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찰
1.관정법의 전래
관정법의 전래 과정을 살펴보려면 일단 관정법을 사용하고 있는 각 문파 간 연관성과 전래 과정이 있느냐를 살펴봐야 한다. 법륜공의 이홍지는 관정법이 밀교의 한 수행방법이면서, 도가에서도 전해진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관정법은 불교에도 있고, 도가에도 있다고 할 수 있다. 관정법을 사용하고 있는 주요 문파들이 모두 불교, 도가와 매우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것을 볼 때 이들은 상호 전래되었거나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정법 자체가 일대일 전수되거나 문파의 비밀리에 진행되었던 고급 공법임을 생각할 때 이 과정을 명확히 규명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불교에서 시작되어 티베트 밀교로 전파된 관정(灌頂)은 그 유래와 전파과정을 비교적 명확히 알 수 있다. 이는 관정이 단순히 비밀의 가르침을 사자상승하기 위한 의식으로써 뿐만이 아니라 밀교를 널리 홍포하기 위한 방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불교에서의 관정은 인도에서 제왕 즉위 시 이루어지던 의식, 즉《베다》에서 유래된 의식을 대승불교에서 받아들였고, 이것이 불교가 전해지 세 가지 루트 즉, ①북전(北傳)·비단길 루트 ②남전(南傳)·남해안 루트 ③동전·히말라야 루트를 통해 중국, 한국, 일본 등의 동북아시아와 티벳, 네팔 등의 서북아시아에 전해진 것이다. 불교에서 전해진 관정법의 출발점이 인도인 것을 볼 때, 인도에도 관정법을 사용하고 있는 비밀 문파가 존재할 것으로 추측되나 정확한 자료를 찾지는 못하였다.
이렇게 4세기경 인도에서 시작한 밀교가 당나라 삼장을 통해 중국으로 전래되고, 다시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7세기 초에 이른다. 즉 신라말기에서 통일신라초기에 해당되는데, 밀교를 최초로 우리나라에 전한 사람은 신라시대의 명랑이며, 명랑을 비롯해서 혜통(惠通), 혜일(惠日) 등이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사항은 삼국초전기 불교의 사상 내용과 그 뒤의 토착화 과정 및 대승교학 발생의 전체적인 흐름을 개관할 때, 이미 밀교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이미 자생적으로 발생한 밀교와 유사한 사상이 성립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곧 무교적인 토속신앙이며, 최근에 민족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해서 주장되는 선가사상인 것이다. 초전기 불교의 토착화 과정에서 재래의 무교적인 천신관념이 불교의 제석천·사천왕·용왕의 체계로 대체되고 제사·점복·주술 등의 무교적 신앙의례 또한 불교의 팔관회·백고좌·점찰·문두루 등의 법회로 대체되고 있은 것을 볼 때 전통적인 무속신앙 및 선가사상은 불교의 전래로 단절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불교 속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며, 이렇게 불교화된 천신들을 새로운 민족의 수호신으로 받들어 열렬히 신앙하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선불(仙佛) 교체적 성격은 초전기 불교를 강한 밀교적 경향을 띠게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며, 삼국의 대승교학 발생도 단순한 중국대승교학의 영향이나 전래라기보다는 애초에는 초기불교의 밀교적인 흐름에서 요청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불승을 부르는 '중'이라는 칭호가 본래 무(巫)를 뜻하던 옛말인 차차웅(次次雄), 또는 자충(慈充)이란 말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불승의 무(巫)적인 성격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밀교를 신라에 전래한 문무왕 대의 명랑의 용궁전법설에서 용궁이라는 선가(仙家)에서 나오는 용어로 그 연관성을 짐작할 수 있다. 명랑은 중국 유학후 귀국 도중에 용궁에서 비법과 황금천량(黃金千兩)을 전수받았는데, 여기서 명랑이 용궁에서 전수받은 '비법(秘法)'은 관정경(灌頂經)의 문두루비법(文頭婁秘法)이다. 