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1-생명에 대한 종합적 이해
Ⅰ. 들어가는 말
인간이란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태어나서 자라고 발전하며 노쇠하여 죽게 된다. 죽음에 관해 올바른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신학자도 철학자도 의사도 법률가도 죽음에 관해 명쾌한 해답을 주지 못하며 단지 경험적, 이론적인 견해만을 말할 수 있을 뿐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죽음의 공식적인 정의는 불가역적인 생명현상의 상실로 인하여 생명체가 완전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의학적 측면에서의 죽음은 신체적인 죽음에 해당되며 신체적 죽음은 임상적 죽음과 생물학적 죽음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임상적 죽음이란 호흡과 심장이 정지되고 뇌의 활동이 정지된 상태이다. 생물학적 죽음은 뇌와 신경을 포함한 모든 조직이 괴사되는 과정, 즉 세포 전체가 생명현상의 정지에 이르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의학적인 죽음의 판정기준은 죽음의 개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심폐사로 할 것인가, 또는 뇌사로 할 것인가 논란이 일고 있다.
뇌사의 개념은 이미 1800년대부터 정의되어 왔지만 뇌사가 사회문제화된 것은 1967년 남아공화국의 크리스챤 버나드 박사에 의하여 세계 최초의 심장이식수술이 성공한 이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92년 이후 심장이식이 뇌사를 기준으로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뇌사와 장기이식에 관련된 의료 윤리적 문제는 사회통념이나 실정법과 갈등을 빚지 않는 방향으로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생명체는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하여 개체의 종말을 고하나 그 유전적 특성은 소멸되지 않고 자신과 닮은 또 하나의 개체를 만들어 냄으로써 새 생명을 탄생시키고 종족을 번식시키게 된다. 즉 죽음은 생명과 동전의 앞뒷면의 관계이다. 중국의 장자는 도교적 죽음관에서 삶은 죽음의 동반자요, 죽음은 삶의 시작이라고 일찍이 갈파한 바 있다.
Ⅱ. 생명의 정의
사전에는 "생명이란 모든 생물에 존재하는 속성, 또는 특성"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생물의 특성을 살펴보면 생체유기물질의 생산, 하나의 세포로부터 시작되는 성장, 구성 및 조직화, 자율성, 자극반응성, 물질대사, 번식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들 중 한 가지 또는 몇 가지를 가지고 생명을 정의해 보려는 시도가 있었다.
F.엥겔스에 의한 "생명이란 단백질의 존재양식이다."라는 정의가 그것인데 이 정의는 물질대사를 생명현상의 기본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생명체는 일정한 경계를 지니고 있는 체계로서 외부와 끊임없이 물질의 출입과 변화,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에너지의 전환 및 출입을 경험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일정한 평형, 즉 동적 평형을 유지하는 존재라고 규정한다. 이 정의는 생물체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물질대사는 효소라는 단백질이 주체가 되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1950년대에 이르러 핵산의 중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단백질 또는 물질대사만으로 생명을 정의하는 것이 불충분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핵산 중에서도 DNA는 유전자의 본체이며 번식의 기초가 되는 물질이므로 번식이 생명의 기본적 특성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편 모든 생물체의 현상이 '되먹임(feedback)'조절이 기본적 역할을 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생명이란 제어(制御) 기능이다."라는 정의도 제안되었다.
이와 같이 생명이란 어느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지만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Ⅲ. 생명의 기원에 관한 설
1. 자연발생설 - 진화론
1936년 소련의 생화학자인 오파린과 영국의 생물학자인 할데인에 의해 제시된 생명의 자연발생에 대한 가설은, 생명체는 지구상에서 발생한 것으로 긴 세월에 걸쳐서 무기물에서 유기물이 합성되고 이러한 유기물이 원시해양에서 최초의 원시세포(코아서베이트: coacervate)를 형성한다고 하였다. 그들은 원시대기를 구성하는 성분으로 암모니아, 메탄, 수증기, 수소 등으로 구성된 환원성 대기를 가정하고 여기에 자외선, 열 등 각종 에너지가 작용하여 아미노산, 당류, 핵산염기들이 합성되었으며 이러한 기본 물질들이 바닷물에 녹아서 축합하여 단백질, 핵산 등 생체 고분자 물질로 되고 이것이 간단한 물질대사를 할 수 있는 원시세포로 조직되었다고 가정하였다. 이 원시세포로부터 진정한 세포 및 생물 종들로의 진화가 진행되었다는 학설이다.
