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그거? 그거라니? 날 힐끔 쳐다보는 리안언니.
뭔지 몰라 나도 나를 살펴봤다.
"뭐요?"
"그..."
"아, 잠깐. 잠깐만요. 여기가 우리집이에요."
"어, 그래? 그럼.. 집에가서 좀 봐바."
"네? 도대체..뭘.."
"하하, 아까봤을때 좀 놀라긴 했는데 의찬이 때문에 정신도 없고해서.."
그리고 언니는 차안의 라이트를 켰다. 그리고 내게 거울을 내미는 언니.
뭐지, 하며 거울을 들어 내 얼구을 보는데,
"히익!!"
하고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안 그래도 바깥이 어두워 음침했는데
지금 내 얼굴을 보니 더 무서웠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날 보며 픽- 웃는 언니.
"이..이게 도대체 뭐지?!"
얼굴에 온통 까만 줄이 가득하다. 손으로 슥슥 문질러보지만,
지워지질 않는다. 유성매직이라도 되는건가!
"그거 너가 한거 아냐?"
"제가 이런걸 할리가 없죠!"
"푸후훗. 재밌는애야."
"이씨.."
"그럼 집에 들어가봐."
"아, 네! 감사했어요."
"응~ 아냐아냐. 의찬이 친구라면, 아니. 근데 의찬이랑 무슨사이야?"
"사이는요, 그냥 아르바이트 생이에요."
"아, 그래? 네가 그 베이비시터구나."
그리고 난 차에서 내렸다. 다시한번 꾸벅 인사를 한뒤 언니는 차를 몰고 쌩- 하니 앞서 나갔다.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화장실로 향했다. 밝은데서 보니 더 가관이다. 아주 이리저리 안 칠해놓은데가 없네.
근데 이게 도대체 뭐야. 누가 한거지? 비누로 박박 닦으면서 생각해봐도, 이런짓을 할 사람이....
"설마..."
비눗기를 닦아내고 수건으로 닦자, 조금 남아있기는 하지만 아까보다는 나아졌다.
다시한번 더 닦을까 하고 비누를 손에서 매만지는데,
"..망이?"
이튿날, 다소 부은 얼굴로 거울을 보니 아직 매직이 조금 남아있다.
이놈의 매직은 얼마나 질긴지 그렇게 박박 닦아도 깨끗히 나가질 않냐.
이내 닦는걸 포기하고 잠든 어제. 오늘은 때수건으로 밀어볼까 하다가 괜한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을 먹을 새도 없이 교복을 입고 아저씨네로 향했다.
역시나 고요한 집안. 청소도 제대로 안한건지, 아.. 내가 이런거 까지 신경쓸 필요는 없구나. 가정부도 아니고.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망이한테 향했다. 아직도 곤히 자고있는 망이. 그런데..
이게 뭐야?
뽀얀 얼굴은 천사같이 잘 자고있는데 양손엔 그 거뭇거뭇한거는 뭐니?!
역시. 이 녀석이었어. 허탈한 웃음을 지은뒤 망이를 깨웠다.
"으우응..."
한번 깨우자 약간 뒤척이더니 스물스물 일어나는 망이.
"망아, 씻어야지."
망이를 번쩍 안아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깨끗하게 세수를 시켜준뒤 다시 나오는데,
방에서 기어나오는.. 한 괴물?
"으아악!!"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며 자기 방에서 기어나오는 꼴이란, 영락없는 괴물같았다.
게다가 머리도 부시시하고 안색도 안좋아서 도저히 사람의 몰골이라고는..
"속쓰려..으.."
"그, 그러니까! 그렇게 술을 퍼마셔놓고는..!"
"해장국...해줘..."
"도대체..내가 왜요?!"
"진짜...월급 깍는다."
"애꿎은 월급을 왜요! 나 잘하고있잖아요!"
"씨끄러!! 머리아파."
"아니, 왜 나한테 승질이에요! 자기가 먹은게 잘못이지."
"아..제발..."
하고 손을 바닥에 툭- 하고 쓰러지는게, 정말 죽...
"아, 아저씨?"
미동이 없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가만히 . 그렇게 가만히 차게 식어가는..
"아저씨!"
망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아저씨를 낑낑 끌어 방안으로 들어왔다.
도저히 침대 위까지는 올릴수가 없어서 바닥에 대충 이불을 깔고 그 위에 올렸다.
땀이 흥건했다. 열도 마찬가지. 이러다 아저씨 스케줄 펑크내는거 아냐?!
지이잉.지이이잉- 그때 아저씨의 전화가 울렸다. 매니저 아저씨였다.
"여보세요?"
