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봉에서 오르려다 개천절이라 그런지 너무 사람이 많아 반대로 황적봉에서 시작하기로 한다. 민박촌의 한 레스토랑에 차를 대고 철조망를 넘어 들어가니 지리산에서 자주 보았던 "사랑합니다"의 임우식씨 표지기가 보인다. 관목 숲을 지나서 암릉들을 오르고 단체 산행객들을 추월해서 황적봉(664m)에 오른다. 묘 한 기가 있는 정상에서는 막 시설물을 철거하고 있는 천황봉과 ㄷ자로 꺽어지는 장군봉 능선이 훤하게 보이며 과일에 막걸리를 한 잔씩 하니 전날 과음 했던 단풍님은 조금 가다 혼자 탈출하겠다고 엄살을 부린다..
가까이 있는 천왕봉을 넘으면 대슬랩이 나오는데 직등해서 내려가니 전에 밧줄이 있었다는 우회로는 몇십 미터 절벽이라 더 위험해 보인다. 다음에 연이어 나타나는 긴 암릉을 밧줄을 잡고 내려가 보니 관리공단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다. 사정도 하고 2시간 가까이 찬바람을 맞으며 떨다가 어찌어찌해서 현역 경찰인 이경한님의 빽으로 무사 통과는 했지만 산행시간을 너무 많이 뺐겨 버렸다. 암릉들을 넘고 수많은 봉우리들을 지나면 찬 바람이 미친듯이 불어온다. 동학사 하산로가 있는 안부를 넘으면 가파른 오르막 길이 이어지고 통천문을 지나면 곧 쌀개봉(867.8m)이다.
돌 탑이 서있는 쌀개봉에서는 천황봉이 지척에 보이지만 몇 번을 오른곳이라 오른쪽으로 주능선을 향한다. 키 낮은 관목들 사이로 본격적인 암릉 길이 시작되고 대개는 날등을 타지만 위험한 곳은 우회한다. 티브이선이 걸린 3-4미터의 직벽을 조심해서 내려가면 암릉 지대는 끝나고 목책을 넘으면서 은선폭포에서 올라오는 삼거리가 나오며 사람들로 시끌벅벅하다. 조금 올라가면 정자가 서있는 관음봉(756m)이 나오고 후미를 기다리며 간식을 먹으면 추위가 몰려온다.
철 계단과 철 책들을 지나고 연이어 봉우리들을 넘어서 험준한 자연성능을 지나 우뚝 솟아있는 삼불봉(775.1m)을 힘겹게 오르고 고개로 내려간다. 고개에서 넓은 등로를 버리고 우정 능선을 고집해 보지만 결국 오누이탑 내려가는 길과 만나며 노송들이 쭉쭉 뻗은 숲길을 올라가면 묘지들이 많이 보인다. 인적 없는 암릉 길을 밧줄을 잡아가며 신선봉과 임금봉을 넘는다. 안부에서 험한 암봉을 오르며 장군봉이겠지 하지만 올라가면 더 높은 암봉이 보이고 봉우리를 4개 째 넘어서 험준한 암릉을 기어오르니 드디어 장군봉(520m)이다.
이제 해는 서서이 기울고 뛰듯이 내려가다 기어이 랜턴을 켠다. 어둠 속에서도 암릉 길을 조심해서 내려가고 숲길을 달리면 어둠 속에 병내골 이정표도 보인다. 너덜지대를 내려가 억새와 잡초가 무성한 밭으로 내려가니 어둠 속에서 길을 찾을 수가 없다. 지나가는 차량을 겨냥해서 늪지 같은 풀숲을 헤치니 넓은 도로가 나오고 학봉교와 만나며 장군봉 전의 안부에서 미리 내려간 이경한님이 차로 기다리고 있다. 기차 시간에 맞추어서 번잡스런 대전 시내를 간신히 통과하고 역 앞에서 설렁탕에 소주를 마시며 힘들었던 산행을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