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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논단 Vol. 47 No. 1 Korea Presbyterian Journal of Theology Vol. 47 No. 1 (2015. 3), 125-149
Ⅰ. 서 론 Ⅱ. 『신학서론』에 나타난 통전적 신학 방법론 Ⅲ. 『통전적 신학』에 나타난 이종성의 통전적 신학 방법론 Ⅳ. 결 론 윤 철 호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 조직신학 통전적 신학 방법론 –춘계 이종성의 신학 방법론을 중심으로 126 장신논단 | Vol. 47 No. 1 <국문 초록> 오늘날의 신학적 혼란기의 상황 속에서 무엇보다도 올바른 신학 방법론의 정 립이 요청된다. 신학 방법론에 관한 성찰은 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향한 공동 의 탐구를 명료화해 줄 수 있는 원리들에 대하여 더욱 명백히 초점을 맞춤으로써 구체적인 신학적 해석을 위한 공통의 근거를 제공해 준다. 이 논문은 통전적 신학 방법론의 수립을 위한 길을 모색하는 논문이다. ‘통전’(統全)은 전체를 아우르고 조화시키고 통합한다는 뜻이다. ‘통전’은 좌와 우, 아래와 위, 긍정과 부정, 개별자 와 보편자, 특수성과 일반성, 그리고 믿음과 지식과 실천을 아우르고 통합하고자 한다. 통전적 신학은 이것들을 아우르고 조화시키고 통합함으로써 단지 절충주의 나 혼합주의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온전성(wholeness)을 지향한다. 한국 신학계에서 ‘통전적 신학’이란 표현을 가장 먼저 사용하고 통전적 신학 의 수립을 위한 초석을 놓은 신학자가 이종성이다. 따라서 통전적 신학에 관해 논 할 때 무엇보다 먼저 그의 통전적 신학에 대하여 고찰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글에서는 이종성의 통전적 신학 방법론을 그의 저서들을 중심으 로 고찰하고 그 내용을 몇 가지 논점들을 중심으로 평가한 후에 필자가 생각하는 통전적 신학 방법론의 전망을 제시하고자 한다. 오늘날의 탈근대적 상황 속에서 필자가 제시하는 통전적 신학 방법론은 모든 신학 방법론들을 아우르면서 동시에 그것들 사이에 상호비판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추구함으로써 책임적인 다원주 의를 추구하는 포스트 토대주의적 방법론이다. 주제어* 신학 방법론, 통전적 신학, 이종성, 성서적 복음주의, 에큐메니칼 윤철호 | 통전적 신학 방법론–춘계 이종성의 신학 방법론을 중심으로 127 Ⅰ. 서 론* 새로운 시대적 상황 속에서 기존의 신학의 문제점과 한계를 경험하고 새로운 신학적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될 때, 그리고 다양한 신학의 유형들이 서 로 갈등하며 충돌을 일으킴으로써 다원성과 모호성으로 인한 혼란에 빠질 때, 무 엇보다 먼저 직면하게 되는 것이 방법론의 문제이다. 데이비드 트레이시가 말한 바와 같이, 방법론에 관한 성찰은 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향한 공동의 탐구를 명료화해 줄 수 있는 원리들에 대하여 더욱 명백히 초점을 맞춤으로써 구체적인 신학적 해석을 위한 공통의 근거를 제공해 준다.1) 기독교 역사 속에서 형성된 신 학 방법론에는 다양한 유형들이 있다. 이 다양한 유형의 신학 방법론은 세 가지의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즉 ① 교회적, 고백적 신학, ② 변증적, 철학적 신학, 그리고 ③ 실천적, 변혁적 신학이 그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신학 방법론들은 서 로 다른 신학의 공적 자리(트레이시에 따르면, 교회, 학교, 사회2))를 반영한다. 이 세 가지 신학 방법론들은 서로 배타적이거나 양자택일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아 니라 유비적이고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통전적 신학은 이러한 세 가지 유형 의 신학 방법론 전체를 요구한다. 그러므로 신학자는 어느 특정한 한 가지 유형의 방법론만을 절대화하지 말고 다양한 방법론들을 함께 아우르는 통전적인 방법론을 지향해야 한다. 통전적인 신학 방법론은 근본적으로 신학의 주제와 내용 자체의 통전적 전체성에 근거한 다. 기독교 신학의 통전성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보편적 실재성에 근거한다. 즉 신학의 대상인 하나님은 보편적 하나님으로서 모든 실재와 진리와 의미와 관점을 자신 안에 포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서가 증언하는 예수 그리스도가 선포한 하나님 나라의 복음 자체가 통전적인 인간의 구원과 창조세계의 완성을 지향한 다. 즉 기독교의 복음은 영혼과 육체, 개인과 공동체와 역사, 인간과 자연과 우주 전체의 통전적인 구원과 화해와 완성을 목표로 한다. * 이 논문은 2014년 9월 24일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교회협력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제 10회 춘계 이종성의 신학강좌에서 발표된 글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이 논문은 2015년 장로 회신학대학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1) David Tracy, “신학적 방법론,” 피터 C. 하지슨, 로버트 H. 킹 편, Modern Christian Systematic Theology, 윤철호 역, 『현대기독교조직신학』 (서울: 한국장로교출판사, 1999), 69. 2) David Tracy, The Analogical Imagination: Christian Theology and the Culture of Pluralism (New York: The Crossroad Publishing Company, 1987), 3-31 참고. 128 장신논단 | Vol. 47 No. 1 ‘통전’(統全)은 전체를 아우르고 조화시키고 통합한다는 뜻이다. ‘통전’은 좌와 우, 아래와 위, 긍정과 부정, 개별자와 보편자, 특수성과 일반성, 그리고 믿음과 지식과 실천을 아우르고 조화시키고 통합하고자 한다. 통전적 신학은 이것들을 아우르고 조화시키고 통합함으로써 단지 절충주의나 혼합주의에 빠지는 것이 아 니라 온전성(wholeness)을 지향한다.3) 여기서 온전성은 정적이고 고정화된 실재 라기보다는 언제나 끊임없이 좌와 우, 아래와 위, 긍정과 부정, 개별자와 보편자, 부분과 전체, 특수성과 일반성, 그리고 믿음과 지식과 실천의 해석학적 순환과 변 증법적 통합 안에서 구현되는 과정적, 관계적, 역동적 실재이다. 한국 신학계에서 ‘통전적 신학’이란 표현을 가장 먼저 사용하고 통전적 신학 의 수립을 위한 초석을 놓은 신학자가 이종성이다. 따라서 통전적 신학에 관해 논 할 때 무엇보다 먼저 그의 통전적 신학에 대하여 고찰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의 통전적 신학은 아직 완성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미흡한 점들이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통전적 신학은 아직 미완적 개념으로서 형성의 과정 속에 있다. 이 글에서는 이종성의 통전적 신학 방법론에 대하여 고찰하고 그 것에 대하여 평가한 후에 필자가 생각하는 통전적 신학 방법론의 전망을 제시하 고자 한다. 이종성의 통전적 신학 방법론은 그가 쓴 『조직신학대계』 제1권 『신학 서론』4) 제1부 서론과 『통전적 신학』 제1장 “통전적 신학 서설,”5) 그리고 김명용이 쓴 『통전적 신학』 제3장 “이종성의 통전적 신학”에 잘 나타나 있다. 이종성의 신학 방법론에 대한 고찰은 이러한 글들에 나타난 내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와 같은 고찰 후에 필자는 오늘날의 탈근대적 상황 속에서 모든 신학 방법론들 을 아우르면서 동시에 그것들 사이에 상호비판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추구함으 로써 책임적인 다원주의를 추구하는 포스트 토대주의적 방법론을 탈근대적인 통 전적 방법론으로 제시할 것이다. 3) 따라서 통전적 신학은 영어로 ‘integral theology’ 또는 ‘holistic theology’로 표현된다. 통전의 의미에 대하여 김명용, “통전적 신학이란 무엇인가?,” 이종성, 김명용, 윤철호, 현요한, 『통 전적 신학』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 출판부, 2004), 53-54 참고. 4) 이종성, 『신학서론』, 조직신학대계, 제1권 (서울: 한국기독교학술원, 2001). 