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읍 회동리에 있는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에 가기 위해서 일찍 출발하였다. 난 늘 이런 것을 좋아했다. 한적한 시골길을 창문을 열고 천천히 달리며 조용한 음악을 듣고 창밖을 보는 여행. 요즘은 온 산하가 단풍이 들어 더욱 분위기를 돋구는 상황이다.
아침이지만 그런 느낌을 받으며 운전을 하였다.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입구에서 표를 팔고있고 주차비를 내라는 말에 다른 산행 들머리가 없냐고 하니 옆으로 가면 있다고 말을 한다. 차를 돌려 우측 다리를 건너 중봉쪽으로 가는 길을 조심스레 달리니 차량 진입을 막으면서 작은 주차장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등산로입구란 푯말이 있어서 방향을 잡고 차를 주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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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해는 언제 봐도 만족스럽다>
산행준비를 하는데 안개가 많이 끼었다. 그러나 좌우 분간은 할 정도여서 배낭을 메고 8시 20분에 산행을 시작하였다. 산뜻한 이정표가 있어서 안심을 하고 숲속으로 접어들었다. 얼마 가지 않아서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경사가 심하다. 조금 오르다가 쉬고 조금 오르다가 쉬기를 반복하면서 올랐다. 6부 능선에 오르자 작은 능선들이 보이면서 운해가 나타난다. 재수가 있는 모양이다.
높은 산에서 보는 운해는 정말 멋있다. 안개가 바다를 이루고 그 바다를 뚫고 산들이 솟아오르는 모양은 동양화에서 보는 그런 분위기요 그림이다. 나무에 가려 좋은 그림이 안 나와서 여러 군데를 찾으면서 좋은 그림 만들기에 노력을 하였더니 드디어 적당한 장소가 나타난다.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또 오르기를 시작하니 냉기가 몰려와 춥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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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멋진 나무가 자작나무다>
가리왕산은 1,560m다. 제법 높은 산이고 햇살이 퍼지기 전이라 부는 바람에 냉기가 있는 것이다. 1,433m의 중봉에 오르기까지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고 나니 지친다. 이정표가 있는 중봉에서 잠시 쉬었는데 그 후로는 완만한 길이 나타나서 수월하게 걸었다. 등산로 주변에는 잣나무, 주목, 자작나무 등 눈에 들어오는 나무들이 많았다. 빨간 열매가 달린 나무의 이름은 모르겠지만 잔 열매들이 수없이 달린 모양은 깊은 인상을 주는 나무였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흥얼거리며 걷다보니 어느새 가리왕산 정상에 도착이 된다. 4명의 등산객이 먼저 와서 식사를 하고 막 일어서는 것이었다. 정상에는 돌탑이 있고 가리왕산을 가리키는 정상석이 참하게 서 있다. 제법 넓은 평지가 있는 정상 주변을 둘러 보니 조망이 좋았다. 360도 탁 트인 조망은 가슴을 시원하게 하였다. 이래서 100대 명산에 드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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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 정상이다>
시계를 보니 11시 40분이다. 3시간 20분 만에 정상에 오른 것이다. 나는 사진찍기를 좋아한다. 그냥 바로 걷기만 하였다면 3시간 이내에 도착이 되었겠지만 이것 저것 보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은 늦기 마련이다.
아무도 없는 가리왕산 정상에서 오를 때 힘들었던 것은 어디론가 다 가버리고 지금은 정상에 오른 쾌감만이 가득하다. 가볍게 체조도 하고 가슴을 벌리고 심호흡도 하면서 혼자만의 낭만을 즐기다가 점심으로 가지고 온 양과점 빵을 먹었다. 그 빵마저도 맛이 있었다.
저 멀리 중왕산으로 가는 길이 보였다. 오늘은 중왕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반대편으로 내려가야 한다. 낮시간이 긴 여름에는 중왕산을 거쳐 청옥산까지 이어지는 산행이 가능하지만 해가 짧은 요즘은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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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단풍이다>
능선을 조금 걸어가니 가리왕산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타난다. 기분 좋게 내려가는데 점점 경사가 지더니 이윽고 급경사가 나타난다. 조심스레 발을 딛느라 머리가 아프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하산을 할 때 더 피곤하다. 지도에는 나타나지 않은 임도에 도착하니 경사가 좀 완만해진다. 다시 계곡으로 내려가기를 계속하는데 이 계곡의 길이가 약 4km다. 그런 긴 계곡을 평편한 길이 아닌 돌을 밟고 건너는 길을 2시간 정도 걸어보시라. 으악 정말 고난의 길인 것이다.
그래도 가을은 이 계곡에도 찾아와 단풍잎들이 빠알갛거나 노랗게 물들고 계곡을 환하게 만들고 있었다. 몇 사람이 오르면서 거리와 시간을 묻는다.
산에서 거리와 시간을 물으면 다들 다 왔다고, 얼마 안 남았다고 말한다. 이는 힘들게 오르는 사람에게 힘을 보태기 위함이다. 그래서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고맙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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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뚱딴지- 돼지 감자다>
아침에 왔던 휴양림 입구 매표소를 지나 차가 있는 곳까지 다시 올라갔다. 가는 도중에 돼지 감자가 보여 한 줄기를 잡아당기니 돼지 감자가 주렁주렁 달려 올라온다. 내가 고향에서 어릴 때 들판을 지나면서 돼지 감자를 먹던 생각이 나서 서스럼 없이 돼지 감자를 먹을 생각을 한 것이다. 돼지 감자를 '뚱딴지'라고도 하는데 돼지감자의 모양새가 제 멋대로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흐르는 물에 간단히 씻어서 먹으니 먼 옛날에 먹은 뚱딴지의 맛 그대로였다.
주차장에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 3시 반이다. 7시간 10분을 걸은 것이다. 그래도 멋진 산행을 하고 나니 기분이 홀가분하였다. 적극 추천하는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