이 문두루비법에서는 관정경과는 전혀 다른 사천왕사의 창건과 유가승(瑜伽僧) 12인 등의 요건을 언급하고, 원목(圓木)에 오방신왕(五方神王)의 이름을 사착(寫着)한 문두루의 위력은 능히 질병·위난·악귀 등을 항제하고 산·수·하·해·수·화·풍·지·도적 등을 붕괴한다고 설하고 있어 본래의 밀교와 다른 사상적 요소, 즉 전통적으로 전래되어오던 선가사상을 접목한 호국사상을 완성하여 유통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상에서와 같이 인도에서 시작한 밀교의 전래과정을 살펴보면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불교의 관정법과 도가의 관정법은 서로가 그 시작은 달랐지만 영향을 미치면서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관정법을 사용하고 있는 문파들의 연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관정법을 사용하고 있는 티베트 밀교와, 법륜공은 불가의 일파이므로 불가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지만, 원극공은 1138년경 중국의 금나라 때 도가의 공법(功法)인 태일도(太一道)에서 시작되었고, 한국무의도협회는 신라의 유, 불, 선의 3교를 아우른 화랑도에서 유래하였으므로 도가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특히 한국의 불교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민족이 그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선가의 사상을 하나로 아우른 종합적인 호국불교로의 완성을 이루었으므로, 관정법 역시, 한국에서 도가식과 불교식을 결합시킨 종합적인 체계로 완성했으리라고 본다. 이것이 바로 화랑도에서의 완성이었고 곧 한국무의도협회에서 이어온 관정법에서 그 완성을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원극공에서도 보현선사라는 불가의 인물이 관여하는 것으로 보아 불가와 도가의 방법을 아우른 관정법으로 완성되었으리라 보며, 성립 시기가 화랑도보다 후기인 것을 볼 때 한국의 관정법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2.관정법의 정의
관정법을 정의하고 규정하는 것은 문파마다의 독특한 정의가 있어 하나로 정의하기는 어려운 면이 없지 않지만, 관정법을 사용하고 있는 문파들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어 이를 고찰해서 그 정의를 내리고자 한다.
비교적 관정에 대한 자료가 많고 명확한 티베트불교에서는 용어에 대한 정의가 잘 나타나 있다. 티베트 불교에서 관정(灌頂/ dBang bsKur/ Abhisheka)이란 불교에서 일정직위에 오를 때, 이마에 물을 뿌리는 의식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원래《베다》에서 유래된 의식으로, 인도의 제왕 즉위식 또는 태자책봉식때 시행되었던 것으로 밝히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다른 문파의 관정법에서는 물을 뿌리는 의식을 하지 않으며, 오히려 의식적인 또는 형식적인 것에 치우치지 않고, 영적(靈的)이 차원에서 일어나는 무형의 현상을 중요시한다. 한국무의도협회에서는 관정(貫定)이란 공력자가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순수한 진기를 노궁을 통해 발출시키고 그 진기를 수련생의 정수리에서 중맥을 통해 주입함으로써 기운을 조절하고, 막힌 기혈을 소통시키고, 사기(邪氣)를 배출시켜 수련생의 공력을 증진시키는 고급 공법이다라고 정의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직접 물을 뿌리는 것이 아니고 영적인 차원에서 바라볼 때 물을 뿌리는 것처럼 기운(眞氣)을 뿌려주는 것으로 봐야 한다. 티베트 불교의 관정법에서도 역시 그 의식이 제왕즉위식에서 따왔다고는 하나, 그 본의는 제왕즉위식과는 완전히 별개임을 알 수 있다.
이는 구체적인 방법에서 티베트의 관정법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물을 뿌리는 의식이 아니고, 거기에는 상사가 수련생에게 전해주는 공력의 전수 등의 보이지 않는 의미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티베트 관정의 보병관정(寶甁灌頂)의 예를 들면, '상사가 수련생에게 관정을 할 시에 상사의 미간에서 옴(범어)자의 밝은 수정 빛이 비쳐 나와 자신의 머리로 들어간다고 관상하여 무시이래로 쌓였던 자신의 묵은 악업이 정화되고 분별 망상을 일으키는 무명의 장애에서 벗어나 부처님의 몸과 내 몸이 똑같이 되어 부처님과 같이 변화 신물을 나눌 수 있는 화신(化身)을 성취했다고 관상한다'라고 설명하는데, 이것이 바로 이 관정법의 본의이고, 영적인 차원에서 바라볼 때 수련생의 관상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되는 현상을 기술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관정법을 단지, 물을 뿌리는 행위나, 의식의 유형적인 것에 치중한 것은 아마도 영적인 차원에서 일어나는 무형의 형상을 보지 못하는 학자들이나 또는 하층수련자에 의해 정의되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영적인 차원에서의 현상을 원극학에서는 장문인이 발공하여 수련생에게 공을 전하여 수련시 막힌 기혈을 유통시켜 수련의 원활을 기하는 것이다라고 한 것이며, 법륜공에서는 진정한 관정(灌頂)이란 다른 공간에서 보면 사람의 뼈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두 백옥(白玉)처럼 변해버리는 것이며, 바로 공과 고에너지물질로 신체를 정화(淨化)시키며 머리에서 발까지 전부 관(灌)해 주는 것이다라고 한 것이다.
