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토요일 저녁 오랜만에 홍아센으로 향했습니다~
홍아센만 오랜만이 아니고 배우님 공연도 무지 오랜만인 느낌이네요. 렛미플라이 이후로 처음이다 보니.. 앞으론 더 열심히 봐야겠어요. 🥺
≪파과≫ 책은 아직 안 읽은 상태입니다.
먼저 보고 온 지인 얘기를 들어봤을 때 분량은 ㅠㅠ 기대 않는 게 좋겠구나 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자주(*주관적) 나와주셔서 좋았어요.
특히 처음 등장하실 때 앙상블과 함께 에이전시 제로 넘버하는 장면이 너무 좋았습니다!
실장님? 사장님? 아무튼 완벽하게 잘 꾸민 해우.. 애교머리 한 가닥이 뙇 나와있더라구요??
오페라글라스 들고 열심히 봤는데, 워치 켜져있었으면 심박수 140이었을 거고 마스크 안 썼으면 옆사람이 저 광대 올라가는 거 다 봤을 것 같네요
전 03년도 그리스 공연영상 클립 생각나면 한 번씩 보거든요. 근데 해우의 애교머리랑 반투명 선글라스까지 뭔가.. 케니키 같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
https://youtu.be/mXN7AGL4AuI?si=wYPIuRC5MICHWm9S
생각해보니 전반적 스타일링은 5년 전 총체극 도리안의 오스카와 더 비슷한 듯도 하네요.
해우 정장 너무 멋졌어요! 배우님의 장점이 정말 잘 드러나는 의상입니다. 메컵도 되게 아름다우셨.. ㅎㅎ
선글라스 때문에 눈이 잘 안 보여 살짝 아쉬웠지만 뭐 해우가 그런 캐릭터인 거겠죠? 눈을 보고 마음을 읽기 힘든.. 그래도 중간에 한 번 벗고 눈 보여주셔서 감사했네요 ㅋㅋㅋ
격하진 않지만 안무 있는 것도 넘 좋았구요, 넘버도 생각보다 있어서 좋았어요. 전 배우님 고음 올리실 때 살짝 지르는 걸 좋아해서 어제 너무 행복했어요 ㅎㅎ
의뢰 건으로 조각과 사무소에서 만나는 2막의 초반 장면에서, 냉장고 얘길 하면서 빈정대는 것처럼 말하는 그 톤이 너무 좋아요. 조각이 더 젊고 실수하지 않았던 때라면 그렇게 긁지 않았을 텐데, 이제 퇴물 다 돼가고 책잡은 것도 있으니 엄청 긁는 느낌이랄까... 캐릭터로선 비열해서 완전 싫은데 배우님 연기는 너무 좋았어욬ㅋㅋㅋㅋ
투우의 의뢰로 예전 기록들을 찾을 때 입는 흰색 방호복? 랩가운 같은 의상을 해우가 입는 것도 너무 좋았어요. 투우가 찾는 그 사람이 조각인 걸 알고 재밌어하는 것도 비열킹..
전화하면서 손의 반지를 들여다보는 것도 해우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디테일인 듯하던데요. 반짝이는 걸 좋아하는 까마귀? ㅋㅋㅋ 배우님이 좋아서 해우까지 예뻐보여요,,
실무자 두 명이 주인공이다 보니 실제로는 액션이 거의 없는 해우 정도는 빌런도 아닌 느낌이 나긴 했는데요. 8억 7천 퇴직금을 체불하고 그냥 묻어버리려고 한 데서는 그래.. 그럴 줄 알았다.. <싶어지더라구요.. 마지막에 갈 때(?)는 솔직히 전혀 예상 못했어서 놀라기도 했습죠 ㅠ
1.
1, 2막으로 나눠진 극에서 보통 모든 일들이 일단 풀어지고 보는 1막을 더 선호하는데, ≪파과≫는 오히려 2막이 더 좋았어요. 1막까지는 주제의식이 뭔지 감 잡기 어려웠는데, 2막에서 조각이 강 박사를 만나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되며 주제가 명확해진 느낌이랄까요
조각이 끌리는 남자를 한 배우가 맡은 게 마음에 드네요. 류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지만 조각의 회복을 돕고,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는 강 박사에게 끌리는 것도 설득력 있어요. 다만 류와 강 박사 사이 40년 동안 아무도 조각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걸로도 보여서 묘한 느낌이 있었네요.
2.
투우가 죽은 아버지를 보고 “아빠 죽었어?” 하고는, 어깨 뒤로 긴 스카프를 날리던 조각의 이미지와 죽음을 결부시켜 거기 매혹된다면, 조각에게는 예기치 못한 무용의 죽음으로 “너 죽었어?” 말하고는 류의 죽음 이후 처음으로 깊이 슬퍼하고 애도하는 대비가 좋았습니다. 투우는 복수심을 품긴 하지만 죽음 자체에는 매혹된다고 봤어요.
투우에게는 조각이 류에게 끌렸던 것만큼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배경이 거의 보이지 않아서, 왜 초라하게 나이든 조각을 보고 통쾌함이 아니라 분함을 느끼는지 쉽게 공감하기가 어려웠어요. 조각에게 옛날 코드네임을 들먹이며 아는 체하고, 그렇게 초라하게 늙어버리면 안 된다고 허무해하며 말하는 게 무슨 심릴까 싶었는데요.