5) 이종성 외, 『통전적 신학』, 23-52. 윤철호 | 통전적 신학 방법론–춘계 이종성의 신학 방법론을 중심으로 129 Ⅱ. 『신학서론』에 나타난 통전적 신학 방법론 1. 신학의 방법들과 상관적 방법 이종성은 『신학서론』 제1부 제3장 “신학하는 방법”에서 네 가지 신학 방법론 을 소개한다. 첫째는 어떤 보편적 전제로부터 시작하여 개별적인 결론을 얻어내 는 연역적 방법이다. 이 방법 안에는 교회의 권위를 교리와 진리의 판단 기준으로 간주하는 교회론적 방법, 성서의 권위를 절대화하고 모든 교회의 신조와 교리를 버리고 성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성서론적 방법, 그리고 바르트적인 신 언적 방법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세 번째 신언적 방법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한 소개가 필요하다. 이종성에 따르면 바르트는 성서를 세 가지 종류의 신언 즉 기록 된 말씀(성서)과 선포된 말씀(설교)과 계시된 말씀(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로 본다. 여기서 “성서는 글 자체가 계시의 원천적 형식은 아니나 하나님의 계시에 대한 1차적 증언을 포함하고 있다.”6) 성서를 통해 증언된 예수 그리스도가 모든 신학 의 표준이다. 이종성은 바르트의 성서관이 프로테스탄트 정통주의나 성서문자주 의와는 다르다고 본다. 바르트에 의하면 “성서는 하나님이 그것을 그의 말씀으로 만들고 그것을 통하여 말씀할 때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이다.”7) 이종성은 바르트 가 “성서 기록자들에게 성령으로 영감을 준 그 하나님이 다시 성령을 통하여 기록 된 말씀 안에서 말씀하실 때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이 된다고 함으로써, 기록된 성 서의 신언성을 ‘영감되어 기록된 성서’(정통주의)에 두지 않고 기록된 말씀을 통하 여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말씀하시는 하나님과 성령에 두고 있다”8)고 말 한다. 성서 이해에 관한 한 이종성은 이러한 바르트의 성서관을 따르고 있는 것으 로 보인다. 두 번째 방법은 관찰된 개개의 사물에 대한 이해를 체계적으로 종합하여 결 론을 내리는 귀납적 방법이다. 이 방법은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적극적으로 사 용되었으며, 슐라이르마허 등 근대의 프로테스탄트 자유주의 신학자들에 의해 널 리 사용되었다. 세 번째 방법은 계시적 방법이다. 이 방법은 하나님의 계시인 예 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사건으로부터 출발하는 신학방법으로서, 바르트와 브룬너 6) K. Barth, Church Dogmatics, I/1, 1936, 124 이하; 이종성, 『신학서론』, 51. 7) K. Barth, Church Dogmatics, I/1, 123; 이종성, 『신학서론』, 52. 8) 이종성, 『신학서론』, 52. 130 장신논단 | Vol. 47 No. 1 에 의해 대표된다. 이 방법은 사실상 첫 번째 방법과 별로 다르지 않다. 네 번째 방법은 틸리히의 상관적 방법이다. 틸리히는 하나님의 절대 타자성 과 절대적 자유를 강조하고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성에 대하여 말하기를 거부한 바르트에 반대하고 하나님과 인간의 만남과 상호적인 관계를 말하는 브룬너를 지 지한다.9) 틸리히에 의하면 신학은 실존적 상황에서 던져지는 질문과 신적 자아 현시에 담겨져 있는 답변을 다룬다. 인간의 질문 쪽에는 이성, 존재, 실존, 삶, 역 사가 있으며, 하나님의 답변 쪽에는 계시, 하나님, 그리스도, 성령, 하나님 나라가 있다. 이종성은 틸리히의 상관적 방법론이 신학사적인 중요성이 있다고 보면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에 따르면, “신학사적으로 볼 때 그(틸리히)는 바르 트와 불트만을 대표로 하는 초자연주의와 자연주의를 연결하여 더 종합적이고 포 괄적인 신학을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양자가 괴리되고 대립되어 그리스도교 복음 의 총체적 이미지를 파괴할 위험성이 있음을 느낀 틸리히는 양자를 그들대로 버 려두지 않고 서로 연결함으로써 더 포괄적이고 깊이가 있고 실존적인 신학을 형 성했다.”10) 이종성은 자신의 저서 『신학적 인간학』에서 오늘과 같이 성서와 교회와 신학 이 권위를 상실한 시대에는 연역적인 방법보다 귀납법적인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 고 주장한다.11) 그는 성서와 교회와 신학의 권위를 인정하지만 오늘날에는 그러 한 권위에 의존하여 출발하는 연역적 방법보다는 인간의 공동 관심사에 관하여 대화하는 귀납법적 방법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믿는다. 이런 이유로 그는 자신의 교의학을 위로부터(from above) 즉 신론이나 계시론으로부터 출발하지 않고 아래 로부터(from below) 즉 인간론으로부터 출발한다. 이종성은 자신이 인간론에 기 초하여 존재의 근원의 문제에 대해서는 신론에서 다루고, 실존문제는 기독론에 서, 삶의 문제는 성령론에서, 공동체 문제는 교회론에서, 사회문제는 기독교윤리 학에서, 그리고 역사문제는 종말론에서 다룰 것이라고 스스로 밝힌다. 이와 같은 이종성의 신학 방법론은 인간 실존에 대한 철학적 분석과 질문과 이에 대한 신학 적 응답 사이의 상관관계 안에서의 대화를 추구하는 틸리히의 방법론과 매우 유사 9) P. Tillich, Systematic Theology, vol. 1, 61; 이종성, 『신학서론』, 62-63. 10) 이종성, 『신학서론』, 65. 11) 이종성, 『신학적 인간학』 (서울: 대한기독교출판사, 1979, 1982), 305. 이종성에게 있어서 신학적 인간학은 그 자신이 구상하는 신학체계 전체를 요약적으로 개괄하는 프롤레고메나 의 성격을 갖는다. 윤철호 | 통전적 신학 방법론–춘계 이종성의 신학 방법론을 중심으로 131 하다.12) 그러나 이종성은 위에서 열거된 네 가지 신학 방법이 다 각기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그는 메시지를 상황에 연결시키고자 하는 상관적 방법을 정립한 틸리히가 현대신학에 큰 공헌을 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 방법에 대해서도 비판한 다.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종성은 틸리히의 상관적 방 법을 다섯 가지로 비판한다.13) 그런데 이 비판들 가운데 일부는 틸리히의 상관적 방법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이해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이종성은 메시지와 상황의 관계가 반드시 동일(identity)이나 유사함(similarity)이 나 비유(analogy, ‘유비’를 잘못 쓴 것으로 여겨짐)적이거나 대립(confrontation)적 인 것만은 아니라고 비판한다. 이러한 틸리히에 대한 비판은 그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실, 메시지와 상황의 관계가 동일성, 유사성, 유비, 대립의 관계 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 사람은 틸리히가 아니라 트레이시이다. 트레이시는 틸 리히의 상관적 방법이 메시지와 상황의 관계에 있어서 동일성, 유사성, 유비, 대 립의 스펙트럼 가운데 어느 것도 허용한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는 이것이 틸리 히의 상관적 방법의 본래적 의미라고 보았다. 상관적 방법은 메시지와 상황의 구 체적인 관계를 미리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트레이시에 의하면 메시지와 상황의 특정한 상관적 관계의 형태(동일성, 유사성, 유비, 대립)의 결정은 특정한 주제에 달려있다.14) 따라서 구체적인 주제가 무엇인가에 따라 메시지와 상황 사이 관계 는 동일한 것으로 나타날 수도 있으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날 수도 있으며, 유비 적인 것으로 나타날 수도 있으며, 대립적인 것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대립의 경우가 메시지가 상황을 가장 분명하게 변혁시키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리차드 니버가 그리스도(또는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문화에 대항 하는(against) 그리스도(Tertullian),’ ‘문화의(of) 그리스도(Ritschl),’ ‘문화 위(above) 의 그리스도(Aquinas),’ ‘문화와 역설관계(paradox) 안에 있는 그리스도(Luther),’ 12) 윤철호, “춘계 이종성 박사의 신학적 인간학에 대한 고찰,” 『춘계 이종성 박사의 생애와 사 상』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출판부, 2014), 51, 71-72 참고. 3권으로 이루어진 틸리히의 『조직신학』은 그의 상관관계 방법론을 따라 ‘이성과 계시,’ ‘존재와 하나님,’ ‘실존과 그리스 도,’ ‘삶과 성령,’ ‘역사와 하나님 나라’로 구성되어 있다. Paul Tillich, Systematic Theology, 3 vols.