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11. 07;00
달포 전 예초기 소리 요란하더니 담장을 타고 자라던 넝쿨이 몽땅 잘렸다.
외래종인 가시박과 치열한 전쟁을 벌이던 계요등 넝쿨도 싹둑 잘려 담장
사이로 휑하고 처참한 모습을 보여줬다.
금년엔 계요등(鷄尿藤)꽃을 보지 못하고 지나가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뜻밖에 담장너머로 계요등 한줄기가 살아나 요염한 꽃을 피우고 비릿한
닭의 오줌냄새가 사방에 퍼진다.
너무 반가워 집에 들어가 카메라를 가지고 나온다.
작년엔 너무 무성해 꽃을 선택하기가 어려웠는데, 금년엔 한줄기만
꽃이 핀 덕분에 선택의 여지가 없이 그냥 편하게 포커스를 맞춘다.
07;30
백로(白露)가 지나자 산길은 많은 이슬이 내려 축축해졌다.
간밤의 과음으로 약간의 숙취를 느끼며 이슬 젖은 산길을 걷는다.
약간 느슨해진 방역수칙으로 6명이 앉아 넋두리를 늘어놓다보니
탁자 한구석에 빈병이 쌓이기 시작하고 살짝 취기가 돌때까지 마셨다.
모처럼 취해 늘어지게 잠을 잔 덕분에 산책시간이 평소보다 한 시간 늦었다.
매미소리 사라진 산속에 까치들이 시끄럽다.
어디선가 도토리 한 알이 날아와 머리 위를 때리고 산까치 종류인 '어치'가
비명을 지른다.
갑자기 나무 위가 부산해지며 분위기가 수상해지더니 어치의 영역에 '물까치'
서너 마리가 몰려와 '어치'를 공격한다.
여기는 물가와 조금 멀어 어치의 영역인데, 망월천에서 놀던 '물까치'가 떼로
몰려와 영역을 넓히는 모양이다.
산까치인 어치는 배와 날개부분에 노란색 또는 연한 주황색이 보이는데 반해
물까치는 머리가 검고 몸통은 연한 하늘색으로 치장을 한 멋진 새다.
우리나라 고유의 새로 주로 물가에 사는 물까치가 산속까지 몰려왔으니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서대문 안산(鞍山)에서 떼로 몰려다니던 물까치를 보며 참 예쁘다고 느꼈는데,
오늘은 어치의 영역에 들어와 공방(攻防)을 벌이는 풍경을 보여준다.
예전에는 까치가 길조(吉鳥)로 대접을 받았다.
은행 합병 전 주택은행의 심벌(symbol)은 무지개였고, 국민은행의 심벌은
까치였는데 언젠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아마도 까치가 길조로 대접받다가 유해조수로 판정이 바뀌자 사라진 모양이다.
까치가 새벽에 울면 기다리던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고,
저녁에 울면 초상(初喪)이 생기는 등 안 좋은 일이 생긴다할 정도로 까치는
영리하다.
공직에서 은퇴 후 과수원에 기거하시던 아버지는 까치를 싫어하셨기에
까치를 쫓는 공기총을 장만하고 세퍼드종인 견공 '케리'를 기르셨다.
사과와 배가 익어갈 무렵 까치가 부리로 쪼아서 상처를 내면 벌레가 생기고,
그 과일은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사라져 과일 담금주용으로 항아리에 던져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까치는 네 종류다.
몸통이 시커멓고 흰 색이 일부 있는 '까치',
약간 주황색기가 도는 몸통과 도토리를 별도로 담을 수 있는 먹이주머니를
가진 '어치'와
물가에 살기를 좋아하는 '물까치'는 참새목 까마귀과에 속하고,
참새와 비슷한 '때까치'는 참새목 때까치과에 속하기에 까치가 아닌데도
까치로 대접을 받는다.
까치는 조금 사납고 심술이 많다.
까치가 다른 새끼들을 물어 죽이는 사례가 빈번한데 물까치는 이웃과
공동육아를 하며, 동료들에게 자진해서 먹이를 나눠주기도 한다.
목숨을 구해준 사람에게 은혜를 갚고 죽은 까치의 보은설화도 있지만
최근 호주에선 까치에게 공격당한 어린 아기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가 나면 사람에게 마구 대들고 쪼아대기도 하는 까치 때문에 산에서는
모자를 쓰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산까치야 산까치야 어디로 날아가니~~
네가 울면 우리 님이 오신다는데
너마저 울다 지친 저 산 너머 날아 가면은
우리 님은 언제 오나
너라도 내 곁에 있어다오♬
해병대에 지원하였다가 떨어지던 날 내가 탄 버스 안에서 들렸던 노래,
1972년 최안순의 히트곡 '산까치야♬ ~'를 입으로 흥얼거리는 아침이다.
2021. 9. 11.
석천 흥만 졸필
첫댓글 까치도 종류가 먾구나?
네종류인데
엄연히 따지면 세종류
까치 물까치 어치ㅡ셋
때까치는 참새 종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