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8살이 되던 해에 경상북도 영양군 석보면 원리1동 읍내에 있는 석보초등학교(당시 석보국민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어머니 손을 잡고 왼쪽 가슴에는 손수건을 핀으로 꽂아서 간다. 왜냐고? 그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여기서 만일의 사태란 얼굴에 땀이 흘러내리는 게 아니다. 그건 콧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 늘 골짜기에서 살던 내가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서 학교 교정을 들어서는 순간, 나의 입은 좀처럼 다물어지지 않는다. 평소 남달리 노는 것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이 광활한 운동장을 보니, 가슴이 콩닥콩닥하는 것이다. 아아~~~~~ 저 광활한 대지를 휘젓고 뛰어 다니면서 놀 생각을 하니 절로 배가 부르다. 드디어 반 편성! 나는 1학년 1반에 배정된다.(번호는 기억안남) 1학년 새내기 총 인원은 약 120명 정도...촌 치고는 아이들이 많았다. 하기야 골짜기 골짜기 학생들이 십 리 안팎의 길을 걸어걸어 등교한다고 하니...교장 선생님의 축하 인사가 끝나고,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이랑 같이 손에 손잡고 교실로 향한다. 교실에 들어서서 나는 우리 반 아이들 중에서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여자 아이들을 쭈~~~~욱 둘러 보았다. 그 중 나의 눈길을 유독히 끌고 있는 한 아이가 있었으니...그녀의 이름은 PDY였다.(실명을 밝히지 못함을 양해바랍니다.^^) 성을 잘 보시면 P로 시작하죠?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나의 이름은 박태길(PTK)...허걱! 럴수럴수 이럴수가...나는 그 순간 신이 세상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더욱더 대단한 일이 벌어지고 만다. 그녀(?)가 부반장이 된 것이다.(당시 남자가 반장, 여자가 부반장 되었슴) 그럼, 반장은 누가 되었을까? 질문의 의도로 보아서 기오(박태길)가 되었을 것 같지만...이재기...라는 남학생이 반장이 되었다. 그는 우리 석보초등학교 선생님의 아들로서 원리1동(읍내 - 도시로 말하면 시내)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는 읍내에서 점방(지금의 수퍼마켓)을 하고 있었기에 모든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당시 과자는 특별한 날이나 먹을 수 있는 귀한 것이었다. 나는 원리1동도 아니고 그렇다고 원리2동도 아닌 원리3동에 살았으니...촌에서도 촌에서 살았으니, 얼굴은 새~~~~~~~~까맣고 키도 작고(당시 키가 작아서 제일 앞에 앉았슴) 과자 사먹을 용돈도 없고 그렇다고 공부는 우수수 낙엽이 떨어진 미꾸라지, 양들의 침묵, 가재미와 친했으니...어떤 여학생들이 나를 좋아했겠는가? 참으로 서글픈 기오의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이야기...
*** 지난 주 줄거리 ***
< 유년시절 - 1 >
저는 경상북도 영양군 석보면 원리3동 28번지에서 태어납니다. 아주 조그만 농산촌의 시골 마을입니다. 어려서부터 노는 것을 남달리 좋아했던 저는 여름이면 개울가로 나가서 물고기를 잡거나 멱을 감곤 합니다. 겨울이면 산에 올라가서 토끼나 꿩을 잡으러 다닙니다. 산짐승이 주로 다니는 길목에 올가미를 놓아두고 동네 친구들이랑 온종일 다른 곳에서 놀다가 저녁 해질 무렵에 가 보면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고 발부둥치며 올가미에 걸려 든 산짐승을 기쁜 맘으로 잡아서 내려오곤 합니다.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동네 친구들이랑 함께 떼거지로 산을 올라갑니다. 일부는 산 정상으로 일부는 산 어귀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나무 작대기로 쌓인 눈을 툭툭 치면서 내려오면 산토끼는 앞다리가 짧아서 데굴데굴 굴러서 산 어귀로 힘차게 내려옵니다. 그러면 이미 대기하고 있던 친구들에게 생포당하게 됩니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개울가의 물은 돌다리의 자취를 감추게 합니다. 그러면 강둑 근처의 키 큰 풀섶이 덤성덩성 모습을 나타냅니다. 우리는 반도(고기잡는 작은 그물)를 가지고 개울가로 달려갑니다. 강둑에 있는 풀섶에 반도를 대고 풀을 사정없이 세차게 밟아대면 알이 통통한 미꾸라지가 반도 속으로 가득히 몰려 듭니다. 또 겨울이 옵니다. 초겨울엔 얼음이 그리 두껍게 얼진 않습니다. 개울의 얼음의 두께는 5센티미터 정도 됩니다. 우리는 그 얼음을 쪼개어 얼음배를 만듭니다. 미리 준비한 긴 나무 작대기로 노를 삼아 저어저어 물따라 내려갑니다. 가끔은 얼음이 뚝하고 반으로 쪼개어지거나 무게 중심을 잘못 잡아서 개울물에 첨벙 빠지곤 합니다. 그래도 걱정은 없습니다. 이미 강둑 바위 밑에서 대기하고 있는 소녀들은 마른 장작을 모아 소년들을 위해서 조난에 대비하여 장작불을 지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젖은 양말은 양지바른 바윗돌에 걸어두고 맨발은 따갑게 타오르는 장작불 위로 올려서 말립니다. 그러면, 발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납니다. 이런 놀이들을 하면서 저는 어느덧 10살이라는 어엿한 작은 총각이 됩니다. 이 때까지 공부와는 담을 쌓은 완전한 촌놈으로 자라납니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1학년 성적표(당시 통신표)에는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미꾸라지와 양들의 침묵만이 가득합니다.(수우미양가 중에서 미와 양이 대부분을 차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