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여 전쯤에.,...
친정 어머니를 구정때 뵙고 만났으니 실로 오랫만임에도 어머니와 나는 3미터 간격에서
서로 마스크를 뒤집어 쓴 채 올빼미처럼 눈만 반짝이며 그리워하다 헤어졌다.
코로나 초창기때도 그러하였지만
옛날에 한센병에 걸리면 철저히 격리되어야만 했는데...
문둥병도 아니건만 자녀사랑이 지나치다 싶어 서운함도 있었고
헤어진 후 나도 울며 나왔는데
버스 잘 탔냐며 전화하시는 어머니도 울먹이셨다
너 보내놓고 한참을 우셨다며...
당시 .
문득 문둥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해와 하늘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는...
사연인즉슨,
어머니가 어디선지 독감이 걸려 음성이 안좋았는데 몸살에 기침을 연달아 하시는데
첫날부터 독한 감기약을 드셔도 차도가 없이 감기 증세는 시간이 갈수록 나날이 심해지셨다.
배즙 도라지즙 과일 음식등 계속 택배에 배달을 해드렸어도 전혀 차도가 없자
가래 기침에 좋은 재료를 직접 보고 사서 다리는 것이 낫겠지 싶어
재래시장에서 가서 다려드실 재료를 사다가 붙였건만 아프신 몸으로 힘드실거 같아
택배 부친날 밤에 다시 재료를 사다가 밤새 다렸다. (대추, 배, 무우, 양파, 약도라지, 생강, 마늘)
아무래도 직접 병원도 모시고 가고 정성들여 다려 드리는 것이 낫겠지...싶어 밤새 다리고 다려 패트병 두 병을 갖고
새벽부터 출발해서 지하철타고 시외버스 타고
과일, 음식등등을 사서 친정 집 앞에서 전화를 드렸다
" 엄마..나...친구네...장례식있다해서...어제 밤에 뭘 다렸는데 엄마 드릴려고 잠깐 들렸으니
엄마...현관문 잠시 열어주세요..이것만 들여놓고 갈려고요.."
일부러 몇 시간 걸려 달려 갔음에도
가끔씩 이렇게 하얀 거짓말을 해야만 한다. 워낙 예민하시고 자녀가 당신위해 고생할까 염려가 크신 까닭이다.
집에 올라가니 현관문이 열려있고 어머니가 마스크를 쓴 채로 방문을 살짝 열고 그 틈으로 나를 바라보며
얼른 나가라고 손짓하는데
그날 날이 추워 바람이 차가웠으므로 나는 얼른 문 닫으시라고....냉장고에 음식좀 집어 넣고 간다고
주방에서 왔다갔다 하니 어머니는 그냥 두고 얼른 나가라고 하셔서 용돈 탁자위에 좀 올려놓고
쫒겨나다시피 나왔는데
엄마가 바로 따라 나오셔서 아래층에 내려온 나를 향해 계단에서 손흔드는데 어머니 눈 주변이 불긋불긋 해서
내 생각에는 기침이 심하더니 열이 오르고 있는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어머니는 손만 따뜻하지 열은 없다면서
손만 만져보겠다고 엄마 앞으로 발걸음을 떼니
엄마가 가까이 오지 말라고.............어찌나 손을 내 젓던지......
어머니의 그 모습은 큰 전염병이라도 걸린 듯한 자세였는데
행여나 딸이 이런 독감에 걸려 이런 고생을 시키고 싶지 않은 어머니의 마음이셨는데
그 심정을 이해는 하지만 서운도 했다
나는 사실 감기 잘 안 걸리고 걸려도 쉽게 낫기 때문에 아무 걱정 없고 엄마감기가
너무너무 걱정이 클 뿐인데 내 심정도 모르니 말이다
이랬던 어머니를 놓고 오는 심정은 꼭 어린아이 물가에 내 놓은 심정 같았고 엄마 얼굴을 보니 열이 닳아오른듯
하였는데 자식걱정을 더 하시는 어머니로 인해 병원은 커녕 접근도 못하고 오는 심정이 참으로 무겁기만 했다
이튿날 병원 다시 가보셔야 할것 같다고
사정사정했더니 다시 병원을 찾아 액스례이등등을 찍으셨다하고 그 뒤로도 고생 엄청 하셨지만
자녀 접근금지....자녀들이 많아도 어머니 옆에 누구하나 갈수가 없었다...
홈캠보면 애간장이 탔다. 기침 소리에 가승이 철렁철렁....
그렇게
거의 한달여를 혼자 밥해 드시며 심히 앓으셨는데...
몇일 전부터 ...기침도 가래도 멈추셨다더니 노인대학도 가셨었다더니
이틀전에는 세월가는 줄 몰랐는데 어느새 개나리 진달래도 피었더라며 텃밭에도 손을 좀 보셨다하고...
오늘은 은행가셔서 축의금도 듬뿍 보내주시면서 여직원에게 이 못난 딸을
자랑자랑 했다고 한다
" 우리 효자둥이 딸이...자녀 결혼시켜서 축의금 보내는 거에요" 하고 ^^
작은 정성에도 감동하시는 어머니는 이 딸이 조금만 뭘 해드려도 감동해서 효자둥이가 입에 배셨다
봄은 봄이다..
죽었던 대지에도 앞다투어 푸르러가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봄.,.,.,.,.,.,.,.,.,.,.,.,.,.,
"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라던 스피노자의 말이 살아갈수록
더욱 실감을 하곤 한다..
자연은 위대한 성경이라고도 하고
"노인은 작은 도서관이다 ..노인 한 사람이 죽는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말을
가끔 생각해보곤 한다.
바람앞의 등잔같은 어머니가 오뚜기처럼 일어서는 모습에서....삶의 희망도 생기고 의욕도 열정도 배우며
노후에도 절대 주저앉지 않고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생각하곤 한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항상 봄처럼 꿈을 꾸어라 는 어느 시처럼
늘 봄처럼 꿈꾸고 새로워져야겠음을 ~~
첫댓글 어머님이 늘빛님의 정성으로
다 나으셧네요
효녀 맞네요 맞아^&
조은하루요^^
^^
누구나 저같은 입장에 처하면
저절로 그럴게 될거에요.,^^
홀로계신 노쇠한 어머니가 그토록
고생하는 모습을 본다면...
애간장이 타니깐요.~~
여튼 이번에 겪어보니 요즘 코로나보다는
이 독감이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독하니까
조심들 해야겠어요..
이 좋은 봄날에 건축이야기님도
즐건 주말 보내시길요..!!
어머님이 심한 감기에서 완쾌되셨다니 한시름 놓았겠습니다.
늘빛님이 늘빛인지 늘봄인지 햇갈립니다.
늘 빛이라,
늘 봄이라.
언제나 따스한 이름입니다.
네.이번 독감은 참으로 길었고요
독감독감해도 이렇게 감기가 독할줄은
몰랐네요
늘 봄도 좋은 이름이네요
늘 봄같은 사람이면 좋겠구나 싶네요^^
자카님도 좋은 봄날 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