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黑風令 제4권 제39장 저승에서 한탕 합시다 -4 ━━━━━━━━━━━━━━━━━━━━━━━━━━━━━━━━━━━ ④
으깨진 호박처럼 전신이 상처 투성이로 만신창이가 된 환우령은 더 이상 그들의 공세를 견뎌내지 못하고 검극무허결의 최후 십초 를 펼치고 있었다. "검극무허파천황(劍極無虛破天荒)----!" 이미 그 전율할 위세를 선 보인바 있는 검극무허결, 그 최후최강 (最後最强)의 초식 검극무허파천황에 대해서는 무림에 알려진 바 가 전혀 없었다. 수백 년 동안, 단 한 번도 인간의 손에 의해 펼쳐진 적이 없는 신 (神)의 검결(劍訣)인 까닭이다. 콰-- 아-- 아-- 앙! 천지종말을 고하는 듯한 굉음이 울려퍼지는 순간, 천예백운검! 그 백색 투명한 검신(劍身)이 수천, 수만의 검편(劍片)으로 쪼개 지며 폭죽 터지듯 사방으로 분산되는 것이 아닌가? 마치 백색태양이 폭발하듯 퍼지는 검편의 폭우(暴雨)는 대전을 빽 빽이 뒤덮으며 겁천십이마령의 전신을 휩쓸었다. 침묵! 비명을 지를 사이도 없었다. 핏물로 흥건히 젖어드는 대전바닥에 갈가리 찢겨진 채 나뒹구는 육편(肉片)들이 바로 겁천십이마령이 이 세상에 존재했음을 알리 는 유일한 흔적이었다. 환우령 역시 온전할 수 없었다. 그의 전신에는 무수한 혈흔이 지렁이처럼 그어졌으며 밀랍처럼 창 백해진 입가에 흘러내리는 한 줄기 선혈을 닦을 생각도 않은 채 환우령은 등에 메고 있던 백룡거궐도를 뽑아들고 십절마뇌를 향해 다가섰다. 바로 그 순간 은발노인의 입에서 참담한 음성이 흘렀다. "백 년 동안 추진해 온 노부 십절마뇌의 영세군림대계는 완벽했 다." 저벅…… 저벅…… "그러나 단 한 가지, 천세야황이라는 존재를 계획 속에 포함시키 지 않은 것이 가장 치명적인 실수였다." 십절마뇌의 주름진 얼굴 위로 투명한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 다. 고독한 대효웅(大梟雄)이 흘리는 패배(敗北)의 눈물이었다. "자네…… 노부가 초라하다고 생각하는가?" 환우령은 느릿하게 다가서며 대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 "사나이가 피(血)같은 눈물을 흘리는 것은 평생에 단 한 번 뿐입 니다. 자신의 일생(一生)이 영원한 패배(敗北)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고맙구만." 한 마디 담담한 음성을 끝으로 십절마뇌의 신형이 앉은 자세 그대 로 기우뚱하더니 연못 속으로 빠져들었다. 풍덩! 헌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연못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던 무수한 색색의 물고기들이 쏜살같이 십절마뇌의 주위로 몰려들어 미친 듯이 푸드덕거리고 있지 않은 가! 순식간에 먹물을 풀어 놓은 듯 급속히 퍼져가는 시뻘건 핏물! 색색의 식인어(食人魚)들은 약 일각도 못되어서 은발노인의 전신 을 형체도 없이 만들어 버렸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얕은 연못 속에는 허연 뼈만이 남아 유유히 헤엄치는 색색 식인어들의 지느러미에 채여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다. 한동안 석상처럼 굳어 있던 환우령의 입술을 비집고 무거운 침음 성이 흘렀다. "십절마뇌,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거인(巨人)이었소." 불구자라는 천형(天刑)의 좌절을 딛고 일어나 천하를 쥐고 흔들었 던 자(者)! 무림 삼천 년 역사를 통틀어 그같은 인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직 한 사람있다면 그는 십절마뇌 두상여 뿐인 것이다. "당신이 불구자만 아니었던들…… 천하는 이미 백 년 전에 당신의 수중에 쥐어졌을 것이오." 느릿하게 대전을 나서는 환우령의 동공 속으로 백혈태무존과 초막 노태야가 황급히 들어오는 모습이 선명하게 투영되고 있었다.