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51-63). 13) 이종성, 『신학서론』, 73-74. 14) David Tracy, The Analogical Imagination: Christian Theology and the Culture of Pluralism (New York: The Crossroad Publishing Company, 1987), 376. 132 장신논단 | Vol. 47 No. 1 ‘문화의 변혁자(transformer) 그리스도(Maurice)’15)로 구별한 것과 유사하다. 니버 는 기본적으로 고전적인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가 이 전체 영역안의 어느 형태도 취할 수 있음(그리고 역사적으로 실제 다양하게 취해 왔다)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문화의 변혁자로서의 그리스도가 가장 중심적인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이종성은 틸리히의 상관적 방법은 현재의 상황에 대하여 구체적인 응답 을 제시하려고 함으로써 신학의 폭을 지나치게 현대 문제에 국한시킨다고 비판한 다. 다시 말하면, 틸리히의 상관적 방법이 신학이 취급해야 하는 무한대한 내용을 너무나도 단순화시키고 축소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비판은 적어도 부분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틸리히의 상관적 방법에 있어서 그 자신의 상황적(철학적) 질문은 매우 존재론적, 실존적이며 따라서 그의 신학적 답변도 존재론적, 실존적이다. 특 히 틸리히는 당시의 실존주의의 영향 아래 인간 실존을 불안, 절망, 무의미성 등 으로 이해하였으며, 이에 대한 신학적 답변을 제시하고자 하였다(예를 들면, 존재 의 힘과 근거로서의 하나님, 인간 실존의 치유, 화해, 재연합을 가져오는 새 존재 로서의 그리스도).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러한 실존적 질문 외에 다양한 질문들이 함께 존재한다. 오늘날에는 단지 고립된 개인적 실존의 문제만 아니라(그것과 더 불어) 역사적, 공동체적 현실 속에서의 고통과 억압과 불의, 그리고 자연의 오염 과 파괴로 인한 생태계의 위기와 이에 따른 인류의 생존의 위기가 더욱 중요한 물 음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틸리히의 실존주의적 물음은 그 자신의 시대적, 역사적 한계성을 보여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상관적 방법은 바 로 각각의 신학자가 자신의 시대적, 역사적 한계성 안에서 제기하는 물음들의 다 양성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고취한다. 다시 말하면, 매시대의 신학자는 자신의 역 사적 상황 속에서 자신의 물음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으며 나아가야 한 다. 따라서 상관적 방법은 신학의 폭을 지나치게 현대 문제에 국한시키거나 신학 이 취급해야 하는 무한대한 내용을 단순화시키고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양한 상황에서의 다양한 질문을 허용함으로써 신학의 폭과 내용을 확장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상관적 신학은 20세기의 틸리히의 발명품이 아니다. 사실상 기독교 역사 속 에서의 모든 신학은 예외 없이 각 신학자 자신이 속해 있었던 시대적 상황과의 상 관성 안에서 형성되었다. 스스로 계시신학이라고 주장하는 바르트의 (특히 초기 의) 신학도 19세기 자유주의의 역사적 낙관주의가 몰락하고 세계 대전이 일어난 15) H. Richard Niebuhr, Christ and Culture (New York: Harper, 1951). 윤철호 | 통전적 신학 방법론–춘계 이종성의 신학 방법론을 중심으로 133 20세기 초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의 제기된 문제(인간의 죄성, 역사의 비극)를 가 지고 시작된 것이다. 또한 후기로 가면서 나타나는 그의 신학의 변천은 새롭게 변 화하는 20세기 중반 이후의 시대적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메시지와 상황 또 는 기독교와 문화 사이의 상관성은 모든 신학의 불가피한 운명이다. 틸리히의 공 헌은 이러한 신학의 본유적 상관성을 방법론적으로 명료화한 것일 뿐이다. 2. 이종성의 통전적 방법 이종성은 자신이 생각하는 통전적 방법의 특징을 다섯 가지로 제시한다.16) 첫째, 신관이 통전적이다. 통전적 신관은 삼위일체론적 신관을 의미한다. 둘째, 인간을 통전적으로 이해한다. 통전적 인간론은 몸과 영혼을 모두 중요하게 여기 며, 일반 학문(과학, 정신분석, 철학)의 인간관과 신학적 인간관을 종합하여 인간 을 총체적으로 이해한다. 셋째, 세계와 우주를 통전적으로 본다. 인간뿐만 아니 라 자연세계도 하나님의 섭리와 구원의 대상이다.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 이 하나님에 의해 창조되었으므로 운명을 같이 한다. 이종성은 바르트를 중심으 로 하는 신정통주의자들이 피조계를 신학적으로 정당화하는데 실패했다고 보면 서, 자연계에 많은 관심을 가진 몰트만의 『창조신학』(『창조세계 안에 계신 하나 님』)을 언급한다. 넷째, 신학을 통전적으로 이해한다. 조직신학은 오늘날 여러 분 과로 세분화된 신학들을 종합하여 통일된 신학을 형성해야 한다. 또 오늘날 분열 된 한국교회의 상황에서 통전적 신학이 요청된다. “한 분야의 신학, 한 교파의 신 학, 한 계급의 신학, 한 민족의 신학, 한 학파의 신학이 아니라, 신학의 분야 전체 를 관통하는 신학, 교파의 특수성을 초월한 보편적 신학, 인류전체를 위한 신학, 모든 학파의 편협성을 초월한 그리스도교의 신학을 지향하는 통전적 신학을 해야 한다.”17) 다섯째, 통전적 방법은 역사를 통전적으로 이해한다.18) 이종성은 그리스도의 16) 이종성, 『신학서론』, 78-87. 17) 위의 책, 83. 18) 통전적인 역사 이해에 따르면 ① 역사는 단지 인간 혼자만의 결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 님과의 인격적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② 역사에는 목적이 있다. ③ 역사의 주인은 하나님 이다. ④ 역사는 그리스도의 성육신 사건을 통해 신적인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⑤ 역사에 는 종말이 있다. ⑥ 역사는 그리스도의 재림에 의해 종결된다. 그리고 영원한 하나님 나라 가 시작된다. 위의 책, 84-85. 134 장신논단 | Vol. 47 No. 1 역사관의 토대 위에서 종교적, 관념론적, 유물론적 역사관을 종합해 인류 전체의 역사관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하면, 그는 세속적인 모든 역사관이 기독교적 역사관 안에 종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다섯 가지에 덧붙여 다음 두 가지가 추가될 필요가 있다. 여섯째, 이종성 의 통전적 방법은 또한 그가 신학이 다른 학문들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하 는데 잘 나타난다.19) 즉 그는 철학, 과학, 종교학, 심리학, 문학, 사회과학을 신학 의 보조학으로 간주하며, 이러한 일반 학문들이 신학에 도움을 준다고 본다. 일곱 째, 이종성의 통전적 방법은 그가 성서와 교회사뿐만 아니라 세속적인 일반 역사 도 조직신학의 자료에 포함시키는데 잘 나타난다.20) 이종성이 열거하고 또한 그에게서 발견되는 이상의 일곱 가지의 통전적 방법 들 가운데 순수하게 방법론적인 것은 네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이며 다른 네 가지는 방법론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신학의 실질적 내용과 구성에 관한 것이다. 그러므로 통전적 방법론에 관한 우리의 논의는 앞의 세 가지에 집중될 필요가 있 다. 