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은 노인 --- 내용이 길다

[조호제]

작성자 : 조정래 조회수 1005 추천수 82 다운횟수 :0

< 키 작은 노인 >

그때도 이맘때처럼 늦 가을이 였다.
남산으로 오르는 장춘단 공원 은행나무에 한창 꾀꼬리단풍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 한다.
목포 공생원에 들러 원장님에게 차 한잔 얻어 마시고 교회 안 모서리에 달려 있는 흑백 사진하나를 디지털 카메라에 담았다.
못 먹고 살던 1967년대 이 땅의 단발머리 소녀들이 슬픔에 젖어 엉엉 통곡하는 사진이다.
그리고
이 순신 장군의 지략이 숨쉬는 노적봉 바로아래,
1900년대 대륙진출 전진기리로 왜인들이 이곳에 들어와 영사관을 짓고 영사관 바로 뒤쪽에 구멍 세 개를 파놓은 반공호가 있다.
나는 문화원 아가씨에게 특별히 부탁하여 그 구멍에 기어들어가 나는 또 한번
크게 탄식을 했다.
조선 500년 동안 이 땅의 권세가들이 당파싸움에 매달려 그 권력의 끄나풀에서 안 벗어나려고 자충우돌 날뛰다가
어느 분은 사약을 받고
어느 분은 재상에 오르고 하는 사이
우리의 후손격인 일본은 전함을 만들고,
비행기를 만들고...... 하여 이곳 노적봉 아래까지 와서 터-억하니 구멍도 뚫었다.
이 땅의 남자들은 왜 그랬던가?
뭐 그런 자조적인 탄식을 갖고 유달산을 내려와 서울로 돌아오는데
아랫도리를 보니 나도 바지 입은 남자다.
다시 생각해보니 나도 이 땅의 남자다.
그러니 나 또한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정읍을 지나고 전주를 지나자 갑자기.... 에라 부여로 가서 하룻밤 더 자고 서울 갈까하고
고속도로를 빠져나와서 강경으로 내리 달리는데....

“띨룩띠룩” 핸드폰이 울렸다.
울 마누라 미세스 리다.
“어디세요?”
“목포지라!”
“언제와요?”
“남도 세발낙지가 나 못가도록 붙잡지라 잉!”
“아 농담 고마하고 빨리 와요...사할린에서 어느 분이 당숙 편지를 갖고 오셨는데 그분 내일 사할린으로 돌아간다는데요.”
“어 그래요? 그분 지금 어디 계셔?”
“장춘 단 공원 아래00호텔에 있데요”
“우메...서울, 여기서 겁나게 멀지라! 싸게 갈랑께 기다리시요 잉”

목포 댁시 운전기사나,난전에 장사하시는 할매나... 말끝마다 남도 인심이 묻어나는지라... 에라지 이참에 경상도 머스마 전라도 사투리나 배우자 카고
며칠 목포 언저리를 돌아다니면서 배운 어설푼 나의 남도 사투리다.
나는 다시 차를 돌려서 천안을 향했다.
그때 앞 유리 옆에 올려놓았던 메모 종이가 떨어졌다.
“뭐야? 이 종이는...”
그 종이에 이런 메모가 있었다.
--------------------------------------------------------------------------
이 순신 어르신.
노적봉 벼 집으로 쒸우다.
왜군 겁이노 먹고 도망이노 치다.
웃돌목 세찬 물돌이가 왜군을 몽조리 수장하다.
죽창 들고 나라 지키던 우리 백성군 만세소리 삼학도를 울리다.
그래도 수강궁, 경복궁에서는 계속 마마 항공 무지로이다....저 者를 벌하여 주시 옵서서 하면서 365일 지지고 복고 싸우다.
요즈음도 그쪽 물은 매일 싸운다.
1900년도 쯤 소련이 마산에 진을 치자 일본 해군이 목포에 들어와 노적봉
아래 구멍을 파다.

2003년 이띨띨헌 버리 문딩이가 왜군이 파놓은 그 구멍에 들어가 구경하고 탄식하다.
한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한손으로 볼 팬을 들어 이렇게 더 적었다.
“사할린에서 편지 오다.....아직도 나라 잃었던 설음 안 끝나다.
사할린에서 온 노인분이나 우리 당숙어르신 서찰은 이 땅의 정치인들이 사리사욕만 앞세워 나라를 망친 마지막 불씨 일 것이다.