관정법을 정의할 때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관정법을 사용하는 문파들이 중맥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맥이라는 개념은 기존의 한의학적 개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개념이다. 밀교수행법 중에는 완성단계에 중맥이라는 개념이 사용된다. 밀교에서는 우리의 육체 안에 흐르는 생명의 기운이 중맥(中脈) 속으로 들어와 흐르면 수행자는 안정감을 느끼고 명석한 마음을 갖게 되며, 좌우맥이 중맥을 조이고 있는 몇 개의 신경조직망이 있는데 그 지점들을 '차크라'라고 하며, 차크라는 사람의 사념체와 육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또한 중맥은 척추의 바로 앞쪽에는 정수리로부터 단전에 이르기까지 가느다랗게 형성되어 있고, 중맥의 좌우로 더 가느다란 좌우맥이 있는데, 분별망상을 할 때는 기운이 좌우의 맥으로 흐르지만, 마음이 한 곳에 모이면 기운은 좌우맥으로부터 중맥으로 흘러들어가고, 좌우맥과 중맥은 단전 부분에서 서로 만나, 그곳에서 기운이 중맥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이 때 좌우맥이 중맥의 옆에 나란히 흐르면서 몇 군데서 중맥을 둘러싸며 조여서 매듭을 짓는데 그 매듭 부분이 차크라라는 것이다.
한국무의도협회에서도 관정은 중맥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하고 있으며, 원극공의 특징 중에 하나도 중맥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는 원극공의 성명(性命)에 대한 이론에서 자세히 설명된다. 원극공에서는 성(性)은 일류가 수억 만년 동안 이루어 놓은 사유 우세의 모든 신(神)식의 결정이고, 명(命)은 인류가 번성하여 뻗어 나온 각 단계의 유형물질 정수의 결합이며, 본성은 선천삼원의 화합체이며 본명(本命)은 후천3원의 화합체로 본다. 성은 인-천-신-무극층차-원음-무형이고, 명은 인-천-물질-태극층차-원기-유형이며, 성명이 결합되어 황극층차-원광을 이룬다고 본다. 이는 인체에서 독맥-전신양맥-육부, 임맥-전신음맥-오장의 관계에서 임맥, 독맥의 삼전일궁(三田一宮)과 삼관일문(三關一門)을 수련하면 수명하는데 이것은 생화(生化)단계에 속하며, 수명(修命)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중맥에 집중되고 중맥의 삼정일전(三庭一殿)을 수련하면 수성(修性)하는데 그것은 반(反)의 단계에 속한다고 하였다. 제1층차에서 임맥의 하단전을 수련하면 오장의 에너지가 집중되고, 제2층차에서 독맥의 미려관을 수련하면 육부의 에너지가 집중되고, 제1, 제2층차는 수명(修命)을 하여 에너지를 중맥에 집중시켜 제 3층차 수성(修性)을 하는 것이다라고 하여 중맥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법륜공에서는 중맥의 개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도가에서는 선정(禪定) 중에서 수련하는 한 가지 주천(周天)형식이 있는데. 그것은 신체 안에 니환(泥丸)으로부터 한 바퀴 돌고는 내려와 단전(丹田)에 이르러 한 바퀴 돌고는 올라와 내재적으로 순환하는 것인데 이런 주천이 형성된 다음에 아주 강한 에너지 흐름을 형성하게 된다. 그런 다음, 일맥이 백맥을 이끌어 다른 맥을 모두 이끌어 열게 되는데 이것이 중맥이며, 불가에서는 주천을 이야기하지 않고, 백회혈로부터 시작하여 이곳에서 완전히 열린 다음에 나선식으로 정수리로부터 몸 아래로 향하여 발전하며 최후에는 이런 형식으로 백맥을 이끌어 여는데 이것이 밀종(密宗)에서 이야기하는 중맥(中脈)이라는 것이다.
