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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여행
(12월 19 ~23)
코로나로 인해 2년간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근질근질한 몸이 어딘가로 떠나자고 자꾸 보챈다. 어머니는 계속 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다가 큰 형님이 지방 요양원에 모시기로 했다.
한달쯤 되었을 때 어머니가 외출하기로 한 날 요양원에 코로나가 번져 면회가 금지되었다. 어머니가 요양원에서 전문가의 돌봄을 받기에 안심하고 그동안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혹시 병원에서 긴급하게 연락올지도 모르니 먼 곳은 못가고 가까운 대만여행을 하기로 하였다. 오랜 간호에 지친 식구들이 힘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였다. 또한 내 환갑도 있으니 겸사겸사 떠나기로 한 것이다.
항공권을 예약하고 숙박장소를 정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떠날 준비를 하였다. 대만행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한번도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가슴이 설레었다. 제주도보다 물가도 싸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도 덜하다.
D-day 2주전 월요일에 어머니가 요양원에서 병원으로 옮겨졌다. 모든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간호를 했다. 나는 휴가를 내어 목요일에 가서 토요일에 서울로 올라오기로 했다. 그런데 토요일 아침 10시경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셨다. 결국 어머니 곁을 최종적으로 내가 지켰지만 3일간의 장례절차가 끝나고 고민이 생겼다. 대만 여행을 취소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어머니가 만약 살아계신다면 뭐라고 하실까.
정말이지 이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은 몰랐다. 과연 이런 슬픔속에 여행이 가능할까? 우선 안가게 되면 항공료와 숙박비를 손해봐야 한다. 세사람의 비용이니 꽤 될 것이다. 그리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무엇보다 안좋아 하실 것이다. 어머니는 살아 생전에 항상 내편이셨다. 내가 무엇을 하든 내가 좋아하는 방향을 지지하셨으므로 이번에도 저 세상에서 나를 지지하실 것이다. 나의 슬픔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어머니와 함께하는 여행이라 생각하기로 했다.모처럼 대만에서 코로나와 무관하게 입국하도록 조치를 취해줬는데 언제 또 변심을 할지 몰라 이번기회가 아니면 못갈 것 같았다. 이런 여러 가지 핑계를 들이대며 우리는 떠나기로 하였다.
2시간 반 정도 직항노선인데 12시 50분에 도착하였다. 도착과 함께 쏭산(松山)공항에서 전국 어디서나 직불카드처럼 사용하는 철도 승차권 이지카드를 샀다. 이지카드는 쓰고 남은 금액은 출국할 때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잔액을 소진시킬 수 있다. 그리고 카드보증금은 공항에서 돌려주고 환불받을 수 있다. 지하철을 타고 베이먼(北門) 역에서 내려 10분 거리에 숙소가 있다.
구글지도를 따라 도착한 숙소 앞에는 철문이 있고 번호키로 잠겨 있었다. 안내자도 없어 이리저리 헤매기를 한시간, 벽에붙은 전화번호대로 전화를 걸어보니 영어로 전화를 받는다. 번호키의 비밀번호를 눌러야 한다면서 비밀번호를 알려주는데 깜짝 놀랐다. 어머니의 전화번호 뒷 네자리다. 아니 어떻게 이럴수가 있을까? 그 번호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평상시에 사용하던 통장 비밀번호나 내가 방문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의 비밀번호 4자리 숫자였다. 이런 우연의 일치가 있을까. 같이 있던 아내와 딸도 감짝 놀랐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마치 우릴 이곳에 보내신 것 같았다.
어렵게 객실을 찾아 여장을 풀고 길을 나섰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단수이강 이 흐르고 있어 가보니 강 언덕에서는 악기를 연주하며 여럿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마치 우릴 환영하는 것 같았다. 서울은 지금 추울텐데 여기는 따뜻한 봄날씨 같았다. 강변에는 몇군데 편의점도 있고 먹거리 판매장도 있다. 떡볶이 집이 있어 가보니 태극기를 걸고 떡볶이를 팔고 있었다. 역시 우리는 매운 맛을 좋아하는 민족인가보다. 많은 먹거리 매장중에서 그곳을 택해 음식을 사먹었다.
