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계기로 각 조합에서는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 저울질이 한창입니다. 이번 52탄에서는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비교를 공학적 측면, 경제적 측면, 사회적 측면에서 분석해 보고 그 대안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 공학적 측면에서의 고찰 >
소비자(수요자)의 입장에서 완성된 아파트를 보면되지, 머리 아프게 무슨 공학적 관점에서까지 살펴봐야 하냐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공학적 요소가 아파트 공사비등 경제적 요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건축을 분류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현재의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설계, 설비, 구조, 시공등 4개의 큰 분야별로 대략적으로 언급하고자 합니다.
설계는 한정된 면적에 각 주거 기능(방, 부엌, 거실등)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입주자가 편리하게 살수 있도록 하는 목적을 가진 건축 분야입니다. 설비는 전기나 배관등 인체로 말하면 혈관과 같은 역활을 하는 것으로 건물의 기능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분야입니다.
구조는 건축물이 각종 외력에 대하여 최고의 저항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구조계산등을 통하여 사전에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분야로서 한마디로 건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이때 철근 콘크리트 자체가 하중(무게)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건물을 무너지지 않게 하려고 철근, 콘크리트등 재료를 많이 쓴다고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피아노, 가구, 입주자의 자체 업그레이드 이런 수요를 사전에 가정하고 여기에 건물 자체가 가지는 하중이나 각종 외력(풍압,수압,지진,토압,적설하중등)을 계산하여 적정한 기둥이나 보의 크기를 정하게 됩니다. 인체로 말하면 뼈대에 해당하는 분야죠. 마지막으로 시공은 위에서 나열한 분야의 기술들을 총 동원해서 건물을 짓는 행위를 말합니다.
설계적인 측면에서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살펴보겠습니다. 재건축의 가장 큰 장점은 신규 주택과 마찬가지로 설계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요즘 유행하는 3베이 이상의 평면도 30평형대에서 나올수가 있습니다. 이에 반해 리모델링은 기존의 평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리모델링의 대상이 되는 80년대 초반 이전의 아파트들은 40평대에서야 3베이가 나오지만 30평대에서는 2베이의 평면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리모델링은 면적이 앞뒤로 늘어나는 방식인데 반해, 재건축은 층수를 늘여서 위로 늘어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설계의 유연성이라는 측면에서 리모델링은 결코 재건축을 따를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우려하는 대로 흉칙한 설계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설계의 좋은 기준은 작은 평수에 많은 방수를 만드는 것이라고 해도 과연이 아닙니다. 20평대의 아파트에 방3개, 화장실 2개까지 나오는 설계 평면까지 있으니까요. 이런식으로 따지면 방4개짜리 30평대 아파트, 방 5개짜리 40평대 아파트가 나오겠죠. 그러나 이런식으로 방만 많이 만든다고 좋은 평면이라고 볼수는 없습니다.