또한 사람 신체의 모든 맥을 다 합치면 만여 갈래에 넘으며, 마치 혈관처럼 가로 세로 교차되었으며 혈관보다도 더 많은데, 내장의 틈새 부분에 혈관은 없지만 오히려 맥은 있고, 정수리로부터 신체의 각개 부위에 이르기까지 역시 가로 세로 교차된 맥락이 있다. 그것들을 연결시켜 놓자면 시작할 때에는 아마 곧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어 놓아 통하게 한 연후에 점차적으로 넓어져 차츰 한 갈래의 곧은 맥을 형성하게 되고 이 맥을 축으로 자전(自轉)하며 그것의 수평으로 도는 의념 중의 몇 개 바퀴(輪)를 이끄는 목적은 역시 신체의 모든 맥을 전부 이끌어 중맥을 열려는 것이다.
그러나 법륜공(法輪功)의 수련은 일맥이 백맥을 이끄는 이런 형식을 피하여 시작부터 백맥을 이끌어 동시에 열며 백맥을 동시에 운행할 것을 요구한다. 이것은 단번에 아주 높은 층차에서 연마하며 매우 낮은 것을 피한다. 일맥이 백맥을 이끌 경우, 당신이 그것을 전부 이끌어 열려고 한다면 어떤 사람은 평생토록 연마하여도 여전히 힘겨우며 어떤 사람은 몇 십년을 수련해야 하는바 아주 어렵다라고 하였다. 이에서 알 수 있듯이 법륜공에서는 중맥을 인정하지만 더 상층의 수련으로 중맥을 이루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밀교에서의 법륜은 중맥을 수련하는 것으로서 평평하게 돌며, 그의 법륜은 법륜공의 것과 다르게 바퀴에는 주문이 있고, 법륜공의 법륜은 아랫배 부위에 세워져 놓였고 평면이 밖을 향하고 있으며, 아랫배 부위는 다 차지할 만큼 커서 밀교의 법륜 하나를 더 놓으면 뒤섞이게 된다라고 말하고 있어 중맥의 수련에서도 문파간의 충돌을 야기시킬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다음으로 관정법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관정을 시작하는 부위인 정(頂)의 위치이다. 정수리의 사전적 의미는 머리 위의 숫구멍이 있는 자리로 뇌천(腦天)⬝신문(顖門)⬝정문(頂門)이라고도 한다. 유아의 성장시기에 나타나는 솟구멍은 보통 천문이라고도 부르는데 소천문은 독맥혈의 신회(顖會)부근이고, 대천문은 백회(百會)부근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정수리란 백회일 수도 있고, 신회일 수도 있다. 밀교의 관정법에서는 이마에 물을 뿌린다고 되어 있고, 한국무의도협회는 정수리(無心穴)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 원극공에서는 정수리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원극공의 원극 내경도를 보면 황극궁(皇極宮) 즉 백회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륜공에서는 백회혈로부터 시작해서 나선형으로 돌아가며 백맥을 이끌어 여는 것이 중맥이라고 한 것처럼 정수리는 백회부근을 의미하고 있다.
끝으로 관정법을 정의할 때 중요한 명칭에 대해 살펴보면, 밀교는 관정(灌頂), 한국무의도협회는 관정(貫定), 원극공에서는 관정(貫頂), 법륜공에서는 관정이라고 하여 각기 다른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관정법에 대해 살펴보면 이 모두 나름대로의 의의를 가진 명칭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관정법에는 물을 뿌리듯이 기를 뿌린다는 의미, 정수리를 뚫는다는 의미, 뚫어서 중맥과 하단전을 이루어 정한다는 의미가 모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명칭으로 통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관정(貫定)이란 용어가 이 세 가지 의미를 포함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표현일 수 있다고 본다.
이상으로 볼 때 관정법을 정의하면 '관정이란 관정(灌頂), 관정(貫定), 관정(貫頂) 등의 용어로 스승이 수련생의 수련단계를 높이거나 또는 수련생의 수련을 돕기 위하여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순수한 진기를 발출시켜 수련생의 정수리에서부터 중맥을 통해 주입함으로써 머리에서 발끝까지 공과 고에너지 물질로 신체를 정화시키면서 씻어(灌)주어 중맥과 단전(또는 차크라)을 완성시키는 것이다'라고 할 수 있다.