단수이강을 벗어나서 닝사 야시장으로 갔다. 그곳은 저녁 5시부터 개장하는데 거리에 포장마차들이 불야성을 이룬다. 우리는 이것저것 사먹으며 거리의 여러 가지 색다른 중국음식들을 구경하였다.
그리고 타이베이에서 제일 큰 스린 야시장으로 가는 전차를 탔다. 그곳도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닝사야시장이 먹거리 위주라면 여기는 풍선터뜨리기, 마작 같은 놀이도 보인다. 사람들이 많아서 그 사이를 지나다니기도 벅차다. 여기서도 이것저것 먹다보니 배도 부르고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호텔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는 우리나라의 남대문시장이나 경동시장처럼 과자류나 한약재같은 것을
파는 가게가 끝도 없이 이어져 있다. 색깔만 봐도 화려하다.
2일째 되는날 아침식사를 하러 식당에 들렀는데 물그죽죽한 아침 죽이 입맛에는 맞지 않다. 그래서 향신료나 향초를 넣어서 먹어야 했다. 이사람들은 왜 음식을 이렇게 죽처럼 해서 먹을까. 이해는 되지 않지만 어쨌든 우리와 다른 음식이 우리가 해외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영양을 고려한 것인지 소내장을 삶아 넣고 버섯이나 각종 채소류를 갈아넣어 아침을 해결하는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우리는 둘째날 일정을 용산사로 잡았다. 전철을 타고 아침에 가니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거기는 유교, 도교, 불교 사원이 함께 있는 곳이고 각 종교의 특색에 맞게 제사를 드릴 수 있도록 신상을 꾸며 놓았다. 간혹 용하다는 신상앞에는 사람들이 매우 많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향을 피우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정원에는 인공분수를 꾸며놓아 사람들이 쉬어가도록 했다. 중국다운 모습을 한곳에 집약시켜놓은 이 사원은 1738년에 건립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국립고궁박물관으로 향했다. 그곳은 장개석이 국공내전때 본토에서 후퇴하면서 본토의 보물을 큰 배에 모두 싣고 와서 보관하는 장소였다. 세계 3대 박물관에 들어간다고 하니 그 규모가 가히 짐작이 간다. 온갖 도자기와 보석, 그리고 서예와 그림들이 70만점 이상이나 된다고 한다. 고궁박물관의 보물을 다 관람하려면 몇 달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돌아가면서 몇가지씩만 내놓기도 하고 해외에 전시하러 보내기도 한다. 둘러보니 사진만 보여주는 보물도 있다.
그 박물관 안에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시설이 깨끗하고 음식도 맛이 있었다. 박물관 앞에는 정원이 참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야자수 아래로 깨끗한 시냇물이 흐르고 분수가 있고 정자가 놓여있다. 물이 흐르는 다리를 지나 연못을 보니 참 평화로워 보인다.
박물관을 나와 우리는 베이터우 온천박물관으로 향한다. 버스를 타고 전철로 갈아타서 도착한 온천마을에는 무료로 발을 담그는 노천탕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신발을 벗고 맨발을 온천에 담그고 있다. 온천이 여행자의 피로를 씻어주는 것 같다. 온천박물관으로 올라가면 온천의 역사를 볼 수 있다. 이곳이 어떻게 온천마을이 형성되었는지 그 내력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시골마을의 옛날 온천 목욕탕을 그대로 재현해 놓아서 이해를 돕도록 했다.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동네 이곳저곳을 구경하노라니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다시 기차를 타고 타이베이 101타워로 향했다. 101층 509미터로 세계 10위에 해당하는 높이를 자랑한다. 역시 그곳에도 멋진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너무 많아서 처음에 자리 잡았던 식당을 못찾아 헤매기도 했다. 그곳은 타이베이의 고급 쇼핑가였다. 마치 대만의 가장 비싼 명품들이 다 모여 있는 듯 했다.
