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 가렵고 심하면 진물에 피딱지가 앉는 아토피 피부염. 오래가고 치료가 쉽지 않은 질환이라 고통을 겪는 이들이 많다. 아토피 피부염은 의학적 치료도 중요하지만 생활습관을 통한 증상의 완화와 예방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토피를 떨쳐버리기 위한 생활수칙 ABC.
◆손톱 짧게 깎고 잘 때는 장갑을
아토피 피부염은 유아 또는 소아기에 주로 시작되는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가려움증과 피부건조증, 습진 등을 동반한다. 성인이 되면서 증상이 호전되지만 만성적으로 이어지거나 성인이 된 후 재발하는 경우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2008년 기준 인구 1만 명당 228명, 이 중 52.6%가 10세 미만의 어린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토피 피부염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나타나는 증상도 다양해 전문의들은 환경적인 요인, 유전적 요인, 면역학적 반응, 피부 보호막의 이상 등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탓에 긁다 보면 피부가 상하고 가려움증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십상. 특히 스스로 행동을 제어하기 어려운 어린이라면 말 그대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 쉽다. 손톱은 되도록 짧게 깎아주고 손이 얼굴로 가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잘 때는 장갑을 끼워 무의식중에 긁지 않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새 옷은 빨아 입고 집 안 깨끗이
목욕에 대해서는 전문의나 학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최근에는 자주 하되 주의사항을 지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추세다. 목욕은 미지근한 물에서 20분 정도하는 것이 적당하며 비누는 지방 제거 기능이 적은 중성 또는 저자극성을 쓴다. 비누칠은 염증 부위를 피해서 하고 때를 미는 것은 금물. 땀을 제거하는 정도의 가벼운 샤워가 적당하다. 목욕 후 3분 이내, 물기가 완전히 마르기 전에 연고나 보습제를 발라줘야 하고 알코올 성분이 함유된 로션 제제는 피부의 수분을 증발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새 옷은 묻어 있는 화학 성분을 없애기 위해 먼저 빨아 입고 세탁 시 표백제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모직이나 합성섬유는 피하고 땀 흡수가 잘되는 면 제품을, 몸에 꼭 끼지 않도록 헐렁하게 입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집 안 환경도 중요하다. 집 먼지 진드기가 서식하기 쉬운 카펫, 인형, 털 이불, 커튼 등을 치우고 침대보다는 온돌 바닥에서 자는 것이 좋다. 온도 변화가 심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집 안 습도는 50~60%를 유지하는 게 도움이 된다.
◆한방으로 아토피 피부염 잡는다
한방에서는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을 폐 기능의 저하에서 찾기도 한다. 서효석<사진> 편강한의원 원장은 "폐는 피부를 주관하고 대장과는 형제장부(兄弟臟腑)라는 것이 한의학 고전의 공통된 가르침"이라며 "인체에서 노폐물을 배출하는 기관인 폐, 피부, 대장 중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폐"라고 설명했다. 즉 폐의 기능이 완전해야 몸속 노폐물을 말끔히 배출할 수 있다는 것.
서 원장은 "몸 안의 나쁜 것이 빠져나가지 않으면 피부 밑에 노폐물과 독소물질이 쌓이고 이런 열독이 쌓여 아토피를 유발한다"며 "이런 이유로 아토피 치료와 예방을 위해서는 폐 기능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또 "폐 기능을 높여 원기가 충실해지면 면역력과 자가 치유 능력도 좋아지기 마련"이라며 "이와 함께 땀구멍과 털구멍을 열어 땀을 흠뻑 흘려주는 것이 아토피를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치료는 한약 처방과 침 치료를 함께 진행한다. 치료 초기에는 일시적으로 증상이 더 심해지는 명현(瞑眩)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일정기간 치료를 계속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치료 초기, 증상이 심해지는 것은 피부염을 유발하는 열독이 빠져나오는 통로를 만드는 과정"이란 게 서 원장의 설명이다.
Tip. 아토피 피부염 체크리스트
―얼굴에 각질이 생기거나 피부가 빨갛게 돋아난다.
―목 주위가 붉어지고 각질이 자주 생긴다.
―겨드랑이, 무릎 등 접히는 부위 피부가 거칠고 가렵다.
―자는 동안 가려움증을 느껴 자주 긁는다.
―특정 음식을 먹은 뒤 몸이 가렵거나 이상 증세가 있다.
―천식, 비염, 결막염 등 알레르기 질환이 있다.
―가족 중 아토피를 앓았거나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이 있다.
―땀이 나면 피부가 가렵거나 따갑다.
―수영을 하고 나면 피부가 가렵거나 따갑다.
※ 위 증상 중 다섯 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아토피 피부염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글=이경석 기자ㅣ일러스트=배진성
도움말=서효석 편강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