즉 이종성은 신학의 분야, 교파, 계급, 민족, 학파를 초월하는 보편적, 통전적 신학(넷째), 모든 학문들을 아우르는 보편적, 통전적 신학(여섯째), 그리고 성서와 교회사뿐만 아니라 일반 역사를 신학의 자료로 삼는 통전적 신학(일곱째)을 추구 한다. 이와 같은 이종성의 신학 방법론은 신학의 공공성 또는 보편성을 강조하는 오늘날의 공적 신학의 방법론과 일맥상통한다. 오늘날의 공적 신학이 추구하는 공공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하나는 인지적, 탈은폐적(disclosive)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실천적, 변혁적(transformative) 측면이다. 전자는 신학적 논증의 합리성, 이해 가능성을 중요시하면서 일반학문과의 학제간 대화를 통해 신학의 공공성과 보편성을 추구하는 변증적 또 는 철학적 신학자들(틸리히, 매쿼리, 판넨베르그, 과정신학자 등)에 의해 대변되 며, 후자는 이 세상에서의 기독교의 사회적, 공적 책임을 강조하며 역사적 현실 속에서의 불의, 부정, 억압, 압제, 구조악에 대항하여 투쟁함으로써 역사적 현실 을 변혁시키고자 하는 정치, 해방신학자들(몰트만, 메츠, 죌레, 구티에레즈, 보프 등)과 여성신학자들(류터, 피오렌자. 메리 데일리 등)에 의해 대변된다. 이종성의 통전적 신학은 실천적, 변혁적 공공성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약하며 대체로 인지 적, 탈은폐적 공공성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느낌이 있다. 그는 정치신학, 여성 19) 위의 책, 154-216. 20) 위의 책, 94-142. 윤철호 | 통전적 신학 방법론–춘계 이종성의 신학 방법론을 중심으로 135 신학과 같은 휴머니즘은 신학의 복음적 요소를 약화시켰다고 비판한다.21) 이것은 이종성의 복음주의 신학의 시대적 한계성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학의 분야, 교파, 계급, 민족, 학파를 초월하는 보편적, 통전적 신학, 그리고 또한 모든 학문들을 아우르는 보편적, 통전적 신학을 추구 하는 이종성의 신학 방법론은 오늘날의 글로벌 시대에 기독교 신학이 추구해야할 탈교파적, 탈당파적, 탈종파적, 탈지역적 에큐메니칼적인 통전적 신학을 지향하 고 있음이 분명하다. Ⅲ. 『통전적 신학』에 나타난 이종성의 통전적 신학 방법론 이종성은 『통전적 신학』 제1장 ‘통전적 신학 서설’에서 서구신학의 문제점들을 비판하고 통전적 신학의 과제를 제시한다. 그는 구미신학의 여러 문제점들을 지 적한다. 그는 구미신학이 신의 통치 범위를 제한했다고 비판한다. 신은 우주와 전 인류를 통치하시는 절대적인 신인데도 불구하고 구미신학은 이스라엘과 중동지 역과 유럽지역의 인류와 문명만을 취급하는데 급급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아시 아와 아프리카와 북남미는 무시되었다는 것이다. 유색인종의 종교와 윤리와 문화 가 신학적 탐구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그것들의 가치가 경시되었다. 이종성은 자 신이 추구하는 통전적 신학이 이러한 서구신학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 고 밝힌다. “구미신학은 20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외의 종교와 문화와 문 명을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한 준비적 위치에 있었음을 부인하고 단지 기독교 문 명의 침략과 지배의 대상으로만 이해하므로 의로우시고 사랑이신 야웨 신의 구속 적 통치권을 곡해하게 되었으며, 그러한 곡해 위에 기독교 신학을 개발하고 조직 하고 확산시켜 왔다. … 필자는 이 시점에 있어서 … 가장 성서적이고 복음적이고 보편타당한 신학을 개발해야 할 사명감을 느끼게 되어 통전적 신학이란 이름으로 그 일을 추진하고 있다.”22) 21) 이종성 외, 『통전적 신학』, 22. 22) 위의 책, 16. 136 장신논단 | Vol. 47 No. 1 이러한 맥락에서 이종성은 서구신학의 과실을 네 가지로 제시한다.23) 첫째는 신학의 그레코-로만화이다. 그는 오리게네스와 아우구스티누스와 아벨라르와 토 마스 아퀴나스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로티누스의 철학에 영향을 받았 다고 본다. 그에 따르면 희랍철학과 로마인의 종교와 철학은 근본적으로 인본주 의이기 때문에 성서의 사상과 양립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세철학과 신학이 신본주의와 인본주의를 병합하였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또한 그는 이러한 병합이 오늘날의 현대신학과 에큐메니칼 신학과 포스트모더니즘에서도 발견된다고 본 다. 둘째는 신학의 백인종의 시녀화이다. 지난 2000년 동안 구미 신학자들은 백 인들의 철학, 문학, 예술, 종교, 문화를 자료로 신학을 발전시킴으로써 인류 전체 를 위한 신학이 아니라 백인을 위한 신학을 하였다. 셋째는 (이것은 첫째와 다르 지 않다) 신학과 휴머니즘의 타협이다. 이종성은 희랍사상을 휴머니즘으로 규정 하고, 서구신학이 복음을 복음과 근본적으로 이질적인 휴머니즘과 타협시킴으로 써 복음을 약화시켰다고 본다. 또한 그는 이러한 현상이 오늘날의 비종교화, 세속 주의, 정치신학, 여성신학, 포스트모더니즘에서도 나타난다고 본다. 넷째는 타종 교에 대한 몰이해이다. 기독교는 힌두교, 불교, 이슬람교, 유교 같은 종교들이 “기 독교 신학이 밝히려고 노력하는 진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에 대하여”24) 진지한 연구를 시도하지 않았다. 이종성은 서구신학의 역사에 대한 (매우 또는 지나치게) 간략한 개관을 시도 한다. 먼저, 그는 아우구스티누스는 복음주의에 의해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 융합되도록 함으로써 기독교 신학의 기초를 닦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수용하여 기독교 신학을 헬라철학과 혼합함 으로써 신학이 아테네의 포로가 되게 만들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그에 따 르면, 종교개혁자들은 아테네의 포로가 되었던 기독교 신학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일을 하였다. 종교개혁자들은 성서의 계시성과 신언성, 그리고 믿음의 절대중요 성을 강조하였으며. 세례와 성만찬만을 성례전으로 인정하였고, 권력화된 교황제 도에 반대하였으며, 독신제도를 거절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민족적 감정을 극복 하지 못하고 분열하였으며, 17세기부터 루터파와 칼빈파는 정통주의 논쟁에 휘말 려 프로테스탄트 스콜라주의에 빠졌다. 이종성은 현대신학자들 가운데 특히 바르트의 신학의 공적을 10가지로 요약 23) 위의 책, 20-24. 24) 위의 책, 23. 윤철호 | 통전적 신학 방법론–춘계 이종성의 신학 방법론을 중심으로 137 하여 열거하면서 매우 긍정적으로 높이 평가한다.25) 그는 서구 신학의 종착점인 오늘날의 포스트모더니즘을 매우 부정적으로 이해한다. 그는 니체, 하이데거, 데 리다, 마크 테일러, 린드벡 등을 언급하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은 단지 기독교 신학 의 전통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기독교 신학 자체를 부인할 뿐만 아니라 신의 존재 와 진리를 부인한다고 비판한다. 마지막으로 이종성은 6가지의 교리, 즉 신관, 구원관, 성령론, 교회론, 윤리 관, 종말론을 중심으로 통전적 신학의 과제를 제시한다. 첫 번째, 기독교가 믿는 신은 삼위일체 신이다. 이종성은 구미신학이 타종교가 “복음의 준비과정(preparatio evangelica)”의 의미가 있음을 묵살하고 상대적, 배타적, 독선적이 되었다고 비 판한다. 그는 “통전적 신학은 타종교가 믿고 가르치는 모든 신관을 3위1체 신의 영역 안으로 끌여들여 그들이 가지는 보조적 역할을 활용하여 기독교 신학이 말 하는 3위1체 신의 절대적 위치를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26) 또한 이종성 은 기독교 외의 다른 종교의 사람들도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하여 다음 과 같이 말한다. “우리의 신은 그 신들(다른 종교의 신들)과 그 신을 믿는 사람들 을 처음부터 무조건적으로 심판하고 죽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비록 예수 그 리스도를 직접 만나지 못하고 믿지 못하고 이름도 듣지 못한다 해도 신은 그들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고 신의 구속사역의 간접적 대상으로 만들어서 신의 숨어 있 는 섭리에 따라 하나님의 나라의 국민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주실 것이다. 