이 미자 노래에 이런 것이 있다.
마지막 석양빛이 기폭에 걸고...흘러가는 저배는 어데로 가느냐..우짜고 저짜고...
비록 월드컵은 끝났는지 몰라도 朝鮮 失政의 아픔은 우리 같은 민초에겐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런 띨띨한 헛소리.... 유식하게 공부한 역사가들은 당체 무슨 말인지 모를 거다.
그러나 나 같은 평범한 민초들은 퍼 득 이해가 될 것이다.
-----------------------------------------------------------------

해방 전.
경북 산골에서 적빈으로 어려운 세월을 보내다가
“형님 나도 일본 가서 돈 벌어 오겠심더어! 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할아버지 막내 동생 한분이 계신다.
그 동생 빛바랜 사진 한 장 사랑방 사진틀에 끼워 놓고 평생 잊지 못하시고 사시다가 결국 할아버지가 돌아 가셨다.
내가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대신하여 거의 두달치 봉급을 들여서 “사할린 동포000 무슨 단체에 가입 후, 할아버지 가슴 이그러진 그리움을 편지지에 적어 방송국에 보낸 적이 있는데 사할린에서 작은 할배가 어느 날 새벽4시... 잠 못 이루며 조국의 소리 레디오를 듣다가 내가 대필로 절절이 적은, 이쪽 소식이 레디오에 흐르자,
감짝 놀라시어
벌떡 일어나 방문을 박차고

“야 영제야(작은 할배 아들)! 야 영제 얏! 한국형님이 나를 찾는다! 하고 고함을 쳤단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이웃집이 놀라서 다나왔다 한다.
살아생전 그렇게 큰 고함은 처음이자 마지막 고함 이였단다.
그날 이후 사할린 작은 할배는 며칠간 식음을 멀리 할 정도로..홀로 고국에 있는 형님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셨단다.
결국 그렇게 그리워하던 두 형제분은 살아생전 만나지 못하고 다 돌아가시고 후손인 당숙 어른이 일본 적십자 도움으로 조국을 방문하여 보름 동안 우리 집에 오시어서 피붙이 정을 나누고 눈물로 사할린 비행기에 다시 오르셨다.
그 당숙 어르신이 인편으로 편지를 보내온 모양이다.
나는 차를 급히 몰기 시작했다.
그러나
차가 천안을 지나고 안성을 지나자 고속도로는 아프리카 세렌게티에서 강을 건너려고 모여드는 누우떼처럼 자동차들로 곽-악 밀리고 있었다.
이미 접촉 사고가 몇 건 터졌는지 길바닥에 깨어진 유리조각, 전조등 붉은 프라스틱 조각이 흩어져 있었고 갓길에서는 견인차들이 마치 잡아먹을 누우를 고르는듯 슬슬 움직이는데 모양새나 느낌이나 마치 한번 물면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강력한 아프리카의 턱 하이에나 동물 같이 느껴졌다.
저 넘의 차 대신 경찰 차 몇 대 나와 있으면 더 좋을 긴데...
차는 계속 밍기적 밍기적 고속도로에 엎드리고 당체 앞으로 나가지를 못했다.
수원을 지나자 드디어 이제야 막힌 도로가 풀렸다.
단숨에 한강을 건너고 장춘 고개를 넘어가는데...바람에 낙엽들이 우르르 뒹굴며 마지막 가을을 어둠이 내린 도로위에 뿌리고 있었다.
호텔 앞에 당도하자 이미 저녁 8시 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
사할린 당숙 서찰을 갖고 오신 노인은 무척 작은 키였다.
이미 연세가 82세였고 이빨마저 없어서 입을 꼭-옥 다 물때는 양 볼이 홀쭉하니 들어가시었다.
낡은 양복이 본인 것이 아닌지 윗도리가 너무 크고 바지는 작아 더욱 키가 작아 보이셨다.
다른 분들은 다들 친척의 도움으로 새 옷을 입으셨는데 노인은 사할린에서 입고 옷 그대로 였고 호텔방 한쪽에 있는 귀국 보따리도 아주 작았다.
모두들 큰 가방 몇 개씩 껌이니, 치약이니, 전기밥솥 이니,속내의 종류를 펼쳐놓고 짐을 꾸리고 있는데 그 노인만은 허름한 보따리에서 사할린 당숙의 편지를 꺼내 주셨다.
작은 보따리에는 경북 의성...고향서 얻어 왔다는 쌀이 서너 되 쯤 보였다.
사할린서는 쌀이 귀하단다, 그래서 앞서 다녀가신 당숙 어른신도 두되를 같고 가셨다.
노인은 이미 기력이 떨어져 나에게 편지 내미는 손이 가볍게 떨렸다.
나는 편지고 뭐고 이 어른 내일 당장 사할린으로 돌아 가신다하니 우선 밖으로 모시고 나가기로 마음먹고

