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이란 뭘까요?
《논문 작성을 위한 스터디 독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서평에 대해 정의합니다. “서평이란 책을 소개하고 책에 대하여 평가하는 글이다.” 즉, 서평은 ‘책에 관한 해설과 평가를 담은 글입니다. 소감과 느낌도 포함되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전문적인 글쓰기입니다. 서울대는 독후감보다는 서평 쓰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서평에는 모두 4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소개 서평입니다. 특정 책에 대한 홍보나 소개로서 예스24 등에 실린 출판사 서평이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다음에 해설 서평이 있습니다. 해설 서평은 간단한 비평도 포함되지만 해설에 주목적이 있습니다. 해설 서평을 쓰는 사람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일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쟁점 서평이란 게 있습니다. 쟁점 서평은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고 논쟁을 야기하는 서평입니다. 싸움, 지적 대결을 위한 서평이라고 할 수 있죠. 역시 전문가들이 쓰는데 독자들은 일반인이라기보다는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다른 전문가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특정 주제에 대한 관련 문헌들을 여럿 수집하여 전문적으로 인용하며 쓰는 주제 서평이 있습니다. 이 주제 서평이 발전하면 논문이 됩니다.
학생들은 주로 독서 감상문을 많이들 써보았을 텐데
서평과 독서감상문은 어떻게 다를까요?
서평과 독서 감상문은 독후 활동이라는 점, 책의 내용과 필자의 견해가 제시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서평이 설득을 위한 비평문이라는 점과 독서 감상문은 자기표현을 위한 감상문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서평은 남을 만족시키는 글이고 독서 감상문은 자기만족을 위한 글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서평은 어떻게 써야 할까요?
서평도 다른 논리적인 글쓰기처럼 서론-본론-결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론에서는 독자를 반드시 선정해야 합니다. 소개 서평의 경우 인터넷 서점의 이용자일 것이고 기사일 경우는 신문 구독자일 것입니다. 주제 서평은 학술적인 직업에 종사하는 연구자일 가능성이 높고 쟁점 서평의 독자들은 그 주제에 관심이 많은 전문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론에서 내가 이 책을 왜 골라 서평을 쓰게 됐는지 계기를 씁니다. 본론에서는 도서 내용을 전달하는데 서평에서 내용 요약은 독서감상문보다 더 정교해야 합니다. 이 본문은 본격적인 책 내용 언급입니다. 인상적인 내용을 중요부분 인용하면서 자연스럽게 결론의 주제 부분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결론은 자신의 생각, 견해, 느낌, 의견 등으로 마무리해야 하는데 가장 좋은 것은 책에 대한 자신만의 평가가 담기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고등학생들은 이를 가장 어렵게 생각합니다.
《데미안》을 읽고 한 남학생이 쓴 서평의 마지막 문단입니다.
“이 책의 내용도 익히 알고 있었고, 주장하는 바도 잘 알고 있었지만 직접 읽어 보니 또 다른 깨달음도 많았다. 역시 책도 인생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직접 읽어 보지 않고, 살아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다. 2년 전의 내가 지금 같은 길을 걷고 있을지 상상하지 못했고, 이 책이 나에게 이렇게 고마운 조언들을 해 줄지 생각하지 못했다. 사는 일에 대해서, 삶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은 친구들이 꼭 읽어 보면 좋겠다.”
이 학생처럼 대부분 학생들은 유명 작가의 책일수록 서평의 끝을 칭찬으로 마무리합니다. 《데미안》은 그중에서도 좋은 책이고 헤세는 워낙 뛰어난 작가이기 때문에 당연히 칭찬으로 끝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작가와 작품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 한 문장 정도 언급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평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래서 책을 읽을 때가 중요합니다. 긍정적인 측면뿐 아니라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으로 볼 부분을 반드시 찾아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부분을 언급하면서 균형 잡힌 서평을 쓸 수 있습니다. 《데미안》에 대해서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으로 볼 부분은 이 책이 청소년이 읽기에는 부적절한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학생이 친구의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점은 한국과 독일의 도덕관념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비판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서평 쓰기에는 많은 교육적 효과들이 있습니다.
1. 자기주도적인 독서 습관을 통해 자신의 읽기 경험을 구체화, 정교화할 수 있습니다.
2. 책 속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대학 공부에도 아주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3. 텍스트 자체의 즐거움을 통해 배경지식을 쌓고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배움의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4. 삶과 세계를 창의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창의성은 책을 읽고 자신의 프레임으로 새롭게 해석할 때 생기는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5. 도서에 대한 정보와 평가 및 해설을 전달하면서 독자들, 주로 친구들에게 독서의 동기를 신장시킬 수 있습니다. 배워서 남 주는 즐거움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요.
책 내용 요약보다 자신에게 미친 영향이 중요
진부한 말이지만 입시에서는 지피지기라면 백전백승이라는 만고의 진리가 있습니다. 특히 학종에서 지피지기가 중요합니다. 목표로 하는 대학이 있다면 일단 그 대학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서울대에 가고 싶으면 누구보다 서울대 교수들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서울대는 자소서 4번 독서 활동 파트에서 어떤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있을까요? 서울대는 2005년 권장도서 목록을 발표하고 서울대 교수들이 직접 쓴 권장도서 해제집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서문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눈길을 끕니다.
“우선, 왜 이 책을 선정하였으며, 왜 다른 책에 우선하여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설명하고, 책의 핵심 내용에 대해 소개하였다. 더불어 시중에 나와 있는 판본, 개작, 번역자 등에 대한 안내도 곁들였다. 또한 해당 분야와 해당 작가의 다른 저서들을 추가로 소개함으로써 선정된 권장도서 이외에도 나중에 학생들이 읽기를 희망하는 내용도 덧붙였다.”
서울대 교수들이 서평 혹은 해제를 쓸 때 빼놓지 않는 것이 바로 왜 이 책을 골랐는지 그 선정 이유입니다.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김경범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자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3권을 쓰라는 문항의 의도에 대해 질문을 받고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책 선정 이유를 쓰라고 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학생들이 저 책을 왜 선정했을까?’, ‘왜 이 책을 가지고 공부했을까?’다. 학생들은 거의 전부가 자소서에 책의 내용을 쓴다. ‘이 책을 왜 골랐니?’를 물었는데 ‘저는 이 책을 읽은 게 확실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책의 줄거리를 쓴다. 질문과 대답이 서로 엇갈린 거다. 말 그대로 영향을 준 부분이 궁금한 것이다. (사정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회를 날려버리는 거다. 학생이 왜 이 책을 읽었는지가 중요하다.”
이미 서울대 자소서 항목 밑에는 “‘선정 이유’는 단순한 내용 요약이나 감상이 아니라, 읽게 된 계기, 책에 대한 평가, 자신에게 준 영향을 중심으로 기술”하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김 교수 말에 따르면 극단적으로 말하면 줄거리와 내용을 쓰지 않아도 좋으니 자신에게 미친 영향 중심으로 쓰라는 주문입니다. 그 영향이 반드시 자신이 전공을 선택한 계기가 될 필요는 없지만 3권 중에서 1권 정도는 학과를 선택한 이유로 쓰는 것이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