-어, 의찬.....아니, 누구니?
아직 한번도 뵌적이 없어서 그 매니저 아저씨도 날 알지 못했다.
나도 그냥 아저씨한테 매니저매니저 하는 소리를 몇번 들었을뿐이지.
"도, 동생이요!!"
-아, 그래. 의찬이한테 동생이있..
"암튼, 전화한 용건은요?"
-어어. 의찬이 많이 아프니?
"그게.. 거의 죽을지경이랄까."
-할수없네. 어차피 스케쥴도 별로 없었고. 오늘은 집에 쉬게 놔둬.
"아, 네!"
전화를 끊은뒤 난 아저씨에게 최대한 이불을 많이 덮어주고, 수건을 적혀 이마에 올려주었다.
막상 정말 죽을 지경으로 아파보이니, 같은 사람으로써 가만히 놔둘수는 없었다.
해장국을 외치던 아저씨를 위해 시원한 콩나무국을 끓이고, 또 아프다니까 밥도 못먹을까봐 죽도 끓여놨다.
그러고 보니까 벌써, 시간이..
"으아악!!"
가방을 챙기고 망이를 뒤에 없었다. 아저씨가 못일어날까봐 방에 테이블에 친절하게도 죽과 해장국을 올려놓고 나니
더 마음이 급해졌다. 종이와 펜을 집어 들었다.
원래 같으면 글씨 잘쓰는데 지금같은 긴박한 상황에서는 도저히 또박또박 쓰여지질 않았다.
대충 휘갈긴뒤 종이를 죽 옆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곧장 햑교로 뛰기시작했다.
"후아..하..."
너무 빨리 뛰어서 망이도 제대로 업고 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숨이 차다.
다행이도 망이는 내 등뒤에 잘 붙어있고.
자리에 앉았다. 선생님이 들어올라고 할쯤에 가까스로 교실에 세이프했다.
왠일인지 선배는 보이지 않는다.
망이도 정신이 없는지 안그래도 큰눈이 더 커졌다. 그리고 머리는 바람에 휘날린건지 2:8 가르마가 져버렸다.
조회가 끝나고 아침에 바빠서 망이 우유를 못 줬다는 생각에 망이를 안고 정수기로 향했다.
"왔네."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선배였다.
"앗, 뜨!.."
"조심해야지."
뜨거운물이 넘치는줄도 모르고 선배를 멍하니 쳐다보고있었다.
찬물에 손을 갖다대주는 선배.
그리고 선배는 느긋하게 걸으며 반으로 행했다. 직접 망이를 안고 우유를 먹이면서.
이럴줄 알았지. 선배가 그렇게 다정한듯이 망이를 안고 교실로 들어가면!!
이 상황은 어떡해하라구요. 애들의 시선이 탐탁치 않다. 아니 믿기어려워하는 시선이랄까.
참으로 난감하지 않을수 없다. 나 혼자라면 그 시선 차라리 무시해버리면 그만 텐데.
"선배.. 그냥 제가 먹일게요."
"너."
"..네?"
"집에 없던데."
"무슨소리..."
아, 혹시.. 우리집에 찾아온건가? 도대체 왜?
"무, 무슨소리에요.. 저 집에 있었는데."
"한참기다려도 안나오던데."
역시나. 우리집앞에서 여태 기다렸다는거야?
내가 아저씨네 가려고 항상 일찍 나와서 못 본건가?
무슨 말을 해야될지 몰라 그냥 어물어물거렸다.
"새벽에 우유배달이라도 하는거야?:"
"그, 그럴리..요."
예전에 해본적은 있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르바이트를 잡았으니.
"그럼."
"아니, 근데 선배가 왜 우리집앞까지.."
"보고싶어서."
"..네?"
"망이가 보고싶어서 영 안되겠더라고."
정말 진심 담긴 저 표정. 전혀 나를 보고싶었다는 표정이 아니였다.
망이가 그렇게 좋아졌나? 선배한테 특히 이쁜짓을 해대긴 하지만.
"아...앙..마.."
"응?"
망이가 우유를 다먹고 뭐라고 하길래 귀를 기울였다.
선배도 마찬가지.
"아..바바..아빠!"
첫댓글 까악><아빠래~~~~ㅋㅋㅋㅋㅋㅋ 망이 정말 귀엽다!!!ㅋㅋㅋㅋㅋ
캬항 감사합니다><!!!!!ㅋㅋㅋㅋ
ㅎㅎ 히로한테 아빠............ㅋㅋㅋㅋㅋ 망이 넘 귀엽고 웃겨요!!ㅎㅎㅎㅎ
ㅋㅋㅋㅋ 키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