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칼날을 삼키는 것과 같다. 여기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진실을 외면하기보다 공포에 맞서고 감내한 여인이 있다. 질곡 많은 역사를 온 몸에 새긴 한 여자의 일대기 <그을린 사랑>이다. 영화로 먼저 만났던 처절한 드라마가 곧 무대 위에 오른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그을린 사랑>을 말하려면 우선 여성운동의 이 오랜 명제를 소환해야 한다. 개인의 과거가 모여 거대한 역사가 되듯이 한 여자의 인생 안에 역사적 상흔이 그대로 살아 있다. <그을린 사랑>은 레바논 태생의 캐나다 작가 와즈디 무아와드의 연극이다. 2010년 캐나다 감독 드니 빌뇌브의 손으로 영화로 태어나면서 연극 <그을린>은 <그을린 사랑>이 됐다. 강렬, 통렬한, 경악, 반전... <그을린 사랑>을 꾸미는 수사는 일관적이다. 야만과 폭력의 시간을 지나 진실로 가는 문턱까지, 영화와 연극은 하나의 목소리로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두 눈 부릅뜨고 보기를 종용한다.
침묵을 끊어내는 작업
사고로 세상을 떠난 쌍둥이 남매 앞으로 어머니의 유언장이 날아온다. 죽은 줄만 알았던 아버지와 존재조차 몰랐던 형제를 찾으라는 두 가지 유언이다. 남매는 유언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의 땅으로 향하고 그 곳에서 베일에 싸여 있던 어머니의 과거와 마주한다. <그을린 사랑>은 신탁을 듣고 집을 떠나 존재의 이유를 찾아 헤매던 한 편의 오디세이다. 중동으로 떠난 남매는 어머니가 칼로 베어낸 듯 과거를 단절한 이유를 알아낸다. 그 곳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비밀이 봉인되어 있었다. 한 나라의 피로 쓴 내전의 역사는 여자의 몸속에 생채기를 내고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 이렇게 진실은 결코 안락하고 쉬운 법이 없다. 차라리 침묵을 택했던 어머니 세대는 자신의 살을 찢어 침묵을 끊어내면서 다음 세대에게 진실의 바통을 넘긴다. 받아들이느냐는 다음 세대의 문제다. 폭력과 파괴의 서사를 클로즈업과 익스크림 롱 숏의 대조로 함축했던 영화와 달리 연극 <그을린 사랑>은 말의 연극이라 불렸던 원작의 결을 그대로 살려낸다. 영화가 말보다는 정교한 영상의 합으로 서사를 축조한다면 연극은 시적 언어를 통한 풍부한 대사의 힘을 발휘한다.
신화를 뛰어넘은 인간
영화가 선택한 함축과 플래시백은 연극으로 와서는 돌림노래와 반복으로 밑줄을 긋는다. 어머니를 찾다 지옥으로 빠져버린 형제와 형제를 찾아 어머니의 과거로 여행하는 남매의 서사는 오이디푸스 신화 속의 어머니 이오카스테를 불러온다. 연극은 신화 속 비운의 여인 이오카스테가 선택한 침묵 대신 고백을 시작한다. 21세기에 고전을 다시 말하는 <그을린 사랑>은 그렇게 신화조차 넘지 못했던 침묵의 벽을 넘어선다. 여기에서 서사가 폭발한다. <그을린 사랑>의 서사는 피로 뒤엉킨 근현대사, 가족 안의 명예살인 등 폭풍의 눈을 작품 전체에 아로 새겼다. 영화 엔딩에서 새겨지는‘우리 할머니들을 위하여’라는 자막은 그래서 여운이 깊다. 그리고 이 전율은 시대와 인종을 뛰어넘는다. 유사 이래 죽고 죽이는 피의 역사는 발 닿는 모든 땅 위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역사적 상흔으로 그을려진 사랑이 한국의 무대에서는 한의 정서와 어떻게 결합할까. 6월 5일부터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을린 사랑>에 대하여 알고 보면 좋을 일곱 가지
1. 연극 <그을린 사랑>은 2003년 프랑스에서 초연된 이후 불어권에서만 100여 개 이상의 프로덕션이 공연한 바 있다. 미국, 그리스, 독일, 오스트리아, 멕시코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6월 5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초연을 갖는다.
2. 연극 <그을린 사랑>은 연출가이자 작가인 와즈디 무아와드의 ‘피의 약속’ 삼부작 중 하나. <연안지대 Littoral>, <그을린 사랑Incendies>, <숲Forêts>으로 완성됐다.