“어르신 저랑 시내 구경 가시더”
“어데로 가십네까?”
“아직 서울 시내 구경 못하셨다면서요?”
“서울 구경 못했지만 괜찮습네다...선상님들도 허락을 안 할 겁네다”
키 작은 어르신은 적십자에서 나온 안내원을 말하는 것 같았다.
당숙이 왔을 때도 적십자사 담당자들이 마치 영화에서 본 이북 감시원 같은 느낌을 받았고
대화도 답답했다.
이 어르신이 고향 있을 때도 3일이 멀다하고 파출소에서 전화가 왔다한다.
우리 당숙 오셨을 때도 그랬다. 그래서 괜히 겁먹고 외출을 하지 않으려고 하셨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는가?
그동안 남쪽에서 자유 없는 북한에서 주민감시가 심한 인민 보위부 우짜고 저짜고 하는 말을 교육을 통해서 들었지만 요즈음은 어떤지 몰라도 처음 사할린 동포 고국 방문 시
우리 스스로 자유대한 어쩌고저쩌고 한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예민하게 감시 했었다.
자기가 태어나 청년기를 지나도록 자란 산하를 반세기 만에 찾아왔는데...... 관할지를 벗어나면 파출소에 필히 신고를 하라니!
머-언 이국땅에서 백발이 성성하도록 고생하셨으니 고마 돌아가지 마시고
여생을 고국에서 보내시라 해도 뭐 할 터인데....일본 적십자 도움으로 고국 방문한 사람들을 꼼짝 달싹 하는 것을 일일이 보고하라니!
참으로 한심 했었다. 그러니 키 작은 어르신도 남산 오르자 하니 적십자에서 나온
안내 선생에게 혼이 날까 겁부터 내셨다.
“어르신 걱정 마이소 그 사람들은 내가 책임 지니이더”
키 작은 어르신을 반 어거지로 태우고 남산으로 차를 몰았다.
오르면서 들은 이야기다.
그 노인은 귀국 후 본인의 고향인 경북 의성 단촌 산골 마을을 찾아갔지만 형님 한분
있었는데 이미 돌아가시고 살아 있는 형수님도 늙고 병들고 돈한 푼 없는 노인 신세라
어디 구경 한번 못가고 그저 자기가 어릴 적 소먹이로 다니던 산골만 왔다리 갔다리 했단다.
사실 올림픽 하고 소득 일만 불이 우짜고 저짜고 하지만 아직 산골에 가면 중국보다 더 가난한 노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모습 언젠가 비디오에 담아서 서울 와서 보니 그저 우리가 늘 못산다고 생각하는 이북 어느 마을을 찍어 온 것이나 무엇이 다른가?(최근에는 이런 분에게 정부에서 돈이 매달 좀 나오고 해서 나아졌다)
아마 형수님 생활이 그랬는가 보다. 그리운 조국에 왔지만 형님은 이미 돌아가시고
살림 어려운 늙은 형수에게만 보름동안 그저 밥만 얻어먹고 선물 보따리 하나 없이
사할린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사할린에서는 한국서 헌옷 한 보따리만 들고 돌아가도 그 마을에서 가장 부자소리 들을 수 있다는 농담이 있는데
그저 노인은 귀국 시 보따리 그대로 돌아가시는 것 같아서 불쌍하였다.
(요즈음은 적십자에서 산업 시찰도 시켜주고 제법 선물도 주지만 처음 사할린 방문자에게는 그런 프로그램이 없었다)
--------------------------------------------------------------------

키 작고 늙으신 그 어른을 태우고 남산 정상에 올라 주차장에 후닥닥 차를 세우고
팔각정으로 올라갔다.
바람이 차다. 노인은 조금 움 추리는 자세였다. 작은 키에 허리마저 굽어서
마치 초등학생이 낡고 큰 잠바를 하나 걸치고 나를 따라 오르는 것 같았다.
“어르신 추우세요?”
“아니 괜찮습네다”
“어르신 말씀 나추세요 지는 아직 어리잔니이껴..우리 타워에 올라 가보시더”
남산 타워에 올라가면 한번에 서울 구경 다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대 이런 제-길!
남산 타워 철문은 이미 내려져 있었다.
관광객을 위해서 밤 10시까지는 열어야지! 왜닫어 왜닫어? 속으로 고함을 쳤다.
한강을 가로 질러 남산으로 오르는 늦가을 바람이 거의 초겨울 바람처럼 더욱 세차게 불어 왔다.
“어르신 추버요?”나는 혹시 감기라도 드실까봐 걱정으로 다시 물었다.
“안 춥습네다” 서두르다보니 나도 달랑 윗도리뿐이 였다.
조금 추워하시는 할배를 봉화대로 모셔가서 북한산 자락 쪽으로 손가락으로 가르키고