3일째 되는 21일이다. 오늘은 예스진지를 가는 날이다. 예스진지는 예류지질공원, 스펀, 진과수, 지우펀의 앞머리 글자를 딴 이름이다. 예류지질공원은 바닷가의 파도와 바람의 영향으로 오랫동안 침식과 풍화작용을 거쳐 기암괴석들이 아름답게 조각품처럼 모여있는 곳을 말한다. 타이베이 북부에 위치하며 차로 한시간이면 도착한다. 여왕바위 모양도 있고 고래꼬리같은 형상도 있어서 볼거리가 많다.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는데 대만달러로 120달러, 우리돈 4,800원정도면 입장이 가능하다. 어디나 입장권 내는 곳은 그만큼 볼거리도 많고 관리가 잘되고 있다는 것일게다. 잘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걸어들어가면 바닷가에 기묘한 바위들을 볼 수 있다. 그곳은 습도가 높고 비가 자주 오는 곳이라 우산을 들고 가야 한다. 바닷가 태양볕이 피부를 자극하기 때문에 선크림을 바르는 것이 좋다. 그날도 가랑비 정도의 비가 내렸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그곳을 나와 스펀으로 버스는 달린다 한30분 달려가니 천등날리기로 유명한 마을, 스펀에 도착했다. 자신의 소원을 종이로 만든 등에 적고 하늘로 날리는 것이다. 날리는 방법은 천등안에 불을 붙여 하늘로 떠나보내면 된다. 천등은 불이 켜져 있는 동안에는 하늘로 나르지만 불이 꺼지면 땅으로 떨어진다.
그곳에서는 닭날개 볶음밥을 먹어봐야 한다면서 버스에서 가이드가 미리 신청을 받아 주문을 해줬다. 그곳에는 먹거리 가게가 많아 취향대로 여러 가지를 사먹을 수 있다. 철로위의 현수교를 걸어볼 수도 있고 폭포를 구경할 수도 있다. 대만의 철로 주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현장이기도 했다.
다음으로 세 번째 코스인 진과수로 향했다. 스펀에서 30분가량 버스로 달리면 옛 금광촌 마을 진과수에 도착한다. 그곳은 금맥이 끊기면서 사람들이 떠나고 대신 관광지로 조성하여 성공한 마을이다. 이국적인 풍경의 산간 마을이지만 아래로 푸른 바다가 보이는 언덕이라 석양낙조가 일품이다. 버스에서 내려 좀더 높이 올라가면 여러 산책코스와 금광촌의 볼거리가 있다. 금 박물관도 있고 광부도시락을 먹는 식당도 있다. 광부도시락은 고기가 듬뿍 들어 있어 여행의 허기를 채워주기에 충분하다. 도시락을 먹고 창가에 앉아 밖을 보니 평화로운 바다와 짙푸른 녹음이 펼쳐져있다. 풍경을 내려다 보며 차를 마시는 것도 여행중의 가져볼 수 있는 여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향한 곳은 지우펀이다. 지우펀은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된 마을인데 중국식 홍등이 화려한 곳이다. 역시 바다를 보면서 언덕에 형성된 마을인데 관광객으로 인해 발디딜 틈도 없다. 수많은 골목길에서 자칫하면 일행을 잊어 버릴 수도 있어서 단체여행객들은 가이드를 잘 보고 따라가야 한다. 우리 가이드는 혼잡을 피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잘 안다니는 한적한 골목길을 따라 가며 설명을 하고 실제로 센과 치히로의 무대였던 건물에 어렵지 않게 도착했다. 그 건물 옆으로는 수많은 찻집, 관광상품 매장, 식당들이 즐비하다. 우리는 가장 바다뷰가 좋으면서 센과치히로의 건물과 마주한 찻집으로 들어갔다. 역시 수많은 홍등과 화려한 조명들이 거리를 활기차게 해준다. 이런 풍경을 바라보며 차를 마셨다. 차는 여러차례 나눠마실만큼 유리주전자에 가득담아 한사람에게 한 개씩 준다. 차를 마시며 사진을 찍은 후에 골목길을 구경했다. 수제품의 관광상품들, 그중에서 단연 센과 치히로의 모형이 많이 있다.
