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꽃피우는 교육' 주민직선4기 강원교육 방향은
원선영기자 haru@
강원일보 : 2022-09-15 00:00:00 (22면)
신경호 교육감 취임 따라 교육정책 대전환
'학력'이 곧 '삶'…높은 의미의 학력 재정립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이 지난달 8일 도교육청에서 기자들에게 강원도교육감직 인수위원회 백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주민직선 제4기가 공식 출범하면서 강원도교육청은 최근 이에 발맞춘 더나은강원교육 인수위원회 백서를 발표했다. 백서에는 신경호 교육감의 5대 핵심 공약인 '더 높은 학력' '더 넓은 진로' '더 바른 인성' '더 고른 복지' '더 돕는 행정'에 대한 세부 추진과제 이행 계획이 담겼다. 강원교육의 미래를 향한 방향과 근본부터의 대전환을 예고한 셈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핵심과제로 떠오른 '더 높은 학력'의 의미를 재정립해본다. 신경호 교육감은 "학력을 '공부'로 단정해서는 안된다"며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18세 이하 여자핸드볼 대표팀 김민서 학생이 지난6월 열린 덴마크 결승전에서 슛을 하고 있다.
■육성된 학생 선수를 인재로 양성=여자핸드볼 청소년(U-18) 국가대표 선수단은 지난 8월 8전 전승으로 우리나라에 사상 첫 우승컵을 안겼다. 이 영광의 순간은 강원 출신 김민서 학생도 함께 했다. 이번 대회에서 대활약을 펼치며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는 영예를 누린 에이스 중 에이스다. 김민서 학생은 태백 황지정보산업고에 재학 중이다.
1974년 핸드볼팀을 창단한 이래로 핸드볼 명가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명문고다. 황지정보산업고가 꾸준히 핸드볼 유망주들을 육성해온 비결은 바로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지역 학생들만 입학하다 보니 선수층이 얇아 사실상 매 경기 모두 출전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각 과에 속해 정규수업을 들은 후 주말 및 대회전 집중 훈련을 실시한다. 잦은 경기 출전으로 또래보다 많은 경험치를 확보하는 동시에 다양한 동기부여, 연습량 확보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학생들의 활약은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이어졌고, 지역사회에 활기를 찾아주고 있다.
◇제9회 2022 U-18 세계청소년선수권(Women's Youth World Championship) 우승.
강원도교육청은 앞으로도 이같은 사례가 더 많아질 수 있도록 학생선수의 스포츠 분야 진로교육 강화를 위해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태백 철암중·고교는 학과 구조 개편을 통해 강원체육중·고교 제 2캠퍼스화가 진행될 예정이며 평창에는 동계 올림픽 체험 센터 신축을 구상하고 있다. 신경호 교육감은 최근 "많은 유망주들이 운동시간 확보를 위해 학교를 떠나고 있다"며 "아이들의 예·체능 재능을 길러주는 교육 환경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신 교육감은 해당 안건을 시·도교육감협의회에 상정해 종목별 출전 일수 차별화 등 제도 개편을 이끌어 낼 예정이다. 이와함께 지역의 스포츠 단체를 활성화해 학교와 연계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직업계고, 맞춤형 교육 시스템으로 실무능력 강화='학력'의 개념은 직업계고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강원도에는 '바늘구멍'이라 불리는 금융권 취업시장에도 많은 인재들을 배출해낸 금융 분야 명문 학교가 있다. 원주시 부론면에 위치한 원주금융회계고등학교다. 전교생 99명의 소규모 학교이지만 2014년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체제 전환 승인된 후 현재까지 꾸준히 높은 취업률을 보여주고 있어 회계, 금융권 전문인을 꿈꾸는 학생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강원도교육청 학생기자단 캠프에 참가한 금융회계고 학생
원주금융회계고의 최근 3년간 전체 취업자 중 공기업·공공기관·금융기관 공채 합격률은 평균 82%에 달한다. 단일학과로 운영되는 금융회계학과는 금융기관, 공공기관 또는 기업체 등에서 효율적인 회계업무처리와 금융자산 관리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학교 기초교육과 기업 실무교육을 병행하는 맞춤형 교육 시스템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개인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학 선택의 기회를 얻게 하고 회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게 목표다.
다만 이같은 성과에도 넘어야할 산은 아직 많다. 지난해 기준 도내 직업계고 취업자 683명 중 강원도에 남은 학생은 309명에 불과하다. 직업계고 학생들이 도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역의 유관기관과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등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춘천 한샘고 졸업생 노승현씨는 "강원도에 취업할 곳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친구들은 취업 대신 대학을 진학하려 하거나 타 지역으로 취업하러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취업율도 전국 하위권이다. '2021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 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직업계고 학생이 취업에 성공한 실질적인 비율은 26.6%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6등이었다.
도교육청은 직업계고 학교별 전공 분야에 적합한 우수기업을 발굴할 수 있는 전담기구 및 담당자를 교육지원청에 배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미래 산업 중심의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춘 직업계고 재구조화 및 학과 개편을 통한 체질 개선도 유도한다. 신경호 교육감은 "시대 변화에 따른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학과 개편을 추진해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치도록 할 계획"이라며 "학생들의 삶과 학교의 교육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여 현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력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시점=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연구보고(김경희 외 2019)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학력에 대해 ‘지속적인 배움과 자기 혁신을 통해 개인적 존재로서 성장하고, 사회적 존재로서 의미 있는 삶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힘을 갖춘 상태’라고 정의한다. 이는 더 이상 학력이 수치로 보여주는 학력을 의미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를 평가할 수 있는 방식도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강원도교육청은 '평가'의 개념에 대해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개인의 성장을 진단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도 있다"며 "개별 맞춤형 평가는 개별 맞춤형 학습으로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신경호 교육감의 '학력 향상' 정책 드라이브에 깔려 있는 인식이다.
강원도교육청은 강원학생성장종합지원센터를 신설, 학생 학력의 체계적인 진단 및 지원 실행을 토대로 맞춤형 진로·진학을 지원할 계획이다.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이나 문제해결 능력을 측정하며 개인의 특성과 성취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서술형 평가도 도입한다. AI 서술형 평가 시스템이 개별 학생 맞춤형 학습지원 도구로써의 역할까지 수행하게 된다면 미래 인재 양성에 최적화된 교육환경을 구축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오는 11월부터는 '2022 강원학생성장진단평가'를 실시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발생한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학교 교육력을 회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는 이번 평가를 바탕으로 도교육청은 학생별 학력을 진단·분석해 학년말 전환기 맞춤형 학습을 지원한다. 강원 학생의 기초학력 미달을 조기에 차단하고, 기본학력을 확보해 평가를 기반한 진로와 진학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신경호 교육감은 "학생 개개인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평가"로 "강원학생들의 기초학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