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잡다.
홍 성 실
나는 요즈음 나 개인으로 하고픈 취미에 매달려 버둥거리며
하루를 보낸다.
다른 이들은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나름대로 늦게야 손을
댄 것이 무척이나 힘이 들어도 틈만 나면 계속하고프다.
하루하루를 다그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아 조금이라도 숙달 시키고자 악기를 들고 연습실로 달려간다.
그렇게 아우성치던 날씨가 오늘은 따스한 햇볕이 봄날 같다.
몇 일간 칼부림의 추위도 우수雨水에 밀려가고 있나 봐.
날씨마저도 왜 그렇게도 변덕스러운지 한반도의 등뼈부분은
눈雪 때문에 생활이 뒤죽박죽이 되고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야 할
가축한테 구제역의 바이러스가 온 나라를 뒤끓게 한다.
세월의 화살은 가슴속에 안타까운 그리움만 싣고 애써 모르는 체
그저 달리기만 하는가 봐. 화살의 뒤편에는 뿌연 먼지 속에 유년시절과 학창 시절 또한 교단의 추억들이 하염없이 손을 흔들어도 자꾸만 자꾸만 멀어져 가고 있다.
삶이 뜻대로 안 되는 것도 한참 지난 후에야 뒤돌아보니 벌써 초고속 열차가 나의 등을 떠밀고 있다.
어제 손 전화로 11시에 퇴임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악기를 잠시 내려놓고 오랜만에 정열적인 붉은 넥타이를 매고 집을
나섰다.
“오는 봄은 더욱 푸르게 나의 곁에 닥아 오겠지!”
하는 생각에 잠겨 창밖의 새움이 오르는 나뭇가지를 응시하며 달렸다.
이 길을 17년 정도 왕래 하였으니 눈을 감아도 어디를 지나는 지 훤하게 느낄 수 있는 길이지만 길 양쪽으로 건물들이 많이도 섰고 모양새도 변화가 많다. 환경도 초고속으로 변하고 있는 중이다.
- - - 1 - - -
꽃을 들고 오는 분, 허리 굽혀 악수를 청하시는 사람들,
단상에는 퇴임 자와 취임하는 이사장 두 사람은 다소곳이 앉아 있고
경남 본부장님과 양산 시장님을 비롯하여 지방유지 분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회의실 양쪽 지정석을 차지하고 중앙엔 의자로 약 300명
이상으로 3층 회의실은 내빈들로 가득 찼다.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엄숙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도중 연사들은 연단에 서면 첫 마디부터는 존경하는 시장님을 비롯하여 - -로 연결된다.
사회자 : “다음은 이사장님의 고등학교 은사님의 축사가 있겠습니다.”
라는 확성기의 전율이 울리자 넓은 회의장은 조용한 분위기 모두가 연단을 응시한다.
중앙에 앉았던 건장한 사람은 낯선 시선들이 나의 몸을 훑고 있다는 걸 인식하면서 모르는 척 태연히 침착하게 천천히 걸어 나가서 정중한
자세로 고개 숙여 인사 한다.
“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세 번째 왔습니다.”
첫 번째는 이사장 결혼 할 시 주례를 서기위하여 오게 되 사실.
두 번째는 이사장으로 취임할시 기뻐서 축하로 오게 되었으며
오늘은 이사장 퇴임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세 번째 오게 되어 흐르는 세월을 잡고 왔습니다.
하는 인사말이 전하여지는 순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얼굴은 얼음물을 끼어 얹는 듯 조용한 분위기로 전체의 눈망울이 한데 모이는 광경은 정말 이색적이었다.
〔지혜롭게 살아가는 이사장 일찍부터 일인 다역을 하면서 이 고향을 발전시킨 이 채도 이사장은 나는 정말 끔찍하도록 사랑 합니다.
내가 지켜본 이채도 이사장은 마치 이 나라의 굴지의 기업을 이룬 고, 정 주영 회장님의 일화와 비슷하여 그분의 말씀을 먼저 드리면, 회장님께서 30대에 작업복으로 열심히 일을 하고 잠을 청하는데 빈대가 달려들어 잠을 잘 수 가 없어 긴 밥상 위에서 잠을 청하니 그 빈대 놈들
- - - 2 - - -
은 식탁 다리를 타고 올라와서 괴롭히니 이번에는 대접에 물을 부어 식탁 다리를 담그고 잠을 청하니 그 빈대들은 벽을 타고 올라가 천장에서 떨어지면서 못 살게 구니 아- 내가 빈대보다 못한 인간이 되어서야 쓰겠느냐 ? 하는 빈대 철학을 깨달으시고 지구상에 현대의 깃발을 높이 올리게 된 것과 마찬 가지로, 이채도 이사장은 취임 시 300억의 자산을 지금은 약1000억으로 증산 하였으니 노력의 뒷모습을 느낄 수 있는 반면 주경야독으로 대학을 거처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였으니 마치 마부작침磨斧作針의 정신이었으리라 생각 합니다.
이제는 삶에 획을 하나 끄었으니 있어야 할 것과 물러서는 것을 아는 이사장은 늦게야 공부와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 튀어 나오기 시작하였으니. 학문의 전당으로 들어가 책과 더불어 사는 삶이되기를 바라며 부디 앞날에 섬광蟾光이 비추기를 기원 합니다.〕
마무리 축사에 장내는 우렁찬 박수 소리가 실내가 터질듯 가득하다.
자리로 되돌아 와서 이사장을 보노라니 그 사이 사그라진 세월과 닥아 올 시간이 교차되는 찡하는 든든한 마음이 울렁거렸다.
인생을 낭비하는 죄 정말 무서운 말이다.
우리는 이 핑계 저 핑계로 인생을 얼마나 많이 낭비 하고 있는가?
우리들은 인생의 삶에 순간마다 그 무엇을 이루려는 욕망으로 산다.
이사장은 그 순간들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나 또한 이사장과 같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곧 사람을 만나는 듯인지 아마 몇 겁劫의 인연이 있었을 거야.
이렇게 이사장 같이 자기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면서 주위로부터
존경을 받는 아름다운 일이 어디 있겠어. 롱펠로의 인생찬가를 외우면서도 경영에 도전하고 새뮤얼 울만의 청춘으로 열정을 찾는 이채도 이사장, 올 겨울이 익어 갈수록 이 사장은 고구마 줄기 당기면 크고 작은 것들이 줄줄이 당겨 올리는 것처럼 추억 속에 그림자가 익어 가는 내가 사랑하는 이사장.
- - - 3 - - -
지난 것들이 소중한 것은 아마도 삶에서 깨어 있는 시간을 이렇게 느낄 수 있기 때문 일 것이야, 지난 것과 지나 온 것 지날 것에 시간의 나이테를 같이 하는 것은 지금 살아 숨 쉬는 생명체가 있기 때문 일 것이야, 이사장 언제나 우리의 삶은 배움의 연속이겠지 !
이제는 건강을 돌보면서 책 속에 파묻혀 세상 돌아가는 것은 몰라도 되겠어.
뉘엿뉘엿 산마루에 겨울 해가 숨으려고 한다.
양산 시 의원으로 당선 되어 시민의 애로 사항을 접하는 황윤영의원의
“선생님 저의 사무실에 잠시 들려 차라도 한잔 드시고 가세요.”
정다운 말이 귓전에 맴 돌아 진정 오늘 하루는 세월을 붙든 생각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참 가벼웠다.
- - - 4 - - -
海石 : 홍 성실 s20kr@yahoo.co.kr
남강 문우회원
수필집 : 얼음물 한잔 자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