과거에는 세대 분리가 적게되어 가족의 구성원이 많다는 것이 방수가 많은 아파트를 선호하게된 원인인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온지 얼마되지 않은 분들은 집을 고를때 방의 수에 연연합니다. 그러나 백인의 경우 방의 수보다는 집의 면적에 더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똑같은 30평형이라도 방이 4개라는 것은 방이 3개인 평면보다도 거실이나 부엌등 가족이 공유할 공간이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리모델링으로 늘어나는 공간은 방수를 늘이는데 활용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드레싱룸, 욕조와 샤워부스를 동시에 갖춘 현대적 욕실이나 다이닝룸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채광이 가능한 베이가 많은 평면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적 기준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설비적인 측면에서는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사이에 큰 차이는 없습니다. 리모델링의 필요성 자체가 낡은 설비를 새것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구조적인 측면에서는 차이가 아주 많습니다. 리모델링이라는 것이 기존의 구조체는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구조 공학에 대한 이해가 없는 분은 리모델링도 윗층으로 증축을 통해 평수를 늘리면 어떤가하는 의견도 내 놓고는 하는데,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의견입니다. (여기서의 실현 가능성이란 공법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다라기 보다는 경제적 관점에서의 실현가능성을 염두에 둔것입니다. 즉 공법적으로는 첨단 보강공법등을 통하여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 많은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게 되므로 공법적 관점과 경제적 관점을 동시에 고려할 때 과연 실현가능성이 있느냐의 의미입니다.) 건물을 설계할 때는 적정 하중을 계산하여 기둥의 사이즈나 그 속에 들어 가는 철근의 종류와 배치를 결정합니다. 그러므로 원래의 설계때 고려치 못한 하중이 늘어나게 되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문제가 생긴다는 의미가 당장 와르르 무너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구조 설계시 안전률이라고 하는 상당 부분의 여유치를 두고 계산하기 때문에 건물이 무너지는 경우는 불가항력적으로 외력이 발생(예를 들어 설계당시에는 진도 6.0기준으로 설계했는데 갑자기 진도 10.0정도의 지진이 발생한 경우)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건물의 구조 설계 자체가 잘못되었고, 자재를 불량품으로 썼으며, 현장 시공시 시방서 내용에 어긋나는 시공을 하는 세박자가 우연히 맞는 경우입니다. 그 중 하나가 잘못되더라도 건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충분한 안전률을 두고 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이래서 리모델링 사업시 지하주차장에 대한 대안으로 현재의 1층을 지하화하고 아파트 2층이 1층, 3층이 2층.. 이런 식으로 한 층식 밀려 올라가고, 대신 최상층에 1개 층을 증축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1개층 정도의 증축은 첨단공법의 구조보강등을 통하여 구조체에 결정적인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20년이 넘은 오래 전의 일을 지금 확신 할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때 제대로 구조 설계를 하고 좋은 자재를 써서 제대로 시공했는지를 알수 없으며, 이 부분이 향후 리모델링 사업비 산정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20여년 전에 시공된 건물의 구조가 안전한지를 제3의 용역 업체에게 검사를 맡기는 것이 일반화 될것이며, 그 검사 결과도 철거전과 후에 따라 다를수 있으므로 논란이 있을수 있습니다. (원래 구조에 이상이 있었는지, 아니면 철거시에 구조물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
시공에 있어서도 차이가 많습니다. 재건축은 모두 철거하고 신축처럼 짓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경제적인 공법을 활용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리모델링은 기존 건물을 놓아둔채로 시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제한된 공법만을 써야하며, 지하 주차장 공사등에서 그 차이가 극명하게 들어납니다.
< 경제적 측면에서의 고찰 >
재건축 반대론자의 논리는 단순합니다. ‘멀쩡히 있는 아파트를 부시고 새로 짓는다는 것은 자원의 낭비’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대안으로 내세운 것이 리모델링입니다. 그러나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자원은 앞서 공학적 비교에서 살펴 본것과 같이 재건축보다 적게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재건축보다 10% 정도 더 건축비가 비쌀 것으로 예상합니다. 자원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구조체에 들어가는 자원이 절약되는 대신 지하 옹벽의 차이나 1개층 증축이 필요하기 때문에 투여되는 자원도 재건축 못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때 같은 조건 (용적율)이라면 재건축이 리모델링 보다는 경제적인 해법입니다.
그러면 리모델링이 설 땅이 없는가? 아닙니다. 향후 중층 아파트 단지의 상당 부분은 리모델링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러니 한것은 이러한 현상은 리모델링 사업이 바람직한 사업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재건축 사업에는 개발 이익 환수제, 용적율 제한, 소형 평형 비율 의무제등 각종 규제를 가하고 있고,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입니다.
