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 8월 23일(수)*
▲추억의 밴드를 만나다.①
◾사랑과 평화
-관록의 열정과 도전
◀장미
*불꽃 밴드 2023.8
◀한동안 뜸했었지
◀그녀는 예뻤다
◼사랑과 평화✕정인
◀울고 싶어라.
◼사랑과 평화✕이남이
◀Dance, Dance,
Dance to the Funk
(제임스 브라운 원곡)
*백 투 더 뮤직, 2022
◉숲속의 바람이 며칠째
사라졌습니다.
바람이 사라졌다는 것은
공기의 흐름이 멈췄다는
이야기입니다.
며칠 동안 산행에서
바람을 만나지 못하면서
작은 잎사귀의 흔들림조차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산등성이에서 골짜기로
부는 곡풍(谷風)도,
골짜기에서 산등성이로 부는
산풍(山風)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산이 마치
푹푹 찌는 고요 속에
잠긴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여름이 끝나가는데도
늦더위가 이처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무더위의 정적을 깨는
매미 소리는 그래도
요란합니다.
살날이 며칠 남지 않은 매미가
짝을 구하기 위해 보내는
구애의 세레나데입니다.
6년의 세월을 유충으로 보내고
우화(羽化)해서 성충이 된
매미가 살 수 있는 날은
열흘 남짓입니다.
그 짧은 기간
무덥긴 하지만 짝을 찾아
세상에서 마지막 일을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라졌던 바람은
어제 오후 늦게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비를 부르는
바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견우직녀가 만나는
칠석(七夕)인 어제저녁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처서(處暑)인 오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락가락하던 비는
오전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질 모양입니다.
더위가 그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절기의 이름이
바로 처서(處暑) 입니다.
그래서 무더위를 식혀주는
이 비가 우선은 반갑습니다.
무더위를 식혀주는
‘처서 매직’인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처서에 내리는 비는
예로부터 농심(農心)을 우울하게
만드는 반갑지 않은 비입니다.
맑은 바람과 왕성한 햇살이
있어야 이삭이 패고
과일이 익을 때입니다.
이때 내리는 비는
달갑지 않은 손님일 수밖에
없습니다.
‘처서 비가 십 리 천 석을
감한다’는 이야기나
‘처서 비에 독 안의 쌀이 준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습니다.
이번 처서 비는 금요일까지
사흘 동안이나 길게,
많이 내린다고 합니다.
◉그래도 비가 그친 뒤
맑은 날이 계속돼서
농사에 큰 지장이 없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이번 비가
올해 유난스러운
무더위까지 가져가서
늦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지 않는다면
여름의 끝자락이
편안해질 것도 같습니다.
호미를 씻어 두고 농사일에서
한가해지는 농민들에게
‘어정칠월, 건들팔월’의
좋은 날들이 찾아오면
더욱 좋겠습니다.
◉오랜 기억 속에 남아있는
추억의 밴드들을 한 방송사가
불러 모았습니다.
모두가 전성기가 있었고
익숙한 히트곡들을 만들어낸
밴드들입니다.
일곱 개 팀을 불렀는데
모두 합쳐 284년 경력이라고
내세우는 것을 보니
수십 년 동안 활동해온
관록의 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방송사야 음악 예능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불꽃 밴드’란
타이틀을 달고 이들에게
경연도 시키고
순위도 매기고 합니다.
그렇지만 시청자에게는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추억의 밴드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즐겁고 기분 좋은
일입니다.
‘사랑과 평화’, 이치현과 벗님들‘,
’다섯 손가락‘, ‘부활‘ 그리고
전인권, 권인하, 김종서 밴드가 그들입니다.
◉그 가운데 가장 맏형격인
‘사랑과 평화’(Love & Peace)가
오늘 만나볼 밴드입니다.
1978년에 데뷔했으니
45년 차 밴드입니다.
M-net 레전드 아티스트에는
‘대한민국 대표 펑크 밴드’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펑크(Funk)는 1960년대 중반에
등장한 미국 흑인음악 장르의
하나입니다.
재즈와 소울 등에서 영향받은
이 음악은 끈적끈적한 리듬감을
특색으로 합니다.
그래서 우리말로는 ‘쫀득하다’,
영어로는 ‘Tight’라는 말로
특징짓는 음악입니다.
◉1970년대 미 8군 무대에서
‘활동하던 ‘서울 나그네’가
이 밴드의 전신입니다.
당시 DJ로 활동하던 이장희가
이들의 데뷔를 도왔습니다.
음악과 악기, 레코딩 기술 등에서
당시 시대를 앞서가던
실력 있는 이 밴드는 데뷔와 함께
‘한동안 뜸했었지’로 폭발적인
대중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21명의
멤버가 이 밴드를 거쳐 갔습니다.
