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고난, 지혜·불굴의 의지로 극복하라-패러글라이딩과 전략의 요소

[이종일529]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오월의 첫날이다. 푸름 가득한 산야에서 센바람을 등지고 패러글라이딩에 눈길을 돌려본다.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정신적·물리적·지리적 요소들을극복해야 한다.
 
 
군주나 최고 지휘관은 전쟁 목적·수단에 따라 준비
 
■ 전략 및 전략의 요소
 
제3편 전략일반은 전략의 요소인 정신적·물리적 요소와 수학적·통계적 요소인 기하학적 요소에 대한 설명이다. 1장 전략에서는 2편 1장에서 밝힌 ‘전략은 전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투를 사용하는 것이다.’를 다시 한 번 언급했다. 즉 전략은 전쟁계획을 세워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련의 행위를 목표와 연결시키는 것이다. 여기에서 군주나 최고 지휘관은 전쟁의 목적과 수단에 따라 전쟁을 정확하게 준비하면서 반드시 해야 할 임무만 수행함으로써 자신의 천재성을 증명해 낸다고 했다.
 
그 사례로 프리드리히 대왕의 7년 전쟁(1756∼1763) 기간 중 로이텐 전투에 이어 오늘날 폴란드 리그니츠에서 수행했던 1760년 전투과정 사례를 들었다. 여기에서 프리드리히는 놀라운 자제력으로 우세한 오스트리아군에 맞서 적은 희생으로 균형을 유지했다. 그 후 프리드리히는 술레지엔에 대한 영유권과 유럽 강대국으로서 지위를 굳혔다.
 
2장 전략의 요소에서는 정신적 특성과 활동의 정신적 요소, 전투력 규모와 편성 등 물리적 요소, 집중과 분산 이동 등 수학적 요소 등 5가지를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3편의 전반적인 구성을 살펴보면 정신적 요소는 3∼7장, 물리적 요소는 8∼14장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수학적·지리적·통계적 요소는 거의 언급이 되지 않았다. 이것으로 볼 때 3편 전략일반은 퇴고(推敲)되지 않은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클라우제비츠가 언급한 전략의 요소는 패러글라이딩에서 정신력을 비롯한 낙하산의 물리적 요소, 기상 등 기하학적 요소와 연계된다.
 
 
1510년 경 레오나르드 다빈치가 고안한 낙하산이 가장 앞선 모델
 
■ 패러글라이딩
 
패러글라이딩은(para gliding)은 낙하산(parachute)과 비행(gliding)의 합성어다. 별도의 동력 장치 없이 바람에 몸을 싣고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어 남녀노소가 쉽게 즐길 수 있는 항공 스포츠다. 장비의 중량이 10kg 정도로 가벼운 데다가 기체 조작이 간편하다.
 
이를 즐길 수 있는 장소는 25∼39도 정도의 경사가 있고 풍속이 10∼15km의 맞바람이 부는 곳이어야 한다. 이륙 장소는 나무나 바위 등의 장애물이 없어야 하고 충분히 뛸 수 있도록 평탄해야 한다. 코스는 기본 활공으로부터 시작해 상승기류를 타거나 역동적인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패러글라이딩의 고정날개 모양은 1891년, 삼각연 모양은 1950년대 고안됐다. 1960년대 중반 NASA에서 스카이다이빙용으로 개발한 것을, 1984년 프랑스 한 산악인이 산 정상에서 하산용으로 사용했다. 우리나라에는 1986년 9월 15일, 관악산에서 소개됐다.
 
한편, 수 십 억년의 인류 역사는 땅과 바다의 전쟁 기술로 진화돼 왔다. 가장 앞선 패러글라이딩 모델은 레오나르드 다빈치가 1510년 경 고안한 날개와 천을 이용한 낙하산이다.
 
 
박정헌, 기류·혹한 등 난관 극복 히말라야 2,400km를 날다
 
■ 오다 노부나가와 이카루스의 꿈
 
패러글라이딩은 중간 목표를 경유하기 보다는 최종 목표에 직접 도달하는 성격이 짙다. 16세기 초 일본 패권을 놓고 경쟁하던 두 장수가 있었는데, 목적을 이루는 전략은 차이가 있었다.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는 지금의 나고야에서 권력의 중심지 교토까지 일직선을 긋고 그 선 위에 놓인 영주국들 하고만 싸웠다. 선 위에 놓인 곳 이외의 세력과는 싸움을 피하고 제휴(提携)했다. 즉 전쟁 목적 달성을 위해 꼭 필요한 목표만 전투력을 투입해 달성했다. 반면 다케다 신겐(武田信玄)은 도쿄 근처 야마나시현에서 세를 모을 때 주변의 모든 영주국을 쳐서 복속(復屬)시켜 영토를 확장해 나갔다.
 
한편 패러글라이딩으로 히말라야 2,400km를 가로 날았던 박정헌의 ‘이카로스(Icarus)의 꿈’이 있다. 그는 2005년 촐라체 등반 중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 8개를 잃었다, 그럼에도 급변하는 기류와 희박한 공기, 혹한과 예측할 수 없는 불시착 등 수많은 난관을 극복했다.
 
이카로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다이달로스와 나우크라테의 아들이다. 다이달로스와 함께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붙여 하늘로 올랐다. 그런데 이카로스는 더 높이 올라 태양열에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버려 에게 해에 떨어져 죽었다.
 
이 신화에서 비롯된 ‘이카로스의 날개(꿈)’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동경을 상징한다. 전쟁과 삶에는 온갖 어려움이 있다. 이때 오다 노부나가의 지혜나 박정헌의 불굴의 의지를 생각하면서 패러글라이딩으로 보다 높은 꿈을 키우자.
 
<오홍국 군사편찬연구소 연구관·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