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 7월 24일(월)*
▲팝송이 된 클래식 ③
◾베토벤 ‘비창’ 2악장
◾알비노니 Adagio
◀Midnight Blue
◼ 루이스 터커(Louise Turker)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중 2악장
◼조성진
◀This night
◼빌리 조엘(Billy Joel)
◀Graveyard Angel(묘지의 천사)
◼루이스 터커
◀알비노니-지아조토
Adagio G minor
◼Copernicus 챔버 오케스트라
◀Adagio
◼라라 파비안(Lara Fabian)
◼Hauser
◀The Cellist of Sarajevo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작곡:David Wilde
◼요요마
◉장마가 시작된 지
오늘로 꼭 한 달을 채웠습니다.
이젠 끝날 때도 된 것 같은데
여전히 전국이 장맛비 속에
잠겨 있습니다.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인
어제도 여러 곳에서
장대비가 쏟아졌습니다.
오늘 아침은 소강상태지만
비는 수요일까지
오락가락할 모양입니다.
그리고 며칠간 흐린 날이
이어지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때쯤 장마가 끝날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요란을 떨며
상당한 피해를 줬으니
물러갈 때가 되기는 했습니다.
◉베토벤의 음악은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통할 수 있는
보편성이 있습니다.
보편성이 있다는 것은
대중성이 있다는 말과도
통합니다.
후대의 많은 음악인이
베토벤의 작품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재창조해 낸 것을 봐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베토벤의 작품 가운데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작품을 꼽으라면
‘비창(悲愴)’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피아노 소나타
8번을 들 수가 있습니다.
들어보면 아! 하고
금방 알 수 있는 친근한
멜로디들이 흘러나옵니다.
이 작품은 베토벤이 20대 초반
젊은 시절에 작곡된 것입니다.
그 가운데 2악장과 3악장이
다른 장르의 재창작에
가장 많이 활용됐습니다.
2악장 Adagio Cantabile에서
팝송이 된 노래를 만나보는
순서입니다.
‘천천히 노래하듯이’라는
베토벤의 지시어를 따라서
만들어진 팝송입니다.
◉루이스 터커(Louise Turker)는
영국 브리스톨 출신
메조소프라노 가수입니다.
오페라가수로 활동해온 그녀는
1982년 스물여섯 살 때
음반 제작자로부터
크로스오버 프로젝트 참여를
권유받습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2악장의 주제를 사용한
팝과 클래식의 접목을 시도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여기에 합류하면서 그녀는
팝 세계로 영역을 넓히게 됩니다.
그녀가 음반 제작자
Charlie Skarbek과 함께 불러
탄생한 노래가 바로
‘Midnight Blue’
(한밤중의 고독)입니다.
◉‘비창’ 선율의 분위기와
잘 맞는 노래로 만들어졌습니다.
‘당신 없는 밤은 너무 외로워
그대가 가 버렸어도
보석처럼 돼버린 그대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네요.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 음악을 흐르게 해주세요.
당신에 대한 소중한 생각을
음악으로 채워주세요’
성악 창법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루이스 터커의 목소리가
신선하게 들립니다.
여름 휴가철 저녁에
술 한잔하면서 듣기 적당한
분위기의 노래입니다.
https://youtu.be/e24LpR1NMAM
◉베토벤의 이 피아노 소나타에
붙여진 ‘비창’이라는 제목은
본인이 붙였다는 설도 있고
출판업자가 홍보용으로 붙인
Grande Sonate Pathetisque
(비창한 느낌의 대소나타)라는
제목을 붙인 데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여기서 불어 Pathetique는
비창보다는 비장(悲壯)의 뜻이
강하다고 합니다.
어느 쪽이든 비극적인 느낌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소나타에 흐르는 비극적인
느낌은 이때부터 시작된
귓병에 대한 베토벤의 불안감과
고통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중간에 한 차례 격정 후
다시 주제가 반복되면서
짧고 조용한 느낌으로 마무리되는
2악장을 조성진 피아노 연주로
만나봅니다.
2017년 롯데콘서트홀입니다. https://youtu.be/2jMdRxeZEkQ
◉베토벤의 ‘비창’ 2악장은
난해하기 짝이 없는
그의 후반기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상과 연주가 쉬워서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그래서 우리 대중가요에서도
휘성과 이예준 등이 이를 이용해
노래로 만들었고
프로야구 LG와 KT의 응원가로
사용하기도 하는 등
여러 매체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피아노의 신약성서로 불리는
이 곡을 ‘피아노 맨’
빌리 조엘(Billy Joel)이
그냥 지나갈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는 1983년 그의 노래
This Night(오늘 밤)의 후렴구에
비창 2악장의 주제 선율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앨범에 베토벤에게서
곡을 빌려왔다는 사실을
명시했습니다.
빌리 조엘은 두 번째 부인을
만나기 전에 잠깐 스쳐 지나간
호주 출신 슈퍼모델 엘 맥퍼슨
(Elle Macphersn)과의 관계를
노래 속에 담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잠깐 스쳐 지났는데도
그 순간에는 진지했던 모양입니다.
빌리 조엘의 라이브 공연으로
만나봅니다.
https://youtu.be/fkYV8iuz29c
◉앞서 ‘Midnight Blue’를
불렀던 루이스 터커는 같은 앨범에
팝과 클래식을 접목한
또 한 곡의 노래를 담습니다.
바로크시대 비발디와 함께
활동했던 알비노니(Albinoni)의
‘Adagio’로 알려진 곡에서
멜로디를 가져와 만들었습니다.
사실은 알비노니의 작품이 아니지만
통상 그렇게 부르는 곡입니다.
