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발음, 윤서결 & 윤성녈…한자 모르는 탓
대통령 이름을 ‘윤성녈’로 발음하는 건 대단한 잘못이다. ‘윤석열(尹錫悅)’은 국어의 ‘ㄴ 첨가 현상’에 해당하지 않는 말이다. 사이시옷의 변음인 ‘ㄴ 첨가 현상’은 신라 시대 구결 이래의 우리말 관습이다.
‘늑막염’이 ‘능망념’으로 발음되는 것은 그 말이 ‘늑막의 염’, 곧 ‘늑막ㅅ염’으로 사이시옷이 들어가기 때문이나, 항렬자로 지어진 ‘석열(錫悅)’은 ‘석의 기쁨’이 아니므로 사이시옷(ㅅ)이 변음된 현상인 ‘ㄴ 첨가 현상’에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윤서결’이 아닌 ‘윤성녈’로 발음하는 것은 국어기강의 해이이다. 북극성처럼, 정부는 국민들의 원만한 어문 생활 등을 위해 혼란 없는 명확한 지침을 제시하는 길잡이입니다. 대통령은 그 정점에 있는 인도자이시고요. 그러기에 왕이 있는 곳을 향한 대중의 눈들을 표현한 ‘民(백성 민)’자 그대로, 국민들은 구심점이자 모범이 되는 지도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며 따라가니, ‘王(임금 왕)’과 ‘往(갈·향할 왕)’자의 음이 같은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1948년 10월9일 제헌국회에서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습니다. 1970년에는 초·중·고 교과서가 한글 전용으로 개편되었습니다. 현재 중·고교 교과서는 國漢倂用(국한병용) 상태이나, 초등학교 교과서는 여전히 한글 전용인 상황입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을 포함하여 대략 1960년 이후 출생자들은 ‘한글전용 세대’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세대는 “한자는 어렵고 남의 나라 글자이니, 오직 한글만 쓰자”라는 선동과 정책 하에 자랐습니다. 모두 다는 아니지만 한자를 배척하고 살아온 탓에 다른 사람들의 한자명을 애써 기억코자 하는 마음이 이들에겐 없습니다.
예컨대, 대통령의 이름에 대해 ‘윤석열’이라는 한글만 알면 됐지, 그 한자명 ‘尹錫悅’은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 한글전용 세대 대다수의 심리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2021년 10월19일 국립국어원에 대한 국정감사 시 정청래 의원이 장소원 원장에게 야당 대선후보 이름의 발음이 뭐가 맞는지 물었습니다.
“‘윤서결’입니까? ‘윤성녈’입니까?” 이에 그 한자명을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장 원장은 “발음법상으로는 ‘성녈’이 맞습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한자명을 알고 있는 정 의원은 “(윤석열의) ‘열’자가 ‘悅(기쁠 열)’이에요. 기쁠 ‘렬’이 아니라는 얘기죠. ‘석열’을 발음을 어떻게 합니까?”라고 재차 물었습니다. 발음의 기준이 되는 한자를 밝히자 장 원장은 “그러면 ‘서결’이 맞습니다”라고 하며 자신의 답변을 시정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시정에도 불구하고, 2022년 3월14일자 조선비즈에 실린 <윤서결? 윤성녈? ‘윤석열’ 정확한 발음에 국립국어원의 답은>이라는 기사를 보면, 이 건과 관련한 혼란이 완전하게 진정되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윤서결’이 적절하다는 국립국어원의 답변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이 “‘윤성녈’이라고 부르면 왜 잘못됐는지”라고 질문하자, 국립국어원은 “인명과 같은 고유 명사를 발음하는 방식이 엄격히 규정돼 있지 않아 말씀하신 발음(윤성녈)을 틀렸다고 볼 근거는 딱히 없습니다. 다만 해당 인명의 표기나 구성 한자, 일반적인 발음 현상을 두루 고려했을 때 ‘윤서결’로 발음될 가능성이 높겠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답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국립국어원은 둘 다 틀린 발음은 아닌 만큼 사람들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하나로 통일해 사용하는 걸 권했습니다. 