3.관정법의 의의
티베트 밀교에서 관정의 의의는 라마(스승, guru)와 제자, 수호신(Yi Dam)과 제자 사이에 깊은 인연이 형성되며, 자신의 근기에 맞는 특정한 딴뜨라의 가르침을 받고, 몸의 동작과 언어, 의지 작용을 바르게 하여 딴뜨라의 수행에 입문할 수 있고, 스스로 그런 법을 전할 수 있는 자격을 인가받는 것이라고 한다. 곧 종교 수행자가 지녀야 할 힘을 준다는 의의와 만다라를 친견할 수 있고, 밀교의 경전, 의궤의 독송이 허가된다는 입문에의 의의가 있다. 밀교가 인도에서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중국의 당나라에 당밀(唐密)을 형성하면서 일본으로 건너가 동밀(東密)을 형성했으나 이때 일본으로 전수한 자가 관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하여 밀교에서는 동밀을 승인하지 않는 것이 이러한 입문식의 의의를 얼마나 중요시하는가를 보여주는 한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7종관정의 물관정에서는 보살1지 능력을 성취할 수 있고, 보관관정에서는 보살이지, 이런 식으로 마지막 허가관정에서는 보살7지 능력을 성취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것은 티베트 밀교의 관정법에는 수련층차의 상승과 더불어 수련생에게 능력 부여의 의의가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한국무의도협회의 관정(貫定)은 기혈소통, 사기배출, 공력전수, 질병치료의 네 가지 의의로 압축된다. 결연관정이라는 관정에서는 입문의 의의를 포함하기도 한다.
원극공에서의 관정(貫頂)은 선공력을 주어 이것을 불씨로 삼아 수련을 하게 하는 입문의 의의도 있으며, 천목(天目)을 열고 삼원(元氣, 元光, 元音)의 공능(功能)을 전수받을 수 있게 하는데 큰 의의를 둔다. 하지만 원극공의 현재 장문인인 장지상은 관정의 이러한 의의보다 치료를 위주로 하는 의료기공의 의의로서 많이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륜공에서는 그러나 입문으로써의 의의와 치료법으로써의 의의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으며, 관정(灌頂)의 진정한 의의는 기운이 머리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오며 전신을 관통하여 사람의 뼈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두 백옥(白玉)처럼 변하도록 신체를 정화시키는데 의의를 둔다. 이러한 신체의 청리 정화에 목적과 의의가 있을 뿐 높은 공을 넣어주는 것이 아니며 공은 자기 자신이 수련해 내는 것으로 이야기한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관정법이 갖는 의의는 입문, 수련층차 상승, 층차에 따른 능력 부여, 공력전수, 기혈소통, 신체정화, 질병치료 등의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4.관정법의 종류 및 방법
관정법을 사용하는 각 문파마다 추구하는 방향과 수련법에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관정법의 구체적인 방법과 내용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또한 문파마다 비밀리 전수되던 공법이라 그 구체적인 방법과 내용을 자세히 규명하기는 어렵다. 특히 외부로 보이는 동작이나 형식들은 알 수 있을 지 몰라도 그 속에 담고 있는 의념법 등의 내용은 완전히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핵심적인 내용을 알기란 어렵다. 그러므로 현재까지 공개된 부분만을 토대로 방법과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무의도협회의 관정법은 공력자가 노궁을 통해 발출된 진기를 수련생의 정수리 주입하여 중맥을 열어주고, 사기는 배설되고, 정기는 하단전에 고정하게 되는 방법을 취하고 있고, 원극공에서는 관정자가 체내의 진원(眞元)을 꺼내서 오지에 모아 수련생 머리의 백회(百會)에 광층차에서 발공하여 중맥을 통해 하단전으로 삼원의 공능을 전수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어 방법적인 면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취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관정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현실 