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품 투자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쉬이 빠지는 딜레마가 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검증된 인기·유명 작가의 작품을 사느냐, 발전 가능성과 자신의 예술 심미안을 믿고 신진 작가의 작품을 싼 가격에 사느냐다.
예술품 거래 시장은 어느쪽을 선호할까? 실제 투자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2018년 세계 예술품 딜러·경매회사가 거래한 예술품 가격대와 거래액 비중을 살펴보자.
이 기간 딜러가 거래한 예술품 10개 중 4개(40%)가 5000달러~5만달러(599만~5994만원)대, 비교적 가격이 싼 작품이었다. 경매회사도 비슷했다. 가격대 1000달러(119만원)이하 예술품 거래 비중이 38.8%다.
예술품 거래 시장서 비싼 작품의 가격 기준은 100만달러(12억원)쯤이다. 비싼 작품의 거래액 규모는 연간 딜러 거래액의 40%, 경매회사 거래액의 60.9%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그런데, 거래 비중은 딜러 3%, 경매회사 0.6%로 아주 적다.
비싼 예술품은 ‘거래 빈도는 적으나 전체 거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딜레마라고 표현했으나, 사실 예술품 구매자 대부분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작품, 유명 작가의 작품을 사기 원한다. 싼 작품은 시장에서 자주 거래되지만, 이후에도 거래가 이어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반면, 비싸지만, 잘 알려졌거나 유명 작가의 작품은 ‘시장으로부터 가치를 인정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개인 취향에 의존해 예술품을 샀을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비싼 예술품은 한번 거래가 이뤄지면 다음 거래 성립까지 수년에서 수십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만큼 거래될 때마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른다.
최근 10년간(2008년~2018년) 세계 경매회사에서 거래된 예술품 Top100의 낙찰 금액은 400만~4억5000만달러(48억~5400억원)다. 비싼 예술품은 거래액 자체가 다르다. 정량적 측면에서 ‘비싼 예술품이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예술품 거래 시장과 경제성장률은 정의 관계다. 세계 경제 변화와 예술 시장의 추이는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그런데, 예술품 가격대에 따라 상관계수가 달라진다. 비싼 예술품과 세계 GDP 성장률 상관계수는 싼 예술품과 세계 GDP 성장률 상관계수보다 작다. 즉, ‘비싼 예술품 거래는 경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빈도는 낮을 지 모르나, 거래액은 훨씬 크다.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 받은데다 유명해 거래가 꾸준히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경기 영향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비싼 예술품의 특징이다. 따라서 싼 예술품에 투자하기보다는 비싼 예술품에 투자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한국에서도 예술품을 통한 대체투자가 주목 받고 있다. 그런데, 한국 예술품 투자는 대부분 비싼 예술품, 투자 리스크가 덜한 작품을 다루지 않는다.
십시일반 방식 크라우드펀딩·예술품 공동구매가 이 예다. 일견 매력적이다. 하지만, 예술품 고유위험(idiosyncratic risk)에 고스란히 노출된 나머지 ‘제어할 수 있는 재무 리스크를 전혀 관리할 수 없는’ 비전문적 구조다.
늘 강조하는 이야기다. 아직 한국에서는 예술품과 거래 시장에 대한 이해도, 연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진정한 의미의 예술품 투자 시장을 만들려면 이해와 연구부터 선행해야 한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 박지혜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