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실 없애니… 부모는 미사 집중, 아이도 조용 두 달 홍보 후 유아실 없이 미사 거행
“영유아는 ‘전례 방해 대상’ 아닌 공동체가 함께 보살펴야 할 존재”
신자들 반응도 점차 호의적으로
서울 쑥고개본당(주임 김홍진 신부)이 유아실 운영을 중단하고 영유아와 부모도 성전에서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본당 사목회와 직원회의 논의를 거쳐 지난 7월 초부터 시작해 3개월째 시행하고 있는 영유아와 함께 미사 드리기는 점차 신자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당초 영유아들 울음소리나 소란으로 신자들에게 분심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부 있었지만 우려와 달리 영유아들도 신자들과 진중하게 미사에 참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본당은 유아실을 없앤 타 본당의 사례를 연구, 검토한 후 5월부터 약 두 달 동안 김홍진 주임신부가 미사 공지시간을 활용해 신자들에게 영유아들과 신자들이 성전에서 미사를 함께 봉헌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아이들이 울거나 소리를 내도 부모들을 쳐다보거나 눈치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본당은 성전 제일 뒷 줄 자리에 ‘아기와 부모 자리’라는 안내 표지를 설치해 영유아를 데리고 미사에 참례하는 부모들의 편의를 도모한다. 매 주일 교중미사에는 영유아들을 동반한 20여 명의 가족들이 성전 제일 뒷자리에서 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김 신부는 영유아들과 신자들이 함께 봉헌하는 미사 취지에 대해 “아기들은 전례에 방해되는 존재가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보살펴야 할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며 “프랑스에 있을 때 현지 가톨릭교회의 미사 장면을 보니 유럽에는 유아실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신부는 유럽에서는 영유아를 위해 본당 신부가 강론을 따로 준비하는 등 특별한 관심을 보일 뿐, 장소적으로 영유아를 분리하는 일은 없다고 부연했다.
9월 28일 24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성전에서 미사를 봉헌한 김직수(스테파노·34)씨는 “유아실에서 미사를 봉헌하던 때보다 아기들도 미사 분위기를 느끼는지 덜 떠들고 부모들도 미사에 집중하게 돼 정말 좋은 제도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유아와 신자 함께 미사 드리기 실무를 맡은 본당 정미영 전교수녀는 “유아실을 운영할 때는 아이들은 유아실을 놀이방처럼 여기고 부모들도 소란한 분위기에 휩쓸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아이들과 장난을 치다 시간만 떼우는 경우가 많았다”며 “유아실을 없앤 후 신자들의 호응을 살피고 있는데 기대 이상으로 신자들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절대 다수의 본당들은 성전 한 켠에 유리 벽이 설치된 유아실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과 장난감을 비치해 놓고 있다. 유아실에서 제대로 된 미사를 봉헌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이유다. 유아실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대다수의 부모들은 ‘주일에 성당에 왔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것이 현실이다.
영유아와 신자 함께 미사 드리기 시행 3개월을 평가한 김 신부는 “아직도 완전히 정착됐다고 보기는 좀 이른 감이 있고 일부 부모들이 유아실이 있는 인근 본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는 경우도 있어 이제 50%정도 자리 잡았다고 본다”며 “시간을 두고 시행 형태를 계속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이런 사목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