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혼자 집에서 2004년작 인도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삼사라 Samsara" 산크리스트어로 "윤회"를 뜻한다고 한다. 3년 3개월 3일이나 혼자 토굴에 고립된 체 긴 수행을 한 주인공 승려 타쉬... 고행을 마치는 날 스승은 그를 토굴 속에서 꺼내주고 허리까지 자란 긴 머리와 길어진 손톱을 잘라주며 기나긴 수행으로 쇠약해진 그의 건강을 회복시켜준다. 타쉬가 3년 3개월 3일간의 긴 토굴 수행을 마치고 나올 때 지나가며 길옆 돌에 쓰인 질문을 보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한 방울의 물이 영원히 마르지 않을까' 이 영화를 관통하는 화두이다... 그의 정진 수행을 모든 사람이 축하하고 그 지역의 최고 고승까지 초대되어 법회를 여는 그날. 자기를 위한 법회에서 참석한 젊은 여신도가 젖가슴을 꺼내놓고 아기에게 수유하는 모습을 혼이 빠져서 보고 있는 타쉬. 그런 타쉬의 모습에서 수행을 통한 영혼의 자유로움과 금욕으로 얻게 되리라 믿었던 즐거움은 존재하지 않음을 보게 된다. 결국 타쉬는 긴 토굴 속에서의 수행으로도 이겨낼 수 없는 욕망들을 몸으로 부딪쳐서 경험하기 위해 환속을 결심한다. 그 후 운명적으로 사랑을 느낀 페마를 만나 세속적인 욕망을 충족시키며 아들 카르마도 낳고 평범한 삶을 일구어 나가는데... 그는 자신의 소작물을 거래해 주던 거래상이 가격을 속이며 더 후하게 쳐주지 않는다고 싸움을 하고 또 자기 집에 일하려 온 젊은 여자 하녀와 부정을 저지르기도 하는 등... 자기 삶의 한계와 부조리를 몸으로 느끼며 급격히 지쳐간다. 그러던 때 스승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과 함께 편지가 전해진다. 스승의 유언을 담은 편지는... "세상의 모든 욕망들을 다 만족시키려 하며 살 것이냐 아니면 한 가지의 욕망이라도 정복할 것이냐" 라는 질문을 타쉬에게 던진다. 이미 흔들리고 있던 타쉬는 아내 페마와 아들이 자는 틈을 타 다시 출가를 결심하고 몰래 집을 떠난다. 세속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출가를 결심한 타쉬지만 이번에는 아내와 아들에 대한 죄책감과 다른 번민들로 또다시 괴로워한다. 그러다가 타쉬가 도착 한 사원의 입구에서 다시 예전 3년의 수행 후에 보았던 돌의 뒷면을 보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한 방울의 물이 영원히 마르지 않을까' '바다에 던지면 되느니' 이 영화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3년 3개월 3일로 상징되는 뼈를 깎는 고행조차도 인간의 욕망 앞에서 그냥 헛수고일 수도 있다는 결말을 보여준다. 인간이 얼마나 본능적 욕망 앞에 나약한 존재인지에 공감한다. 그래도 자기 절제와 수행을 통해서 좀 더 초월적인 존재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했는데... 나의 기대는 빗나갔고 그래서 영화의 결말은 왠지 허무하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이 원래 허무해서 그러는지 모르겠다. 고행을 통해서라도 초월적인 존재로 가고 싶었던 타쉬.. 하지만 결과는 욕망을 정복하지도 욕망에 충실하지도 못했다. 반면에 평범한 농부의 딸로서 자기의 자식과 가정 그리고 사랑을 지키며 다시 출가를 하는 남편조차도 원망을 하지 않고 보내주는 페마의 상반된 모습에서 과연 어떤 삶이 의미 있는 삶인지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영화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조신의 꿈"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보여주고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과도 공유하는 주제 의식도 느껴진다. 이 영화에서 페마역을 맡은 홍콩배우 종려시는 그동안의 관능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품어주는 강하고도 성숙한 내면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문득 나는 결코 채워질수 없는 수많은 욕망들을 충족시키려 하는 관성에 밀려 살아가는지... 아니면 한 가지의 욕망이라도 절제 하려고 노력 하면서 살아가는지 스스로 질문해 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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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에 대하여...
리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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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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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행을 통해서 초월의 존재가 되고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 부처가 되는것 !그자체가 욕망 야망이라 생각합니다.
욕망속에 숨어있는 열등감 그것을 버리지 않고 새로운 나를
만들고, 초월자가 될수 없음에도 주인공의 두번의 선택으로
보낸 6년의 외곡된 시간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리뷰하신 이영화
직접 봐 보겠습니다~
영화는 보셨는지요?
저 또한 타쉬의 한계와 좌절이
안타까웠습니다...
어떤 노래 가사의 후렴구
'인생은 참아야 한다'
한참 듣다가
맞는 말인데~
무지 갑갑한 후렴구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인생이 쫌 멋없군 싶기도 하구요 ㅎㅎ
언제부터인지~
대충 욕망과
타협하며 살아가기로
한것 같습니다 ~^^
욕망과 타협하고 살아가는 삶...
욕망에 끌려다니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 아닐까요?
이 영화 12~3년 전에 봤는데‥ 이 세상의 모든곳에 도가 있다는 말과 경험을 해봐야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있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 있어요~~ 무튼 오늘밤 내가 어떤 욕망들을 갖고 있는지부터 생각해봐야겠어요^^
오래전에 보셨네요...
경험을 해보고 포기한다면
더 이상의 미련은 없겠지요~
재미있을꺼 같네요
리스본님의 줄거리가 흥미있습니다
꼭 한번 시간될때 보시길~
@리스본 넵 알겠습니다^^
스승의 편지에서 "세상의 모든 욕망들을 만족시키며 살 것인가, 한 가지라도 만족하며 살 것인가?"라고 했는데, 모든 욕망을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 있을까요?
세상은 모든 욕망들을 다 충족시킬수 없기에
욕망들을 다 만족시키며 살겠다는 것이
어리석은 것이겠지요...
인간의 욕망 중에 가장 오랫동안 놓을 수 없는 건..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라 생각되네요..
물론 영화는 인간의 근본적 욕망을 다루고 있지만
김형석교수가 말한 인생의 3단계 즈음이 되면 그 많은 욕망들도 오롯이 나란 존재 안으로 스며들어 다듬어 지게 되고..
그런의미에서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순간순간 그냥 살아온것 만은 아닌듯 해요..^^
김형석 교수가 철 든다고 하는것이
스스로 나를 믿을수 있는것이다 라는 말이
생각이 나네요...
줄거리 잘 봤습니다^^
삼년 삼개월 수행도 여인의
젖가슴에 무너지고
아내와 아이까지 있지만
책임감없이 출가했다는
다른 얘기지만 인도
영화라 하니
요새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강간. 집단강간도
가끔 일어나고
여자들에게 잔인한 살인들
환경도 너무 지저분한 곳
이네요
그런 타쉬의 나약한 모습에서
인간의 한계를 볼수 있었습니다...
오빠의 글(or 말)은
항상 뭔가 생각하게 하고
공부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서 좋아요^^
아는거 많고 똑똑한데
여타 많은 다른글에서 느껴지는
겉치장, 과장이 배제된
간결함 단순함 그리고 겸손함....
이런것들이 베어나와서
마음이 참 차분해져요
선생님 같고,
아버지같은 남자
(그래서 인기가 있능가봉가...ㅎ)
앗~지나친 과찬에 부끄럽지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