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음 소희' 영화를 보고 있다. 영화의 내용은 통신사 한 곳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현재진행형이다. 정부는 현장실습에서 저임금과 장시간의 노동력을 강요당하고 안전소홀과 폭언, 폭행으로 실업계고 학생들이 자살하거나 어이없는 죽음을 당하자
'실업계고 조기취업 현장실습제'를 폐지하기로 한다.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세대, 그 세대에게 가해지는 가차 없는 폭력과 착취, 약자가 약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작금의 현실. 사람이 일을 하다 죽는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 살 만한 세상이 아니지 않는가!
2. 영화를 본 순간, 깜짝 놀랐다. 상담원 너머의 고객이 나였기 때문이다. 처음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한 달이 지난 후, 청구서를 받았다. 구매할 때의 월정액이 아니었다. 콜센타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담당부서가 아니라며 여기, 저기로 전화를 돌렸다. 그때마다 전화 건 용건을 설명해야 했다. 통신사는 내가 잘못 알고 있다며 청구금액이 옳다고 했다. 그 후, 스마트폰 기기의 할부기간이 끝났는데도 요금은 그대로였다. 전화를 걸었다. 통신요금이 줄지 않는 이유를 그들이 설명해 주었다.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해지를 요구했다. 상담원은 지금 해지를 하게 되면 내가 받게 될 불이익을 알려주었고, 그에 앞서 해지보다는 다른 상품구매를 제안했다. 나는 화를 냈다. 팀장이라는 사람이 전화을 대신 받았다. 결국 해지를 하지 못했다.
3. 소희는 특성화고교를 다니는 학생이다. 춤추는 것을 좋아하고, 친구의 먹방알바를 비하하는 사람에게 주먹을 날리기도 한다. 졸업을 앞두고 담임은 대기업의 사무직이라며 소희를 실습 보낸다. 제자를 통신사에 보내고 자신은 이중계약서로 이득을 취한다. 그 곳은 대기업 통신사의 하청에 하청을 받은 콜센타이고, 소희는 콜센타의 '해지방어팀' 직원이다. 인터넷이나 휴대폰 등의 계약해지를 요청하는 고객을 상대로 어떻게든 해지를 막는 일이다. 대놓고 욕하고, 막말하고, 성희롱을 하는 고객들에게 어떠한 감정도 가져선 안 되고 회사의 고객응대 매뉴얼대로 해야 한다. 고등학생이 하기에는 벅찬 일이다.
4. 콜센타는 매달 목표액을 정해 놓고 실습생들을 프로직원처럼 일하게 한다. 소희는 매일 야근이다. 통신사는 알고 있다. 정해진 목표는 달성하기 힘든 수치이고, 회사가 실습생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것을. 소희에게 계속 성희롱을 해대는 진상고객의 전화을 이어받아 한바탕 싸움을 벌인 팀장이 그날 자신의 차에서 목숨을 끊는다. 윗선에 이러한 불합리한 내용을 시정해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서. 그 팀장도 실습생들에겐 가해자였다. 새로 온 여자관리자는 실습생들을 노련하게 다룬다. 채찍과 당근으로 폭력을 가한다. 합법적으로 실습생들을 착취한다. 대기업은 이런 가스라이팅이 심한 사람을 표면으로 내세운다.
5. 나는 실업계고교를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한 적이 있다. 하루는 담당 대리가 수신고를 올려야 하니 신규 예, 적금을 다섯 구좌 이상 받아오라고 했다. 가족과 친구들로 주어진 양은 채웠지만, 첫 월급은 그 할당된 불입금으로 고스란히 나갔다. 얼마 전, 목돈을 단기간 맡길 일이 생겨 은행에 갔더니, 직원이 더 높은 이율을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예금을 권유하며 절차를 도와주었다. 창구에선 가입할 수 없는 종목이었다. 그리곤 추천인에 자신의 이름을 써 달라고 요청했다. 한술 더 떠 청약통장을 만들라고 했다. 2만원을 불입하고 두어 달 후, 해지해도 된다며 부탁을 하는데 간절함이 느껴졌다. 나이가 들어보였다. 비정규직이구나 생각하며 통장을 만들었다. 아직도 수십 년 전의 관행이 계속되고 있음을 느꼈다.
