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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운정사 ‘농운’은 ‘언덕 위 구름’이란 뜻이며, 정사는 ‘정신을 수양하고 학문을 연구하며 가르치는 집을 뜻한다. 건물의 구조는 한자로 공부의 ‘공’자를 따서 ‘工’ 자형으로 지었다. 두 개의 긴 방, 두 개의 마루방, 두 개의 토방으로 이어져 있으며 공부하는 데 밝게 하기 위하여 사방에 창문을 많이 내어 채광을 살리고 맑은 공기가 들어오도록 해서 정신을 맑게 하였다고 한다. 완락재 세 칸 집이나 네다섯 칸으로 변화하는 파격적이면서도 단순한 평면은 성인聖人이 정조精粗(맑고 거침)의 두 가지 면을 다 가지듯 얕게 보는 자유로움과 깊게 느끼는 온후함으로 마주하는 아름다움이 장치되어 있다. 마치 바른 선비를 대하는 듯한 연못과,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담장의 빈 칸(완락재 작은 창 밖으로 보이는)은 고담하나 맑고 깊은 노老의 경지로 자연을 담고 있다. 집은 작으나 무궁하여 육체와 정신이 자유로운 경지에 이르게 한다. 유정문 “한문공의 큰 거북 빌림(당나라의 한문공 한유가 <복지부>에서 읊은 길이가 한 자 두 치나 되는 큰 거북의 등껍데기를 빌려서 집터를 얻는 점을 치는 일을)/ 기다리지 않아도/ 새 거처에 아득하게/ 사립문 비치네/ 산의 오솔길 풀에 덮일 것(새 거처로 사람들 자주 왕래하니 맹자가 말한 ‘좁은 길은 조금만 사용하지 않으면 풀에 덮여 막혀버린다’는 따위)/ 걱정할 것 없고/ 도道 그윽하고 곧은 데 있으니/ 탄탄하고 평평함 느껴지네.” <도산잡영> 중 ‘유정문’ 절우사 “소나무와 국화는 이 동산에서 대나무와 더불어 세 벗이 됐네/ 매화는 어찌하여 이 셋에 못 끼는가/ 이제 나는 어울려서 풍상계를 만드노니/ 굳은 절개와 맑은 향기는 같은 동료로 이름이 나 있도다.” <도산잡영> 중 ‘절우사 화단’완락재 완락재의 방 한 칸과 암서헌 마루와 끊어진 담과 작은 연당은 졸박拙樸(담담한 가운데 억지로 꾸미려 하지 않음)하나 범상하지 않다. 연못이 있으나 가장 작은 크기로 자리하고 빈 담장으로 인해 도산서당이 자연과 계곡의 물로 연결된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옆에 두고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함이었다. “학문하는 것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혼자 있을 때에도 늘 삼가는 것으로 명도明道가 된다”고 공자가 말하였듯 그가 설계한 공간은 아름다움을 통한 자성과 관조의 공간이 되었다. 김개천 |
기자/에디터 : 최혜경 글과 그림 김개천(국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
디자인하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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