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사람들_심재덕 울트라러너
관리자 2022-01-04 09:13
MMT100 레이스. 울트라 러닝 표지 모델로 실린 사진.
“나에게 달리기는 새로운 삶입니다” ‘달리기’가 누군가에겐 세상에서 가장 하기 싫은 것이기도 하고, 또 늘 하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새로운 삶이 되기도 합니다. 달리기로 새로운 삶을 얻은 것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잘 달리는 사람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심재덕(대우조선해양 공부운영부 생산장비 지원 부분 용접장비지원반․기감) 씨가 최근 책을 펴냈습니다. ‘나는 울트라러너다’란 제목의 책입니다. 덧붙인 제목은 ‘한계는 내가 정한다’입니다. 심재덕 울트라러너를 만나 그의 달리기 인생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하다
심재덕 울트라러너는 1969년 충청북도 괴산군 연풍면의 작은 산골 마을 분지골에서 태어났습니다. 증평공업고등학교 3학년 때 대우조선해양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청주기계공고에서 면접을 보고 거제도로 왔습니다. 그는 3개월의 실습을 거쳐 1987년 2월 1일 대우조선해양 정식 직원이 됐습니다.
열심히 일하던 그에게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선박의 냉난방에 필요한 보온작업을 하던 그는 늘 마스크를 써야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코로 숨쉬기가 힘들어 병원 진료를 받았습니다. ‘기관지 확장증’이었습니다.
그는 수술하고 죽으나 지금 이대로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죽더라도 예전처럼 숨은 편하게 쉬어보고 죽자는 마음으로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1993년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달렸습니다. 그해 5월 31일 대우조선해양에서 ‘제1회 전사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10㎞ 단축 마라톤에 참가했습니다. 첫 마라톤 도전에서 운(?) 좋게도 우승했습니다.
행운은 가을에도 이어졌습니다. 장승포 시민의 날 행사 때 옥포동 마라톤 선수로 참가해 우승하는 등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한 첫해 세 번의 대회에 참가해 모두 우승하는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달리기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가 되다
그는 달리기에 올인했습니다. 마라톤 풀코스(42.195㎞)를 3시가 안에 뛰는 ‘서브-3’를 2021년 12월 초까지 320회 달성했습니다. ‘서브-3’ 100회부터 300회까지 국내 최초로 세웠습니다.
‘서브-3’ 100회는 2008년 달리기를 시작한 지 14년 만인 2008년 ‘제3회 사천 노을 마라톤 대회’, 200회는 2013년, 300회는 2018년 1월 세웠습니다. ‘서브-3’는 아마추어에겐 ‘꿈의 기록’으로 불립니다.
이제 그에게 마라톤 풀코스는 말 그대로 가벼운 운동이 됐습니다. 누구도 도전하지 않았던 이틀 연속으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 우승했습니다. 2006년 4월 22일 제6회 함평 마라톤 대회, 4월 23일 지리산 남원 반달곰 마라톤 대회에서였습니다.
그는 마라톤 풀코스에 만족하지 않고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처음 참가한 울트라 마라톤(100㎞)은 2003년 9월 열린 ‘제2회 제주 울트라 마라톤 대회’였습니다. 8시 13분 32초로 2위를 했습니다.
두 번째 참가한 ‘2004 코리아 울트라 선수권 대회’에서 7시간 10분 26초의 기록으로 한국 최고기록을 갈아치우며 우승했습니다.