이 생 각을 단지 만인구원설이라고 하여 거부할 것이 아니라 신의 우주 통치와 그의 사 랑에 의한 우주 선교의 견지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27) 그러나 두 번째 교리인 구원관에 관해 말할 때 이종성은 이와 다른 어조로 말 한다. 그는 모든 종교적 구원관이 결국 자기의 구원은 자기의 힘으로 얻을 수 있 다는 어리석은 휴머니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통전적 신학의 임무의 하나 는 세상의 종교가 말하는 인본주의적 구원관을 버리고 참 구주이신 예수 그리스 도가 현존하는 기독교로 들어올 것을 설득하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다른 종교 가 말하는 구원은 인간이 생각해 낸 신이나 신적 존재가 주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적 가치가 없다. 다만 참 신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주는 구원이 참 구원이다. 통전 25) 그는 바르트의 신학의 부정적인 면에 대하여 말한다고 하면서 바르트의 신학의 문제점에 대해서가 아니라 바르트가 현대신학의 부정적인 면을 비판한 내용에 대하여 말한다. 위의 책, 33-40. 26) 위의 책, 42-43. 27) 위의 책, 42. 138 장신논단 | Vol. 47 No. 1 적 신학은 이 점을 밝힐 것이며, 다른 종교에 대하여 이 점을 알려줌으로써 그들 이 참 구원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봉사하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28) 세 번째, 이종성은 성령관에 대하여 말한다. 그는 통전적 신학은 성령을 많은 잡령들로부터 해방하여 3위1체 신의 한 위로서 야웨 신의 우주 지배사역에 참여 하고 있음을 밝혀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21세기는 성령의 시대로서 성령론은 신 론과 그리스도론과 같은 중요성을 가진 교리로 발전되어야 한다. 네 번째, 이종성은 교회관에 관해 말하면서,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분열을 매 우 심각한 문제로 간주한다. 그는 3개 교파(정교, 가톨릭교, 개신교)가 타교파를 비판하기 전에 자기 교파의 실정을 돌아보고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요 하나 님 나라의 지상형임을 재인식하고 교회의 본질을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다섯 번째, 이종성은 기독교 외의 다른 모든 윤리는 자력에 의해 자아에 숨겨 져 있는 도덕력을 발견하여 자기가 정한 이상적 삶을 추구한다고 보면서, 이와 구 별되는 기독교의 윤리의 핵심을 여섯 가지로 제시한다. 이 여섯 가지 가운데 특히 중요한 핵심은 기독교의 윤리가 예수가 보여준 아가페 사랑 안에서의 (명령법적 윤리가 아닌) 직설법적 윤리라는데 있다. 여섯 번째, 이종성은 종말관이란 제목 아래 역사관에 대하여 말한다. 그는 여 러 가지 역사관(윤회, 직선, 상승 등)을 열거하고, 신학적으로 가장 설득력 있는 역사관으로서 나선형 역사관을 제시한다. 그는 이 역사관에 대하여 이렇게 설명 한다. “이 역사관의 요점은, 역사의 축은 신의 역사주관 섭리요, 모든 사건은 이 축과 연결되어 있으며, 축에 가까울수록 긍정적인 사건이요 멀수록 부정적인 사 건이다. 그러나 어느 사건도 축에서 완전히 단절된 것은 없다. 그리고 역사는 창 조사건(알파)에서 예수 재림(오메가)을 향하여 전진하되 직선적이거나 후퇴가 아 니라 나선형적으로 전진한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우주와 인간 사회 안에서 일 어나는 어떠한 사건도 역사의 축인 신의 섭리에서 단절된 것은 없다는 점이다.”29) 결론적으로, 이종성은 통전적 신학의 대전제는 “야웨 신이 서양인과 지구뿐 만 아니라 모든 인류와 모든 생물과 우주 전체를 주관하신다”30)는 것이라고 밝힌 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동서양을 아우르고자 하는 그의 신하의 통전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그는 혼합주의의 위험을 경계한다. 혼합주의가 모든 종교나 문 28) 위의 책, 44. 29) 위의 책, 51. 30) 위의 책, 52. 윤철호 | 통전적 신학 방법론–춘계 이종성의 신학 방법론을 중심으로 139 명 안에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요소를 취사선택하여 범종교적이고 범문명적이고 범도덕적인 종교신학을 형성하려고 한다면, “통전적 신학은 천지만물을 지배하는 야웨 하나님을 절대신으로 믿고, 그 신의 통치 하에 여러 종교와 문명과 문화가 있으며, 그것들이 야웨 하나님의 구원사역의 보조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31) 통전 적 신학은 인류가 개발한 이러한 모든 종교, 학문, 기술, 문명, 철학, 도덕을 야웨 하나님의 통치권 안으로 수용하여 성서를 통하여 계시된 진리의 보조자로서 평가 하여 인류 전체를 위한 통전적 메시지를 추구한다. 왜냐하면 그 모든 것이 야웨 하나님의 피조물이요 그의 통치권 안에 있으며, 모든 것이 기독교 신학에 봉사하 는 의의(preparatio theologia)를 갖기 때문이다. ‘통전적 신학 서설’에 나타나는 이와 같은 이종성의 논증 또는 주장들은 다음 몇 가지의 관점에서 좀 더 깊은 숙고를 요청한다. 이 글에서 통전적 신학 방법론 을 위한 그의 주된 관심사는 기독교와 다른 종교 또는 문화의 관계에 집중된다. 그는 타종교와 타문화에 대한 서구신학의 몰이해와 무관심을 비판한다. 그에 따 르면, 서구신학은 배타적, 독선적인 태도를 가지고 타종교와 타문화가 ‘복음의 준 비과정’(preparatio evangelica)에 있음을 부인하고 그것들을 비판과 정복과 지배의 대상으로만 여김으로써 하나님의 보편적 통치권을 제한하였다. 그는 시종일관 하 나님의 통치의 보편성을 강조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가 타종교를 단지 부정 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즉 ‘복음의 준비과정,’ ‘성서를 통하여 계시된 진리의 보조자,’ ‘기독교 신학이 밝히려고 노력하는 진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 이 될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종성의 견해는 타종교를 부정적으로 인식 해온 전통적인 서구신학과 타종교에 대한 배타적인 견해를 고수하는 오늘날의 보 수적인 신학자들의 견해와 분명히 다른 것이다. 그는 특별계시와 자연계시를 구 별하며, 자연계시의 가능성을 인정하며, 이 점에 있어서 그는 바르트 편이 아니라 브룬너 편이다.32) 그가 성서와 교회사뿐만 아니라 일반역사까지도 신학의 자료 로 인정하는 것은 일반은총과 자연계시를 인정하는 그의 계시관과 또한 일반역사 역시 하나님의 보편적 현존과 섭리로부터 제외될 수 없다는 그의 역사관 때문이 다.33) 이런 의미에서 그는 타종교와의 관계에 있어서 그리스도 중심적인 포괄주 31) 위의 책. 32) 이종성은 칼빈에 대한 칼빈주의 전통과 오늘날의 개혁신학자들의 일반적 해석이 자연계시 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33) 이 점에 대해서 김명용이 잘 지적하였다. 김명용, “이종성의 통전적 신학,” 이종성 외, 『통 전적 신학』, 85. 140 장신논단 | Vol. 47 No. 1 의(inclusivism)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이종성은 기독교 외의 다른 종교의 사람들 의 구원 가능성도 열어 놓는다. 하나님은 그들에게도 “하나님의 숨어 있는 섭리에 따라 하나님의 나라의 국민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주실 것이다.” 그는 이것을 ‘신 의 우주 통치와 그의 사랑에 의한 우주 선교’의 견지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 다. 말하자면 이종성은 오늘날의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의 관점에서 타종교 의 구원문제에 접근한다. 그는 인간의 구원의 문제가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숨어 있는 섭리에 달려 있음을 인정한다. 이러한 사고는 다른 종교에 속한 인간의 구원 의 가능성을 루터가 말하는 ‘숨어계신 하나님’(Deus absconditus)의 섭리에 근거시 키는 것으로서, 높이 평가할 만한 신학적 통찰력이다. 