어제 본 신성록 배우님 디테일인지는 모르지만 조각에게 어머니를 투영하는 느낌이었어요. 타깃의 아들인 나에게 굳이 여러 약을 구분해서 먹이고, 알약을 빻아 가루로 만들어주는 정성. 정말 미워하지만 나에게 그런 정성을 보여준 사람은 그밖에 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렇게 평생 동안 조각에게 복수심과 함께 모성을 느꼈고, 결정적인 순간에 그 감정에 발목 잡혀 결국 목숨까지 내주게 된 것 같았어요
3.
해우의 사무소에 걸려 있는 ≪천사와 씨름하는 야곱≫ 그림은 지금 생각해보면 투우와 조각의 결투네요. 맥락상 조각은 천사고, 투우는 야곱인데 실은 누가 천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볼 땐 둘 다 야곱이고 천사도 잘 쳐줘봐야 죽음의 천사 fallen angel 느낌인데.. (ㅠ
≪천사와 씨름하는 야곱≫으로 시작해 ≪피에타≫스럽게 끝나는 성스러운 결투.. 잘 봤습니다
전 사실 나레이션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야곱 그림을 알아본 사람들에게 이 결투에서 누가 야곱인지 알려줄 목적으로 묘사를 넣은 것 같네용
4.
조각과 투우의 결투 장면에서 나오는 편지.. 전주를 들으면서 우와 도리안 편지 같다.. 되게 좋네.. 생각했는데 진짜 편지더라고요??? ㅋㅋㅋㅋㅋ 도리안에서 제일 좋아했던 넘버가 편지였는데 이걸 여기서 쓰다니?? 하면서 놀랐어요.
실은 오스카가 편지를 부르는 건 좀 기만 같다고 생각했는데 조각과 투우가 부르니 또다른 드라마를 연출하는 느낌이네요.
이 넘버가 이렇게 범용적이라니,,, 정말 다시 생각해도 놀랍네요..
5.
무용이 생각나서 사온 과일도 시간이 지나면 냉장고 속에서 썩어가고, 차마 함께하자고 얘기하지 못했던 류는 파편이 되어 죽는... 조각의 삶에서 사랑과 지켜야 할 것은 항상 깨져 사라져 왔지만 충분히 애도할 여유가 없어 그냥 가슴 속에 묻고 살죠
사랑에는 내보여야 할 유효기간이 있고, 또 사랑한 만큼 상실이 깊다는 건 조각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각은 나이들긴 했지만 과일이 아니고 사람이기에, 과거와 어느 정도 결별할 수 있겠죠
류와 무용이를 잃은 슬픔과 상실, 제때 충분히 애도하지 못해 썩어버린 마음을 장사지내고 남은 생을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튼 너무 잘 봤습니다! 크크 글이 길어졌네요
다음주 토 밤공(27일) 볼 건데 혹시 뵐 수 있는 분은 잠깐 뵈면?! 좋겠습니다 ㅎㅎ
여러분 항상 건강하세요🩵💜
첫댓글 오. 그리스 영상!!!!여전히 무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배우님
중간에 도리안 넘버가 나와서 급 19년 추억여행도 하게되는 신기한 공연인거 같아요.
긴 후기 너무 최고에요!!!
저도 덩달아 감사를!! 🫶🙇🫶
편지 너무 좋았는데~ 배우님 목소리로도 다시 듣고 싶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우아~~ 다인님 최고! 이렇게 정성스런 후기라니..❤ 사..사랑함니...^^ 아~ㅜㅜ 다 알아듣고싶어라ㅜㅜ 눈물 또르르 나지만ㅜㅜ 배우님에 대한 애정만은 1000% 알아듣겠는^^ 마구마구 공감되는 기분이어서 행복해지네요~~ 보고싶네요 다인님❤
우와앙 저도 보고 싶어요 ㅜㅜㅜ🥺🥹🫶💙💜🩵❤️🔥
작품이 좀 다크하긴 하지만 생각할 거리도 있고 내용도 괜찮고.. 약간 방정맞게 좋아하는 연기하는 해우의 수트핏이 그냥 하,, 보셨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지 상상돼서 더 아쉬어ㅓ요ㅜㅜ!!!!!
우와 절말 디테일한 후기네요. 저는 소설을 먼저보고 공연을 봤는데 책보면서 이걸 어떻게 공연으로 올리겠단건가.. 해우 분량이 너무 적다 생각했는데 빌런으로 넘 잘만들어졌고 무대에서도 다양한모습으로 볼수있어서 좋더라구요.. 저도 오스카와 케니키 생각이 났던 ㅎㅎ 27밤 저도 가요^^
맞아요 전반적인 느낌과 핏은 오스카, 머리는 케니키 같았어요 ㅋㅋㅋㅋ
오옹 혜조님 커피나 식사 어떠세여!! 😆😆😆
@다인 제가 연락처를 몰라서 혼자 디저트 먹었는데 끝나고 짐깐 뵐까요???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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