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비 산악회 2017, 해파랑길 2,000리-서시
명사십리(明沙十里)구나 할 정도로 긴긴 모래밭을 걸었다.
그 끝에 누런 바윗돌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주상절리 같은 바윗돌들의 엉킴이었는데, 그 틈새에 작은 생명이 하나 있었다.
작은 소나무 한 그루였다.
몇 해를 살았는지 그 햇수는 내 알 수 없었고, 또 알 바도 아니었다.
척박한 바윗돌 그 틈새에서 그저 살아있다는 생명력을 느껴보는 것으로도 충분한 감동이었기 때문이다.
길 건너로 이렇게 쓴 석비 하나를 보면서 걷기도 했다.
‘勤勉 自助 協同’
그 석비 아래로 ‘새마을’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지난날의 새마을 운동의 흔적임을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홀로서기 그리고 어깨동무’라는 우리 집 가훈을 연상했고, ‘도전 집념 조화’라는 내 지금 삶의 모토까지 연상했다.
널찍한 광장에 널어 말리는 무지하게 큰 어망 옆을 걸어 지났다.
그 어망에 엉켜 붙은 잡티들을 봤다.
그 잡티 붙은 어망으로 고기잡이를 해야 하는 어민들의 구슬땀이 눈에 훤히 보이는 듯했다.
해파랑길을 걷는 길목 길목에 마주치는 풍경들을 보면서, 내 또 문득 떠올린 노래가 한 곡 있었다.
내 지나온 인생길이 그 풍경과 함께 하는 것 같았고, 앞으로 내 갈 인생길도 그러려니 싶었다.
문득 생각에 곧장 실행이라고, 그 생각 난 노래를 불렀다.
윤동주가 쓴 시에, 조영남이 곡을 붙인 ‘서시’라는 노래였다.
내 이리 불렀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