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혼경 3833 인생 233 돌아온 탕아 불효자는 웃습니다
돌아온 탕아 불효자 빙혼은
모친을 대할 때마다 늘 웃으려고 한다.
젖 먹여 키운 빙혼이 아무리 환갑이 되었어도
모친의 눈에는 젖먹이 아들로 보이기 때문이다.
웃을 일이 있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다보면 웃을 일이 생기기 때문에 일부러 웃으면서 이야기를 한다.
매일 눈을 뜨면 즉시 아내에게 문자로 인사를 한 뒤
출근 길에 전화로 모친에게 문안인사를 드린다.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침 식사, 날씨, 꿈, 오늘 할 일을 서로 이여기를 한다.
이제 습관이 되어 전화를 안 하면 안 된다.
아침에 못하면 점심에라도 해야 하루가 시작된다.
모친과 대화를 할 때는
서로가 잔소리를 하지 말기로 약속을 하였다.
환갑을 맞이할 아들이 모친의 잔소리를 들을 나이도 아니고
곧 아흔을 맞이할 모친 또한 아들의 잔소리를 들으실 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로지 서로가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특히 모친 어렸을 때, 젊었을 때, 늙어가는 이야기를 주로 들어준다.
모친 집을 방문하면 내 생각을 접어두고 오로지 모친이 원하는 것만 하려고 한다.
이번 모친 집 출장길에는 USB 사용법을 가르쳐 드렸다.
오랫동안 자기테이프로 만들어 놓은 과거를 USSB에 담아 드렸는데
몇 개월 안 보시니 또 잊어버려 USB에 담긴 동영상과 사진보는 법을 가르쳐 드렸다.
전화에 저장해 준 노래 또한 사용법을 잊으셔서
노래듣는 사용법을 알려드리니 틈만 나면 노래를 들으신다.
빙혼이 한국에 돌아왔을 때 일반전화를 스마트폰으로 사 드린다고 하니 필요없다고 하셨는데
카톡으로 사진찍는법, 문자보내는법, 노래듣는법을 배우신 뒤 지금은 손과 전화가 붙어있다.
특히 보드게임 오목을 알려드렸는데 하루 100판 이상 두신다.
18급부터 시작하여 지금은 6~7급에서 노신다.
5급까지 올라가 4급은 딱 한 번 오른 뒤 첫 판에 미끄러져
지금은 주로 7급에서 노시다가 가끔 6급대로 진입하여 5급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신다.
빙혼이 시간만 있으면 엄마의 인생을 글로 써 보고 싶다.
엄마의 사진을 모두 찍어 USB에 담아 엄마의 인생을 쉽게 보여드리고 싶은데...쩝
가장 큰 문제는 빙혼은 모친과 딸과 떨어져 살아야 할 팔자이다.
오로지 아내하고만 같은 지붕에서 살아가는 특수한(!) 흡연과 음주 인생이기 때문이다.
모친은 잠이 들었고 잠을 놓친 빙혼은 방금 밖에 나가 김밥과 알콜 수면제를 사왔다.
벌써 3시가 넘어간니 4시 안에는 알콜 수면제의 힘으로 잠이 들어야 하는데..
어제 오늘 저녁을 <땅골>이라는 저렴한 백반집에서 식사를 하는데 모친이 계산을 하였다.
귀한 아들 오면 맛있는 반찬을 해주어야 하는 데 늙어서 못하니까 밥이라고 산다고 하신다.
빙혼은 고기를 먹기는 해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모친은 불가사리띠라 가리지 않고 고기를 너무 좋아하셔 소고기를 사다 드렸는데
혹시나 저녁을 집에서 먹으며 소고기가 줄어들까봐 작전을 쓰신 것이 아닐까
오해를 하면서 흔쾌히 모친 카드를 받아 계산을 한다.
식사를 하고 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끝이 없이 대화를 한다.
그러다 모친은 드라마에 빙혼은 자료에 갈라섬에 따라 하루가 마무리 된다.
빙혼은 지금까지 수십 번의 자살을 꿈꾸고 수백 번의 일탈을 하며 살아왔지만
훌륭한 모친, 사랑하는 아내, 영혼 같은 딸을 만나 죽기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빙혼도 젊었을 때 농사가 싫고, 시골이 싫어 대도시 서울로 떠나갔지만
언제나 모친은 내 인생의 언덕이었기에 모친만 만나면 무조건 웃으면서 이야기를 한다.
못난 아들, 돌아온 탕아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모친에게 내가 해야 할 일은
오로지 모친 살아생전 매일 안부 인사와 만날 때마다 끝없이 웃으면서 대화하는 것 뿐이로다.
불효서생 빙혼(氷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