2. 생기론(生氣論) - 창조론
생명을 완전히 물질현상으로 설명하지 않고 그 이상의 어떤 특수한 원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개념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론을 비롯하여 근세 이후에 제창된 여러 형식의 영혼론이 포함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물체에는 독특한 성질, 특히 자율성과 자체적 운동을 부여하는 특별한 성질이 있다고 제안하였으며 그것을 생기(psyche)라고 불렀는데 고대 그리스어로 psyche는 "숨, 영혼"이라는 의미이었다.
선인(先人)들이 생명의 본질로 생각한 것은 호흡(숨, 氣)이었다. 히브리어의 루아흐(ruah)는 영(靈)과 숨결이라는 뜻을 함께 갖고 있는데 성경에 보면 하느님이 아담에게 숨, 즉 성령(holy spirit)을 불어넣어 줌으로써 생명을 주셨다고 되어있다. 영혼(spirit)이라는 말 자체는 호흡을 뜻하는 라틴어 spiritus에서 비롯되었으며, 탄생은 울음소리(첫 호흡)에 의하여 알려지고 생명이 있는 한 호흡은 계속된다. 날숨(expiration) 또는 우리말에서의 숨이 멈춘다는 말은 사망을 뜻하는 것이다.
앤트로피 법칙으로 잘 알려진 열역학 제 2법칙에 의하면, 아미노산 등 단량체가 중합하여 고분자물질이 합성된 것보다는 오히려 고분자물질이 에너지 유입이 있을 때 간단한 물질로 분해 되는 쪽이 훨씬 보편적인 방향이다. 또한 질소, 탄소, 수소 존재 하에 에너지를 공급할 때 암모니아나 메탄이 합성되는 쪽보다는 이미 합성된 메탄이나 암모니아가 다시 분해 되는 쪽으로 화학평형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만약에 진화론자들이 주장하는 원시대기가 존재하였다면 그것은 환원성 대기가 아니고 탄산가스나 질소 등으로 된 산화성 대기였을 것이다. 이상에서 대폭발 직후의 무질서한 상태로부터 질서를 찾아가는(진화하는) 이론보다는 절대자에 의해 창조된 가장 완벽하고 최고의 질서 있는 태초의 우주로부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무질서해져 간다는 이론이 더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3. 생명전체론(生命全體論) - 공생진화설
근세 이래 생명현상이 하나 둘씩 물질적으로 해명되기 시작하면서 H.드리슈는 여기에 전체성의 원리를 도입하여 20세기의 여러 가지 생명전체론의 바탕을 마련하였다. 전체성의 원리는 전체에 있어서는 부분의 법칙으로 환원되지 않는 법칙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건축가 B. 플러는 전체가 각 부분의 합보다 더 큰 효력을 발휘하는 실체를 설명하기 위해 시너지(synergy)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과학에서는 생명, 사랑, 행동을 모두 시너지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박테리아로부터 원생생물 세포가 창발(創發)하고, 그러한 세포들로부터 동물이 창발한데 대해서도 역시 시너지가 적용된다. 기존 요소의 예기치 못한 재편성의 결과로 진화의 어느 단계에서 전혀 새로운 생물이나 행동양식, 의식이 출현하는 것이 창발적 진화이다.
L.마굴리스는 "생명은 공생으로 진화한 개체들의 진귀하고도 새로운 산물이다."라고 하였다. 우주는 약 150억 년 전에 초고밀도의 원초물질이 어떤 힘에 의해 대폭발을 일으켰고 그 힘에 의해 계속 팽창, 변화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50억 년 전에 태양계가, 45억 년 전에 지구가 형성되었다. 지구가 탄생한 이래 35억 년 전에 가장 먼저 생겨난 생명체인 박테리아는 원핵세포, 즉 핵이 없는 생물체이다. 서로 다른 박테리아가 공생하면서 핵이 있는 진핵세포로 발전하였다고 마굴리스는 주장한다. 다윈의 진화론은 강한 것은 살아남고 약한 것은 도태되는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자연선택 된 형질이 쌓이면서 진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마굴리스는 합병과 공생을 통해 박테리아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생명체를 진화시켰다고 주장한다.
