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석원(25)의 이름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지난달 북한의 연평도 무차별 포격 때문이었다. 북한이 쏘아댄 대포에 숨진 2명의 해병대원을 기리며 그는 자기 미니홈피에 글을 남겼다.
"너무 화가 난다. 해병 후배님들의 명복을 빈다." 글뿐 아니라 남몰래 영결식에 다녀온 그에게 팬들의 격려가 쏟아졌다. 병역 비리로 얼룩진 이 세계에 해병대 특수수색대로 군 복무를 마친 정석원은 신선한 자극이었다.
"특수수색대에 배치되려면 1주일 동안 잠도 못 자고 대소변도 따로 눌 수 없는 '지옥 주(週)' 훈련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런 극한의 경험이 배우 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몸 쓰는 일이라면 누구에게도 지기 싫습니다."
정석원은 연예계를 대표하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유도(3단)를 포함해 태권도·합기도·용무도를 합친 단수(段數)가 무려 11단이다. 5~6㎞는 쉬지 않고 헤엄치며 인명구조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그는 지난달 끝난 드라마 '닥터 챔프'에서 경기 중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국가대표 유도선수를 연기했다. "늘 하던 운동이라 편했어요. 어떤 순간에 다치는지 잘 알기 때문에 사고 장면만 제가 우겨 30번을 찍었습니다."
당시 탄탄한 그의 식스팩(six-pack·복부 근육)이 화면을 장식했다. 인천 출신인 정석원은 초등학교 시절 육상 100m 선수였을 만큼 운동신경이 좋았다. 사춘기를 싸움으로 탕진하던 그는 학교 '짱'이 되려 합기도장에 갔다.
그러다 어느 대회장에서 마침내 고수(高手)를 만났다. 바로 정두홍 무술감독이었다. 정 감독에게 반한 그의 장래 희망란이 '체육교사'에서 '무술감독'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대학도 정 감독이 나온 인천전문대 무도과를 나왔다.
유도는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배웠다. 상대의 힘을 이용해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점에 이끌렸다. 군에서 해병대 실전무술인 '무적도' 조교 생활을 한 그는 2007년 전역 후 서울액션스쿨 11기로 스턴트맨의 첫발을 내디뎠다.
스턴트맨 생활이 그의 적성에 맞았다. '대왕 세종' '강철중' '신기전' 등에서 주연 배우 대신 몸을 내던졌다. 잘생긴 외모가 눈에 띄어 단역으로도 한 번씩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스턴트맨은 철저히 얼굴을 숨겨야 하는데 그게 선배들과 잘 안 맞았어요." 액션스쿨을 나와 지금의 소속사 대표를 만났다. 소속사 대표도, 지금의 매니저도 모두 해병대 출신이다.
연기로 방향을 튼 정석원은 '찬란한 유산' '인연 만들기' 같은 드라마에 출연했고 내년 초엔 주연한 영화 두 편이 개봉한다. 영화 작업 때문에 최근 운동할 시간이 없었다는 그가 촬영을 위해 매트에 서자 눈빛이 달라졌다. "쾅!" 그의 손에 잡힌 거구의 사내가 매트에 그대로 내리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