■ 黑風令 제4권 제39장 저승에서 한탕 합시다 -5 ━━━━━━━━━━━━━━━━━━━━━━━━━━━━━━━━━━━ ⑤
밤(夜)은 깊어 삼경(三更). 무르익은 벼이삭들이 황금 물결로 출렁이는 옥류평야(玉流平野)는 휘영청 밝은 만월(滿月)의 달빛 아래 더 한층 평화롭게 느껴졌다. 찌르르…… 찌르…… 이름모를 풀벌레들이 논둑 길 옆 풀숲에서 밤 깊은 줄 모르고 한 껏 목청을 돋군다. 거기에 부응이라도 하는 것일까? 와글…… 와글…… 수많은 사람들이 혼잡하게 어우러져 소란스럽게 떠들며 주흥(酒 興)을 즐기고 있었다. 어림 짐작으로 헤아려도 수십만 명은 넘어 보인다. 술과 음식 냄새가 야풍(夜風)을 타고 백 리 밖까지 진동하는 것으 로 보건대 아마도 성대한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 한가운데 장원이 자리해 있다. 장원의 후원 깊숙이 자리한 어느 정실(靜室)에는 지금 혼례복(婚 禮服)을 입고 심혈을 기울여 치장한 일곱 명의 새신부(新婦)가 제 각기 심각한 표정으로 둘러앉아 있다. 오늘 따라 유난히 아름다워 보이는 북경일미 여백선이 뾰족한 음 성을 흘렸다. "난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새 신랑이 혼례 첫날 밤 아무말도 없이 사라진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예요!" "대가(大哥)를 찾아 오겠다고 떠난 지 무려 한 시진이 넘도록 팔 대봉공 중에 한 사람도 돌아오지 않으니…… 정말 화가 나서 못참 겠어요." 대충 그녀들의 말을 요약해 보건대 환우령이 아무래도 신혼 첫날 밤에 단단히 사고치고 있는 모양이다. 5 황제가 기거하는 자금성(紫禁城) 서쪽 깊숙이 위치한 가산(假山). 엄중한 경계가 펼쳐져 있는 황궁보고(皇宮寶庫) 안으로 유령처럼 잠입하는 사나이가 있었다. 스스스…… 어깨까지 완전히 드러나는 검은색 가죽 조끼를 걸치고 있는 그의 체격은 대초원을 질타(叱咤)하는 야생마(野生馬)처럼 군살 하나 없이 날렵했다. 그는 바로 환우령이었다. 황보가 남겨 놓은 기관장치의 해부도(解剖圖)를 따라 열 여덟 개 의 관문(關門)을 어렵지 않게 통과하고 황궁보고의 육중한 석문 (石門)을 여는 순간, 산처럼 그득히 쌓여 있는 금은보화(金銀寶 貨)에서 쏟아져 나오는 칠채보광으로 인해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허나, 환우령은 사사로운 탐욕 때문에 이곳에 들어 온 것이 아니 었다. "황보와 함께 들어왔으면 좋았을 것을……" 그렇다. 부친 황보가 평생의 소원으로 생각하던 황궁보고에 들어 온 것이다. 돌아서 나올 때 환우령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단 한 가지 뿐이었다. 그것은 황궁보고의 입구에 채워져 있던 손바닥 만한 금색 자물쇠 였다.