그 가운데 네 명은
이미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데뷔 당시부터 지금까지
이 팀을 지키는 멤버로는 ‘
보컬과 퍼커션을 맡고 있는
우리 나이 일흔두 살의
이철호가 유일합니다.
1998년에 시작한 건반의
이권희가 두 번째 오래된 멤버로
나머지 멤버들은 그 이후에
참여했습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멈추지 않고 활동을 이어온
사랑과 평화에게 격려를 보내면서
그들의 ‘불꽃 밴드’ 무대를
‘만나봅니다.
1979년 2집에 담아 크게
히트한 노래 ’장미‘입니다.
이장희가 작사 작곡한 이 노래는
당시 이장희가 대미초 파동으로
나설 수 없어 아들인
이규형의 이름을 작사 작곡자로
올렸던 노래입니다.
흥겨운 디스코풍의 리듬을
멋지게 새로운 감각으로
펑키하게 소화해 내는
사랑과 평화의 연주와 보컬의
조화가 일품입니다.
퍼커션을 두드리며 노래하는
70대 이철호의 젊은 감각도
돋보입니다.
https://youtu.be/FlS68iVaWRw
◉사랑과 평화의 대표곡은
역시 데뷔곡으로 불렀던
‘한동안 뜸했었지’입니다.
그 시대 사람치고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곡입니다.
당시 가요순위 프로그램
3주 1위에 올랐던 노래입니다.
이 노래로 당시 사랑과 평화는
데뷔와 동시에 TBC 7대 가수,
KBS, MBC 10대 가수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 노래 역시 이장희가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멤버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반신반의했지만
역시 이장희의 천재적 음악 감각이
주효한 노래가 됐습니다.
이철호의 꽉 찬 보컬과
펑크 리듬을 제대로 살린
밴드 연주의 조화가 멋지게
맞아떨어집니다.
여기에 이철호의 무대 장악력이
돋보였던 무대이기도 합니다.
https://youtu.be/DeAlH6cWPj0
◉‘불꽃 밴드’에서 ‘사랑과 평화’의
세 번째 무대는 여성 파트너와의
컬레버레이션 무대입니다.
‘사랑과 평화’의 파트너는
소울 발라더 정인이었습니다.
이들이 선택한 노래는
박진영의 ‘그녀는 예뻤다.’였습니다.
박진영이 자신의 인생곡으로
내세울 만큼 좋아한다는 곡입니다.
사랑과 평화와 정인은
펑크와 소울의 환상적인 조화로
노래의 맛을 새롭게 살려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끌어냈습니다.
특히 비음이 섞인 끈적한
정인의 음색이 펑크 음악과
잘 맞는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스물여덟 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멋진 호흡을 보여준
이철규와 정인의 무대입니다.
https://youtu.be/8ONEINuI9b8
◉‘사랑과 평화’라는 밴드 이름은
베이스 연주를 맡았던
이남이가 제안해 채택됐습니다.
우리가 ‘울고 싶어라.’로
기억하는 바로 그 이남이입니다.
1988년 이남이는 ‘사랑과 평화’에서
베이스와 보컬을 맡아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 노래가 크게 히트한 뒤
이남이가 솔로로 나서
활동했기 때문에
이 노래가 원래
‘사랑과 평화’의 노래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남희는 솔로로 활동하면서도
종종 사랑과 평화와 함께
공연하기도 했습니다.
이남이는 2010년 폐암으로
63세에 세상을 떠납니다.
담배를 끊기가 어려우니
아예 담배를 배우지 말라‘는 것이
그의 유언이었다고 합니다.
2004년 콘서트 7080무대에 함께 선
이남이와 사랑과 평화가 부르는
’울고 싶어라‘입니다.
https://youtu.be/TY-zCtR597M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은
소울 음악의 대부이자
펑크 음악의 창시자입니다.
20세기 대중음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힙니다.
롤링스톤 지는 비틀즈와
밥 딜런에 이어 제임스 브라운을
세 번째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았습니다.
소울과 펑크의 대중화가
가장 크게 기여한 공으로 꼽힙니다.
‘Dance, Dance,
Dance to the Funk’는
제임스 브라운이 가장 춤추기
좋은 노래로 만든 펑크입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펑크그룹
사랑과 평화가 부르는
이 노래를 마지막 곡으로 듣습니다.
https://youtu.be/LgpwftzEtCs
◉’불꽃 밴드‘에 나선
노장 밴드들은
세월이 흘러
겉모습은 변했지만
여전히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도록 그들의 음악을
잘 가꾸어가고 있습니다.
한동안 뜸했지만
다시 만나고보니
반가운 그들입니다.
밴드음악을 부흥시키고
요즘 세대에 맞는 음악으로
MZ세대까지 공략해보겠다는
포부까지 내보이는 노장들입니다.
그들의 음악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과 도전정신에
격려와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