이 곡을 가져와 만든
노래는 ‘Graveyard Angel’,
‘묘지의 천사’라는 팝입니다.
‘난 울고 있어 내 버려둬
목소리는 느껴지는데
전혀 들리지 않아
외로운 심정을 아주 잘 알아 ’
묘지의 천사처럼
차가운 침묵은 날 공포스럽게 해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어
묘지의 천사에 대해’
제목에서부터 쓸쓸함이 묻어나는
가을 분위기의 노래입니다.
https://youtu.be/NpE34kMEXF4
◉노래 내용은 다르지만
들어보면 라라 파비안과
일 디보와 조수미가 불렀던
노래와 같은 곡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17년 뒤인 1999년
라라 파비안(Lara Fabian)은
미국으로 건너가 낸
첫 번째 영어 음반에
이 곡을 Adagio라는
제목으로 별도의 가사를 붙여
수록합니다.
이 노래로 라라 파비안은
이 곡을 널리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당신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떠나지 않을 거라고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고
내가 믿게 해주세요.
천천히 말이에요.’
유럽의 디바 라라 파비안의
클래시컬 팝 열창으로 듣는
‘Aagio(천천히)’입니다.
https://youtu.be/NAWQxIq-9-Q
◉2차대전 당시
독일 드레스덴 도서관이
폭격으로 폐허가 됐을 때
도서관으로 달려간
지아조토(Giazotto)라는
음악 석사가 폐허 속에서
알비노니의 소나타 자필악보를
발견합니다.
그는 몇 마디 선율과 베이스라인,
화음만 표시된 이 악보에
선율을 붙여 긴 제목의 곡을
발표합니다.
‘현과 오르간을 위한
아디지오 G단조,
토마스 알비노니의
두 개의 주제와
숫자 저음에 기초함’이
그 제목입니다.
◉제목이 너무 길어서 흔히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로
부르게 됩니다.
하지만 정확한 명칭은
‘지아조토의 알비노니
주제에 관한 아다지오’가
맞습니다.
‘사계’의 비발디와 같은
시대에 활동한 바로크 음악인
알비노니는 여러 분야에사
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남아 있는 작품이
별로 없습니다.
지아조토의 이 곡의 발표는
결과적으로 알비노니를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
지아조토의 알비노니
주제에 의한 ‘Adagio’를 들어봅니다.
홀스트 숌(Horst Sohn)이
지휘하는 폴란드의
코페르니쿠스 챔버 오케스트라
(Copernicus Chamber Orchestra)의
2012년 연주로 들어보는
8분 반입니다.
2013년 내한 공연을 열었던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실내 악단입니다.
https://youtu.be/_eLU5W1vc8Y
◉이 곡은 보스니아 내전의
폐허 속에서 22일간 연주돼
관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1992년 5월 사라예보,
빵을 사려고 모인 사람들에게
가해진 폭격으로
22명이 숨집니다,
다음날 그 폭격의 현장에
한 첼리스트가 나타납니다.
그는 그날부터 22일간 매일
첼로로 ‘알비노니 주제에 관한
Adagio’를 연주합니다.
애절한 이 곡은 바로
숨진 22명에 대한
추모곡이었습니다.
그는 당시 36살의 사라예보
필 하모닉 수석 첼리스트인
베드란 스마일로비치
(Vedran Smailovic)였습니다.
◉그가 Adagio를 연주하는 동안
한 발의 총성도 들리지 않았고
한 명의 추가 희생자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부모가 모두 무슬림은 그는
사라예보 사람으로
마을의 한 구성원이자
평화주의자라고 말한 뒤
음악인으로 할 수 있는
악기로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장의 음악은 아니지만
크로아티아의 첼리스트이자
2Cellos의 멤버인
스테판 하우저(Stjepan Hauser)의
첼로 연주로 들어보는
‘Adagio’입니다.
https://youtu.be/kn1gcjuhlhg
◉세상 밖으로 알려진
사라예보 첼리스트의 이야기는
보스니아 내전의 실상을 알리고
전쟁을 조속히 마무라 짓는데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습니다.
영국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데이비드 와일드(David Wilde)는
스마일로비치에게 헌정하는
‘The Cellist of Sarajevo’를
작곡해 첼리스트 요요마에게
연주하도록 했습니다.
1994년 맨체스트
국제 첼로 페스티벌에서
요요마가 연주하는 이 음악의
영상에 등장한 한 장의 사진은
바로 폭격 현장에서 연주하는
스마일로비치의 모습입니다.
https://youtu.be/74weGNYbhYw
◉‘감동의 한가운데서
눈물 흘리며 부둥켜안은
두 사람이 있었다.
요요마의 앞에는 사라예보에서
금방 빠져나와 여전히
얼룩투성이의 낡고 주름진
가죽점퍼를 입은
스마일로비치가 있었다.
그토록 많은 눈물에 젖고
고통과 상처에 지쳐
실제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는
그의 얼굴은 빗지 않은 긴 머리와
수염으로 뒤덮여 있었다.’
연주 현장이 있었던 피아니스트
폴 설리번이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기고한 글의 한 대목입니다.
◉예순일곱 살인 스마일로비치는
북아일랜드의 작은 항구도시
위렌포인트(Warrenpoint)에서
지금 살고 있습니다.
내전 20년이 되는 2012년
사라예보 연주회에
다녀오기는 했지만
대외활동을 대부분 접고
음악인으로서 생의
후반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아직도 불씨가 남아 있는
보스니아가 다시 전쟁의
어려움에 빠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그가 꼽는 가장 큰
바램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