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의 얼룩 송아지
정석준 동리목월문학관 상주작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2021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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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월문학관에는 박목월의 동요집『초록별』(조선아동문화협회 발행, 1946년 10월)과『얼룩 송아지』(신구미디어 발행, 1993년 6월)를 소장하고 있다.
『초록별』은 목월이 맨 처음 발간한 동요집으로, 여기에는『얼룩 송아지』를 비롯하여 41편이 수록되어 있으며『얼룩 송아지』에는 그동안 발표된 목월의 동시를 대부분 수록하고 있으면서, 기존의 목월 동시집에 수록되지 않은 다수의 동시들을 발굴, 100편이 수록되어 있다.
(1절)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엄마 귀도 얼룩 귀 귀가 닮았네.
(2절)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울아기는 또록눈 엄마 닮았네.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엄마 소도 뚜룩 눈 눈이 닮았네. (얼룩 송아지)
공부가 하고 싶었지만 지낼 곳이 없어 고향으로 내려가야 할 형편이었다. 딱한 사정을 안 담임은 학교 온실에서 지내도록 해 주었다. 어린 목월은 온실 구석에 가마니를 깔고 요를 펴고 이불을 덮고 누웠는데, 온통 유리로 된 온실 천장으로 수많은 별들의 빛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세월이 흐른 뒤 아들 동규(서울대 국문학과 명예교수)에게 들려주곤 했는데, 아들이 물었다.
“가난이 서럽지 않던가요?”
“이놈아, 유리창 위로 빛나는 별이 있는데, 무엇이 서럽나. 가난이 서러웠으면 시인이 못되고 돈이나 버는 사람이 되었겠지.”
그때 쓴 시가「얼룩 송아지」다. (박동규의 가족 에세이, <아버지와 아들> 중에서)
박목월이 짓고 서울대 음대 출신인 손대업이 작곡한「얼룩 송아지」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동요이다.
이 노래는 1960년대 문교부 제정 음악 교과서에 실리었고, 이때부터 초등학교 교실과 운동장, 골목길과 들판에서 어린이들은 물론 국민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가 되었다.
소는 우직하고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동물이다. 그래서 우리 아버지의 곁에서 논과 밭을 갈고 짐을 운반하는 일소로, 자식의 학자금을 조달하는 든든한 재산으로 우리 민족과 함께 해 온 살림밑천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박목월 시인께서 작사하신 동요『얼룩 송아지』를 외국에서 들여 온 얼룩덜룩한 젖소로 알고 있다.
하지만『얼룩 송아지』는 젖소가 아니다. 가장 쉽고 많이 부르는 동요 ‘송아지’의 주인공은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우리 토종 한우인 ‘칡소’이다.
박목월 시인께서 ‘송아지’를 작사하신 1930년대에는 젖소가 크게 보급되지 않은 시기이다.
박목월 시인은 젖소를 보고 쓴 글이 아니라 당시 우리나라에 많이 자라고 있던 얼룩배기 ‘칡소’를 보고 동시를 쓰셨다고 한다.
경주 황성공원 독산 아래 목월의 『얼룩 송아지』 노래비가 있다. 신시(新詩) 60주년이 되던 1968년에는 우리나라에 여러개의 노래비가 세워졌는데, 그 중 하나가 목월의 「얼룩송아지」노래비다.
이 겨레 온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를 새긴 이 비는 신시 60돌을 기념하는 뜻에서 새싹회(회장 윤석중)후원으로 이 고장 어린이들과 뜻있는 어른들의 정성으로 시인의 고장에 세우다. 1968년 어린이날 박목월 노래비 건립 위원회
동리목월문학관장인 정민호(82세) 시인은 목월로부터 직접 문학을 배운 직계 제자이며, 박목월, 조지훈의 추천으로 문단에 등단한 분이다. 목월의 시비 건립에도 적극 참여하였다고 하는데, 그 당시를 회고하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이 노래비 제막식에는 목월의 제자는 물론, 전국에서 이름 있는 문인들이 대다수 참석하였습니다. 노래비 건립을 주도한 분은 바로 윤석중 선생이십니다. 당시 57세였던 스승이자 선배 문인이 52세가 된 제자이자 후배 문인의 노래비를 세우기 위해 갖은 애를 썼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화지요. 제대로 된 후배와 문학 자체에 대한 존경심이 그에겐 있었던 것입니다…목월은 고향 경주에 오면 꼭 황성공원에 있는 노래비를 찾아 사진을 찍고 ‘큰 선배’에게 감사를 드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경주문인협회에서는 목월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1968년부터 목월백일장을 개최하였고, 황성공원에 노래비기 건립된 이후에는 매년 5월, 이곳에서 목월백일장을 지금까지 한해도 빠뜨림 없이 개최하고 있다(2021년 5월 현재 총 56회 개최).
목월백일장은 5개 부문(초등 저학년부, 초등 고학년부, 중등부, 고등부, 대학 ․ 일반)로 나누어 실시하고 있는데, 매 행사 때마다 전국에서 1,000명 이상의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운집하여,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백일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고등부 입상자는 대입 전형에 반영 되고 있으므로 더더욱 인기가 높다.
지금도 황성공원 『얼룩 송아지』노래비에는 많은 문인들과 시민, 학생들이 찾아와 목월을 추모하고 그의 시향(詩香)에 젖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