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균형감각 상실한 '정치 유튜버'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대표적인 '진보' '보수' 유튜버들이 한 발언은 이렇다.
“(윤석열 대통령이) 7광구를 일본에 주면서 포기하고 포항 영일만을 챙기려는 것 같다.”(진보 성향 정치 유튜버)
“(문재인 전 대통령의) 간첩죄 혐의로 사정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보수 성향 정치 유튜버)
물론 사실로 확인된 내용도 아니고 간첩죄는 고발만 된 상태지만 댓글 창에는 이 같이 확인도 안된 내용과 의견에 동조하는 글들이 무수히 달렸다.
유튜브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정치 유튜버가 큰 인기를 끌면서 정치권 좌우 양극단 분열의 근본으로 또한 편향된 시각에 심지어 가짜뉴스를 버젓이 전달하고 있다.
여기에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런 영상을 누른 사람에게 비슷한 콘텐츠를 보여주고, 정치인 역시 이들을 규제하기보다 이들에게 편승하려는 성향에 가짜뉴스가 근절되기는 커녕 오히려 범람하고 있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 조사에 참여한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이용자는 알고리즘에 의한 뉴스 추천 방식은 세계 평균 30%보다 상대적으로 긍정 평가 37%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6개국 중 한국보다 긍정평가 비율이 높은 곳은 브라질 46%, 튀르키예 40% 정도였다. 개인화된 뉴스(알고리즘 추천에 의한 뉴스피드)를 볼 때 중요한 정보를 놓치거나 반대되는 관점을 놓칠까 우려하는 비율은 세계 평균보다 낮았다.
○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군사력으로만 봤을때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은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군대 병사 단 한 명 희생하지 않고 러시아 전투력 절반을 무너뜨렸다. 물론 우크라이나 지원에 자금과 물자는 투입 했고 나토가 하나로 되었지만 정작 유럽과 서방은 침몰 중이다.
우익 정치가 판을 칠 만큼 경제 사정은 내리막길이고 글로벌 빅테크 경쟁에선 밀려났다. 미국이라고 여유 부릴 처지는 아니어서, 미국 정부의 부채상환이 결국 국방비를 앞질러 버린상황이다.
역사학자인 '니얼 퍼거슨'의 '퍼커슨 법칙'이 있다. 제국 쇠락의 징조로 안보보다 부채상환에 비용을 더 지출하는 강대국은 위대함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법칙이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오스만제국도 예외가 되지는 못했다.
○ 해외에서 보는 대한민국
지금 대한민국은 저성장 늪에 빠져 기로에 서 허우적이지만, 해외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낙관적이다. 이달에 개최한 아프리카 정상회의에 48개국이 대표단을 보내 러시아 주최 회의에 비해 두 배가 넘었고, 러시아만 제친 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미국 중국 다음 가는 숫자일 만큼 국제사회 신호는 긍정적이다.
최근 우리 외교에 미국외교협회 'CFR'의 명예회장 '리처드 하스'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의 한국석좌 '빅터 차'가 가세했다.
미국 워싱턴에서 입김이 센 이들은 주요 7개국 즉, 'G7'에 한국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자며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미국 이익에 대한 계산도 있겠으나 우리의 역동성에 대한 평가를 높이 한것으로 보인다.
유리해진 글로벌 환경에 ‘코리아 피크론’이 나오고 잃어버린 30년의 일본까지 소환되는 이유는 정치다.
○ '파괴적 양극화'
최근 방한한 '스탠퍼드'대학의 '래리 다이아몬드' 교수는 우리 정치의 문제를 ‘파괴적 양극화’로 규정했다. 미국 정치처럼, 진영으로 쪼개져 대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대 존재를 부인하고, 국가의 성공보다 상대의 실패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 같은 ‘두 나라 현상’을 극복하려면 지도자가 필요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지도자는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 때 권위주의를 버리겠다고 했으나 2년 만에 권위마저 상실하고있다.
○ 여야 당 대표 선출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연임을 통해 역대 보지 못한 민주당 일극 체제를 만들려고 한다. 리더라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어쩔 수 없이 초래될 파장들을 감안해 말하고 움직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참 안타까운 모습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새 주자를 자처하는 주요 인사들도 틀에 갇혀 일하던 골방의 인재같은 인물이라서 대대로 인물이 나오던 집안에 대가 끊겨 버긴 것 같은 모습이라 양당 모두 오십보백보다.
○ 정치 '긍정의 알고리즘'이면...
확증 편향이란 부작용은 오히려 심리파악 성공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그것은 요즘 유튜브를 보면 이용자의 마음까지 읽어내지만 정치는 이런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커녕 홀로 아리랑 무능이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거나 알고도 무시하다보니 민의 반영의 생태계는 무너져 있다. 유튜브같은 알고리즘에 정치를 씌운다면 수십, 수백 개의 ‘정책’ 상품이 추천될지도 모른다.
고장난 정치보다 인공지능(AI)에 의사결정을 맡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맥락 없는 상상은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과 정치 성향에 따른 콘텐츠 소비가 겹쳐 ‘알고리즘 추천 선호’ 경향을 갖게 된것이다. 한국인의 이런 성향은 편향된 ‘정치 유튜버’가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다.
'플레이보드'라는 유튜브 채널 분석 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슈퍼챗(후원 시스템) 상위 30개 유튜브 채널 중 7개가 정치 유튜브로 나타났다. 해당 채널이 지난해 슈퍼챗으로 받은 후원금은 평균 2억5천만원에 달했다.
문제는 유튜브 이용자가 알고리즘에 따라 시청하고 싶은 것과 듣고 싶은 것만 주로 본다는 점이다. 기존에 시청한 내용과 비슷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유튜브 알고리즘 특성상 이용자는 유사한 콘텐츠를 반복해 접하지만 유튜브는 방송이 아니라 ‘정보통신’ 콘텐츠로 분류돼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제재가 어렵다. 그것은 유튜브 특성상 검증하거나 신뢰할 만한 취재 과정을 거치지 않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 4.10 총선 때
구독자 99만8000명을 보유한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 ‘새날’에는 전현희, 최민희, 김현, 이정헌 등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 후보가 나왔다.
구독자 89만5000명의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이봉규TV’에는 김소연, 조광한, 유낙준, 조상규 예비후보가 출연했다.
총선 직전 민주당 여성 후보였던 이언주 안귀령 전현희 국회의원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뒤 일제히 큰절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이 중 이언주 전현희 후보는 제22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 방송은 구독자 162만 명, 누적 조회 수 5억 회에 육박하는 대형 채널이다.
가짜뉴스를 단속하고 대형 플랫폼 알고리즘을 규제해야 할 국회의원이 오히려 유튜브 채널과 ‘공생 관계’를 이룬 것이다. 유튜버는 정치인을 팔아 돈을 벌고, 정치인은 팬덤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니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보수와 진보 모두 양극단 성향의 국민을 상대로 분노를 부추기면서 돈을 벌고 있지만 현재로선 마땅히 해결책도 없는 상태다.
유튜브 같은 빅테크 플랫폼은 스스로 다양한 콘텐츠를 추천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히지만 실제로는 정치 성향에 따라 ‘맞춤형 알고리즘’을 거듭해서 보여주는 데 그치고 있다. 보수 성향 시민은 진보 성향 콘텐츠를 접할 일이 거의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유튜브는 이용자에게 다른 의견을 더 들어보라고 할 생각이 없고, 그저 이용자 성향을 파악하는 대로 반복해주는 것으로 보였다. ‘거울 속 거울’처럼 무한히 자기 복제식 피드가 이어지는 웃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