버스를 타고 오는데 기이한 풍경을 하나 만났다. 산중턱에 수많은 작은 집들이 보이는데 그곳은 가이드말에 의하면 공동 묘지란다. 상당히 비싼 금액에 분양된 묘지들이라는데 사람이 사는 집처럼 아담하게 잘지어져 있다. 저곳에 사는 영령들은 매우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스진지 투어는 1인당 비용이 저렴한 편인데 내용은 매우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하룻만에 이 멋진 풍경을 다 본다는 것이 행운이라 생각되어진다.
4일째 되는 날이다. 출발 하루전인지라 대미를 장식해야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지난 2일간은 타이베이에서 놀고 어제는 대만 북부의 명소를 다녀왔기 때문에 오늘은 좀더 멀리 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한국의 동해바다 같은 대만 동부여행을 가기로 했다. 대만 동부의 중간쯤에 화롄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타이루거 국립공원을 찾아가 본다. 대만에 오면 반드시 가야하는 곳이 타이루거 국립공원안의 협곡이다. 우리는 타이베이역을 떠나 동부의 바닷길과 농촌마을과 높은 산들을 바라보며 철길 여행을 떠난다.
가이드와 만나기로 했던 타이베이역 동문 1번 게이트를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우리나라 지하철과 같이 역에 도착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인지 알았는데 그곳은 기차역이라 1층으로 올라가서 건물의 동쪽으로 가야 하는데 규모가 큰 역이어서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어렵사리 가이드를 만나 대합실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화롄행 기차에 올랐다. 오랜만에 떠나보는 기차여행, 서울에서도 기차여행은 거의 하지 않았기에 마음이 설레었다. 차창밖 풍경은 항상 신선하고 새롭고 다정다감했다. 그들이 내게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타이베이 시내를 벗어난 기차는 바닷가를 달리기도 하고 동굴을 지나기도 하고 숲속을 달리다가도 한적한 어촌마을 기차역에 정차하기도 한다.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손에는 보따리들이 들려 있다. 그들은 누군가를 만나러 가기도 하고 일하러 가기도 할 것이다. 평일이라 기차 안은 한산했지만 기차에 탄사람들의 걸음은 바빠 보였다. 우리만 느긋하게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여행한다는 것이 일종의 특권처럼 느껴졌다.
화롄역에서 내려 식당으로 가니 큰 생선찜과 회전테이블에 음식이 잔뜩 차려져 있다. 그동안 자유여행에서는 이렇게 덜어먹는 식당을 가지 못했는데 우리는 여기서 실컷 포식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패키지 여행으로 여기저기를 함께 다니면서 이 산해진미를 계속 먹어 왔었는지 똑같은 음식이 또 나왔다고 투덜거린다.
오랜만에 포식을 하고 버스는 타이루거로 향한다. 대만 제일의명소 타이루거 협곡은 상상 이상이다. 3000미터 이상의 산맥에서 흘러내려오는 에매랄드 빛 계곡물이 수백미터 아래 계곡에서 흐르고 있다. 차가 다니는 길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난 길이다. 이 길이 나기전에는 대만의 동부와 서부는 서로 단절되어 있었다. 그러나 장개석이 이 길을 뚫음으로써 동서가 가까워졌다. 길을 만드는 작업은 그당시 건설기계가 없어서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졌다. 엄청난 낭떠러지와 바위동굴을 망치와 정, 그리고 곡괭이와 삽으로 길을 냈다 한다. 그래서 희생자도 많이 나와서 장춘사라는 절을 협곡 옆에 세워 영혼을 위로했다고 한다. 그 절도 풍광이 아름다워 관광명소가 되었는데 그 위로는 비구니들의 절도 세워져 있다.
버스는 일방통행으로 다니는 길이 많이 있는데 폭이 좁아서 이곳에서 운전해본 사람이 아니면 힘들겠다 하는 정도로 좁은 길을 지나게 된다. 내려다보면 아찔한 절벽이 현기증을 느끼게 할 정도다. 이런 길을 닦은 그 당시 사람들의 노고가 한편으로 고맙게 느껴진다.