400만 년 전에 출현한 인간도 지구상 생명체 진화의 최정 점에 있는 것이 아니고 지구상 생명전체의 한 부분으로 하나의 개체생명에 불과하며 인간을 비롯한 개체생명의 생존은 지구상 생명전체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그 생명전체의 생존과 함께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4. 외계유입설(포자범재설)
지구에 충돌해오는 혜성과 다른 태양계 생성 잔 재물 들이 기체와 물분자를 지구로 운반하여서 이것들이 대기와 대양을 만들어서 지구가 생명의 거주가 가능하게 되었고 생명은 우주로부터 실려 보내진 원시포자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가설이다. 이 학설은 본질적으로 생명의 기원에 관한 창조-진화의 논쟁을 지구 밖, 우주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 우주에서 생명체가 유입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기원에서는 결국 창조인가 진화인가의 문제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Ⅳ. 생명 복제
1996년 7월 5일 영국 로슬린 연구소에서 체세포 복제방법으로 복제 양 돌리가 탄생하였다. 암컷 양의 젓샘 세포의 핵을 핵이 제거된 미수정란에 이식한 후 난자가 분열하여 상실기나 포배기에 이르면 대리모 자궁에 이식한다. 약 150일의 임신기간을 거쳐 출산한 돌리는 엄마 양의 체세포인 유방세포로부터 DNA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엄마 양과 똑같은 DNA를 갖게 된다. 이렇게 정자와 난자를 이용하지 않고 몸의 어느 부분이라도 떼어내 이를 복제하면 원래의 생물과 똑같은 DNA를 가진 생물을 만들 수 있다. 이후 미국에서는 생쥐를, 일본과 뉴질랜드에서는 소를 복제하였고 1999년 우리나라에서도 복제 젓소 '영롱이'를 탄생시켰다.
인간 복제는 그것이 성공했을 때에 가져올 가공할 결과 때문에 종교계는 물론, 생명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아직은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영국과 미국에서는 인간배아 줄기세포(stem cell)연구가 의료목적으로 이미 시행되고 있는데 14일 이내 착상 전 수정한 단계까지는 연구가 허용되고 있다. 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하면 인체의 피부, 심장, 뇌 등 조직을 형성하는 세포로 키울 수 있어 획기적으로 의료적 진전을 가져올 수 있다.
이미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해 온 영국은 2000년도 말에 인간배아 복제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1년 8월 9일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허용하였다. 인간배아 줄기세포는 난자에 체세포 핵을 이식하여 수정시킨 후 5일이 되면 수정란은 0.1-0.2㎜ 크기의 배아가 되며 수정 후 6일째에 신체 각 기관으로 분화하기 직전의 세포, 즉 줄기세포가 형성된다.
현재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윤리적인 비난도 거세다. 가톨릭 등 종교계는 수정된 순간부터 생명체로 인정하기 때문에 줄기세포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배아를 파괴하는 것은 살인행위라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견해에 동조하는 나라도 많아서 독일, 프랑스 등은 배아 복제는 물론, 인간배아 연구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배아 복제는 의료적 필요성과 상업적 이해에 의해 생명공학업계에서는 그 연구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하였던 인간 복제의 윤리적 문제와 그 가공할 잠재력은 심각하고도 위험한 예측불허의 난제임에 틀림없다.
Ⅴ. 인간 게놈프로젝트
모든 생명현상은 유전자로부터 나온다고 볼 때 우리가 생명의 신비와 인간 생로병사의 비밀을 밝혀내고 각종 질병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하여 인간이 지닌 유전물질을 모두 해독하려는 것은 당연하고도 중요한 일이다.