3. 드니 븰뇌브 감독의 캐나다 영화 <그을린 사랑>은 2011년 국내에서 예술영화 최다관객을 동원했다. 영화는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 노미네이트되고 베니스영화제 ‘베니스 데이즈’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4. 불어 대본 원제인 ‘Incendies’는 화재, 붉은 광채, 전란, 폭발이라는 뜻. 영어권에서는 ‘불에 그을렸다’는 의미의 ‘Scorched’로 번역됐다. 국내에서는 비극 속에서 사랑으로 승화시킨 나왈의 숭고함을 강조해 <그을린 사랑>으로 만나게 된 것. 그밖에 이탈리아와 독일에서는 <노래하는 여인>, 스칸디나비아에서는 <나왈의 비밀>이라는 명칭으로 개봉됐다.
5. “내 무덤에는 비석을 세우지 말고 어디에도 내 이름을 새기지 말 것,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들을 위해서는 어떤 묘비명도 세우지 말 것” 이슬람교도들은 매장 시 반드시 하늘을 바라보고 머리가 메카를 향하도록 한다. 나왈이 유언장에 명시한 “얼굴을 아래로 하여 매장할 것”이라는 말은 자기 존재의 철저한 부정을 의미한다.
6. 이번 작품을 위한 연출가 김동현의 고심은 무대 바깥까지 아울렀다. 중동을 배경으로 하는 연극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배우들에게 아랍문화 강의를 전했다. 또 극중 복싱선수, 수학자인 남매 시몽과 잔느 역의 배우들에게는 복싱과 수학강의 트레이닝이 이루어졌다고.
7. 함께 보면 좋은 영화로 독일 내 터키 여성의 삶을 그린 <그녀가 떠날 때>, 복수와 화해의 딜레마를 사려 깊게 풀어낸 <인 어 베러 월드>, 함께 보면 좋은 연극으로는 복수의 시대 용서를 말하는
첫댓글 아~ 좋아요~
참석1.
ㅎㅎ 참석2
야 너무하데이 ,선착순 4명 ~ .일단 신청 3
<그을린 사랑>영화 개봉했을 때, 누구한테 같이 보자고 했더니 가슴아플 것 같아 안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연극보고 너무 가슴아파하지들 마시게...
좀 그슬러보지 머~~그을러지기 전에(맞춤법 맞나?) ㅎㅎ
아직 가능하다면 참석4 ?
훈아~ 누군가 참석을 기다리는데..표를 놓쳤다면 양보할 용의있다.ㅋㅋ
왜? 그슬릴까봐? ㅎ
살짝 뜨거울지 모르겠다는..ㅠ
더 볼 사람이 있으면 추가로 알아볼 테니 기다려 보시기를...
나도 보고 싶었던 연극 ! 기존 스케줄 제끼고 보려고하는데. 선착순에 밀렸남? 후니 오빠 애써봐요.
선약이 있는 듯하니 내가 양보하지용~
땡큐! 울 아들이 추천한 연극이여서 더 고맙네.
영화 먼저 보고 가라네.
나도 영화 보야겠^다!
후니가 옵빠됐다..더워서..?
울엄마가 옵빠면 경현은 울고모???ㅎㅎㅎ
두 사람 추가 될까요? 안됨 하는수 없고...
알아보고 있는데, 아직 연락이 없네요.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할듯.
1. 임기상, 2. 황일운, 3. 서현성, 4. 신경현, 5~6. 이혜정 커플 6명으로 최종마감합니다. 더 이상 할인티켓을 구하기가 어려워 그러니 양해바랍니다.
ㅋㅋㅋ결국 보게되는군...다 타버리면 안되는데...
그슬린 일운을 보게되겠군 ㅎ ㅎ
아..보고싶은데 약속이..ㅠㅠ 즐감하길
그런데 공연시간이 175분이 맞는지? 거의 3시간이고 끝나면 22시 25분인데...
맞아, 지난 번 문화모임에 이어 이번에도 무척 긴 공연이야. 따라서 뒤풀이는 원하는 친구들만. (그전에도 그랬지만)
공연시간은 길어도 중간에 휴식타임이 있더군.
꼭 어렸을 때 '벤허'니 '아라비안의 로렌스','닥터 지바고' 볼 때가 생각나더라...
긴 공연에서 중간에 쉬는 것은 관객들을 위한 배려도 있지만, 배우 역시 쉬어야 하니까. 또 그 사이에 무대도 바꾸고.
예기치 못한 개인 사정으로 참석이 어려울 듯 하네. 정말 미안하고 이해를 바라네.
일운과 같이 그슬려볼까 ㅋ
이거 보면 멍먹하고..답답할텐데..술 한잔 하고 싶고..ㅎㅎㅎ
그럼 술한잔 합시다~~ㅎ
취소한 현성이 대신 혜열이 신청 접수. 1. 임기상, 2. 황일운, 3. 신경현 , 4~5. 이혜정 커플, 6. 이혜열 6명 확정.
내가 너무 늦었지???
내 입장권을 가져가도 된다.
뭔 일이 생겨서...
고마워. 내가 감상문 제출할께. 요즘은 자꾸 졸아서 걱정이 되기도... '마다가스카'라는 만화영화를 학생들과 보다가 졸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