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의 서시 평설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호연지기를 가진 사내의 위대한 포부를 가져 보려 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사회를 만나 나의 의중과는 다른 선택에 강요당했던 불운한 풍운아였다. 소리치고 싶어도 외치고 싶어도 진솔한 양심조차 거부당하는 영혼의 압제로 서글퍼했던, 나약한 생명은 가물거리는 잎새처럼 흔들리며 위태로움 속에 살면서 사랑을 노래했다. 작은 사랑조차 거부당하고 싶지 않았다. 표명되지 않아도 좋을 나만의 사랑은 그의 내면에 도도히 흐르고 있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들을 사랑"하고 싶어했다. 압제로 고통받고 있는 선민들 사이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저 도탄에 빠져 있는 사랑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고뇌하던 젊은 시인을 본다. 끝을 알 수 없는 슬픔을 지닌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길을 찾으려 했다. 체념하지 않고 의연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이 암울한 시대에도 할 수 있는 일은 서로 사랑하는 것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의 것들을 사랑하는 그것, 곧 나의 민족을 사랑하는 것이었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내가 특별히 이 압제받는 민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내게 주어진 운명을 숙고하며 담담히, 이성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내 심중의 진솔한 언어를 표출하여 백성을 위무하는 일이다. 모든 것들을 마음껏 사랑하고 싶었던 어떤 사내의 속살거림이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