비록 국어의 표준 발음법 주무기관으로서 많은 검토와 고민을 했겠지만, ‘서결’과 ‘성녈’이 둘 다 틀린 발음이 아니라는 말은 참으로 모호한 답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현재 위키백과에서는 ‘윤석열(尹錫悅, 표준 발음: 윤서결)’이라 적시하고 있는 반면, 2023년 2월8일 국회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민석 민주당 의원 모두 ‘윤성녈’이라 발음하고 있는 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제가 보건대, 이 문제는 대통령의 이름이 한자어이므로, 쓰인 한자의 음과 뜻을 잘 살피면 원만히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자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尹錫悅’의 자음을 한글로 적은 ‘윤석열’만을 살피다 보니까 ‘ㄴ 첨가 음운 현상’ 운운하며 ‘윤성녈’이라는 발음이 맞다라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법원규칙인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 제37조 ‘인명용 한자의 범위’를 보면, 2022년 2월14일 현재 인명용 한자는 교육부가 정한 한문교육용 기초한자 1800자에 인명용 추가한자 6519자를 더하여 총 8319자입니다. 거기 인명용 추가한자표의 주석란에 “위 한자는 이 표에 지정된 발음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라고 명시해놓았습니다. 대통령의 이름 ‘尹錫悅’을 발음할 때 기준이 되는 ‘悅(기쁠 열)’은 교육부 기초한자에 들어있는 글자로, 지정된 표준 발음은 ‘열’ 하나뿐입니다. ‘윤성녈’이라 발음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발음 시 ‘ㄴ 첨가’되는 어휘들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늑막-염[능망념], 내복-약[내:봉냑], 영국-여자[영궁녀자], 식용-유[시굥뉴], 색-연필[생년필], 솜-이불[솜니불], 막-일[망닐], 삯일[상닐], 꽃-잎[꼰닙], 한-여름[한녀름]. 이 중, 本音 또는 古音이 ‘녀(女)’, ‘니블’, ‘닙(葉)’, ‘녀름’인 것은 위치 상 본음 ‘ㄴ’이 발음된 것으로도 볼 수 있으며, 대부분 앞말과 뒷말 사이에 ‘늑막의 염’처럼 관형격조사 ‘의’를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 국어의 영원한 지침서인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노나라의 사람’을 ‘魯ㅅ사ㄹ·ㅁ’이라 표기한 것처럼, 관형격조사 ‘ㅅ(~의)’을 쓰면 ‘늑막의 염’은 ‘늑맋염’이 됩니다. 이 ‘ㅅ’을 ‘삯일’의 ‘삯’처럼 앞말의 종성에 붙여 쓰면 ‘늑맋염’이 됩니다. 우리말에서 종성 ‘ㅅ’은 ‘ㄷ’으로 발음되는데, 종성에 ‘ㄷ’ 하나만 있는 ‘굳을(→구들)’의 경우와는 달리, 두 자음(ㄱ과 ㅇ) 사이에 있는 이 ‘ㄷ’은 ‘막’의 뒷말 ‘염’의 초성 ‘ㅇ(느린 목구멍소리)’과 결합하면서, 해례본의 설명(斗聲緩爲那: ㄷ소리가 느려지면 ㄴ이 됨)처럼 느린 혓소리 ‘ㄴ’으로 변합니다. 동시에 그 ‘ㄴ[n]’의 영향을 받아 ‘막’의 ‘ㄱ[g]’이 콧소리 ‘ㆁ[ŋ]’으로 바뀌니(鼻音化), 바로 이것이 ‘늑막염’이 [능망념]으로 발음되는 까닭입니다. 따라서 ‘금요일’은 ‘금(金)의 요일(曜日)’이므로 ‘ㄴ 첨가(사실은 생략된 관형격조사 ‘ㅅ’의 변음)’돼 ‘금뇨일’로 발음할 수 있습니다. ‘목요일’도 ‘몽뇨일’로 발음할 수 있으나 통일된 발음은 ‘모교일’이니, 우리말에서 ‘ㄴ 첨가’는 원칙이 있으면서 비일률적인 현상입니다.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인명에 있어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은 상당수 인명에 ‘行列字(항렬자: 돌림자)’가 들어있다는 사실입니다.
尹錫悅 대통령은 파평 윤씨 35세손으로 이름 중 첫 글자 ‘錫(주석 석)’이 항렬자입니다. 그러니 錫悅이라는 인명은 ‘~의’를 붙여 ‘錫의 悅(주석의 기쁨)’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 아니므로, 앞서 언급한 국어의 ‘ㄴ 첨가’ 현상에 해당되지 않는 말입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의 이름과 관련한 발음상의 혼란은 한글전용으로 인해 한자교육을 도외시한데서 비롯된 우리나라의 큰 폐단입니다. 우리 인명에 사용된 한자들의 국가 지정음과 의미, 항렬자 여부 및 ‘ㄴ 첨가의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살피면, ‘윤성녈’이란 발음은 옳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국립국어원은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인명에 대한 확고한 기준을 세워 ‘윤서결’ 발음으로 통일시켜 국어의 진정한 길잡이가 되어 주시길 소망합니다.
<글쓴이 朴大鍾>
[출처] ‘윤석열’ 발음, 윤서결 & 윤성녈…한자 모르는 탓|작성자 DrCy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