이러한 신학적 사고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하나님의 절대주권에 대한 온전한 고백에 기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종성의 이와 같은 포괄주의적 견해의 근거는 하나님의 통치의 보편성에 대 한 그의 확신에 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그의 통전적 신학의 대전제는 “야웨 신이 서양인과 지구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와 모든 생물과 우주 전체를 주관하신 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피조물이고 그의 통치권 안에 있으 며, 따라서 기독교 신학에 봉사할 수 있다. 이러한 이종성의 신관은 판넨베르그의 보편사적 세계의 통치자와 완성자의 보편적 하나님 개념과 유사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종성은 구원관에 관해 말할 때 이와 다른 어조로 말한 다. 그는 모든 종교적 구원관이 결국 자기의 구원은 자기의 힘으로 얻을 수 있다 는 휴머니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34) 통전적 신학은 세상의 종교가 말하 는 인본주의적 구원관을 버리고 참 구주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현존하는 기독교로 들어올 것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다른 종교가 말하는 구원은 인간이 생각해 낸 신이나 신적 존재가 주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적 가치가 없다. 다만 참 신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주는 구원이 참 구원이다.”라고 주장한다. 다른 종교는 이점을 알아야 참 구원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봉사하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보편적 통치를 강조하고 다른 종교인의 구원의 가능성 34) 과연 기독교 외의 모든 종교의 구원관이 자력으로 구원을 얻는다고 가르치는 휴머니즘인가 하는 것은 의문이다. 불교(특히 소승불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 말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유신론적 종교들이 다 인간이 자신의 힘으로 구원을 얻는다고 가르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무신론적 종교인 대승불교도 단지 자력 구원만을 가르치지는 않는다. 여기서는 타 력 구원도 가르치며, 아미타와 같은 중보자도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윤철호 | 통전적 신학 방법론–춘계 이종성의 신학 방법론을 중심으로 141 을 열어놓는 그가 다른 한편으로는 타종교가 말하는 구원을 인정하지 않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가 주는 구원만이 참 구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율배반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인간에게 구원을 약 속하는 어느 종교의 구원론 체계와35) 참된 구원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숨어 있는 섭리는 결코 동일시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종성은 타종교인에 대한 하나님의 숨 어 있는 섭리 안에서의 구원의 가능성은 열어놓음에도 불구하고, 타종교가 약속 하는 교리적인 구원론 체계는 인정하고 있지 않음이 분명하다. 이런 의미에서 그 는 여전히 기독교가 믿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구원의 유일무이성 또는 배타 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의 포괄주의는 단순히 종교다원주의 적인 포괄성이 아니라 한편으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구원의 유일무이성을 포기하지 않는 포괄성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독교와 희랍사상의 관계,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이종 성의 이해에 관해 잠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서구 기독교의 역사에 대한 그의 개관은 매우 단순화된 케리커처(caricature)식의 묘사이다. 그는 희랍과 로마의 철 학은 근본적으로 인본주의이기 때문에 성서의 사상과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 서 중세신학(특히 아퀴나스)이 신본주의와 인본주의를 병합했다고 비판한다. 이 러한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고대의 교부들의 신학은 고대의 희랍 철학과의 상호 비판적인 관계(또는 애증의 관계) 안에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고대 교회에서는 기독교의 헬레니즘화와 헬레니즘의 기독교화가 함께 일어났다. 이것이 바로 (이종성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틸리히가 말하는 상관성(correlation)의 구체적인 예증사례이다. 그리고 (그가 존경하는) 아우구스티누스도 이점 에 있어서 예외가 아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아우구스티누스는 신플라톤주의의 영향을 받았다.36) 또한 이점에 있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 아래서 방대한 신 학체계를 수립했던 중세의 아퀴나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종교개혁자들이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주된 표적이 가톨릭 신학의 근간을 형성했던 아퀴나스의 신학체계 자체라기보다는 중세 말기에 왜곡되고 사변화된 스콜라주의와 부패한 도덕성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예를 들면, 종교개혁자들이 가톨릭교회의 35) 아마도 여기에는 기독교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기독교가 다른 종교와 같은 차원에 있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된 하나님 (Deus revelatus)을 믿으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유일회적인 구속사건이 일어났 음을 믿기 때문이다. 36) 이 사실은 아우구스티누스에 관한 학위논문을 쓴 이종성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142 장신논단 | Vol. 47 No. 1 관행적 공로주의를 비판하면서 ‘오직 은혜만’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종교개혁운동 을 전개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공로주의는 본래 아퀴나스의 가르침과 거리 가 멀다. 아퀴나스의 신학에 있어서도 구원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만 주어진다 는 사실은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탈근대주의에 대한 이종성의 이해는 부분적이고 단편적이다. 이것은 그가 아 마도 세대적 간극으로 인하여 최근의 시대적 사상과 신학적 흐름에 대해 깊이 연 구를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 것으로 여겨진다. 탈근대주의 안에도 여러 가지 흐 름들이 있다. 예를 들면, 다소 복고주의적인 탈자유주의(post-critical) 입장도 있으 며(이종성이 언급한 린드벡은 여기에 속한다), 해체주의적이고 상대주의적인 다 원주의 입장도 있으며(이종성이 언급한 데리다, 그리고 아마도 마크 테일러는 여 기에 속한다), 이 둘 사이의 중도적인 재구성적인(reconstructive) 책임적 다원주의 의 입장도 있다(트레이시는 여기에 속한다). 오늘날의 탈근대적 신학의 특징은 다 양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신학적 질문과 응답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 늘날에는 전통적인 정교, 가톨릭, 개신교 신학 전통들 외에(또는 그것들 안에서) 정치신학, 해방신학, 여성신학(서구, 아시아, 아프리카), 제3세계 신학, 생태신학 등 다양한 삶의 자리에서의 다양한 신학적 질문과 응답들이 허용되며 심지어 요 구된다. 