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흥미로운 이메일을 받았다.
내용인즉은 조심스럽게 우신고 3학년 12반 졸업생이 아니냐고
만일 맞는다면 전화를 달라는 것이었다.
전화를 했더니 내 이름을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학교에서 내 이름과 얼굴을 확인하였단다.
곧 반창회가 있으니 나와달라는 말이었다.
나는 과거로 돌아간 듯한 설레임으로 그 날을 기다렸다.
30년 동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다음에는 잊고 지냈던 그들이었다.
나는 교회 생활에 집중하고 신학 대학에 들어가 그들과 공감대가 없었나보다.
어제가 바로 그날이었다.
나이가 50을 바라보면서
과거는 나에게 새로운 미래로 다가온다.
과거는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나에게 간직하고 싶은 신비롭고 새로운 공간으로 다가 오는 것이다.
설레임을 가지고 그곳에 도착하였다.
수완이, 재경이, 병승이, 훈이, 석희, 병돈이, 영길이...
모두 인생의 후반을 살고 있지만 그 얼굴들의 한 구석은 그래도
그 때를 간직하고 있었다.
어쩌면 길거리에서 만나면 서로 존대말을 하며 전혀 관계 없는 사람들로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이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이유로 순수함으로 돌아가
욕도 하고 웃고 떠드는 시간이 나를 인간 존재의 신비의 세계로 이끌고 있었다.
나는 파마를 해서 그런지 예술가 같다고 한다.
눈 아래로 그 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들의 이름을 3학년 12반 당시의 번호 순서대로 적어 연락처를 만들었다.
나는 26번이었다.
60명 중에 26번... 키가 좀 작았나 보다.
우리들의 담임 선생님이셨던 이종오 선생님, 지금은 팔십이 넘으셨단다.
홀로 외롭게 살고 계시다는 말을 전한다. 한 번 찾아 뵙고 도움을 드리자는 말도 있었다.
그런데 돌아 오는 길에 정말 가슴이 무거웠다.
그들 가운데 예수님을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다.
다만 그들이 내가 그 때 열심히 예수님을 믿었다는 사실 뿐이다.
글쎄 너무 식상한 감정일까?
그러나 그들 가운데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사람 사는 세상 그 한 가운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