6. 소희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죽고 싶을 만큼 일이 힘들어도 참는다. 받아든 급여명세서는 근로계서와 딴판이다. 인센티브는 3개월이 지나야 받을 수 있고, 급여는 고작 80만원이다. 그나마 인센티브는 소희가 회사를 그만두면 받을 수 없다. 회사는 실습생이라는 명목으로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 인센티브로 동기유발을 하고, 보험개념으로 지급을 미룬다. 소희는 새로 온 팀장에게 급여명세서를 내밀며 대들다가 3일간의 징계를 받는다. 담임은 소희가 실습생으로서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회사에서 징계를 받게 되자 그 탓을 소희에게 돌린다. 협박까지 한다. 후배들의 취업은 네 행동에 달렸다고. 나는 너를 믿는다고. 소희는 담임을 만나고 난 후, 절망한다. 이미 죽음의 그림자가 소희를 따라붙고 있다. 소희는 마지막 손길을 부모에게 내민다.
" 엄마, 나 지금 일, 그만두면 안 될까?"
" 대기업을 아무나 들어가니? 그 좋은 곳을 왜 나와 ?"
부모는 소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소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소희가 춤추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가족들일수록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 소희는 너무 일찍 철이 든 것 같다. 부모를 안심시킨다.
7. 눈발이 날린다. 한겨울, 슬리퍼에 맨발인 소희. 현재 처지를 대변하는 것 같다. 태준을 기다린다. 그도 소희와 같은 상황이다. 소희의 단짝친구로 함께 춤추며 밝게 웃던 태준도 택배회사를 다니며 늘어가는 과중한 일과 동료들의 폭언과 폭행으로 피폐해져 가고 있다. 자신의 아픔을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다. 태준은 오지 못한다. 소희는 천천히 강으로 걸어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기계의 부품에 불과하다. 이성과 감정을 지닌 실존의 존재가 아니다. 남은 자들은 동료가 죽어도 개의치 않고 일을 한다.
8. 회사는 소희의 죽음에 아무런 연관이 없다면 큰소리친다. 모든 것은 규정대로였고, 죽음은 본인의 탓이라고. 애초부터 문제학생이었다고. 학교도 교육청도 실습생의 죽음을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돌린다. '어쩔 수 없었다'고. 그들은 학생을 보호해야 할 위치에 있음에도 불고하고 그 죽음에 대해 눈곱만큼의 책임도 지려 하지 않는다. 전 팀장과 소희는 절망감으로 죽음을 택하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9. 우리는 힘든 일을 하고서도 그 가치을 인정받지 못해 억울한 약자와 노동자, 못 가진 자들과 젊은이들을 도와야 하지 않을까! 피해자들끼리의 연대가 필요하고, 정당한 분노는 표출되어야 할 것이다.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실제적인 움직임도 필요하리라.사회와 노동에 대한 우리의 인식전환이 우선이고, 그것이 뒤 배경이 되어야 한다. 그들에게 힘이 돼 주어야 한다. 이들은 지금, 일하다 죽어도 그만인 현실에 있다. 더 이상의 피해는 없어야 할 것이다. 이 상황이 변화돼야 하지 않겠는가!
첫댓글 수고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은 님, 수고하셨어요.
부지런히 쓰셔서 내년 쯤에는 수필집을 내셔야지요~~!!!!!!!!!!!!!!!!!!
감사합니다만,
수필집은 내지 않습니다.
수고했어요. 잘 읽었습니다.
시은
잘 읽었어요.
수고 많이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