오늘날의 탈근대적 신학의 특징은 바로 신학자가 자신을 포함한 인간실 존의 철저한 역사성과 다원성에 대한 분명한 의식을 가지고 신학을 한다는 사실 에 있다. Ⅳ. 결 론 이종성은 자신의 신학을 성서적 복음주의 신학이라고 부른다. 그는 성서의 축자적 무오성을 신봉하는 성서주의자는 아니다. 그러나 그는 성서의 신언성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는 성서에 인위적인 오류가 있다고 해도 성서는 하나 님의 감동으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담고 있는 책으로서 신학의 표준과 길잡 이가 된다고 믿는다.37) 또한 그의 신학은 복음주의 신학이다. 그의 신학은 칼빈에 뿌리를 두고 바르트, 브룬너, 베르코프, 틸리히, 그리고 몰트만까지도 (적어도 부 37) 이종성, 『신학서론』, 208; 김명용, “이종성의 통전적 신학,” 이종성 외, 『통전적 신학』, 110. 윤철호 | 통전적 신학 방법론–춘계 이종성의 신학 방법론을 중심으로 143 분적으로) 아우르고자 하는 폭넓은 복음주의적 개혁신학이다. 이와 같은 그의 폭 넓은 신학은 그의 통전적 신학 방법론에 기초한 것이며, 통전적 신학 방법론은 바 로 그의 통전적인 기독교 영성을 반영한다. 이러한 통전적 신학 방법론과 신학을 계승, 발전시켜 나아가는 것은 오늘 우 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이다. 장로회신학대학교는 1985년의 신학성명38)과 2002년의 신학교육성명39)을 통해 장신대가 지향하는 통전적 신학을 대내외에 공 표한 바 있다. 장로회신학대학교는 1998년 교육이념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전 파와 하나님 나라의 구현’으로 확정했으며, 이러한 교육이념 아래 2002년의 신학 교육성명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온전히 계시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은 인간을 살 리고, 사회를 살리고, 창조세계 전체를 살리는 온전한 복음이다”라고 천명하였다. 이와 같은 장로회신학대학교의 교육이념은 복음 전파를 통한 개인의 영혼 구원을 강조하는 복음주의 입장과 이 땅의 사회 정치적인 모든 삶의 영역에 하나님의 통 치를 실현함으로써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고자 하는 에큐메니칼적인 입장을 통전 적으로 잘 표현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전파와 하나님 나라의 구현’은 통전적 신학이라는 타 원의 두 초점을 구성하는 분가불리적인 두 이념이다.40) 또한 통전적 신학은 장로 회신학대학교의 교육목표인 경건의 훈련, 학문의 연마, 복음의 실천에 잘 나타 나 있다. 경건(pietas)과 학문(scinetia)과 실천(praxis)은 통전적 신학의 정립(鼎立) 을 위한 세 기둥이다. 통전적 신학은 복음주의적 경건과 자유주의적 학문성과 진 보주의적 실천을 상호 비판적 상관성 안에서 통합하되, 근본주의적 보수주의, 급 진적 자유주의, 혁명적 진보주의를 동시에 거부한다. 통전적 신학은 좌로나 우로 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좌익(左翼)과 우익(右翼)의 변증법적 긴장과 상호 비판적 상관성 안에서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중심을 잡아가며 좌우의 두 날개로 비행하는 신학이다.41) 38) “장로회신학대학 신학성명,” 『기독공보』, 1985. 9. 14. 여기서는 우리의 신학이 ① 복음적, 성경적이며, ② 개혁주의적, 에큐메니칼적이며, ③ 교회와 하나님 나라에 봉사하며, ④ 선 교적 기능과 역사적 사회적 참여의 기능을 수행하며, ⑤ 그 장이 한국, 아시아, 세계이며, ⑥ 기존 사회 문제들에 응답하며, ⑦ 대화적임을 천명하였다. 39)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교육성명을 위한 기초문서,” 『교회와 신학』 제48호 (2002 봄), 12-19. 40) 윤철호, 『현대신학과 현대개혁신학』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출판부, 2003), 256. 41) 신옥수는 통전적 신학으로서 중심에 서는 신학의 특징을 장신대에서 발표된 신학성명과 조 직신학 교수들의 저술을 중심으로 다음 여섯 가지 관점에서 제시하였다. ① 성경: 영감설을 인정하되 축자영감설은 거부하고 온건한 성서비평학을 수용한다. ② 복음과 상황 및 문화 144 장신논단 | Vol. 47 No. 1 김명용에 의하면 통전적 신학은 “예수 그리스도 계시의 궁극성과 성서의 표 준성”의 전제 아래, “에큐메니칼 신학과 복음주의 신학의 통합을 지향하고 개신 교 신학과 가톨릭 신학 및 동방정교회의 신학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기독교 신 학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와 문화 및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학문과 대화” 를 추구하는 신학이다.42) 김명용은 통전적 신학을 ‘온 신학’으로 새롭게 표현한다. 그에 따르면 온 신학은 ‘온 세상을 위한 신학’이며, ‘궁극적으로 이 땅에 하나님 나 라가 임하는데 봉사하고자 하는 신학’이다.43) 그는 온 신학의 특징이 삼위일체 신 학, 하나님의 주권과 은총의 신학, 온전한 복음, 하나님 나라를 위한 신학, 대화적 신학, 기도의 신학, 사랑의 윤리에 있다고 말한다.44) 우리의 고유한 언어를 오늘 에 되살려 통전적인 신학 방법론의 핵심 개념으로 삼고자 하는 그의 시도는 매우 바람직하다.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다양한 유형의 신학들이 백가쟁명(百家爭鳴)으로 난무하고 갈등과 대립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오늘날의 한국의 신학적 상황 속에서, 통전적 신학은 ‘회통’(會通)45)을 통한 ‘화쟁’(和爭)을 추구했던 원효의 화쟁 사상을 새롭게 조명하고 전유할 필요가 있다. 원효는 다양한 교설들이 난무하던 당시에 자신의 저서 『십문화쟁론』(十門和爭論)을 통해 화쟁사상을 수립했다. 『십 문화쟁론』을 문자적으로 번역하면 ‘열 가지 유형의 쟁론을 화쟁하는 이론’으로서, 상이한 견해들 사이의 불필요한 대립과 갈등을 지양하고 그 모든 견해들 각각의 의 관계성: 기본적으로 문화변혁적 개혁신학 전통을 따르되, 하나님 나라 신학에 기초한 기 독교 문화의 토착화 과제도 함께 고려한다. ③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구원의 개념: 복음 과 구원은 개인의 전인적 차원과 아울러 사회, 정치, 우주적 차원을 포괄한다. ④ 복음전도 와 교회의 사회적 책임: 복음전도와 교회성장을 중요시하면서도 하나님의 선교의 맥락에서 역사적 책임을 다한다. ⑤ 교회의 일치운동: 교회일치를 위한 에큐메니칼 운동에 적극적으 로 참여한다. ⑥ 종교간의 대화: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최종성을 긍정하며 기독교의 정 체성을 견지한 채 타종교와의 진지한 대화에 임한다. 신옥수, “중심에 서는 신학, 오늘과 내 일: 장신신학의 정체성 형성에 관한 소고,” 『화해와 화해자: 화해자로서의 교회와 장신신학 의 정체성』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출판부, 2012), 477-96 42) 김명용, “통전적 신학이란 무엇인가?,” 이종성 외, 『통전적 신학』, 68. 43) 김명용, 『온 신학(Ohn Theology)』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출판부, 2014), 100. 44) 위의 책, 133-56; 김명용, “온 신학,” 김도훈, 정기묵 편, 『21세기 아시아 태평양 신학과 실 천』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 2014), 33-50. 45) 회통(會通)은 배타적 언어 다툼(쟁론)을 치유하려는 화쟁(和爭)의 방식으로서, 불변의 실체 나 본질을 설정하면 배타적으로 맞설 수밖에 없고, 실체나 본질이라는 환각을 벗어버리면 서로 열려 통할 수 있다는 통찰이다. 박태원, 『원효』 (서울: 한길사, 2012), 355. 윤철호 | 통전적 신학 방법론–춘계 이종성의 신학 방법론을 중심으로 145 부분적 진리를 아우르고 조화시키고 통합하는 통전적인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 다. 