1. 인간게놈지도
2001년 2월 12일은 인간게놈지도가 완성된 날이다. 게놈(Genome)이라고 하는 것은 1916년 독일의 식물학자 빙클러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이다. 인간게놈은 인간을 형성하기위해 필요한 유전정보 1 세트 분을 말한다. 인간의 몸은 약 60조개의 세포로 되어 있는데, 이들 세포의 핵 속에는 각각 염색체가 23쌍, 46개씩 들어있다. 이 염색체 1 세트를 게놈이라고 부른다. 23쌍의 염색체중 1번부터 22번까지는 상염색체라 불리고 마지막 한 쌍, X와 Y염색체는 성염색체라 부른다. 염색체는 DNA로 이루어져있고 모든 생명 활동의 정보가 들어있다. 인간게놈의 종류는 22번까지의 게놈과 X와 Y를 포함해서 24가지 종류가 있다.
인간게놈을 구성하는 염기의 수는 전부 합해 30억 쌍에 달하나 실제로 유전자를 구성하는 부분은 전체의 약 3%정도에 불과하다. 이 유전자로서 작용하는 부분과 유전자의 작용을 제어하는 부분 그리고 그 의미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 등을 통 털어 모든 정보를 해독하겠다는 것이 바로 인간게놈프로젝트(HGP: Human Genome Project)이다. HGP는 1980년대 말 미국 국립보건원(NIH: National Institute of Health) 주도하에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 등 6개국으로 구성된 선진국이 참여하여 인간게놈사업기구(HUGO: Human Genome Organization)란 국제학술회의를 결성하여 시작한 초거대 과학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3단계로 나누어 추진되고 있는데 처음에는 2005년까지 인간유전자지도, 즉 인간 유전자의 DNA 전염기서열을 밝힐 계획이었으나 민간기업인 셀레라와의 경쟁으로 2000년 6월 26일에 초안이 작성되었고 이번에 완성된 것이다. 그러나 인간게놈의 염기서열을 전부 해독한다 해도 인간의 모든 유전정보가 해독되는 것은 아니다. 염기서열의 어느 부분이 의미 있는 유전자이고 어떻게 단백질을 만들어 내며, 몸의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가, 등을 밝혀내지 않는 한 인간의 유전정도가 전부 해독되었다고 할 수 없다. 전염기서열의 해독은 이를 위한 도구를 갖추는 작업일 뿐이다. 이미 포스트게놈프로젝트 논의가 활발하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2. 포스트게놈믹스(Postgenomics)
생명체의 DNA정보를 모두 밝혀낸 후를 말하는 것으로 각 생물체의 게놈프로젝트를 통해서 얻어지는 방대한 DNA 정보와 생명체의 정보를 이용한 생물학을 말한다.
1) 기능유전체 연구 (Functional Genomics)
인간유전자들을 발굴하고 그 기능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이미 알고 있는 유전정보로부터 어떤 단백질이 만들어지는가를 추적하고 그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밝혀내는 연구 분야를 말한다. 발굴된 유전자들의 기능을 다각도로 밝혀내는 과정을 통하여 여러 질병관련 유전자들이 속속 밝혀지고 유전자관련 질병들의 발병기전도 보다 상세히 밝혀지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는 등 향후 의약 학 전반에 걸쳐 큰 변화가 예상된다.
2) 비교유전체 연구(Functional Genomics)
개인, 인종, 생물간 유전체 정보를 비교해서 차이점을 찾아내고 이로 인한 생체기능의 차이를 추적하는 연구 분야를 말한다. 특히 개인간의 염기 하나의 차이를 나타내는 단일염기변이(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것은 비교유전체연구의 시발점이다. 비교유전체 연구를 통하여 개인의 체질, 유전적 성향, 의약품에 대한 반응의 차이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됨으로써 새로운 개념의 개인별 맞춤의학이 크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이외에 박테리아, 효모, 초파리 등 다른 생명체의 유전자 해독을 확대해 나가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 모든 생명체의 설계도를 손에 넣는 것이 목표이다. 그리고 인간과 유사한 유전자를 가진 침팬지와 같은 모델동물들의 염기서열을 밝히는 작업과 인간유전체의 비교연구는 인간질환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생물로부터 인간에 이르는 다양한 생물의 유전자 구조를 이해하게 됨에 따라 발생생물학 연구가 급진전하고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디로부터 진화했는가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3) 프로테오믹스(Proteomics)
단백질의 세포 내 기능에 관련된 부분을 연구하는 것으로 단백질의 분류와 그 특성 및 기능을 밝히는 것이고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밝혀내 세포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명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이다.