예로 현재 3종이며 용적율이 200%인 단지가 있다고 가정하면, 리모델링을 통해서는 (기존 면적의 30%가 늘어나) 260%의 용적율을 가지게 되지만, 재건축으로 이 단지가 늘어 날수 있는 부분은 용적율은 최대 250%이기 때문에 25%정도가 늘어 나는 것입니다. 게다가 여러 규제로 재건축의 발을 묶어 놓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현재의 상황은 경제적 논리로 인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정책적 규제로 인해 시장이 왜곡되는 현상을 보이는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저층 아파트는 재건축, 중층 아파트는 리모델링으로 유도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적인 논리로 볼때 재건축이 리모델링 보다 경제적인 해법이라는 것은 리모델링 추진론자들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재건축 규제를 정치적 차원에서 끌고 가는 현 정권하에서는 리모델링이 현실적인 대안이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사회적 측면에서의 고찰 >
현재의 리모델링 사업은 명확히 말하자면 재건축 규제를 피하기 위한 1:1 재건축 사업의 변형입니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볼때 1:1 재건축은 비효율적입니다. 아시다시피 재건축이라는 것은 최소 20년전에 지어진 아파트이고, 그 당시에 가장 좋은 입지에 위치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이들 아파트를 중심으로 각종 편의 시설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이 재건축 아파트의 땅값을 비싸게 유지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이러한 비싼 땅이 법적으로는 각 소유주의 것이라 하더라도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사회 구성원 모두의 것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땅의 사회적 효율성을 높일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고밀도 개발입니다.
고밀도로 개발을 하면 현재의 가구수보다 훨씬 많은 가구가 좋은 입지의 장점을 공유할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고밀도 개발에는 두가지 장애가 있습니다. 인구 집중에 따른 교통 문제와 막대한 개발 이익의 분배가 그것입니다.
그러나 생각의 틀을 바꾸어 보면 교통 문제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현재 분당의 구미동과 죽전 시민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도로 개통 문제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구미동 주민이 도로 개통을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도로가 개통되면 죽전등 용인의 많은 차들이 그 길을 이용하게 되므로 교통이 너무 막히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마찬가지로 강남의 길이 출퇴근 시간대에 막히는 것은 강남에 사는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강남으로 출근하거나 강남을 통해 강북으로 출근하는 구미동등 경기도에 사는 분들의 영향이 큽니다.
핵심은 잘못된 도시 계획 때문입니다.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이 있는 직주근접의 도시 계획을 만들었다면 교통 문제는 많이 해결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도시 계획은 경기도에 수많은 베드 타운을 만들어서 서울로 출퇴근 시키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길거리에 아까운 외화를 뿌리고 다니도록 정부에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입니다. 더 아까운 것은 직장에서 더 일하거나 가정에서 가족과 다정한 대화를 나누는 대신 길거리에서 소비되는 시간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가지 해법이 있을수 있겠죠.
첫번째는 서울에 있는 재건축, 재개발, 신축 아파트의 용적율을 지금 보다 높혀서 경기도 인구를 많이 흡수하는 방법이고, 두번째는 서울에 있는 직장을 주거지가 있는 경기도로 분산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직장에 따라 주거지가 정리될 것입니다. 세번째는 직장과 주거지를 모두 수도권 밖으로 옮기는 방법입니다. 행정수도나 기업 도시라는 해법이 이것인데, 겨우 50만명의 인구 분산을 위해 1백조원 이상의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 행정 도시 건설 보다는 기업의 책임하에 세금의 낭비가 1원도 생기지 않은 기업 도시가 훨씬 현명한 해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도시 계획적인 측면에서 재건축의 용적율은 지금 보다 훨씬 완화되어야 합니다. 이리하여 서울에는 중산층위주의 주택 정책이 펼쳐지고, 경기도는 서민과 상류층을 위한 주거 단지로 개발되어야 합니다. 즉 전철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수도권에는 서민용 임대 아파트등 주로 서민 위주의 주택 정책이 펼쳐지며, 새로 개발되는 수도권 신도시는 저밀도로 개발되어 부자 커뮤니티가 이루어 질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고밀도 개발에 있어서의 두번째 장애는 막대한 개발 이익입니다. 이러한 이익이 모두 소유주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고밀도 개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또한 개발 이익금이 모두 소유주에게 돌아간다면 막대한 개발 차익을 노리고 단기 유동 자금이 재건축 시장을 흔들 것입니다.