원효는 『열반경』의 대의를 밝히는 부분에서, “여러 경전의 부분을 통섭하고 만 유의 일미(一味)에 돌아가 불의(佛意)의 지극히 공변됨(至公)을 열고 백가(百家)의 서로 다른 쟁론들을 화해시켜, 드디어 시끄러운 사생(四生)으로 하여금 무이(無 二)의 실성(實性)에 돌아가게 하고 꿈꾸는 긴 잠을 대각(大覺)의 극과에 도달하게 한다”46)라고 설명하고 있다. 원효의 화쟁사상이 오늘의 시대적 언어로 적절하게 해석되고 새롭게 표현될 수 있다면, 그것은 시대적 제한성과 종교적 특수성의 경 계를 넘어 기독교의 통전적 신학 방법론의 수립을 위한 좋은 유산과 자원이 될 수 있다.47) 이와 같은 동양과 우리민족의 고전과의 시대와 종교의 경계를 뛰어넘는 열린 대화는 서구적인 사고방식과 세계관에 익숙해져 있는 오늘날의 기독교 신학 자들에게 동서양의 관점을 아우르는 통전적인 신학을 위한 새로운 지평과 전망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통전적 신학 방법론은 어느 하나의 방법론을 배타적으로 고수하지 않는다. 그것은 교회와 학교와 사회를 반영하는 방법론을 포두 포괄한다. 즉 그것은 교회 안에서의 실존적이고 공동체적인 신앙고백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학문성과 사 회 정치적인 실천을 함께 추구한다. 다시 말하면 통전적 신학 방법론은 ‘위로부터’ (from above) 방법론 즉 위로부터의 계시에 근거한 연역법적 방법론과 ‘아래로부 터’(from below) 방법론 즉 아래로부터의 경험에 근거한 귀납법적 방법론, 그리고 ‘바닥과 미래로부터’(from bottom and future) 방법론 즉 종말론적 하나님 나라의 비전과 역사 변혁적인 성령의 능력 안에서 가난하고 소외되고 억눌린 사람을 해 방시키기 위한 실천적 방법론을 모두 필요로 한다. 통전적 신학 방법론 안에서 경 건(pietas)과 학문(scientia)과 실천(exercitatio)은 하나로 통합된다. 이런 의미에서 ‘통전적’(統全的) 방법론은 또한 ‘통전적’(通全的) 방법론이다. 그것은 하나의 특정 한 관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다른 관점들을 받아들인다. 통전적 신학 방법 론 안에서 모든 신학 방법론들은 자신의 관점에 집착하지 않고 극과 극이 통하듯 이 서로 막힘없이 상통(相通)한다. 다원성과 모호성으로 특징지어지는 오늘날의 탈근대적인 시대에, 성서와 기 46) 『涅槃經宗要』 (『한국불교전서』 1, 524上),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한국교수불자연합회 공 저, 『생명과 화쟁』 (서울: 동연, 2010), 144에서 인용. 47) 통전적 신학 방법론을 원효의 화쟁론의 관점을 전유하여 수립하는 일은 필자의 다음 과제 이다. 146 장신논단 | Vol. 47 No. 1 독교 전통에 충실하며 동시에 다양한 시대적 요청에 적절하게 응답하는 신학을 형성해 나아가야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개혁교 전통을 소 중히 여기되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당파성을 넘어서는 범세계적인(global) 에큐메 니칼 신학을 지향하여야 한다. 오늘날의 탈근대적 시기의 특징은 인간 실존의 역 사적 특수성에 대한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화됨과 동시에 세계화 또는 지구 화(globalization)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오늘 날의 탈근대적 신학은 한편으로는 전근대적인 비역사적 절대주의와 근대적인 역 사적 상대주의 양자를 극복하고, 다원주의를 허용(또는 고취)하되 상대적 적절성 의 기준을 포기하지 않는 책임적인 다원주의(responsible pluralism)를 추구해야 한 다. 우리는 자기 절대주의적이고 자기 폐쇄적인 신학이나 무책임하고 혼란스런 다원주의적 신학을 함께 극복하고, 자기 존중과 자기 노출의 변증법 안에서 협의 회적 일치(conciliar unity)와 보편적 공공성(universal publicness), 그리고 책임성 있는 다원주의를 지향하는 통전적 신학을 수립해야 한다. 오늘날의 탈근대적 시기에 통전적 신학은 전근대적인 계시적 토대주의와 근 대적인 경험적 토대주의 그리고 탈근대적인 반토대주의를 넘어서, 역사적 다원성 과 모호성 안에서 종말론적인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바라보며 타자와의 상호비판 적인 대화에 참여하는 포스트 토대주의(postfoundationalism) 신학을 추구해야 한 다.48) 이와 같은 통전적인 포스트 토대주의적 신학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전통의 영향사(history of effect)에 대한 역사적 의식과 함께, 변증법적이고 동시에 유비적인 상상력 안에서 과거와 오늘의 다양한 유형의 신학들, 인문·사회·자연 과학을 포함하는 제 일반학문들, 그리고 다른 문화와 종교 전통들과의 상호 비판 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요구한다. 48) 포스트토대주의 신학에 대해서는 윤철호, “포스트토대주의 신학에서의 합리성: 호이스틴과 슐츠를 중심으로,” 『한국조직신학논총』 제16집 (2006), 101-29 참고하라. 윤철호 | 통전적 신학 방법론–춘계 이종성의 신학 방법론을 중심으로 147 Bak, Tae-Won 박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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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ction on theological method serves the common cause of concrete theological interpretation by bringing into focus the principles that help to clarify the common search for a new paradigm for theology. In this writing, I endeavor to seek the way for the establishment of a holistic theological method. ‘Holism’ means the bringing together, harmonization, and integration of the whole. It tries to bring together, harmonize, and integrate left and right, below and above, affirmation and negation, individuality and universality, particularity and generality, and faith, knowledge, and praxis. In doing so, holistic theology does not merely fall into just eclecticism or syncretism but aim at wholeness. The theologian who used the term ‘holistic theology’ for the first time and laid the foundation for the construction of the holistic theology is Rhee Jong-Sung. Therefore, it is very meaningful to investigate his holistic theology first when we discuss about the holistic theology. In this writing I would like to look into his holistic theological method and evaluate the content of it centering around a few subjects. Then I will propose the prospect of the holistic theological method which I think is desirable. In the postmodern context of today, the holistic theological methodology which I propose is the postfoundationalistic metholodology which seeks responsible pluralism by embracing all theological method in itself and at the same time pursuing mutually critical and constructive dialogues among them. Key Words * Theological Method, Wholistic Theology, Rhee Jong-Sung, Biblical Evangelicalism, Ecumenical •투고(접수)일 : 2014. 12. 17 •심사(수정)일 : 2015. 1. 28 •게재확정일 : 2015.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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