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정 성철스님은 불법 전하는 도리가 갈수록 부처님과 고불고조(古佛古祖)에서 멀어 감을 한탄하고, 해인사 후학들에게 옛 조사스님들의 저서 중 참선을 위해 요긴한 것 30여권을 골라 번역토록 했다. 그리고는 전집의 이름을 선림고경총서(禪林古鏡叢書)라고 명명했다. 이렇게 백련선서간행회에서 번역된 것이 ‘산방야화(山房夜話)’ 임제록, 벽암록, 운문록, 조동록, 나옹록, 마조록 등이다.
이번에는 그중 중국 선불교를 꽃피운 중흥조라 할 수 있는 조주선사(조주 종심 778~897)이야기를 담은 ‘조주록’을 권할까 한다.
120세를 산 것으로 전해지는 조주스님은 60세에 행각을 떠나면서 “일곱 살 먹은 어린아이라도 나보다 나은 이는 내가 그에게 물을 것이요, 백 살 먹은 노인이라도 나보다 못한 이는 내가 그를 가르치리라”했다. 스님의 법문 중에는 ‘개에는 불성이 없다’(狗子無佛性)는 무(無)자 화두를 비롯해 ‘차나 마셔라’(喫茶去), 뜰앞의 잣나무(庭前栢樹子) 등 선문에 널리 알려진 공안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스님에 얽힌 일화.
스님이 백장스님(一日不作 一日不食, 하루일하지 않으면 하루먹지 않는다는 말로 유명. 720~814)께 갔는데, 백장스님이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남전(남전 보원스님을 지칭)에서 왔습니다.”
“남전은 무슨 법문으로 학인들을 가르치던가?”
“언젠가는 말씀하시길 ‘깨닫지 못한 사람도 우뚝해야한다’고 하셨습니다.”
백장스님이 꾸짖자 스님께서 놀라는 얼굴을 하니 백장스님이 말했다.
“좋구나. 정말 우뚝하도다.”
스님께서는 춤을 추면서 나갔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앞 이빨에 털이 났다.(板齒生毛)”
한 스님이 물었다.
“백골이 썩어 흩어지고 한 물건만이 길이 신령스러울 때는 어떻습니까?”
“오늘 아침도 바람이 인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스님의 가풍입니까?”
“안으로는 한 물건도 없고 밖으로는 구할 것이 없다.”
조주록은 스님의 어록인 셈인데, 읽다보면 다소 지리한 말장난 같다는 느낌도 갖게 되지만 그중 어떤 문답이라도 간직해 참구할 가치가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상하로 나눠 한권에 편집한 백련선서간행회의 조주록은 스님의 일대기를 기록한 ‘행장’과 법문을 정리한 ‘상당’, 깨달음을 읊은 ‘게송’으로 나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