그러므로 개발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기여하는 형식이 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개발 이익 환수제입니다. 재건축으로 생긴 이익의 일부를 환수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정부의 정책이나 아기곰의 주장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개발 이익 환수제는 문제가 많습니다. 한마디로 허구죠.
정부의 주장에 다르면 개발 이익의 25%만 환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즉, 기존의 용적율이 190%이고 재건축후의 용적율이 250%라고 하면 60%가 늘어나니까 60%의 25%인 15% 정도를 임대 주택으로 지으라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다 그 15% 마저도 위헌 시비를 없애기 위해 인센티브로 제공하겟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개발 이익 환수제가 도입되기 전의 용적율은 보전된다는 논리입니다.
마치 정부에서는 전체 개발 이익의 25%만 회수하고 75%의 이익은 재건축 소유주에게 돌려주는 것 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재건축 소유주의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것은 없습니다. 당초 추진되었던 250% 용적율은 재건축이 추진되기에 최소의 용적율 증가분입니다. 용적율 증가가 적다면 공용 면적 건설에 따른 재원이 확보되지 못하기 때문에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나 추진되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제도가 도입될 때에 도입되기 전과 도입된 후를 비교해야 하는데, 정부에서는 개발 이익 환수제를 홍보할때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개발 이익 환수제 자체만 보면 이 제도 도입으로 인한 환수 부분은 25%가 아니라 100%이며, 거기에 임대 주택 건설에 따른 건축비 정산 문제, 용적율 증가에 따른 손해, 임대 주택자와의 커뮤니티 혼용 문제등이 재건축 소유주에게 부담지워 집니다.
전에 어떤 글에서 소개한 대로 미국에는 카풀(Car Pool)제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4차선 도로에서 1개 차선을 카풀용 전용 차선을 사용하는 제도입니다. 미국은 거의 성인 1인당 1대씩 자동차가 보급되어 있을 정도로 차가 많기 때문에 도로 보급율이 높은 미국이라 할지라도 교통 문제가 골치거리입니다. 그래서 생긴 것이 카풀 제도인데 2인 이상이 탑승한 차는 카풀 전용차선을 이용할수 있습니다. 일반 차선보다는 차의 흐름이 빠릅니다.
이러한 카풀 제도의 수혜자는 누구일까요? 카풀을 이용하는 사람들만이 수혜자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운행되는 차량수가 줄게되니 모두가 수혜자가 되는 것입니다. 카풀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는 평균 시속이 40Km 였던 도로가 카풀 제도 도입후에는 카풀 전용 차선은 60Km, 일반 차선은 50Km가 되었다면 그 제도는 성공한 것입니다. 여기서 “나는 50Km로 달리는데, 왜 너는 60km로 달리냐? 이런 불공평한 제도는 없는 것이 좋겠다.”라고 하면 다 같이 40Km로 가게 되는 것입니다. 같은 10Km의 차이라도 제도 도입 전보다 좋아지는 긍정적인 면을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차와의 10Km 차이를 더 중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이 지금의 한국 사회에 감도는 암운의 실체인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개발 이익 환수제를 살펴보면 win-win의 제도가 아니라 한쪽의 이익을 다른 한쪽으로 옮기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생각을 바꾸어 용적율을 250%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하게되면 문제는 쉽게 해결됩니다. 그리하면 재건축 사업에 대한 재원도 확보되고, 임대용 아파트도 확보가 가능합니다. 즉, 재건축 사업이 진행될수 있을 정도의 수익만을 기존 소유주에게 넘기고 나머지 이익은 지방 자치 단체나 중앙 정부에서 취하면 될것입니다. 늘어난 가구수를 분양하여 재원을 마련하고 이 재원으로 보다 싼 곳에 임대 아파트를 건설하는 방안 (중앙 정부 담당)과 그 재건축 단지의 일부 세대수를 임대용으로 전환하여 지방 자치 단체나 그 지자체에서 위임한 회사에서 관리하는 임대 아파트를 공급할수 있을 것입니다.
