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고독사 장례비

[삼일 이재영]

고독사 장례비

이재영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 지방자치단체에 유골 6만 개가 보관돼 있다고 한다.

홀로 지내다 사망한 ‘무연고 유골’로, 5만여 명은 신원은 확인했지만, 인수자가 없었다고 한다.

일본은 고독사가 발생하여 인수자가 없으면, 행정당국이 장례비용을 지불하고, 추후 상속인을 찾아 비용을 반환받는다.

한 명당 평균 21만 엔(약 207만 원)이 지출된다.

먼저 장례를 치른 후 친인척(3촌 이내)에게 비용 지불과 유골 인수 의사를 확인하지만, 답변을 못 받는 사례가 속출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장례를 제대로 치르려면 비용이 평균 1,570만 원 정도 든다.

물론 대학병원에서 치르면, 2,000만 원~2,500만 원 수준으로 훨씬 많이 들고.

우리나라는 무연고자 장례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졌다.

검색하다 보니 ‘돈벌이 수단이 된 무연고 사망자 장례’라는 기사가 눈에 띈다.

-고독사와 무연고의 정의도 모르는 행정 편의적인 발상으로 세금 낭비

-무연고 사망자의 예금을 노리는 처리 방안, 무연고 사망자가 늘어나는 이유

등의 몹시 부정적인 타이틀 아래, 장례지도사 K 씨의 말을 빌어,

“노숙자나 독거노인의 돈을 유족에게 돌려주기보다 무연고자로 만들어, 고인의 돈을 노리는 기관, 단체, 장례업자들은 언젠가는 천벌을 받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이 글은 2021년 7월에 ‘사단법인 장례지도사협회’라는 단체의 카페에 실린 글이다.

도대체 무슨 소린지 통 영문을 모르겠고, 무연고 장례에 대한 궁금증만 더했다.

좀 더 살펴보니, 어느 ‘장례처리업체’(시설)의 카페에 ‘무연고 사망자 유류 금품 업무 처리 절차’가 간략히 나와 있다.

무연고 사망자의 500만 원 이하 잔여 재산은 ‘시설’이 간소한 절차에 따라 시·군·구에 신청하여 처리하는데,

잔여 재산 목록 작성, 장례비 사용 내역 등, 잔여 재산 일체를 시·군·구에 제출하고 3개월간 공고하여 6개월 내 권리 주장하는 자 없으면, 잔여 재산은 지자체 귀속이란다.

잔여 재산이 500만 원 이상이면 ‘대한변협 법률 지원단’ 처리로 이관된단다.

법적으로 ‘무연고 사체’는 친척이 없거나 다양한 이유로 가족이나 친척에 의해 인수가 거부된 시체를 말한다.

우리의 전통적인 관습이나 풍속과는 달리 1962년 이전까지 무연고 사체는 법적 ‘폐기물’로 분류되었다.

그러다 1962년 ‘시체해부보존법’을 지정하여 통과시켰고, 1969년 대통령령으로 ‘매장및묘지등에관한법률시행령’이 제정되었다.

그 뒤 2001년 대통령령 제171095호로 ‘장사등에관한법률시행령’으로 개정되었다.

해당 사체는 거주지 기초 행정기관의 공식 사망 확인 후 해당 시청과 구청에서 1개월에서 6개월 정도 공고 기간을 거친 뒤,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장례대행업체에 시신 처리를 위탁한다고 되어있다.

지금까지 공영장례는 장례 절차를 사회단체 등에 위임한 결과, 사망한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인력을 조달하여 형식적인 장례를 치렀다.

처리 업체의 잇속만 채우느라, 제례 상에 망자가 싫어하는 음식도 잔뜩 차리고, 아르바이트 인력을 상주(喪主)로 동원하는 등, 오히려 망자의 존엄이 훼손되었다고 봐야 하겠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무연고 사망자는 2018년 2,447명, 2019년 2,656명, 2020년 3,136명, 2021년 3,603명, 2022년 4,488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이다.

지난 3월 27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홍OO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도록 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앞으로는 무연고 사망자와 친분이 있거나 생전에 장례 주관자로 지정한 사람도 장례를 주관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법원행정처는 3월 27일 무연고자의 사망진단서가 없어도 사망신고가 가능하도록, 가족관계 등록 선례를 제정했다는 공문을 전국 지자체에 발송했다.

지난 1월 모 언론의 ‘사망진단서 발급비 30만 원 못 내서 서류상 살아있는 무연고 사망자가 302명에 달한다.’는 보도에 따른 후속 조치다.

언론의 순기능 역할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올 2월 21일 자 보도를 보니, 제대로 해서 칭찬하고 싶은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D 광역시는 올해부터 8개 구·군과 함께 무연고 사망자와 장제 처리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 시민을 대상으로 공영장례 서비스를 시행하고, 고인 10명의 공영장례를 이미 치렀다.

D 광역시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8년 134명에서 2022년 246명으로 5년 사이 2배 정도 증가했으며, 가족해체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그동안 무연고 사망자는 장례나 추모 절차 없이 안치실에서 화장장으로 이동해 바로 화장하고, 시립봉안당에 안치 후 산골(散骨) 처리되었다.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전혀 제공되지 않았던 셈이다.

이에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존엄이 유지되도록, 지난해 ‘D 광역시 공영장례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올해 지원 예산 2억 원을 편성했으며, 구·군별로 장례식장과 업무협약(46개소 협약)을 체결하는 등 공영장례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지원 내용은 제물상, 제례 물품, 상복 대여, 빈소 사용료(24시간 이내) 등이며, 1회 80만 원 이내 한도에서 현물 서비스로 지원한다.

한 사람당 단돈 100만 원이면 다 해결하고도 남는 것을!

무연고자 증가추세 연 25%를 고려하면, 올해 전국에 5,600명 정도 예상되는데, 1인당 100만 원씩 잡으면, 장례비 56억 원이면 충분하다.

올해 전용할 예산이 없다면, 내년에는 70억 원 정도 소요되니까, 2024년 추정 정부 예산 670조 원 대비,

‘새 발의 피’라서 퍼센트 계산도 못 하겠다.

갑자기 요즘 뉴스를 도배하는 ‘50억 클럽’ 명단의 면면이 떠오른다.

그들이 죽으면 과연 얼마짜리 거창하고 화려한 장례를 치를까?

장례식 뒤에 그들의 영혼은 과연 천당이나 극락에 갈까?

돈에 대한 미련 때문에, 승천(昇天)도 못 하고, 구천(九泉)을 떠돌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작년 7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20대 아들이 장례비용이 없어 부친 시신을 원룸 냉장고에 보관한 사건이 있었다.

앞으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일이 더는 생기지 않아야겠지.

이 세상에 태어나, 힘들게 살다 귀천하는 그 누구도 가는 길은 정중히 배웅 되어야만 한다.

(모 종합 문예지 등재 예정임)

[情人 박재근]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무연고자 장례에대한 귀중한 자료입니다.
감사합니다.
죽음 뒤에 무엇이 필요한가 생각해 보게됩니다.

[삼일 이재영]

네, 정인 회장님. 주변의 무연고자나 노숙자를 한 번 더 살펴볼 때입니다.
장례 비용 예산 일 인당 100만 원이면 품위 있게 보내드릴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