MMT 100 대회에서 신기록으로 우승한 뒤 세리머니
그렇게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해 50여 차례 완주한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로 160㎞를 달리는 미국 ‘MMT 100’(2016년 대회)을 꼽았습니다. 울트라 등산로 러닝 대회에서 가장 많은 40회를 우승한 살아있는 레전드 칼 멜처를 이기고 우승한 대회이기 때문입니다. 또 그가 세운 17시간 40분 45초라는 기록은 ‘MMT 100’ 역대 최고기록으로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대회 우승으로 그는 세계 최정상급 울트라 등산로 러너 반열에 올랐습니다. 외국인 최초로 미국 ‘울트라 러닝’의 표지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대회가 있습니다. 71.5㎞를 달리는 ‘하세가와 쓰네오 컵 대회’입니다. 2002년 처음 참가한 이 대회에서 결승점을 5㎞ 남겨두고 일본의 트레일 러닝 1세대 영웅 이시카와 히로키 선수에게 역전당해 준우승에 그쳤습니다.
그는 “이 대회에서 꼭 우승하겠다”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4년 뒤인 2006년 10월 ‘제10회 하세가와 쓰네오 컵 대회’를 다시 찾았습니다. 이 대회에서 그는 세계 그 누구도 넘지 못했던 8시간 벽을 깨고 우승합니다. 그가 남긴 기록은 7시간 52분 24초였습니다.
마라톤 풀코스와 울트라 마라톤을 번갈아 달리던 그는 하루에 마라톤 풀코스와 울트라 마라톤 2개 대회 우승이라는 누구도 하지 못한 전무후무한 기록에 다시 도전했습니다.
2016년 5월 28일 오전 6시에 출발한 ‘제21회 바다의 날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더니, 그날 저녁 6시에 출발한 ‘제9회 북한강 울트라 마라톤(100㎞) 대회’에서 우승하는 기적을 일궈냈습니다. #울트라러너 심재덕의 꿈 그는 달리면서 세 가지 꿈을 갖게 됐다고 했습니다. 첫 번째 울트라 마라톤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꿈은 2006년 ‘MMT 100’에서 칼 멜처를 이기면서 이뤘습니다.
두 번째는 자서전을 내는 게 꿈이었습니다. 그 꿈은 10년 전부터 준비해서 자료를 모아 지난해 작업을 해서 지난 9월 ‘나는 울트라러너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면서 두 번째 꿈도 이뤘습니다.
세 번째 꿈은 개인 박물관을 갖는 것입니다. 처음엔 메달 등 대회에서 우승한 것들을 나눠주곤 했지만 이젠 전시하기 위해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모으고 있습니다.
그의 마라톤 풀코스 최고기록은 동아일보 세계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 달성한 2시간 29분 11초입니다. 기록을 좀 더 줄여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일흔 살까지 ‘서브-3’ 500회는 무난하게 달성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UTMB 결전을 앞두고
울트라러너로서는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리는 ’UTMB(Ultra Trail du Mont Blanc․몽블랑 울트라 트레일)‘ 대회 우승을 해보고 싶습니다. 29년 동안 달리면서 세계 최고가 되기까지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아내를 비롯한 가족과 때로는 매니저로, 세계 대회가 있을 때마다 숙소를 정해주고 일정을 짜두던 내 동생들, 그리고 함께 달려준 우정과 응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태호 과장과 나의 달리기 스승인 신승서 대리, 박우학 선배, 황재혁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이윤주 굿러너컴퍼니 대표, 일본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그를 꼭 챙겨주는 그의 세 번째 아버지인 와카무라 이쓰야키(첫 번째 아버지는 친아버지, 두 번째 아버지는 하나님 아버지), 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심재덕 울트라러너는 “29년을 달리면서 여섯 번 포기했습니다. 여러 이유로 포기할 때면 마음이 아팠지만, 오히려 나에겐 약이 됐습니다”라면서 “모두가 어려운 시기지만 참고 인내하면 모두가 행복한 그 날이 올 겁니다. 거제시민 여러분 행복하세요”라고 거제시민들에게 새해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물었습니다. “심재덕에게 달리기란 무엇인가요” “저에게 달리기는 새로운 삶입니다. 저의 달리기를 멈추게 하는 것은 아마도 죽음밖에 없을 겁니다. 한계는 제가 정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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