< 임대용 아파트에 대한 소고 >
일부 재건축 조합원들은 그들의 단지에 임대 아파트가 들어 오는 것을 최대의 악재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질적 커뮤니티간의 문화 충돌을 염려해서일 것입니다. 그러나 걱정하는 분들의 선입관에 있는 임대 아파트는 도시 철거민등 극빈자용 임대 아파트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가 소유율이 55% 밖에 안되는 현실에서 국민의 45%는 전세던 월세던 임대 형태의 주택에서 살고 있습니다. 타워팰리스라 하더라도 100% 소유주만 사는 것이 아니고, 전세나 월세 형태로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세입자와 소유자간의 커뮤니티의 이질감이라는 것이 크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소형 평형 일색의 영세민용 임대 아파트를 강남 한복판에 세우자는 것이 아닙니다. 영세민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따스한 집을 마련하여 주는 것은 강남 한복판이 아니라 땅값이 싼곳에다 지을 경우 그 수혜자 수가 몇배나 늘어 날것입니다. 그런 것을 계산하지 못할 정도로 현 정부가 아둔하지는 않습니다. 향후에 세워질 임대 아파트는 중형 평수 이상을 갖는 중산층용 임대아파트입니다. 서울 요지에 세워질 임대 아파트는 임대 비용이나 관리 비용이 싸게 책정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중산층용 임대 아파트 보급에 대한 정부의 추진 목적은 거주의 안정화입니다.
주택 보급율이 120%나 되는 미국에서도 자가 보유율은 70%에 그치며, 그나마 뉴욕이나 캘리포니아등 집값이 비싼 동네는 65%에 불과합니다. 인구의 35%가 임대용 주택에 산다는 이야기입니다.
미국과 한국 임대의 차이는 미국에서는 법인이 주로 임대 사업을 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개인이 주로 임대를 하고 있다는 차이입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상대적 약자인 임차인에 대한 보호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예로 집이 경매로 넘어가 전세금을 떼인다던지, 전세 폭등시 전세금을 상한선도 없이 마구 올린다던지 하는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기존의 세입자에게 올릴수 있는 상한선(보통 물가 상승율 정도)이 있기 때문에 임차인들이 미래를 설계하는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때 신규 세입자에게는 이 상한선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그 단지에서 오래 산 주민과 새로 전입한 주민과는 임대료의 차이가 나게 됩니다.)
주택 보급율이 아무리 올라가더라도 임대 수요는 일정 부분 있습니다. 이들에게 안정적인 주거 형태를 제공하자는 것이 정부의 방침인것 같습니다. 문제는 정부의 관리 수준이나 정책의 일관성을 믿지 못한다는 것인데, 앞으로 정부는 주민과의 대화나 홍보등을 통해 이를 풀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임대 아파트가 단지내에 들어 오면 아파트 값이 폭락한다는 속설은 점차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 그럼 어떻해 해야 할 것인가? >
최근의 부동산 정책이 갈팡질팡하고 군더더기가 된 것에는 현 정권의 주택 정책에 대한 철학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바람직한 주택 정책의 목표는 부동산 투기꾼을 잡는 것도,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도, 행정수도 건설을 통해 집권 세력의 변경을 꾀하는 것도 아닙니다. 국민의 주거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어떻하면 국민들이 지금 사는 집보다 좋은 집에서 안락한 주거 생활을 즐기게 할수 있는가만 고민하면 나머지는 저절로 풀립니다.