세계에서가 아닌 영적인 세계에서 무형의 관정을 하고 있는 법륜 공에서는 더더군다나 구체적인 방법이나 다양한 종류를 취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비교적 자료가 상세한 티베트의 밀교에서는 다양한 방법과 종류 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다양한 종류의 딴뜨라(密敎)에 그 딴뜨라마다 가르침의 특색이 있고 이 가르침의 실천을 허가하는 것이 관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위 딴뜨라와 상위 딴뜨라 사이에도 많은 차이가 있으며 상위 딴뜨라에서도 딴뜨라마다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
티베트 밀교의 관정법이 여타 관정법과 다른 또 다른 특징적인 점은 다양한 관정법 만큼이나 다양한 도구가 관정에 사용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물이 사용되며, 7종관정법에서는 물, 보관, 미건(眉巾), 금강저, 금강령, 반지, 팔찌, 보석, 검, 연꽃, 법륜, 만뜨라, 안약, 거울, 활, 화살 등의 도구가 사용되고, 4종관정에서 물, 염주, 금강저, 거울 등이 사용된다. 각 도구에는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으며, 그 관정법의 명칭 또는 특징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런 티베트 관정법의 종류로는 층차에 따른 관정법으로 결연관정, 수명관정, 전법아사리관정, 인법(人法 또는 以心)관정이 있는데, 이중에 인법(이심)관정이 무형식, 무활동의 비밀관정의 경지로서 법륜공에서 말하는 영적인 차원에서의 무형의 관정법과 유사하다. 결연관정은 투화득불(投華得佛)에 의해서 인연이 있는 불보살과 결연하는 경지, 수명관정은 결연을 맺은 불보살의 인계와 진언을 베푸는 경지, 전법아사리관정은 밀교의 스승으로써 자기본존의 인계와 진언을 인가하는 경지, 이심관정은 무형식, 무활동의 비밀관정의 경지라고 한다.
또한 깔라짜끄라 7종관정과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4종관정이 있다. 7종관정은 어린 아이가 성장해 가는 모습에 따라 제자에게 일곱 단계로 관정을 수여하는 것이며, 이를 '유아의 성장 양식을 따른 7종관정(Byis Pa lTar 'Jung Gi dBang bDun)'이라 일컫는 다 4종관정은 병관정, 비밀관정, 반야지관정, 언어관정이 있다. 이밖에도 수명를 연장하기 위해 무량수불의 가피를 청하는 장수관정이 있고, 중생의 업장을 소멸하고 가피를 내리기 위해 행하는 칼라차크라(시륜금강: 時輪金剛) 관정이 있다. 칼라차크라 관정은 많은 부처님과 호법신들이 모여 계시는 아주 힘이 있는 관정으로 달라이라마께서 모든 중생들의 업장을 정화하고 가피를 내리시고자 원력으로 이생에 전세계에 내리신다는 아주 수승한 관정이다. 이 관정을 중국에서는 시륜금강(時輪崎輪金剛)관정이라 하는데. 이 관정을 받게 되면 시간과 공간과 운세의 장애를 초월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한다. 각각의 관정법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 도구, 층차, 능력 성취 등은 <표1~3>에 정리되어 있다.
또 하나 티베트 불교의 관정법이 여타 문파의 관정법과 다른 특징은 관정 시 의념법이 수행자 중심으로 돼 있다는 것이다. 한국무의도협회의 관정법에서 수련생은 특별한 의념을 가하지 않는다. 단지 한국무의도협회 선자세 공법 중 예비공3번을 취하면서 선자세 수련의 기본적인 마음가짐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원극공에서도 역시 관정받는 수련생에게 복잡하고 특별한 의념을 요구하지는 않으며, 단지 눈을 감고 하단전을 생각하라고 한다. 그래야 파장이 일치되면서, 자신의 그릇만큼 공을 전수받는 수 있다는 것이다. 법륜공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수련생은 언제 관정을 하는지도 모르며, 관정을 하는지 안 하는지 못 느낄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티베트 불교에서는 각각의 관정법에 따라 수련생에게 아주 복잡하고 다양하고 특별한 의념법 또는 관상법을 이야기한다. 이는 4종관정에서 수련생의 관상법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보병관정에서 수련생은 스승의 미간에서 옴자의 밝은 수정 빛이 비쳐나와 나의 머리로 들어간다고 관상하고 비밀관정에서는 스승의 인후에서 아자의 붉은 보석의 빛이 비쳐나와 나의 인후로 들어간다고, 지혜 관정은 스승의 가슴에서 홍자의 푸른 빛이 비쳐나와 나의 가슴으로 들어가며, 문자관정은 스승의 마음에서 비쳐 나오는 홍자의 초록색 빛이 나와서 나의 배꼽에서 비쳐 나오는 홍자가 하나로 합일한다고 관상한다. 