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_번역_할_동시.hwp
이상한 자석
권태영
어머니는
탯줄 자석이다
생일날
천리 밖에서
아들딸들이 당겨온다
병원에 누워 있으면
힘이 더 세다
만 리 밖 아들딸들이
주루룩 당겨온다.
==============
검정
박선미
빨랑
노랑
파랑
참 예쁜 색이지만
다 받아들이면 검정
무릎 아픈 할머니 마음
직장 잃은 아빠 마음
성적 떨어진 누나 마음
다 받아들인
엄마 가슴도 검정
====================
젖니
박영애
며칠 동안 흔들렸다.
이제는
비켜 줘야 할 때임을 알았나 보다.
오늘은
아무런 억지도 부리지 않고
조용히 자리를 내준다.
======================
손
전병호
“춥지?”
왼손도 시린데
오른손을 먼저 감싸 줍니다.
“이젠 괜찮아.”
잠깐 추위를 녹인 오른손이
얼른 왼손을 감싸 줍니다.
==================
봄동산
이경애
진달래 피고
산벚꽃 피고
철쭉꽃 피고
봉우리에 흰 구름 걸리고,
산이
꽃풍선을 안고 있네요.
금방이라도
둥실 떠오를 것 같네요.
=========================
꿈나라 갈 때
이화주
우리 아가 신발
쬐고만 신발
꿈나라 갈 때는 벗어 놓고 가지요.
너무너무 귀여워
꿈나라 요정들이
두고 가라 할까 봐
누나 신발 옆에 벗어 놓고 가지요.
=====================
야옹이는 신 났다
윤이현
한 코 한 코
목도릴 뜨다 밀쳐놓은
털실뭉치
야옹이가 안으려다
또그르르
털실이 엉키는 줄도 모르고
야옹이는 쫓아다니면서
또그르르
또그르르
================
개미
정명숙
개미가
아이 다리를 물었다
“앗! 따가워”
아이가 팔짝 뛰었다
1g도 안 되는 개미가
20kg도 넘는 아이를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
화석을 보며
김종상
화석에 박혀있는 고사리 줄기에서
공룡이 살았다는 쥬라기를 떠올리며
중생대 하늘 아래로 달려가는 내 마음
땅을 찢고 불을 뿜는 화산의 용암으로
펄펄 끓는 호수물과 불타는 숲이 담긴
태초의 전자칩이지, 화석이란 그것은
얼마나 긴 세월을 참으며 기다렸다
쓸모없는 돌이라고 발길에도 채었겠지
과학관 진열장 안에 귀히 모신 돌덩이.
========================
추석날
천선옥
밥상이 마루에 둥글게 펼쳐진다.
할머니가
우리들을 밥상 앞에 앉힌다.
할머니 환한 웃음이
솔잎 향 묻은 송편, 햅쌀밥, 토란국, 햇과일에
곰실곰실 담긴다.
두둥실 보름달이 뜬다.
하나 둘 친척들 돌아가고 나면
동네 어귀, 고향 방문 반겨하던 현수막도
시무룩
차가 다 빠져 나간, 휑뎅그렁한 마을 회관 앞마당도
시무룩
방울을 잘랑대고 다니던 누렁이도
시무룩
활짝 펴졌던 할머니 주름살도
시무룩
한동안 들떠, 보름달을 밝게 걸어 두었던 내 마음도
시무룩
=======================
썰물과 밀물
천선옥
썰물과 밀물이
넘어질락 말락
차르륵 차르륵
굴렁쇠 이어달리기를 하지.
땀을
뻘뻘 흘리며
바닷물을
둥글게 굴리지.
굴렁쇠야
굴러굴러 어디로 가나?
섬 아이들이야
모래밭에 꽂아 놓은 깃발에
하얀 손이 닿을 때까지
굴러굴러 가지.
굴렁쇠야
굴러굴러 어디로 가니?
구멍이
송송송
모래진흙
물맞이게 집으로 놀러 가지.
=================
미선나무
이봉직
내 친구 미선이랑
이름이 똑같은
세계에서 단 한 종뿐이고
그것도 우리나라에만 있는
귀한 나무래
꽃향기 한 번 맡으면
모두가 반한다는데,
뭐든지 잘하는 걸 보면
내 친구 미선이도
이렇게 귀하게 되려나 봐
===================
평화의 소녀상
백우선
사람도 한 송이
피고 지는 꽃이다.
뭉개 버린 꽃망울을
어떻게 모르냐며
맞은편 일본대사관을
밤낮없이 지켜본다.
========================
지구를 빙글
하빈
텔레비전 속
아프리카는
다
말라 죽는데
창밖에는
좍-
좍-
장대비 온다.
지구를
빙~글
아프리카를
이곳까지
돌릴 수 있다면.
==================
힉스 세상
권영주
힉스가 나타났다, 우주를 있게 한 힉스.
힉스를 붙잡았으니 무엇을 만들라고 할까?
하늘에 지구와 똑 같은 별 하나 더 띄울까
그래, 공해 없는 행복한 작은집 삼아
잭의 콩나무 타고 놀러가고
구름풍선 에스컬레이터로 오르내릴 거야.
그 세상에는 땅의 어린이, 하늘 어린이 서로
마주보고 직접 대화하고 밥이 아닌 기쁨만 먹고 산다.
“얘, 거기서 뭐 해”
“응, 지금 꽃밭에 물주고 있어”
“아, 그러면 안심이야, 이제 비가 오겠네.”
.........
힉스의 세상, 그 세상, 우리들 세상
우리가 만들고 가꾸고 살아가는 세상
========================
낮에 만나 산토끼
최정심
산밭에서 눈이 마주 친
조그만 갈색 토끼
제대로 찾아갔을까?
나쁜 꿈꾸느라
잠은 제대로 잘까?
잠깐 뒤쫓은 게 후회 된다
귀여워 안아주려 한 건데
겁에 질려 도망가던 모습
눈에 선하다
다음부턴 모른 척 할게
날마다 산밭에 놀러와
산토끼야.
=======================
그늘
문성란
더운 날
햇볕 이고 선 건물도
햇볕 업은 담장도
느티나무도
이팝나무도
양산도
모자도
뜨거워
뜨거워
어쩔 줄 모르면서도
제 아래
그늘 하나를
가만히
떨어뜨려 놓는다.
========================
집
강지인
비바람 막아 주는 지붕
지붕을 받치고 있는 네 벽
네 벽을 잡아 주는 땅
그렇게 모여서 집이 됩니다.
따로 떨어지지 않고
서로 마주보고 감싸 안아
한 집이 됩니다.
아늑한 집이 됩니다.
==========================
김장김치
조두현
포기김치 쭉쭉 찢어
공깃밥 뚝딱 비우는 아빠.
“기무치”라 하는 애들은
이 맛 절대 모를 거야!“
손으로
찢어 먹어야만
제맛 나는 김장김지.
==========================
송두리째 다 내놓았어
이성자
수박 넝쿨이
뙤약볕과 싸우며 키워 낸
달콤한 속살
우리에게
송두리째 다 내놓았어
수박 씨앗이
콕콕 웃으며
쳐다보고 있는 거야
한 조각씩 나눠 먹으며
오순도순 살라는 게지
수박처럼 둥그런 마음
나누며 살라는 부탁이겠지.
첫댓글 안녕하세요.
소중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미소와 정겨운 인사 나누면서
행복하게 맞이한 11월달엔 울가족님들의 가슴가슴마다.....
행운 가득한 달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아름다운 댓글 감사합니다.
@꿈지기 김정애 행복한 한주간 열어가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