앞서 제안한 ‘직주 근접의 원칙’이라던지, ‘주택 정책의 도시 계획적 접근’이라던지, ‘재건축 용적율 상향 조정을 통한 재건축 사업의 활성화와 임대 아파트의 확보’라든지 이런 것들은 그 뒤에 자연스럽게 따라 나오는 아이디어에 불과합니다.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어떻하면 국민에게 쾌적한 주거 환경을 제공할수 있는가?’ 입니다. 이것만 잊지 않으면 나머지 주택 정책은 깽판(?)쳐도 됩니다. ㅎㅎㅎ
< 투자적 측면에서의 고찰 >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재건축과 리모델링에 대한 투자 측면을 살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아파트 역사를 살펴보면 90년대 초반의 신도시 건설이 큰 획을 긋고 있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수십만채의 아파트를 지으면서 아파트 건설 수준은 크게 높아졌던 것입니다. 90년대 이후에 지은 아파트와 그 이전에 건설된 아파트에 대해서는 주택 정책이 조금 달라져야 합니다.
리모델링 사업은 상당히 유망한 분야이고 향후에도 계속 발전할 분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90년대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에 대해서는 리모델링 보다는 재건축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바람직합니다. 타워팰리스등 철골조로 지어진 아파트들이 설비 노후화 등으로 인해 경제적 수명을 다했을 경우 리모델링 사업의 타당성이 부여되는 것입니다. 기존의 1:1 재건축의 대안으로서 부각되는 리모델링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에 대한 여러 규제로 인해 현재까지는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는 투자성이 좋습니다. 이것은 자존심 문제로 재건축 규제를 쉽게 풀지 못하는 현정권의 그릇의 문제입니다. 재건축이 리모델링보다 사회적, 경제적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은 재건축론자, 리모델링론자 뿐만 아니라 정부 당국자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규제와 사회 환경하에서는 리모델링이 유리하다는 것은 역사에 기록될 아이러니입니다.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려는 단지의 선택은 간단합니다. 저층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이 당연히유리합니다. 그러나 중층 아파트의 경우는 리모델링인가 재건축인가에 대해 고민을 해보아야 합니다.
중층 아파트 단지가 취할수 있는 선택은 세가지입니다.
첫째,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환경 개선을 하는 방법입니다. 51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용적율을 30%까지 늘릴수 있기 때문에 서울 요지의 아파트중에서 리모델링 사업으로 수익을 낼수 있는 곳이 여럿 있습니다.
둘째, 끝까지 재건축을 고집하며 기다리는 방법입니다. 현 규제하에서 재건축을 진행하는 것은 수익이 거의 나지 않습니다. 투자적인 입장에서는 그 집을 팔고 새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것이 더 나을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카풀제도에서 “남보다 내가 왜 10Km/h나 천천히 가야해?”라고 묻는 사람보다 “전 보다 10Km/h나 빨라졌으니, 좋은 제도이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정부나 여당에 많아지는 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셋째, 지금은 일단 리모델링으로 하고, 20년후에 그 땅의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알아 주는 분위기가 형성될 때 철골조의 고층 재건축을 다시 추진하는 방법입니다.
위의 세가지 방법중 하나가 될것이나, 참으로 개탄스러운 것은 이러한 판단이 경제적 판단에서 아니라 정치적/정책적 상황에 좌우된다는 것입니다. 정부를 포함하여 사회 구성원 모두가 win-win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P.S) 제2회 아기곰 동호회 전국 연합 세미나가 드디어 이번 주말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준비에 수고하셨고, 앞으로도 수고하실 회장단과 도우미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세미나에 참석하실 회원 여러분의 귀중한 시간이 보람된 시간이 될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기곰 동호회 전국 연합 세미나에 참석하시는 여러 회원분들에게 미리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27일 오후 세시 여의도에서 좋은 인연들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아기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