“어르신 저어기가 임금이 사는 청와대고 저기가 제일 번화한 명동있시더”

비록 타워는 못 올라갔지만 서울 야경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노인은 작은 키를 연신 발 돋음 하면서 서울 야경을 구경하더니 남쪽 방향 즉
저-멀리 동작 동에서 여의도 밑까지 올림픽 도로를 타고 길게 반짝이는 자동차 불빛을
보고는
“햐! 참 좋습네다..햐 참좋습네다!” 연신 탐 복 하셨다.
“그렇게 좋습니까?”
“네에..우리나라 정말 휼륭합네다. 최고야요..정말 좋습네다”
말씀 하실 때 마다 볼이 유난히 깊이 들어갔지만 진정 떠나기 전에 남산 야경을 보고
돌아가는 것이 진정 꿈인가 하시는 모습이셨다.
모두들 다른 사람들은 조카다, 동생이다, 삼촌이다 친인척들이 번갈아가면서 모시고 구경시켜주고 했지만 노인은 마실 사람들도 거의 도회지로 떠나고 친인척도 없어 구경 한번 못했다하니 이 늦은 밤에 남산 올라오신 것이 너무 좋으신 모양이시다.
그때다.
조금은 길게 느껴지는 노인의 소매가 눈가로 가는 것을 보았다.
눈물을 훔치시는 것 같았다.
나도 콧등이 이상해 졌다.
분명 노인은 눈물을 훔치시고 계셨다.

“이 쪽으로 오 세요 어르신....불빛이 더 아름답니이더! 나도 몰래 소리 쳤다.

나는 82세 되는 늙으신 노인이 너무 좋아서 눈물 흘리는 모습을 처음 본다.
아아...이미 돌아가신 사할린 작은 할배도 저렇게 우시다가 돌아 가셨으리라!
나라 잃었던 가슴 저린 설음은
아직 사라지지 아니하고
늘고 병들어 작아진 몸으로 고국을 방문한
키 작은 사할린 노인 어께가 늦가을 細雨처럼 가늘게 떨고 있었다.
쌀쌀한 밤바람을 맞으면서도 자기키보다 조금 더 큰 성곽을 부여잡고 시내 야경을 한참이나 하셨고 이제 죽어도 소원 없다고 분명 나에게 말씀하셨다.
사할린 비행장에서 그 어르신 집은 무려 12시간을 비포장도로로 더들어가야 한단다.
그러니 태어나서 이처럼 화려한 서울 야경은 처음 본다는 것이다.
나는 남산타워 올라 가보면 더 좋은데...그넘의 곽 막힌 고속도로 땜에 이 키 작은
어르신에게 타워 구경 못시켜 드린 것이 내내 아쉬웠다.
남산서 내려오니 이미 시간은 11시 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서둘러 호텔주변에 있을만한 가게를 찾았지만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고 그 흔한
편의점 하나 눈에 뛰이지 않았다.
이 골목 저 골목 뛰다가 겨우 호텔 뒤쪽에 있는 작은 구멍가게를 찾았다.
주인도 이제 마-악 가게 문을 닫으려고 하고 있었다.
“아저씨 잠간-만요!” 소리를 쳤다.
나는 연쇄점에 후다닥 뛰어 들어가 껌, 비누, 치약, 초코파이, 알사탕, 커피 주섬주섬 막 주어 담았다.생필품이 귀한 곳이 아닌가?
묻지도 아니하고 마구 손에 닥치는 되로 미친넘처럼 빈 라면 박스에 담으니 주인이 이상스런 눈치로 나를 경계를 했다.
얼렁뚱땅 두 박스를 만들었다.

다시 후다닥 호텔 방에 다시 올라가서 그 키 작으신 노인에게 건네주고
“어르신 이 박스는 어르신이 하시고 이것은 우리 당숙에게 전해주세요”
당숙이라고 사탕하나 더 넣어드리지 아니하고 노인과 똑같이 박스에 물건을 넣어드렸다.
노인은 그저 안절부절 이였다.
“아니 올시다, 이러면 안됩네다! 자꾸 말씀 하셨다.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에서 그 어르신 키는 1번 버튼을 넘어서지 못했고
싣고 있는 운동화도 빛바랜 소련제 신발 이였다.
호텔 일층까지 따라 나오시어 내차가 사라질 때 까지 손을 흔들어 주시었다.

