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천혜 절경 가득한 명소를 찾아 떠나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인의 가슴에 이상향으로 자리 잡은 서귀포. 상록의 숲 너머로 바다가, 하늘이 켜켜이 쌓인 '블루의 세상'에 들어서면 팔색조 같은 변화에 숨이 가빠온다. 쇠소깍, 정방폭포, 중문색달해변…. 발길을 어디로 돌려도 절경의 연속이다.
파도를 어르며 뛰노는 돌고래처럼 서귀포, '내 마음의 블루'를 누벼본다.
*티웨이항공은 김포-제주, 대구-제주, 광주-제주, 무안-제주를 매일 운항하고 있습니다.
1 서귀포는 그리움이다!
'진주알이 아롱아롱 꿈을 꾸는 서귀포, 전복 따는 아가씨는 어디로 갔나….' 옛날 가수 남인수가 노래한 <서귀포 칠십리>는 일제 강점기 시절 나라 잃은 설움으로 북받친 한국인들에게 애틋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정의현청에서 서귀포구까지 이르는 거리적 개념이었던 서귀포 칠십리가 한국인의 이상향으로 자리 잡은 것은 그때부터였다. 이상향이라는 애칭에 걸맞게 서귀포는 눈부시다. 한라산 중턱의 다원에서는 녹차 두렁을 따라 연둣빛 신록이 흐른다. 감귤밭에는 소금꽃 영그는 염전처럼 하얀 귤꽃이 무더기로 피어난다. 향긋한 꽃물결 너머로는 코발트빛 바다! 다원과 감귤밭이 사람의 손을 탔다면 서귀포의 바다는 화산과 파도가 이룬 걸작이다.
쇠소깍·제지기오름·외돌개·속골 등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절경들이 여행자의 발을 절로 멈추게 한다. 육각과 팔각의 기둥이 벌집처럼 들고일어선 중문의 주상절리 아래로는 중문색달해변이 드넓다. 푹신한 모래밭에 앉으면 바다는 진주알을 흩뿌린 듯 반짝거린다. 그 빛에 홀려 사람들은 기꺼이 바다에 몸을 맡긴다.
유람선에 오르면 파도 결을 따라 서귀포의 명소들을 바다 위에서 맞을 수 있다. 파랑 일색의 바다는 겉으론 차갑게 보이지만 속에는 불덩이를 품고 있다. 잠수함을 타고 문섬 앞의 깊은 바다로 들어가면 붉디붉은 연산호 군락 위로 열대어가 군무를 춘다. 로맨틱한 여행을 원한다면 요트에 올라 영화 <타이타닉>의 주인공 잭과 로즈처럼 뱃전에 서서 바람을 갈라도 좋겠다. 때마침 돌고래들이 요트를 따르며 재롱잔치를 펼치면 복 받은 날이다. 서귀포, 그곳에 들면 사람도 그림이 된다. 그리움이 절로 싹튼다.
<트래블 팁>
* 서귀포 즐기기 : 제주올레 6, 7, 8코스를 따라 걸으면 서귀포의 비경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상세 코스는 (사)제주올레 홈페이지(http://www.jejuolle.org) 참조.
* 서귀포 바다를 즐기는 3가지 방법 : 샹그릴라 요트투어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154-17, 예약 1544-2988 / 서귀포 유람선 서귀포시 남성중로 40, 예약 064-732-1717 / 서귀포 잠수함 서귀포시 남성중로 40, 예약 064-732-6060
▲ 연둣빛 신록으로 가득한 다원
▲ 벌집이 솟아오른듯한 대포 주상절리
▲ 1 신비의 문섬 바다를 누비는 서귀포 잠수함 2 파란 물빛이 매혹적인 천제연 제1폭포 3 요트를 따라다니며 귀염을 떠는 돌고래들
서귀포는 투명하다!
비가 오면 물이 곧바로 땅밑으로 스며드는 화산 지형의 특성상 제주의 하천은 대부분 건천이다. 그러나 서귀포를 지나는 하천에는 신기하게도 사철 맑은 물이 끊이지 않는다. 한라산에서 시작된 물길은 서귀포 해안의 절벽 아래로 몸을 던져 하얗게 산화한다. 천지연폭포는 자연이 연출한 흥미진진한 뮤지컬이다. 폭포로 가는 길 내내 남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담팔수가 길 안내를 자처한다. 새소리를 벗 삼아 난대림 깊은 곳에 이르면 돌연 무대의 커튼이 걷히듯 숲이 잦아든다. 숲이 비워둔 자리에는 햇살 아래 찬란한 폭포수가 쏟아지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천제연폭포로 가면 계곡을 따라 3개의 폭포가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제1폭포는 영혼을 빨아들일 정도로 깊푸른 물빛이 매혹적이다. 제2폭포는 폭포 줄기가 비단실을 드리운 듯 곱디곱고, 제3폭포는 깊은 연못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쾌하다.