■ 黑風令 제4권 제39장 저승에서 한탕 합시다 -6 ━━━━━━━━━━━━━━━━━━━━━━━━━━━━━━━━━━━ ⑥
토민가 언덕 위, 환우령은 황보가 묻혀 있는 무덤 앞 땅을 파고 금색 자물쇠를 묻 었다. "황보, 이것이 그토록 들어가고 싶어 하셨던 황궁보고의 입구 자 물쇠입니다." 산 사람에게 말하듯 친근한 음성을 발한 후 환우령은 황보의 무덤 자락을 베고 밤하늘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며 누웠다. "황보, 제가 왜 황궁보고에 들어가서 자물쇠 하나만 가지고 나온 줄 아십니까?" 한 가닥 실구름이 휘영청 밝은 만월의 허리께를 스치며 지나간다. "황궁보고를 몽땅 털어 나오면 많은 빈민들을 도울 수 있겠지만, 어차피 국고(國庫)는 또 다시 채워져야 하고…… 관세(官稅)를 거 두어 들이는 중간 과정에서 무우 깨물 듯이 뚝뚝 잘라먹는 탐관오 리(貪官汚吏)들의 사리사욕까지 채워지려면…… 결국, 그 모든 것 은 가난한 백성(百姓)들의 고혈을 짜내어 채워질 뿐이지요." 권력(權力)을 잡으면 휘둘러 보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심인지라 권력의 그늘 밑에는 항상 탐관오리들이 들끓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황보께서도 그것을 원했던 것은 아니겠지요?" 어둠의 어디서엔가 황보의 얼굴이 자신을 내려다 보며 웃고 있는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우령 오빠!" 반가운 외침을 터뜨리며 총총걸음으로 다가오는 인영은 소추련이 었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새신랑이 없어졌다고 찾아 나섰는데 여기 서 마음 편하게 누워 있다니요!" 신부들까지 그를 찾아 나설 정도이니 장원에서 벌어진 소란이 어 느 정도인지는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훤히 알 수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소추련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어머나, 아버님 묘를 베고 누워 있다니…… 어서 일어나세요!" 그녀는 황급히 환우령의 손을 잡아 일으키려 했다. 허나, 오히려 그녀는 환우령의 손에 끌려 그의 품 안으로 쓰러졌 다. "황보와 나는 그런 세속적인 관습 따위는 신경쓰지 않소. 그저 황 보는 나의 아버지, 나는 황보의 아들…… 그 한 가지 사실만 기억 하고 있으면 족한 거요." 처음 느껴보는 것은 아니지만 소추련은 그들 부자(父子)지간을 맺 고 있는 정(情)이 얼마나 깊은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죽음(死)도 두 사람 사이의 정(情)을 끊을 수는 없었다. "오빠, 그만 가요. 사람들이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단 말이예 요." 환우령은 먼 밤하늘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추련이가 돌아가서 사람들에게 기다리지 말라고 전해주구려…… 오늘 밤은 이곳에서 황보와 함께 자고 싶소." "풋!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나 그러세요?" "무슨 날이냐고?" "그래요. 자신이 혼례를 치르는 날인지도 모른단 말이예요?" 환우령은 그때야 마지못해 부시시 일어났다. "하긴…… 신혼 첫날부터 새신부들을 독수공방(獨守空房)시킬 수 야 없지." 소추련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고 몇 걸음을 옮기다가 말고 문 득 환우령은 무덤을 돌아보며 빙긋이 웃었다. "황보…… 저승에서 만나면 한탕합시다……" - 대 미 -
![좋은벗약초나라.](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2.bp.blogspot.com%2F-hth8dhfW7pM%2FXBcGKeAfaMI%2FAAAAAAAAhyM%2FJNQi81SFV_8Rsyvw1j28ecDOuU1y8X1aACLcBGAs%2Fs1600%2FGGULBEST_11_24.gif) ![좋은벗약초나라.](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2.bp.blogspot.com%2F-gWwFmU-EbA4%2FXBcGKsCjqkI%2FAAAAAAAAhyQ%2F8hM2Lbow_2g9A3rVYHSiEKQGOHNUSj9sQCLcBGAs%2Fs1600%2FGGULBEST_11_25.gif)
좋은벗약초나라
|
첫댓글![즐](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12.gif)
감![!](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감사합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꽃](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7.gif)
수고 하셨습니다.
수고 하셨읍니다,감사히 잘 보았읍니다,//
재미있게 잘보았습니다. 건강하시길....
참으로 즐겁게잘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잘봤습니다
즐독했습니다
즐독했습니다. 감사~~~
잘보고갑니다
걈ㅅ......
감사합니다
수고해 주신분 에게 감사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