---------------------------------------------------------------

그 후 일년 만인가 사할린 당숙 어르신께서 또 편지가 왔다.
이번에는 우체국을 통해서 왔다.
그날 늦은 밤 내가 남산에 모시고 올라가셨던 분....
그리고 내게 너무 좋아서 눈물을 보여 주셨던 작디작은 그 어르신.....
사실 사활린에서 장가도 못가시고
일생을 홀로 사셨던 분이라 후손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조국 방문을 하고 돌아온 후 7개월 만에 한 많은 일생을 마감하시고
낮선 타국 땅에서 몇몇 동포들의 도움으로 사할린에 뼈를 묻었단다.

나는 머리가 띨띨해서 지금까지 살면서 후회 한 적이 별로 없다.
그런대 단 한 가지 내 인생에 후회가 있다면 내가 첫 봉급을 받자 말자 할머니가 돌아가시어서 내의 한 벌 못 사드린 것이 후회되고 .
또 다른 후회 하나가 있다면 비록 피붙이는 아니지만 그날 그 키 작은 어르신....
남산 팔각정 성벽에서 서울 야경보시면서
“ 좋습네다 참 좋습네다”
하시면 우시던 그 어르신을 생각하면 후회가 된다.
해방 전 자의 반 타의 반 조국을 떠나서 일평생 작은 키로 탄광 막장에서 고생하셨던
그분이 서울 방문 했을 때 왜 따뜻한 오리털 잠바하나라도 사주지 못했을까?
뭐 그런 후회다.
--------------------------------------------------------------------
가을 햇빛이 너무 좋아 숨이 막힌다.
그 해맑은 가을 햇쌀에 은행나무들이 노오란 꾀꼬리를 담푹 달고있는
그런 멋진 가을 햇빛이다.
햇빛도 조-오코 오후에 심심해서 성북 동에서 청계 7 가 노점상들을 구경하려고 자전거 타고 돌아보았는데 오만가지 잡화상 물건 중에
겨울에 입으면 따뜻할 미군부대 털 잠바가 보였다. 헌 옷도 아니고 새 옷이다
양털이 촘촘히 박힌 커피색 털 잠바였다.
단지 사이즈가 작아서 싸게 판다는 미군부대 물건이다.
사할린은 춥다하는데.....이미 그분은 이세상분은 아니지만
문득 그 키 작으신 어른이 생각났다.
“에이 이 빌어먹을 넘!
또 내입에서 욕이 튀어 나왔다.
“야 이넘아 니 주메이 시퍼런 세종대왕 지페 죽을 때 갖고 갈 줄 아느냐?”
에라-이 頭上에 든 것 없이 초 잡은(쫀쫀하다는 갱상도 사투리) 넘아!
그때 비록 밤이 깊었다 하더라도
동대문 새벽시장에 들러서 오리털 잠바라도 하나 사드리지...
아이고 이넘아 나이 값도 못하는 띨띨한 이넘아.....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나는 가끔 나 자신에게 욕지거리를 할 때가 많다)

혼자 자신을 향해 중얼중얼 욕을 퍼부으면서 가는데 지나가는 아줌마가 나를 힐긋 처다 보았다.
멀쩡한 남자가 길가면서 중얼중얼 하니 아무래도 이상하게 보였는가 보다.
그해 가을... 비록 나에게는 남남이지만......그 키 작으신 어르신에게
너무 인정머리 없이 저지른 한번의 실수가 평생 후회로 남았다.

이 가을에 후손도 없다는 머-언 이국 땅 그 어르신 산소에
꾀꼬리단풍 잎이라도 억바구로 떨어져서
혹독한 눈바람 휘몰아치는, 차디찬 사활린 겨울 삭풍에도
따뜻한 겨울 되 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름아 구름아 하는넘이 낙엽 떨어지는 이 가을에 나의 메모장에서
"키 작으신 사할린 노인을" 꺼내어서 쓴 글.
2003년 11월 7일

[김홍기]

호제는 오늘 시간이 좀 있는기가, 덕분에 세상구경 잘했다.추위에 감기 조심하고 남산 올라가 서울 야경좀 구경해라.

[조용만]

키 작은 사할린 노인을 명복을 빕니다......가슴아팠던 현실을 뒤로하고 좋은 세상에서 행복하게 사시길 이밤에 빌어본다....

[조호제]

서울 가까이 온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남산타워에 올라가지 못했다!! 내가 아는 서울촌넘(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넘)은 아직 63빌딩 전망대를 못가봤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