미간, 인후, 가슴, 배꼽은 챠크라를 의미함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여튼 이는 모두가 수련생이 의념하는 것으로 다른 문파가 스승에 의해서 행지는 것과는 상이한 것이다. 결연관정, 오행관정, 치료관정 등의 몇 가지 관정법을 제시하고 있는 한국무의도협회에서도 각각의 관정에 대해서 수련생에게 특별한 의념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이상의 내용에서 각 문파의 관정법의 방법과 종류를 고찰해 보면 일관되고 통일된 방법을 제시하기는 힘듬을 알 수 있다. 굳이 몇 가지 공통점을 토대로 방법을 규정하자면, 관정법의 방법은 관정을 하는 자의 방법과 관정을 받는 자의 방법으로 구분해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관정을 하는 자의 방법을 살펴보면 관정자는 관정자의 체내에서 진기를 꺼내 노궁 또는 오지(五指)를 통해 기를 방출하는데 이 방출된 기운을 정수리를 통해 중맥으로 넣어 중맥을 넓히고 단전에 고정시키는 것이다. 이 때 관정을 하는 자는 마음을 비우고, 공상하지 않으며, 특히 자기의 원기(元氣)가 소모되는 것이 아니고 대우주의 원기를 사용하는 것이며 자신은 단지 변압기일 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하지만 이 이상의 구체적인 의념, 즉 어떤 의념과 방법을 통해 체내에 진기를 끄집어 내는지 또, 어떻게 중맥을 넓히고 단전에 고정시키는 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다양한 관정법마다 관정자가 어떻게 다르게 의념을 가하고 어떤 무형의 행위를 하는지는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로는 알 수 없다.
다음으로 관정을 받는 자의 방법을 살펴보면, 관정을 받는 자는 먼저 문파가 요구하는 진기받는 자세를 취하고 눈을 감는다. 이어 수련생이 가지는 의념은 하단전에 두는 방법, 의념이 없는 무심의 방법, 또는 각 관정법마다 정해져 있는 의념법을 사용하는 방법 등이 있으며, 관정이 끝난 후 수공을 통해 마무리 짓는다. 또한 전수받은 공력의 올바른 증진을 위해, 음식과 외기(外氣)의 접촉을 피하는 금기 사항이 있기도 하다.
끝으로 관정법과는 다르지만 봉기관정(捧氣灌頂), 또는 봉기관정(捧氣貫頂)으로 불리는 수련법이 있다. 이는 스승이 수련생에게 공을 전수하는 방법이 아니고 개인이 수련할 수 있는 현대 기공법으로 양손을 천천히 머리위로 쳐들어 올린 후 손바닥이 아래를 향해 받들어 올린 기를 정수리 백회혈에 부어 넣는 것으로 법륜공의 여래관정(如來灌頂)과 비슷하나 손바닥이 백회를 향하는 것과 하늘을 향하는 것에서 차이를 보인다. 관정법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지만 백회에서부터 회음까지의 기맥을 뚫는 의미에서 관정이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결론
이상에서 관정법에 대한 고찰을 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1.관정법은 불가와 도가(선가)에서 유래된 방식이며, 독자적으로 전래되면서 상호 영향을 미쳐 종합적인 체계로 완성되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2.관정법을 정의하면, '관정이란 관정(灌頂), 관정(貫定), 관정(貫頂) 등의 용어로 스승이 수련생의 수련단계를 높이거나 또는 수련생의 수련을 돕기 위하여 자신의 몸안에 있는 순수한 진기를 발출시켜 수련생의 정수리에서부터 중맥을 통해 주입함으로써 머리에서 발끝까지 공과 고에너지 물질로 신체를 정화시키면서 씻어(灌)주어 중맥과 단전(또는 차크라)을 완성시키는 것이다'라고 할 수 있다.
3.관정법에는 중맥의 개념이 사용된다.
4.관정법은 입문, 수련층차 상승, 층차에 따른 능력 부여, 공력전수, 기혈소통, 신체정화, 질병치료 등의 의의가 있다.
5.관정법의 구체적인 방법은 문파마다 다소간의 차이가 있으며, 관정을 하는 자와 받는 자의 의념에 따라, 또는 관정법이 갖는 의의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있다.
6.관정법에는 무형의 방법도 있다.
<여러 문파의 관정법에 관한 소개/ 이재흥*․안훈모**․이은미*** /*․**․***: 대한의료기공학회, ***: 대한한방소아과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