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한성광역시의 모 경찰서. 조사실에서 한유준은 강력계와여성보호 성범죄방지과의 형사들과 같이 면담?중이었다.
"한유준씨. 왜 여자 멱살을 잡은거에요?"
"아니. 난 피해자입니다. 그 미친 년이 날 전기 충격기로 조지고 철제의자로 날 내리쳤어요. 거기에다 도끼로 날 죽이려고 했어요."
"그 이전에 당신이 먼저 연약한 여자의 멱살을 잡았잖아요."
"그건......... 내가 좀 흥분하기는 했지만 멱살 잡은게 죄는 아니잖아요."
"여자 멱살을 잡았잖소. 벌레 하나 못 죽이는 약하고 만만한 여자 멱살을."
"................................................................................................."
"말을 해봐요. 주민지 씨에게 무슨 원한이 있다고 그런거요?"
"이미 진술했잖아요. 내가 흠모하는 여자에게 레즈비언년이 달라 붙었다고 하니까 화가 나서 주민지에게 따지러 간겁니다."
"백번 양보하여 주민지씨가 레즈비언이라고 해도 지성인이고 명문 서울대 학부생답게 먼저 말로 하면 되잖아요."
"사건을 파악해보니까 명소민씨와주민지씨가 서로 사귀는 사이라고 하더군요. 명소민씨가 직접 진술했습니다. 당당하게 말하더군요. 허참. 세상이 어찌 되려고......."
"네에에에에에에. 소민이가 레즈비언이라고요오오오오오오."
"흠. 명소민씨가 당신을 폭행과 살인미수죄로 고발하더군요."
"뭐라고요. 내가 살인이라니요."
"살인 제껴두더라도 힘 없는 여자를 괴롭혔으니 폭행죄는 맞구먼."
"더러운 남색@@를 두들겨 패면 뒷탈이 없겠지만 아무리 레즈비언이라고 해도 어리고 곱게 생긴 여자애의 멱살을 잡았으니 당신. 인간 말종이지."
"난 멱살만 잡았다고요. 그게 어째서 살인죄가 되나요. 내가 흠모한 여자가 레즈비언이라는 것도 충격적인데."
"남성으로서 심정은 이해하는데 법치로는 당신은 연약한 여자에게 폭력을 휘둘렀소. 그 여자가 레즈인가 아닌가. 지금은 그게 중요하지 않소."
"하아아아아아. 멱살 잡았으니 넓은 의미에서 폭행이라고 하면 내가 납득하겠지만 살인미수라니.... 제 아버지에게 연락하게 전화 좀 쓸수 있게 해주세요. 아버지를 통해서 변호사를 선임해야겠어요."
"당신 춘부장이 강남의 사장님라는 알고 있소. 이미 춘부장이 선임한 변호사가 여기로 오고 있으니 변호사 올때까지 유치장에서 머리 좀 식혀요."
"이게 무슨 꼴이야."
"전경아. 서울대 학부생 데려가라."
조사실로 들어온 전투경찰이 계호하여 한유준은 그대로 유치장으로 들어갔다. 일단 고소득자의 아들이고 보니까 나름 A급 유치장에 갖혔다. 한편 명소민은 방유경을 포함하여 증인을 자처한 몇명의 여대생과 같이 경찰서에 왔다. 소민은 여성보호 성범죄방지과 부서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난리였다. 즉 노발대발하였다. 현재 주민지는 서울대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중이고 - 이게 입원할 정도인지는 - 특실에서 치료중이라고 한다. 명소민은 어느새 김앤장의 여자 변호사 네명을 선임하였고 한유준을 여자를 핍박한 극악무도한 살인범이라고 규탄하며 그를 고발하였다. 경찰서 사무실에 있는 여자들이 흥분하여 날뛰는 명소민을 만류하느라 애를 먹었다.
명소민도 전기충격기와철제의자로 사람을 개 잡듯이 묵사발로 만들었지만 무슨 이유에서는 쌍방 피의자가 아니고 그냥 피해자 주민지의 보호자 = 고발인,로서 고소장을 내밀고 유유히 경찰서를 나갔다. 경찰서에서 나온 명소민은 방유경과 같이 주민지가 입원한 세브란스 병원으로 향했다. 명소민의 의뢰를 받은 김앤장의 여자 변호사들은 여자 형사들과 한유준을 고발하는 사건에 대해서 갑론을박을 벌였다. 여성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여성 관련 성범죄를 담당하는 여자 형사들이라고 해도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남자라는 이유로 무작정 체포하는건 아니었다. 워낙에 사건 개요가 황당하니까 여자 형사들도 골치가 아팠다. 그날 저녁 서울대 폭행사건이 어느 정도 서류정리가 끝나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는 여자 형사 두명. 그녀들을 복도에서 대용량 컵에 커피를 부어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고. 미치겠다. 살다 살다 남녀간 치정싸움에 레즈비언이 튀어나오다니!"
"남자가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다른 남자가 달라 붙은 줄 알고 쌈박질 날 줄 알았는데 얼씨구. 연적이 여자야. 어머나 세상에."
"레즈비언이라고 해도 그렇지. 어디 남자가 연약한 여자를 멱살 잡고 내팽겨쳐."
"쳐죽일 놈이지. 피해자만 레즈비언이 아니라 한유준을 고발한 그 여자도 레즈비언이라네. 즉 둘이 서로 사랑하는 레즈비언 연인이라는거야."
