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살기로 지냈다.
직장은 그만두었다.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스물한살에 겪기에는 감당하기 힘든......
그의 환영이 지나는 사람에게 달라붙어 온통 그 사람으로 보였다.
사랑아 !
얼마나 그리웠으면 옷자락에
머리카락에 달라붙어
도깨비 바늘풀처럼 새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더니만,
이젠 망막에 까지 달라붙어
지나가는 행인에까지 따라붙어
사랑아 사랑아 !
어쩌겠니
함께하지 못할 인연으로 생겨 났다면
저 달처럼 가깝다가
다시 또 아득 할 밖에
그러기를 반복 할 밖에는
목 말라하지 말 일이다
또한 지치지도 말 일이다
흐르는 물처럼 유연하게
달빛처럼 은은하게 ......
그이랑 다녔던 곳 혼자 찾아 다니기도 하고,,,
미친 듯 쇼핑도 하고,,,
머리도 빠글빠글 지져보기도 하고.....
그렇게 두달을 부천 외할머님댁에 얹혀 있으면서
방황과 고통으로 보내고 난 뒤,,,,
난 무섭게 이겨냈다.
그 후 입시학원에 접수를 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다행이 견딜만 해져서 지낼무렵,
우리 이모가 결혼날을 잡은게 12월 26일,
아는 후배눔 형 결혼식날,,그리고
바람결에 묻어온 소식인 그 사람의 결혼일이 12월 26일...
이모 결혼식을 보면서 가슴 한쪽으로 스멀 거리는 생각을 몰아 내려고
크게 웃어도 보고 괜한 수선을 떨어보면서 마음을 진정 시켰다.
이모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날,
후배눔이 집에 데려다 준다며 따라오는데
" 야 ~ 느 형두 오늘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지?"
" 응"
" 그 사람두 오늘은 오겠다....그치?"
" 누야!~ 아직두 아퍼? 괜찮냐구.."
" 괜찮어~~ 그사람 결혼도 했겠다 뭐 잊어야지~~"
외가가 부천이여서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 중인데
오류동에서 손님을 태우는 버스에 오르는 일행들은 왁자지껄했다.
그 중에서도 도드라지게 한눈에 띄는 그 사람,,,,
아!~~
가슴이 쿵 내려앉으면서 약간의 현기증이 일면서 눈앞의 사물들이 마구 물결치고 있었다.
그쪽 일행들도 날 발견하고는
" 어~~어! 이렇게 만나지네요.
이눔 신혼여행 다녀오는거라서,,,우리 다같이 이눔집으로 가는 중예요."
" 어~~어 ~~ 그러시군요.
근데 신부님은? "
신부는 왜 물어보는겨.
"아!~~ 승용차편이 하나 있어서 몇분은 그 차로 갔고,
우린 큰차를 타고 가느라구요."
친구들은 쓸데없는 너스레까지 떨면서 내 눈치를 살폈고,
그 사람은 내게 고정시킨 눈동자를 움직일줄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재회에서 잘 누르고 있던 이별의 아픔이
다시 꼼지락 거리는걸 알수 있었다.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하면서 역곡에서 내리는 그들을 보면서
난 헛웃음이 나왔다.
마구~~ 마구 웃어대니 후배눔이
" 누야!~~ 괜찮아?..왜그래..왜~~??"
" 괜찮다..괜찮아..아무렇지 않다.."
집으로 들어가서 여행에서 돌아온 이모내외한테는 가볍게 인사만 하고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내 방으로 가서 눈물도 안 나오는
슬픔으로 ,,,,성숙해지고 있었다.
첫댓글 한편의 소설을 읽는것 같네요.
마음가는대로님의 우는 모습을 보니 울다가 웃음 나와요
넘 잼나면서 슬퍼요
정말 슬픈 소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