로 이해하기에는 이들의 행동이 너무나 뒤죽박죽이다. 집에서는 오빠부대의 극성때문에 아예 털레비젼 쇼프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림픽공원 제1체육관에서 청소를 하는 한 아주머니도 오빠부대의 극성에 혀를 내두른다.
‘요즘 애들 무서워요. 울고불고 제 기운을 못이겨 뻗어서 나가고 도대체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지난번 흑인가수가 왔을 때는 어찌나 난동을 부리는지 눈꼴이 사나워서 볼 수가 없었어요.’
YMCA청소년 담당간사인 박태범 씨는 오빠부대에 대해 염려한다. 그는 ‘부권 상실시대에 10대 소녀들이 자신들이 설정한 영웅들을 닮으려고 한다. 행동거지는 물론 옷 입는것 말하는 것까지 닮으려고 한다. 이는 대중스타만을 의식한 것으로 정상적 발달에 지장을 준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오빠부대를 이루는 소녀들은 대체로 이분법적 사고를 갖기도 한다는 것이다. 서장훈을 좋아하는 학생은 서장훈외 모든 농구 선수를 적으로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미친 듯이 열광하는 오빠부대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있을 뿐 다른 관중들에 대한 예의나 의식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청소년들은 지금 고달프다. 입시지옥에 짓눌려 숨쉬기조차 어려워한다. 그들은 힘든 어깨를 영웅들에 기대려 한다. 이 과정에서 오빠부대는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사회는 이들 오빠부대의 고민을 어떻게 풀어줘야 할 지 생각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