"세상에나 마상에나. 고발자 명소민은 지역졸부에다 현직 국회의원 명@@의 차녀잖아. 같은 여자가 봐도 재색겸비한 부러운 여자가 레즈비언이었다니. 조사에서도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도 당당히 말했잖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게 이상한게 아니잖아요.'라면서 주민지를 사랑하는거 부정하지 않았어."
"그 말 듣고 서장님이나 수사반장님이 뒷목 잡았잖아. 너무 황당한 사례이고 국회의원이다 강남 졸부 자녀들이 엮인 사건이니. 골치 아프게 생겼어."
"이거 벌써 한성 지방청까지 사건이 올라갔어. 청장님께 직접 보고가 된 사건이야."
".............................. 미치고 환장하겠어."
"한유준도 일방적인 가해자라고 보기 힘든데. 명소민이 지져버린 전기충격기에 기절한 다음에 명소민 이외에도 분노한 여대생들이 우르르 달려들어서 한유준을 다굴놨잖아. 집단 구타를 당한거야. 한유준의 부모가 맞고소를 하면 사건이 너무 커져버려."
"여대생들이 보기에도 화가 날만하지. 연약한 여자 멱살을 붙잡았고 풀려나면서 피해자가 복도 바닥에 쓰러졌잖아. 머리 안 다친게 천만다행이지. 그랬다가는 여대생들이 한유준을 그 자리에서 때려 죽였을거야!"
"맞아 죽어도 할말 없어. 주민지 씨가 머리 다쳤으면 큰일 났어. 머리만 안 다쳤지 세면 바닥에 쓰러졌으니 몸 상했을만 하지. 실제로 의사 소견서에서는 심각한 부상이라고 서술되어 있잖아."
=> 주민지에게 호의적인 젊고 아름다운 여자 의사가 한유준에게 악감정을 담아서 경미한 부상을 심각한 중상으로 부풀려서 소견서를 써줬다. 소민에게 뇌물 받은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의사 소견서를 보니 심각하니까 중범죄로 넘어가서 강력계로 사건이 인수될 것 같아. 여성에 관련된 사건을 다루는 우리 부서에서 사건을 처리했으면 그냥 한유준 측에서 합의금 내고 끝났을거야. 주민지 씨가 성범죄를 당한 것도 아니고 폭행이라고 해도 치정싸움이기도 하니 뭐 어떻게할 수도 없잖아."
"폭력으로 인해서 묻혀져서 그렇지 레즈비언이 사건의 핵심이야. 레즈비언!! 명소민도 유리한게 아니야. 그저 말다툼만 일어났으면 대외적으로 궁지에 몰리는건 명소민과 주민지야. 하여간에 한유준이 남자이고 남자들 머리 안 돌아가는게 레즈 연인들 살렸지."
"이제 어떻하냐! 레즈비언 연인들 사이에 엄한 남자가 끼여들어서 폭행사건을 일으켰다. 이렇게 보고서를 쓸수 없잖아."
"강력계나 여성계나 그게 복잡해. 강력계에서는 그냥 한유준이 불쌍하고 연약한 여자에게 일방적으로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조정하고 진행하자고 하는데."
"좀전에 내가 반장님 지시 받고 강력계 형사하고 같이 피해자 주민지 씨를 보러 병원에 갔어. 정말로 귀엽고 참하게 생겼더라. 남자들 보기에는 연애 대상으로 안 보고 귀여운 동생이나 어린이 보는 기분일거야. 그리고 여자들 볼때는 모성본능 자극해서 꼭 보호하고 사랑해주고 싶은 외모야. 그런 이유에서 명소민이 품에 꼭 안고 다니지. 주민지 씨는 재색겸비한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매력을 가졌고 그런 취향의 여자들이 안 좋아할 수가 없어."
"이러니까 강력계 반장님이 한유준을 철저한 가해자로 규정했잖아. 어린 딸내미 둘이 있는 아버지이기도 하셔서."
"남자 형사들도 한유준이 강남 졸부 아들이 아니었으면 개 패듯이 두들겨 패서 참교육을 시켜줬을 것이라고 이를 바득바득 갈더라. 주민지 씨가 레즈비언이라는거 아무도 관심 안 가져. 강력계의 조사 보고서에는 레즈비언의 레,자도 안 들어갔어."
"내가 선배에게 들었는데 이 사건 내일 조선일보 2면에 실린다고 하더라."
"지금 서울대 여학생들이 중심이 되어서 한유준 규탄집회를 열었어. 한유준을 서울대에서 쫓아내라고 난리야. 구속수사는 기본이고."
"오늘 저녁 TV조선 9시 뉴스에도 보도돈다고 하더라."
"한유준 부모는 이거 틀어막아야 하는데 지역졸부 따위가 조선일보를 굴복시킬 힘은 없지. 기껏해야 동수저잖아. 평균 은수저도 기사 내리라고 해도 조선일보는 안 듣잖아. 최상위 은수저는 되어야 조선일보하고 협상 해보지."
"한유준은 부모 뒷배경 아니었으면 강력계 조사실에서 형사들에게 맞아 죽었어. 부모 뒷배경 덕분에 산거지."
"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나든 절대로 한유준이 승자가 아니라는건 확실해."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