또한 많은 질병이 유전자와는 무관하게 단백질의 상호작용, 기능장애 등에 의하여 생기기 때문에 게놈믹스와 프로테오믹스 기술을 병용한 연구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4) 브레인 매핑 프로젝트(Brain Mapping Project)
인간의 생물학적 구조 중 가장 복잡한 뇌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인데 미국 NIH는 이미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였고 이것은 뇌에서 발견되는 유전자를 모두 규명하여 그 발현양상을 분석해내는 일이다.
IV. 생명의 신비
인간의 유전정보가 완전히 해독되더라도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은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생명이 신비스럽다는 것만을 재삼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하면 유전정보가 완전히 해독된다 하더라도 어떤 단백질이 어떻게 합성되어지는지와 그 역할에 대한 이해는 가능하지만 그것들이 모여서 어떻게 생명을 만들어 내는가에 대한 해답은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 DNA를 생명의 설계도라고 말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한다면 생명을 만드는 물질의 설계도이지 생명자체의 설계도는 아니다.
대장균과 같은 세균은 진화론자들의 가설에 의하면 20-30억 년 전에 생겼다고 한다. 생명과학의 기술이 발달해서 대장균이라는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는 성분을 어떻게 만드는지 잘 알게 되고 일부는 만들 수 있어 대장균의 생체를 구성하고 있는 성분들을 모두 끌어 모은다 해도 결코 대장균은 되지 않는다. 이렇게 하등한 세균 하나도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만들지 못하고 그 기원에 대해서도 과학적으로 전혀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게놈지도가 완성되고 인간유전자의 수가 3만-3만 5천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생명과학자들은 오히려 당황하고 있다. 인간유전자 중 200개 정도는 박테리아의 유전자와 비슷하며, 선충이나 초파리에 비해 단지 2배정도 많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쥐의 유전자와는 95%를 공유하며 침팬지의 유전자와는 99.9%를 공유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다른 생물 종과 매우 유사한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그 수도 예상보다 훨씬 적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적은 수의 유전자로 어떻게 인간의 생물학적 복잡성을 설명할 수 있을까? 인간의 경우에는 하나의 DNA유전자에서 하나의 RNA를 만들고 이것이 특정한 하나의 단백질을 생성한다는 기존의 학설과 달리 하나의 유전자가 평균 3개의 서로 다른 단백질을 만든다고 예측된다.
생물체의 기본물질은 단백질이고 단백질 없이 생명이 있을 수 없다. 현 생물전체에는 1조 종류의 단백질이 있고 인간에게는 약 10만 종류의 단백질이 있다. 인간과 다른 생물 종 사이에 존재하는 생물학적 복잡성의 차이가 그들의 유전자 숫자와 큰 관계가 없다는 얘기는 인간이 유전자들을 활용할 수 있는 어떤 내부혁명을 통해 더 복잡한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게 한다.
즉 인간유전자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엑손(exon)부위를 다양하게 조합하고 정교한 세포 내 편집과정을 통하여 다른 생물보다 평균 3배정도 많은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예상보다 훨씬 적은 수의 인간의 유전자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특정 생명현상에서 작용하는 여러 단백질 사이의 상호 관계가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V. 맺음말
생명에 대한 명제는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인류가 사색해온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서 철학적, 종교적 입장에서 논의되어 왔음은 물론이고 오늘날에 와서는 유전공학적으로 이 문제에 답하려고 하고 있으나 아직도 생명이란 우리에게는 신비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키고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하는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은 인류사에 큰 전기를 마련함에 틀림없으나 인간이 자연의 질서를 바꿀 수 있다는 과학적 교만은 자칫 공생, 협력하고 있는 지구상의 생명 전체의 질서를 파괴하고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가공할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체는 종족을 번식시킴으로써 개체는 소멸하나 종은 계속 유지되어 간다는 자연의 섭리를 겸허한 자세로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1. 생명이란 무엇인가?(What Is Life?),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지음/황현숙 옮김, 출판사 지호, 1999.
2. 생명의 기원(The Fifth Miracle), 폴 데이비스 지음/고문주 옮김, 도서출판 북스힐, 2000.
3. 생명의료윤리, 구영모 엮음, 도서출판 동녘,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