제비들의 집이 많은 연자구와 장개석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 건설했다는 자모교 구간은 스릴과 매력만점의 산책구간이다. 가이드가 그곳에 내려주면서 헬맷을 쓰도록 한다. 절벽아래로는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암벽이 병품처럼 휘둘려진 눈앞의 풍광은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미국 서부의 수많은 캐니언들에 비하면 광활하지는 않지만 무엇인가 숨겨놓은 것이 있는 양 동양적이고 자연의 오묘함을 더 느끼게 해준다.
저녁을 시내에서 먹었는데 역시 낮에 먹었던 메뉴와 똑 같다. 그래도 나는 맛있어서 많이 먹었는데 다른 패키지 멤버들은 조금만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차를 타고 오면서 우리는 잎이 넓은 아열대지방의 나무들이 파인애플인줄만 알았고 또 파인애플이라고 우겼다. 그런데 가이드가 그것은 파인애플이 아니고 사탕수수라 한다. 그래서 다시 사무실에와서 검색해보니 그것은 야자수다. 가이드는 아마도 대만의 사탕수수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았다. 대만의 사탕수수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들여오면서 대만 경제의 핵심을 이루어 왔던 작물이라 한다. 설탕가격이 폭락하면서 여기저기에 사탕수수의 나무들이 그 명맥만 유지하는 것인데 그것을 가이드는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대만의 야자수 종류는 수십가지이다. 그 열매도 다양하고 입도 형태가 다르다. 대만의 야자는 중국야자라고 하는 비로야자인데 과일도 블루베리처럼 생겨서 작다. 야자나무를 생각하니 이곳이 동남아에 가까운 아열대지역임을 실감할 수 있게 해준다. 12월 하순에 이렇게 따뜻하게 다니는 것만 해도 그렇다.
드디어 귀국하는 날이다. 그래도 비행기 타면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아서 숙소에서 다시 단수이강을 산책했다. 비행장에서 가까운 거리의 공원에서 산책도 했다. 쏭산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는 2시간 35분 걸린다. 1시 50분발 비행기인데 1시간의 시간편차가 있어서 5시25분에 도착했다.
여행을 다녀오며 나의 환갑과 어머니의 상이 겹쳐 감정이 혼란스러웠지만 여행은 모든 것을 잊게 해준다. 바닷바람,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구름과 하늘들, 그리고 시원한 계곡과 강물은 복잡한 감정을 정리해주는 마력과 같았다.
어머니의 죽음도 어쩌지 못하는 나의 여행 본능, 지난해 나의 환갑은 나 역시도 어차피 죽음앞에 성큼 다가서 있음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살며 사랑하며 여행하여 죽음앞에 서는 날, 조금도 아쉽지 않은 삶이었노라고 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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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번섭친구는 장문으로 글도 잘쓰고 기억력도좋아 !!
12월에 어머니 가시고
여행 잘 댕겨왔네 ...
숙소 비밀키가 어머님 비번이네 ㅎㅎ
환갑을 축하하네 ~ ^^ ~
잊어버릴까봐 1년안에 썼네. ㅎㅎ
축하 감사하네.
잘했네~~
어머님 30년동안 모시느라 애썼구만
어머님은 자네가 옆에 있어 즐겁고 믿음직 했을 것구만~~
자세하게 잘 정리를 해놨네~~
나도 대만 여행할 때 참고할라네
고맙넹~~
급하게 써서 재미도 없는데 읽었다니 고맙네. ㅎ
6회모임 환갑여행인줄 ㅎㅎ
들어왔는데 번섭이 여행기여 ㅋㅋ
대단하네 30년을 어머님을
모신다는데 효자중에 효자 ~
대만 동북부 갔다왔는데 6회가 서남부 갔으면 했네 ㅎ
오늘친구모임 갔다와서 사진보니
종씨글이 올라와 있어서 넔을 놓고 읽었네
가족여행은 어머님도 하늘에서 같이 즐건 여행을 한것 같아서 잘 다녀왔네
정말 애쓰고 복 많이 받을거야...!!
어제 차안에서 재밌는 얘기하느라 8시간 운전했어도 힘든 줄 몰랐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