▲ 천혜의 절경인 정방폭포
소정방폭포는 바닷가로 방울방울 떨어지는 물줄기가 영롱하다. 제주 사람들은 이곳에서 물맞이를 하며 더위를 잊기도 했다. 형만 한 아우 없다고, 웅장함에서는 정방폭포가 제일이다. 높이 23m의 절벽 위에서 수직으로 하강하는 물줄기는 그대로 장관! 폭포가 쏟아지는 절벽 귀퉁이에는 서불과차(徐市過此)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전설에 의하면 진시황의 명으로 세상을 헤매던 서복이 제주에서 불로초를 찾은 후 이곳에서 배를 타고 진나라로 돌아갔다고 한다. ‘서귀포(西歸浦)’라는 지명도 서복(서불)이 서쪽으로 돌아갔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신비한 전설에 걸맞게 폭포수 주위에 번진 물안개 위로 오색 무지개가 떠오른다.
<트래블 팁>
* 천지연폭포 서귀포시 천지동 667-7, 064-733-1528 / 천제연폭포 서귀포시 중문동 2232, 064-760-6331 / 정방폭포 서귀포시 동홍동 278, 064-733-1530
서귀포는 예술이다!
천재 화가 이중섭의 그림 중에 <길 떠나는 가족>이란 작품이 있다. 6·25 전쟁을 피해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길이었건만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은 왜 그렇게 해맑던지. 이중섭의 가족이 향하던 곳은 바로 서귀포였다. 제주에서의 피난 시절, 이중섭은 비록 초옥의 단칸방에 살았지만 주옥같은 그림들을 쏟아냈다. 이중섭만이 아니었다. 서귀포의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얻은 시인들은 언어로 진주 목걸이를 엮었고 화가들은 붓으로 비단을 짰다.
이 작은 도시에 이중섭미술관을 비롯해 소암기념관, 왈종미술관, 기당미술관, 서귀포예술의 전당 등 크고 작은 갤러리가 연달아 들어섰다. 서귀포시는 걸출한 자연풍광과 예술 공간을 잇는 ‘작가의 산책길’을 조성했다. 선계라 할 만한 서귀포의 풍광에 걸맞게 길 이름은 ‘유토피아로’. 길 따라 다양한 작가들의 시비와 예술 작품이 줄을 이으니 길 자체가 지붕 없는 미술관이나 다름없다.
보는 예술에 만족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주말마다 이중섭 문화의 거리를 중심으로 열리는 서귀포 문화예술 디자인 시장에 가보자. 거리를 따라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고, 다양한 아트상품을 구입할 수 있으며 도예·탁본 등 다양한 예술 체험도 할 수 있다.
<트래블 팁>
* 작가의 산책길 : 송산동-정방동-천지동 일원을 에두르는 4.9km의 거리다. 약 4시간이 소요되며, 골목마다 상세한 길 표시가 되어 있어 걷기에 편하다.
▲ 자리물회
서귀포는 맛있다!
먹는 즐거움이 없다면 여행은 얼마나 시들해지겠는가. 서귀포의 싱싱함이 담긴 밥상은 여행에 윤기를 더한다. 요즘 서귀포를 누비는 여행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명소는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이다. 시장에서 가장 길게 줄을 서야 하는 곳은 새로나 분식. 떡, 어묵, 계란, 김치전, 납작만두를 한데 담아 매콤한 떡볶이 양념을 낙낙하게 부어 내놓는 '모닥치기'의 원조집이다. 메밀전병에 양념한 무로 속을 채운 빙떡, 팥고물을 가득 입힌 오메기떡 같은 제주 전통 음식도 인기가 높다. 꽁치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우정회센타의 꽁치김밥도 놓칠 수 없다.
▲ 1 즉석에서 팥고물을 입히고 있는 오메기떡집 2 저녁 식사거리로 사가면 좋을 싱싱한 즉석 회 3 옛날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 내놓는 꿍메밀칼국수
예부터 제주에서는 보목포구에서 잡은 자리돔을 제일로 쳐줬다. 보목해녀의집은 유독 뼈가 부드럽고 고소한 자리돔으로 새콤달콤매콤 하게 자리물회를 낸다. 한라산 중턱에 들어서서 서귀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구름위에 산장 카페에서는 수제차와 더불어 꿩메밀칼국수를 옛날식으로 내놓는다. 푹 우린 꿩 육수에 곧바로 메밀 반죽을 치대서 끓여내는 메밀칼국수의 맛은 정갈하면서도 담백하다.
제주 돌집의 투박한 매력 위에 핸드메이드 아트로 장식한 '카페 말'에서는 늘 다양한 전시회가 열린다. 로컬푸드를 고집하는 이 집에서 내놓는 피자, 파스타, 생강라테 등도 일품. 반려동물과도 함께할 수 있으니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욱 반갑다. 샹그릴라 씨푸드에서는 요트 선착장이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앉아 한식·양식·활어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붉게 노을 지는 바다를 배경으로 음식을 즐기고 있으면 로맨틱한 분위기는 절로 무르익는다.
<트래블 팁>
*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서귀포시 서귀동 271-38 / 보목해녀의집 서귀포시 보목포로 48, 064-732-3959 / 구름위에산장 카페 서귀포시 서홍로 246-23, 010-7142-1583 / 카페 말 서귀포시 이어도로 450, 070-8839-
9397 / 샹그릴라 씨푸드 뷔페 서귀포시 중문 관광로 154-17, 1544-2988
글·사진 신영철(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